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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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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슛 골인!!!!!”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한 눈으로 나란히 앉아 대형 TV에 펼쳐지는 신세계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사람들. 덥수룩한 수염이 난 슬리퍼 차림의 아저씨도, 천정에 가득한 담배연기도 없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게이머들의 경이적인 플레이에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공략집을 펼치고 TV앞에서 무언가에 골몰하는 사람 등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장소. 그 젊음의 현장은 바로 「플스방」이었다.
 


왜 플스방인가?

플스방은 약 3년전부터 일부 지역에서 운영이 시작됐으나, 2002년 2월 플레이스테이션 2(이하 PS2)가 국내에 정식발매된 이후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신촌, 홍대를 비롯한 대학가를 시작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플스방은 현재 1998년 중반부터 ‘스타크래프트’ 붐을 타고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던 PC방의 그것과 비슷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플스방은 말 그대로 PS2를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준비된 것은 PS2와 TV 혹은 RGB 모니터, 그리고 게임타이틀 뿐. 그러나 음지에서 비디오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들이 동호회 목적이나 체험의 기회로 삼아 PS2방을 찾게 되고 초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그 인기가 작년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급상승하고 있다.

위닝일레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플스방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 신규사업이 ‘플스방’으로 이름지어진 이유는 바로 다양한 타이틀과 PC방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제 2의 스타크래프트 ‘위닝일레븐’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나미사에서 제작한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은 현재 일본제품만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나, 오는 3월 유니아나에서 위닝일레븐 인터내셔널이 정식 발매된 이후엔 이 제품이 플스방의 저변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플스방의 인기요인 #1 「킬러타이틀의 호재」

앞서 밝힌 대로 플스방의 인기요인은 위닝일레븐을 필두로 다수의 킬러타이틀이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플스방을 방문하는 유저를 대상으로 한 자체설문조사(표 1-1)에서 응답자의 64.3% 이상이 “위닝일레븐이나 아머드코어” 류의 대전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드러나 이러한 킬러타이틀의 존재가 ‘플스방’이라는 이름의 방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1

서울 교대 앞에서 플스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위닝일레븐과 같은 특정 타이틀의 경우 대당 하나 꼴로 구비해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X박스와 게임큐브와 같은 게임기도 구비해뒀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대부분 1~2대만을 들여놓고 운영하는 점포가 많다”고 밝혀 비디오게임 전문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PS2 선호도를 대변하기도 했다.

플스방의 인기요인 #2 「체험방으로서의 역할 증대」

플스방의 또 다른 인기요인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구입한다’라는 체험방으로서의 역할이 증대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체험판의 숫자가 적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비디오게임의 특성상 게이머들이 게임관련정보지나 웹진에서의 평가를 바탕으로 타이틀의 구매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신종게임을 구비해두고 있는 플스방은 체험방으로서의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의 특성상 체험의 기회를 갖기는 힘든 편

이처럼 플스방은 여러 타이틀과 하드웨어의 구비로 다양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

용산에서 만난 한 게이머는 “귀무자 2를 구입하기 위해 플스방에 들려 게임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친구들도 플스방을 통해 게임을 직접 즐겨본 뒤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플스방의 또 다른 이용측면을 강조했다.

또한 플스방 운영 업주들은 휠을 이용한 레이싱게임이나 건콘을 써야하는 건슈팅게임, 국내 미출시된 작품 등을 위주로 실제 게이머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또 다른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례적인 사실은 플스방의 이용하는 사례가 단순히 대전게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데빌메이크라이나 이코, 건그레이브 등 싱글플레이 영역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플스방의 인기요인 #3 「차별화, 각종 모임 장소로서의 활용」

현재 많은 플스방은 주말 예약제로 단체회원을 받아 동호회의 모임장소나 기타 행사장소로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홍대 앞에서 플스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주말 단체이용은 3주전에 예약을 해두어야만 이용이 가능할 정도”라며 “주말엔 주로 동호회인과 각종 대회의 목적으로 단체이용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운영사례를 설명했다.

프로젝션을 준비하여 각종 행사와 단체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한 형태

플래닛 플라자 체인점의 경우 위닝일레븐 패키지, 아머드코어패키지, 커플 패키지 등으로 기존의 플스방과 차별화를 선언, 현재 유행하고 있는 퓨전PC방의 형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i링크를 이용한 네트워크 플레이, 2인석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플스방의 특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도입함으로써 게이머들은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PC방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맛보고 있다.

플스방의 발전저해요소 #1 「불법영업과 과다경쟁」

PC방에는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PS2 2대만이 운영이 가능하다. 이 이상의 PS2를 도입하거나 다른 콘솔을 들여놓을 경우 ‘복합유통업’으로 허가를 받아야하지만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사실상 허가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PC방 업자들이 허가된 수량 이상의 PS2를 갖다놓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플스방 관계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 PC방 운영관계자는 “어린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번호표를 들고 PC방에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다”며 “일부 타이틀을 들여놓고 600~800원의 가격으로 불법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플스방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대표적인 예”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비디오게임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PC방 체인점과 인테리어 업자들이 플스방 사업에 뛰어들며 과다경쟁체제로 접어들고 있는 현 상황이 이 신규업종의 장래성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플스방의 경우 TV+기본세트+타이틀의 가격을 모두 포함한다 해도 PC 1대의 비용보다 단가가 낮고 전용선과 온라인게임서비스 요금 지불에 대한 걱정이 없어, 현재 대당 일 매출액이 5,000원 이하까지 떨어지며 재정난에 허덕이는 PC방 업주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고 있다. 플스방은 특히 지역에 따라 매출 편차가 매우 큰 편이기 때문에 별다른 지식 없이 ‘남도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식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비디오게임 관련 업체에 몸담고 있다가 플스방 체인점 사업을 시작한 서동욱 대표는 “PC방도 마찬가지겠지만 플스방은 비디오게임에 관한 업주의 지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제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니아와 초보자의 궁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플스방의 발전저해요소 #2
「뚜렷한 규정이 없는 상황 속, 사업주만 골머리」

플스방 체인점 관련홈페이지의 Q/A란에는 한결같이 비디오게임방 개설에 대한 법령 근거의 의문으로 가득 차있다. 질문의 요지는 2월 22일 SCEK 측의 공식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플스방 설립 자체에 문제가 없냐는 것과 PS2 타이틀에 대한 영업용 활용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플스방 관계자는 “A사 영업사원이 내용증명서를 들이대며 자사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간 경우도 있다며 “주위 업주에게도 이런 저런 업체에서 세트구입에 대한 종용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플스방을 주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비디오게임방의 경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성된 협회가 없는 상태여서 이러한 구매종용이나 기타 피해에 대한 공동대응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만 큰 돈을 지불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까지 덩달아 구입하는 잘못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동안 플스방을 운영해온 업주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플스방 인프라를 활성화시킨 것도 자신들이고 또 현재의 운영형태를 만들어낸 것도 자신들인데 전용세트를 만들어 독점운영권을 주장하는 서비스업체에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버느냐’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일본본사에서 「상업용 PS2」에 대한 허가를 받은 SCEK 측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SCEK는 지난 1월 기본적으로 「가정용 PS2」를 이용한 영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권리보다는 내부에 탑재된 운영체제(OS)가 소니에 귀속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정용과 상업용에 대한 구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운영체제가 탑재된 가정용 PS2로 플스방 영업을 지속한다는 사실은 ‘프로그램 보호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SCEK는 일단 LG상사를 통한 기존의 판매제품에 대해서는 상업용 PS2라는 타이틀을 허용할 방침이지만 현재 가정용으로 배포된 PS2의 경우 상업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안은 오는 2월 22일 발표될 예정이긴 하지만 SCEK가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은 가정용 제품이 상업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불허’한다는 방침, 그리고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어떠한 세트제품도 ‘공식적인 것은 없다’라는 사실이다.

가정용과 상업용의 하드웨어 상의 차이점은 없다

한편 각각의 제작사가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게임소프트웨어의 경우 상업용으로의 활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어 업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일단 SCEK 측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현 배포된 제품에 대한 제제 없이 관망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2003년엔 「플스방」이 뜬다!

플스방, 과연 온라인으로도 뜰 수 있을까?

전문적으로 플스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온라인 서비스’가 PC방의 발전과 같은 기폭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타이틀도 적을뿐더러 서비스요금 부여방식이 기존의 PC방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형평성 확립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어댑터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14일 SCEK에서는 PS2 온라인서비스 공식 발표와 함께 SCE가 제작한 ‘소콤: 네이비 실’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4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혀 현재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플스방 관련사업에 온라인서비스가 윤활제의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픈 베타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인 '소콤: 네이비 실'

그러나 고가격 문제로 인해 SCEK의 온라인 서비스가 PS2용 하드디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네트워크 어댑터 수준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BB유니트로 알려진 하드디스크 장착 전용 네트워크 지원 게임(파이날 판타지 11 등)은 지원이 불투명한 상태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할 시점이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대응 타이틀의 부재’와 ‘서비스 요금 부여방식’, ‘네트워크 어댑터의 한계성 돌파’ 등의 문제가 PS2 온라인게임서비스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플스방이 앞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분포된 PC방의 숫자는 약 2만 5천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전용선유지비와 온라인 게임 요금, 과다경쟁 등의 문제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PC방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고 있는 플스방은 분명 매력적인 신규사업으로 지목될만 하다.

플스방은 PS2 기본세트와 추가패드, TV와 책상 그리고 타이틀만 구비하면 ‘전기세’ 하나로 운영이 가능한 사업이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의 PS2 1대로 고객 2명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값비싼 기판의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PC방과는 비교될 수 없는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신규사업이 PC방의 절반만 활성화된다 해도 평균 30대 이상의 PS2가 도입되는 플스방의 특성을 고려할 때 30~40만대 이상의 PS2 추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분명 소프트웨어의 대량판매를 가져오는 결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PC방의 보급으로 가정의 초고속통신망이 급속도로 확산된 예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에게도 PS2 판매의 촉매제가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SCEK 역시 이점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플스방이 PC방과 같은 난립사태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되거나 아케이드 게임장의 연장선에 머무르는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선 업주들의 노력으로 좀 더 퀄리티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만 한다. 또한 플스방 운영권을 둘러싼 업체들의 과다경쟁과 독점권의 주장은 플스방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암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이 모든 난제가 적절한 수준에서 해결된다면 플스방 사업은 쾌청일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저변확대는 파이를 나눠먹는 맥락에서 타 게임기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게임유통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업계와 게이머 모두가 인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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