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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드 코어3: 사일런트 라인] 한글 더빙 현장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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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 한글 더빙 현장 습격

오늘 4월 24일 출시될 예정인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의 우리말 더빙 작업실을 게임메카에서 방문했다. 우리말 더빙은 결전,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아머드 코어 3 등을 담당했던 무사이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본 기자가 찾아간 곳도 무사이였다.
 

본 기자와 무사이의 이인욱 PD와는 구면인 사이. 사무실을 들어서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간 고생이 많았는지 예전보다 좀 여윈 모습이다. 이인욱 PD는 영화와 CF 등에서 많은 작업을 했던 유명한 프로듀서이다. 이인욱 PD는 방금 더빙 작업 하나를 끝냈고 이제 박일 선생님(다들 이렇게 부른다) 차례라고 말하며 담배 한 가치 빼어 물었다. 잠시 차례를 기다리던 박일 선생님이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젊은 시절 박일 선생님은 성우임에도 불구하고 쇼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여 인기와 명성을 날렸던 분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뵌 것도 인연이려니 하는 생각에 본 기자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짧은 인터뷰가 이뤄졌다.

젊은 시절 날렸던 박일 선생님(다들 이렇게 부른다)도 이젠 늙었다

가는 세월 누가 막으리. 박일 선생님을 만나다

“박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네, 잘 부탁드릴께요.”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운 표정이 배어 나왔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때만해도 박일 선생님은 상당히 유명하셨고 여러 방송에도 자주 나오셨는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고등학생이라는 단어에 옛날을 회상하듯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박일 선생님은 “그러니까 여기에 발을 담근 것도 근 36년이 다 되어가는군. 그렇지 머, 예전에는 쇼에도 가끔 나오고 했지. 요새도 잘 지내. 일도 재미있고” 평소와는 달리 천천히 대답을 했다. 성우들은 평소에 말하는 것과 방송용 목소리가 매우 다른 경우가 많다. 박일 선생님도 평범하게 말하니 평범한 목소리다.
“요즘 게임에서도 우리말 더빙을 위해 성우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음. 신선하고 재미있어. 다른 작품들과는 말맛이 달라. 원작의 목소리를 미리 듣고 거기에 톤과 길이를 맞추지.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상황도 체크해야하고 그것을 살려내야 해.” 그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는 못하더라도 감독으로부터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는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캐릭터 음성을 살릴 수 없다고 한다.
“이제 게임에서도 서서히 우리말 더빙을 많이 하는 추세인데 성우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봐. 아무래도 우리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면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생기는 것은 좋지. 하지만 충분히 열매를 맺고 결실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서로 협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 처음부터 이것저것 따지면서 일을 해서는 안되지.”

작업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터뷰는 진행할 수 없었다. 박일 선생님도 다른 스케줄이 있다면서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일단 후퇴다. 녹음이 시작되자 박일 선생님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게 흘러 나왔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감탄사를 절로 내뱉었다. 게임의 우리말 더빙 작업은 일단 사전에 게임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 지식을 토대로 진행하며 대사가 상황에 맞지 않으면 프로듀서가 상황 설명을 해주며 반복한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일단 프로 성우가 필요하고 게임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한 프로듀서가 있어야 한다. 또한 원본을 번역한 사람이나 관계자가 옆에서 계속 체크해야하며 더빙 작업 중에서 대사가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 체크하여 대사를 바꾸거나 다르게 작업한다.

더빙하는 장면, 상당히 심각하다

한글 더빙은 목소리만으로 우리말의 느낌과 상황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성우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 플레이 도중에 상황에 맞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고 어색한 경우는 게임의 상황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녹음했기 때문이다. 단 한마디라도 정확한 느낌을 전달해 주어야한다.

[스페셜 기획]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 한글 더빙 현장 습격

이인욱 PD과의 대담

긴 작업 시간이 끝나고 박일 선생님은 다른 스케줄이 있다고 하시면서 서둘러 가셨다. 잠시 휴식시간. 이인욱 PD는 이제야 조금 쉴 틈을 가졌다. 잠시 쉬면서 또 담배를 핀다. 담배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로 보인다.

이 사람이 이인욱 PD다. 얼굴은 공개하기가 껄끄럽다는 몸짓

“이번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요?”
대답대신 이인욱 PD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이인욱 PD는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무엇을 만들어도 최대한 노력하고 최상의 작품성을 위해 작업한다. 돈을 못 벌어도 대충대충 만드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아무래도 게이머들이 한글화에 대해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한글은 자막만 해라, 더빙은 필요없지 않느냐는 둥 그런 소리가 많아서 제대로 된 것을 보여 줄려고요.” 본 기자가 알기로는 우리말 더빙과 한글화는 무사이가 국내 최고다. 이인욱 PD는 한글화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유통사에 대한 입장도 털어 놓았다.
“저희 같은 스튜디오도 열심히 해야하지만 한글화를 맡기는 유통사도 노력을 해야합니다. 한글 더빙을 위해서는 최소한 캐릭터를 분석하고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달랑 번역만 해서 알아서 해달라는 식은 곤란하죠.” 실제로 그런 유통사가 어디냐는 질문에 이인욱 PD는 말을 조금 피했다.
“K사나 E사의 경우에는 화가 날 정도에요. 그들은 그러니까 기간만 맞춰달라고는 식입니다. 달랑 대사 번역한 것 던져주고는 작업할 때 구경도 안 해요. 게임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아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 말이 시작되자 불만이 상당히 많았는지 계속 해서 말을 이어갔다. 엄청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
“그런 식으로 한글화를 하고 더빙을 하니까 게이머들이 문제 삼는 것 아니겠어요. 시늉만 해서는 안됩니다. 같은 대사라도 상황에 맞도록 철저히 다르게 더빙해야 돼요. 대사 번역의 경우도 아무리 프로가 작업해도 게임 플레이에 맞도록 다시 현장에서 수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기 위해서도 유통사의 관계자나 담당자가 반드시 함께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인욱 PD는 국내에 완벽 한글화는 거의 없고 텍스트와 더빙을 한 완전 한글화만 판친다고 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

[스페셜 기획]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 한글 더빙 현장 습격

여기서 한글화의 대략적인 진행 과정을 알아보자

한글화는 우선 유통사에서 게임을 선택하고 한글화 여부를 결정한다. 한글화도 더빙까지 완전하게 하느냐와 텍스트만 한글화를 하느냐로 구분된다. 더빙까지 포함하면 무사이같은 스튜디오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해외 현지 개발사에서 더빙과 한글 텍스트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외주를 받은 스튜디오에서는 게임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게임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각 캐릭터별로 다시 체크하여 캐릭터를 분석한다. 번역된 대본을 유통사측에서 보내주면 대본만 가지고 원본을 비교 분석하며 다시 3일정도 체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성우를 결정하고 섭외한다. 성우가 섭외되면 더빙 작업을 하는데 약 10일이 소요된다. 더빙이 끝나면 작업한 것과 원본을 다시 비교 체크한다. 최종적으로 작업을 마치고 완성된 제품(목소리 등)을 유통사에 넘긴다. 유통사는 작업한 목소리를 담은 CD를 개발사로 보내, 게임에 삽입한다.

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해 디지탈로 쉽게 작업을 한다

여기서 부실해지기 쉬운 곳이 게임에 대한 분석과 캐릭터 분석이다. 시간이 없고 촉박하다면 게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더빙만 하게 된다. 게임과 이질감을 느끼는 문제는 거의 여기서 파생된다.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 우리말 더빙 현장.
성우는 박일 선생님과 단역을 맡은 최원형 목소리 배우


단역을 맡은 성우 최원형씨의 더빙 작업이 끝나고 우리말 더빙의 하루 스케줄이 마감되었다. 성우들도 케이블 방송이 생기면서 상당히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유명한 성우들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물론 수입도 좋다. 게다가 게임으로도 진출이 가능해졌다. 성우들이 모두 돌아가고 무사이 스튜디오에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이인욱 PD는 말했다. “최고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와 유통사, 스튜디오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이중의 어떤 부분이라도 소홀히 여긴다면 부실한 한글화가 이뤄지고 결국은 더빙된 목소리를 외면하며 원본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본 기자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진심으로 말하며 헤어졌다.

우리말이 문제가 아니라 성의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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