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직장인 S모씨는 최근 단골 피씨방에서 라면을 끓여달라고 주문하다 황당한 소릴 들었다. PC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이제부터 라면을 끓여주지 않겠다고 선언 한 것. 사장은 컵라면은 물론 커피, 음료 등 주류 일체도 셀프서비스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집에서 와이프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평소 PC방을 자주 출입했던 S모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돈만 내면 간식 일체를 제공받은 서비스가 있다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 다른 PC방을 찾았던 S모씨는 마찬가지 대답을 들었다. 라면이나 주류에 대한 서비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모두 ‘셀프’로 바뀌었다. 아니 도대체 우리동네 PC방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라면 끓여주는 서비스는 식품위생법 위반… 최고 3,000만원 벌금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 정책사업국은 지난달 18일 공지사항을 통해 PC방 업소 내 식품류 판매와 관련해 주의할 사항을 알렸다.
PC방에서 제공하는 모든 식품 류의 조리 제공 행위를 금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유인 즉, 현재 PC방에서 경쟁력으로 시행하고 있는 음식조리 행위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컵라면이나 커피, 녹차 등 끓인 물을 부어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며 전자레지 라면이나 뽀글이류는 ‘셀프’로 변경해야 피해를 면할 수 있다. 이는 식품위행법 시행령 21조를 8항을 예를 들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이 같은 내용도 최종 결정된 사항이 아니며 현재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최종 사항이 나오기 전까지의 일종의 선결조치라고 설명했다.

▲인문협이
발표한 `식파라치 주의보` 공문
갑자기 논란이 된 이유는?
PC방에서 간식 일체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것은 분명 오늘 내일 있었던 일은 아니다. PC방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는 1997년 국내 IMF가 터지고 창업 열풍이 불던 때였으며 포화상태에 치닿자 새로운 수익 모델로 혹은 손님 유치 경쟁의 일환으로 간식을 판매하기 시작 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07년 식약청이 음식물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자 ‘식파라치’에 의한 신고건수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에 올랐다. 식파라치란 식품과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식품위생법을 어긴 사업장을 신고해 보상금을 타내는 신고꾼을 말한다. 당초 이 법은 음식물 원산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지난해부터 무허가 판매, 불량식품, 이물질 등 신고포상금에 대한 항목이 확대되면서 PC방의 무허가 음식 판매 신고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컵라면? 커피?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봉지라면을 끓여 판매하는 경우는 무조건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조리로 분류되는 끓인 라면은 식품위생법 시행령 21조 8항에 따라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서비스로 나오는(접시에 담겨) 김치, 단무지, 삶은 달걀도 불법이다. 이 역시 식품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인문협 역시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으며 ‘소포장 제품(꼬마김치 등)’역시 무조건 ‘판매’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PC방이 서비스하고 있는 컵라면이나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행위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에서는 PC방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은 완제품(공장에서 나온 그대로)으로 판매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문협 역시 완제품을 판매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끓을 물은 부어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서비스로 봐야 할 것인지 조리행위로 봐야 할 것인지는 관할구청마다 해석이 제 각각이며 보건복지부에서도 적당한 판례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애매한 실정이다. 결국 최종 해답이 나올 때까지는 일단 ‘셀프’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피씨방에
부착된 식파라치 주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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