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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 인간냄새 풀풀나는 개발자&게이머 마크 스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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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나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맑고 푸른 눈동자의 주인공 마크 스켁스(이하 마크). 그는 항상 자신을 게임 개발자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아저씨(?)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는 게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매니아인 것이다. ‘커맨드 앤 컨커(이하 C&C) 레드얼럿 2: 유리의 복수‘를 시작으로 현재 C&C 제너럴의 개발을 총 지휘하고 있는 마크를 만나 그가 게임과 운명을 같이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게임 얘기가 아닌 개인적인 인생관을 통해 그의 게임철학을 느껴보자.
 



마크는 1964년 10월 15일,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 괌에서 첫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미국 해군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버지니아 주와 로드아일랜드, 캘리포니아(샌디애고), 일본, 뉴저지 등의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처음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살고 있을 시절 핀볼 기계가 있던 호텔에 묵게 되면서 시작된다. 당시는 1970년대인 만큼 게임기의 동작은 매우 단순하고 조잡스러웠지만 처음 ‘게임’이라는 단어를 눈으로 접한 마크에게는 더없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계였던 것이다. 이후 마크가 가장 처음으로 접하게 된 비디오게임은 1975년에 출시된 ‘스페이스 워(Space War)'.

“요즘 기술에 비하면 무척 단순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게임 때문에 저는 비디오 게임에 푹 빠지게 되었죠.”

‘스페이스 워’를 통해 비디오게임의 첫 재미를 본 마크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더더욱 아케이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즐기던 게임 중에 가장 좋아했던 게임은 '수호자(Defender)'. 당시에는 한창 아케이드 게임의 발전이 왕성하게 이뤄지던 때라 마크는 1주 단위로 게임을 바꿔가며 오락실을 들락거렸다고 말한다.

마크가 학창시절에 게임을 좋아했다고 해서 공부에 영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으며,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컴퓨터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기초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그가 대학시절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마이크로 칩의 원리와 이를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 이밖에도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에도 많은 호기심을 두고 공부했다.

마크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잠시 동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라는 회사에서 마이크로 칩 디자인 테스트를 담당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매크로미디어 프리핸드(Macromedia FreeHand)의 전신인 앨더스 프리핸드(Aldus FreeHand)에서 페인팅 프로그램의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처럼 전공을 살린 여러 가지 일도 그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식혀주지는 못했다. 결국 마크는 대학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뒤 게임 제작과 게임회사 설립에 강한 열정을 다시금 품게 되고, 테트라곤이라는 회사에서 그리더즈(Gridders)라는 퍼즐게임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제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을 당시에는 훗날 게임을 개발하리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먼 훗날 게임이야말로 창조적인 능력을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마크는 그의 창조적인 의지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높이 산 EA측으로부터 웨스트우드에 입사를 권유받게 되고 'C&C 레드얼럿 2‘를 제작,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변사람들의 얘기에 의하면 마크는 매우 정이 깊고, 인간다운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만큼 그는 가정과 회사 양쪽에서 모두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마크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시기가 언제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서슴지 않고 아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출산했을 때와 게임 ‘C&C 레드얼럿 2’를 출시했을 때라고 말한다.

현재 마크는 9살, 7살, 1살의 아들 3명을 두고 있으며, 또 10월에 딸을 출산할 계획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일이 끝난 시간 대부분을 아내와 함께 아들 3명과 함께 지낼 만큼 가정적이며, 조용한 성격 탓에 여가시간에는 비즈니스 서적을 읽거나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고 한다.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오랫동안 해군에 몸담았던 탓에 해변가를 거니는 일 역시 삶의 재충전에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이런 마크의 가정적인 모습은 회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여느 게임개발사의 그것 못지않게 끈끈한 듯 느껴진다. 그는 EA퍼시픽에서의 생활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얘기한다.

“회사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팀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죠. 제품의 개발 상황도 좋고 게이머들로부터 반응도 좋습니다. EA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미래가 창창한 회사라고 생각하거든요. 거의 날마다 동료들의 재능에 감탄을 하곤 하죠.”

마크는 게임이라는 단어에 대해 복잡한 수식어 대신 ‘게이머를 재미있고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게임 개발자의 임무는 영화, TV 등등의 기타 오락 매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환경과 캐릭터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을 재미있게 포장해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것. 마크는 항상 게임을 개발할 때 게이머의 시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작을 시작한다.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 역시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 프로젝트에 대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도 마크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인 것이다.

“한 프로젝트가 초기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게임 개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 개발의 과정도 사랑합니다. 게임매장에 들어가서 자신이 직접 만든 게임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죠.”

앞으로 10년 뒤, 마크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는 흐뭇한 장면을 간간이 상상하곤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앞으로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소원이라고 말한다.
부와 명예보다는 게임과 재미, 게이머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디어의 사나이 마크 스켁스. 분명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위해 살아가는 그의 게임에 다른 개발자의 작품에서 맛볼 수 없는 톡톡 튀는 재미가 흠뻑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게임이 한국의 문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도 PC방이 있고, TV에서도 게임대회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미국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속한 EA퍼시픽 팀은 현재 ‘C&C제너럴‘을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게이머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입수하죠. 이런 아이디어가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국인들은 게임에 대한 열정과 스킬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게임계의 월드컵이 존재한다면 분명 한국이 우승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마크 스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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