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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현금거래현상에 대한 법적 고찰 ②<윤웅기 법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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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현금거래 현상에 대한 법적 고찰②<윤웅기 법무관>

※편집자 주 : 이 컬럼은 현재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에 관한 찬반입장을 주장하는 자리로 준비되었습니다. 따라서 컬럼의 내용이 게임메카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혀둡니다.

프로크루테스가 되지 않고자

게임 내 캐릭터 및 아이템은 게임사가 창조한 저작물인데 게이머가 게임약관을 통해 게임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서 이 저작물의 사용권을 취득하게 된다.

저작물 사용권을 게임사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양도하면 그 양도계약 자체는 유효하나 게임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하는 것이 전번 글의 요지였다.

논의를 나아감에 앞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옹호하는 논리에 대한 공정한 분석이다. 어떤 사회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일어 날 때 그것을 기존의 법규범에 단순히 대입하여 재단하는 것은 그리스신화 속의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침대크기에 맞추어 손님 몸을 늘리거나 잘라 죽인 괴물)와 같이 우스꽝스럽고 슬픈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이머들의 주장에 우리는 경청해야 하고 그 속에서 혹시 정말 지난호에서 게이머에게 계약상 인정된다고 한 아이템 사용권 외에 어떤 \"권리\"로서 새로 발굴될 만한 것이 들어 있는지 탐구해야 한다.

현금거래 게이머가 주창하는 권리에 대하여

1. 권리금설
사이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게이머의 권리를 상가임차인들간에 통용되는 권리금 내지 아파트거래시의 프리미엄과 같은 것으로부터 찾고자 하는 주장이다. 맞다. 분명 아이템 현금거래의 실제는 권리금 거래와 양상이 같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은 권리금(프리미엄금)또한 이를 주고받는 신-구 임차인간에 계약상 인정되는 것일 뿐, 그 계약관계와 무관한 상가소유주에 대하여 나중에 권리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태도란 점이다.

따라서 게임사가 현금거래를 수용하게 되면 아이템 유실이나, 게임서비스 중단시 엄청난 액수의 아이템 보상비를 물어 줘야 하므로 이를 두려워하여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일부 게이머의 지적은 틀린 것이다.

권리금에 대한 현행법 입장의 연장선에서 아이템 사용권의 현금매매를 허용하여 이용자들간에 수십 수백배의 프리미엄 거품이 붙어도 회사가 책임질 액수는 최초 사용료로 받은 가격에 국한될 뿐이기 때문이다.

(경기 입장권을 아는 이로부터 2배 비싸게 구입하였는데 경기가 취소될 경우 주최측한테 얼마를 돌려 받는 지 떠올려 보라) 게임사가 현금거래를 막는 주원인은 게임의 룰이 게임 외적인 파워(현실의 돈)로 좌우되는 것의 폐해를 막고자 함이 제일 크다고 본다. 이렇듯 권리금 이론은 아이템 현금거래의 현상을 설명해 줄 순 있어도 이를 발전적으로 풀진 못한다.

2. 노동가치설
보다 철학적이고 경제학적인 주장으로서 게임내 캐릭터를 키우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하여 들인 비용과 시간을 들였으므로 이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사용권이 아니라 소유권에 가까운 권리라는 주장이다.

일종의 노동(생산)가치설에 입각한 견해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주장은 게이머가 가상사회와 현실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놀이(소비)\"를 캐릭터의 `일(생산)`과 혼동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일과 놀이에 대한 구분에 대한 주요 기준은 자신이 행한 행위의 목적이 타인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이냐라고 할 것이다. 뒷동산에서 혼자 3-4시간 노래를 불러도 그것은 놀이이지 일이 아니며 따라서 누구에게서 돈을 받지 못한다.

반면 무대에서 게스트로 깜짝출연하여 10분간 대중앞에서 노래해도 그것은 일이되고 돈을 받는다. 또한 생산과 소비의 기준은 가치를 더하였는가 여부겠다. 이에 따라 가죽을 무두질하여 세상에 구두를 하나 더 추가하는 구두장이는 생산자가 되지만, 구두를 신고 돌아다니는 자는 소비자가 된다.

위의 기준을 통해 게임 내 캐릭터를 키우거나 아이템 획득이 어디에 속하는지 살펴보자. 캐릭터가 그렇게 게임 안에서 몹을 잡고 퀘스트를 푸는 등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일견 캐릭터입장에서 보면 자기를 조종하는 게이머를 위해 일을 하고 아이템을 그 대가로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발 물러나 현실 법이 적용되는 게임사-게이머의 관계로 돌아가 보면 게이머는 게임사가 제공한 캐릭터와 아이템이라는 도구를 갖고 자기의 만족을 위하여 게임사의 룰에 따라 열심히 소비활동을 한 것에 다름아니다.

(SCV가 일하고 라라크로포트가 총을 소유한다고 현실의 게이머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거나 불법무기소지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 상기) 그리고 게임활동으로 인하여(게임 내에서는 모르되) 현실사회에 어떠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지도 못했다. 왜냐면 캐릭터나 아이템 모두 게임사의 각본에 의해 이미 생산되어진 것이고 게이머는 일정 조건 충족시 이를 사용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 게이머들은 공부를 안하고 회사원 게이머들은 `일` 안하고 `논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경제적으로 의미있는 현실 사회의 시각에선 부가가치를 낳는 것은 서버를 사들이고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사의 행위인 것이다.

(질문 하나. 게이머들이 게임내 캐릭을 키우고 아이템을 수억 벌면 대한민국의 국부(GNP)가 올라갈까? 질문 둘, 게임으로 인해 소득세를 내는 것은 게이머인가 게임사인가?) 지난 호의 결론에 덧붙여 보면 이는 마치 렌트카 업체로부터 차를 빌려 오래 사용(소비)하다 보니 렌트카 업체에서 우수 고객이라며 그 차에 내비게이션도 달아주고 최고급 오디오도 붙여주고 한 것과 같다.

이 경우 부착물 내지 차 자체에 대한 소유권이 렌트한 사람에게 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이상으로 게이머들이 캐릭터나 아이템에 대하여 (제3자에게 한 양도의 효과를 게임사에게 주장할 수 없는) 사용권을 넘어선 그 이상의 권리를 주창하는 논거들을 살펴보았으나 법, 경제적으로 볼 때 하나의 권리로서 인정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시점쯤 현금거래 게이머들 중 일부는 필자의 글읽기를 멈추고 항의메일을 쓰러 갔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필자의 위의 분석이 맞다면 설사 현금거래를 양성화한다고 하여도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리란 것도 도출된다.

아이템 거래를 약관에서 막고 있지만 신원확인이 힘든 인터넷의 익명성 구조상 이를 발본 색원하는 강공책을 쓸 수 없는 게임사측, 게임사가 하지말라는 현금거래를 위험을 감수하면서 지하에서 거래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게이머들 서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못찾거나 찾지 않고 대신 즉흥적이고 표피적인 치료와 탈출에만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나폴레옹의 길 판결

소리바다 사건 관련된 어느 토론장에서 접한 내용인데 사실인진 모르나 어떤 땅주인이 나폴레옹에게 \"길이 있는데 사람들이 길로 안가고 자기 땅을 통해 밟고 간다\"고 호소하자 나폴레옹은 \"그래 그러면 길을 그쪽으로 내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나폴레옹법전`을 출간하여 법의 역사에서도 뚜렷한 공적을 나타낸 법조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그의 위 판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땅을 밟고 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그 땅을 통과할 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가는 목적의 정당성을 고려하여 나온 혜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금거래 게이머들의 주창한 논리들은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그 정당성이 결여되거나 한계가 있다. 이 말은 게이머들이 게임사가 제공한 길 외에 뭔가 불만이 있기에 다른 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그 길이 하필 나폴레옹도 허락해주기 힘든 게임사 저택의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길이란 것이다.

그러면 그 해법은 첫째 왜 게임사가 정한 길로 안가고 다른 길을 찾는 지 그 원인을 밝히고, 둘째 저택 안이 아닌 밖에 당당히 나갈 길을 찾아내어 그 길을 나폴레옹에게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일 것이다.

팔라딘에서 마법사로

99년 현금거래 현상을 접한 이래 필자는 측량가처럼 그 길을 어떻게 낼 지 틈틈이 고민하여 왔다. 솔직히 법조인이라는 사람들은 어떤 길이 되는 가보다는 어떤 길은 안되는 가를 정하는데 더 능숙한 자들임을 고백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필자의 주장은 정의의 칼을 든 고레벨 팔라딘이라기 보다는 빛의 지팡이를 든 보통 마법사로서 보아주시기 바란다 다음 Part 3에서는 본인이 찾아낸 스펠을 공개하기로 한다. 들어갈 시약을 미리 흘리면, 현행 온라인 게임의 발원지인 Role Playing Game의 속성, 인터넷을 통한 Massive Multi Player의 참여, 온라인 게임내 레벨업으로 형성된 계층 구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게임내 게이머들의 자율성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위 재료를 갖고 현 게임구조상 게이머가 왜 뒷문으로 나아가야 했는지, 그러면 정문으로 가는 길을 어디로 내야 할 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아이템 현금거래 현상에 대한 법적 고찰① 보기]

※윤웅기 법무관의 `아이템 현금거래 현상에 대한 법적 고찰③`는 9월 6일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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