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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결산②- 웨스트우드는 왜 E3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전시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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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우드의 또 다른 관심은 ‘온라인 게임’

웨스트우드가 이번 E3쇼에 출품한 작품들은 C&C 레니게이드와 어스 앤 비욘드가 고작이다. 6월 12일 동시발매되는 ‘엠페러: 배틀 포 듄’을 비롯, 아직도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레드얼럿 2의 확장팩 ‘유리의 복수’는 출품을 하지 않았다. 국내에 많은 게이머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 부분에 대해 기자는 행사장 전반에 나타난 EA의 출품작 경향과 웨스트우드의 분위기를 통해 이 궁금증을 해결해 보려고 한다.

웨스트우드가 속해있는 EA는 이번 E3쇼를 통해 자사의 온라인 게임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기자가 본 EA의 차기 온라인 게임은 어스 앤 비욘드를 비롯 심즈 온라인, 스타워스 갤럭시, 해리포터 온라인, 모터시티 온라인 등이다. 이 온라인 게임들을 통해 기자는 EA의 게임개발방향이 온라인 쪽으로 흐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세계 제일의 유통사인 EA가, 그것도 굴지의 게임개발사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EA가 게임개발 방향을 온라인쪽으로 틀었다는 것은 참으로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EA의 가세로 국내 온라인 게임계가 어쩌면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과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것 등등. 국내 업체들과 해외 메이저 유통사들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패키지 게임업계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치고 스타크래프트나 레드얼럿 모방하지 않은 게임이 없고 롤플레잉 게임치고 디아블로나 발더스게이트 따라하지 않은 게임이 없다. 성공한 게임을 따라했다고 또 모두 성공한 것도 아니다. 게이머들의 눈은 이미 해외 메이저 개발사들이 제작한 화려한 그래픽과 특수효과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워크래프트 3, 디아블로 2, 레드얼럿 2, 퀘이크 3 등은 이제 잘 만든 대작 게임이 아닌, 기준 게임이 된 것이다. 기준보다 못한 게임은 당연히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유리의 복수’나 ‘엠페러: 배틀 포 듄'보다 중요한 ’어스 앤 비욘드‘

온라인 게임은 그동안 국내 개발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개발력은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창의적인 게임은 없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영웅문, 드래곤라자, 리뉴얼, 판타지 포 유... 국내 온라인 게임은 너무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스 앤 비욘드, 스타워즈 갤럭시, 심즈 온라인, 모터 시티 온라인 등의 모습을 보면 적어도 해외 메이저 개발사들은 나름대로 온라인 게임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웨스트우드가 이번 E3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온라인 게임분야였다. 본 기자를 비롯해 국내외의 많은 기자들은 따로 마련된 E3 부스에서 어스 앤 비욘드에 대한 설명을 30분 이상씩이나 들어야 했다. 듣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웨스트우드는 이번 E3쇼가 현재 개발중인 어스 앤 비욘드의 홍보의 장이 되기를 바랬으며, 그 방향은 EA전체의 홍보방향과도 맞아떨어졌다. 웨스트우드가 이번 E3쇼에 레드얼럿 2 확장팩 유리의 복수나 엠페러: 배틀 포 듄을 전시했다면 아마 기자들은 이것들에 대한 취재열기로 어스 앤 비욘드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본 기자 또한 그랬을테니 말이다. 결국 웨스트우드는 이번 E3쇼를 계기로 온라인 게임개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이라는 것을 대외에 공표한 셈이다. 이미 개발역량을 확보한 패키지 게임과 함께 온라인 쪽에도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강국이 아니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충분히 앞서나갈 수 있었음에도 당장에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황망(?)한 짓에 철퇴가 내려질 것이라는 추측은 2~3년내에 해외 온라인 게임들이 국내에 밀려들어오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분야에서만큼은 선진화된 개발수준을 가지고 있다며 ‘리니지’, ‘울티마 온라인’ 따라하기를 거듭했던 사람들은 이번 E3쇼에 출품됐던 심즈 온라인, 모터시티 온라인, 어스 앤 비욘드 등을 통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게임들이 경쟁작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크게 여겨지는 만큼 해외 메이저 유통사들은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 온라인 게임들이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맞지 않을 게임들이라고 자조한다면 그것은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패키지 게임시장이 해외 개발사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게임들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자각해야한다. 아류작, 모방작 소리를 들으면서 세계 시장을 공략해 살아남을 수도 없으며 해외 게임개발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해 살아남을 수도 없다. 거대자본을 가진 해외 게임업체들과 국내 개발사들은 천성적으로 개발력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말이다.

 

웨스트우드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자

2년후, 3년후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갖춘 국내 게임개발사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안고 돌아온 E3다. 더 이상 온라인 게임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온 E3다. 웨스트우드가 게이머들에게 왜 끊임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온 E3다. 인기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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