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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자격증 소유자, 100% 취업을 보장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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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자에게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게임업체 취업을 위해 게임자격증이 필요하냐는 이야기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시 확실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지, 실제 개발에 효용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순진무구한 고 2 학생의 의문사항이었다.

메일을 보낸 독자에겐 황송한 말이지만 이와 같은 내용을 접할 때까지 필자는 게임자격증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홍보의 부족이었는지 나의 무지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게임 개발자를 지망했던 사람 중의 하나로서 호기심 어린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누비며 게임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한번 수집해 보기로 했다.

2002년 7월, 새로운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이 의결된 후 33개의 신규자격증이 나와 12월부터 발급이 시작된 게임자격증은 게임그래픽 전문가, 기획전문가, 프로그래밍 전문가까지 3가지 종류로 구분되어 있다. 시장에 넘치고 넘치는 사행성을 부추기는 류의 민간자격증이 아닌 국가공인자격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발하고 있기도 하며 현재 정부에서 강행 중인 문화산업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을 이해해 볼 때 이러한 자격증의 등장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여지가 있었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은 마치 과거의 컴퓨터그래픽운용자격증이나 PCT, 인터넷 정보검색사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부풀려진 학원광고의 수단으로서 게임자격증이 꽤나 각광받는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느 자격증이 그렇지 않겠느냐만 광고의 내용은 “학원선택 잘하면 국가공인자격증인 게임자격증 100% 취득을 보장한다”, “게임업체 전문인력 수요 매우 부족! 필수 게임자격증 따고 게임업체 가자!”라는 요지의 지극히 자극적인 문구 일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임회사는 많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물론 맞는 말이다. 개발사 입장에서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것이 무늬만 프로를 자청하고 나서는 요즘 젊은 개발자 지망생들에 대한 불만이다. 이런 과정에서 개발자의 기초체력을 배양해주겠다고 나선 정부의 자격증 정책은 두손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자격증 시험의 수준과 검증수단에 대한 모호성을 고려해 볼 때 이 것이 과연 전문인력이 부족한 목마른 들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게임 프로그래밍 전문가 자격을 예로 들 때 문제의 출제방식은 꽤 상위 클래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출제자 제시자료로 사진 몇 장이 제공되고 VC++ 등의 프로그래밍 툴을 이용 무한스크롤 방식의 슈팅 게임을 제작하라는 실기문항을 봤는데 상당한 수련을 받은 개발자라해도 사전지식이 없다면 적잖이 당황할 듯한 유형이었다. 기본적인 알고리즘의 습득상태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문항의 의미를 찾아볼 순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에 인베이더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 사람의 개발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한정된 시간 안에 캐릭터 디자인을 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 사람의 창작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격증이라는 것은 현재까지 자신이 공부해온 것을 검증하는 판단의 수단으로서, 그리고 업체쪽에서 그 사람의 가치를 구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훌륭한 선택기준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트렌드에 따라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게임이라는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볼 때 이렇게 고리타분한 문제유형 몇 가지로 “당신은 이제 게임을 만들 자격이 있소”라는 식의 “증”을 부여한다는 것은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게임업체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이러한 단순유형의 문제로 판단하기엔 게임자격증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또한 일선의 개발자들이 이러한 자격증을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의 대답 역시 ‘글쎄요’로 일관된다. C사의 인사담당을 맡고 있는 개발팀장은 “게임자격증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이 과연 실질적인 개발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며 “게임전문스쿨출신조차도 쓸만한 인력은 손에 꼽기도 어려운 형편에서 이런 게임자격증은 자칫 무의미한 인력만 양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금치 못했다.

최소한의 실력을 검증해본다는 수단으로서의 게임자격증이라면 할말이 없지만 그러한 논리로 만들어진 자격증이라는 것은 학원의 잇속을 챙겨주는 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는 이미 나온 테크닉을 원하지 않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무수히 많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재의 자격증 수단은 곧장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작업능률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물론 시행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격증 검증수단이 개선되어 개혁의 바람을 일으켜낼지는 아직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신입인력의 확충을 기피하고 경력자만 선호해가고 있는 게임업계의 문제점(비단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을 생각해 볼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격증 시험에 매달릴 게이머가 부지기수로 늘게 된다는 점을 시행청쪽에서 인지해야 한다. 이것이 취업에 도움이 되든, 되지 않든 간에 무자격자보다는 자격자에 가산점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임개발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게임자격증이라는 것의 의도는 매우 좋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가치판단의 기준보다는 실무와 직접 연계될 수 있는 개발사 직속 아카데미를 형성하는데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그리고 개발자 지망생을 위한 무료 세미나를 여는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산업 육성책의 일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만의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자격증 정책은 개발자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키우는데 오히려 해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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