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20년 멈췄던 만화 '굿모닝! 티처' 팬게임의 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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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기 학원 만화 굿모닝 티처를 바탕으로 한 팬게임 GMT 게임 프로젝트가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약 20년 만에 다시 개발되어 스승의 날 첫 빌드가 공개됐다. 도키메키 메모리얼 방식을 차용한 이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은 원작의 결말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히로인과 다양한 엔딩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신준수 개발자는 20년 전 일러스트를 보내주었던 원작자 서영웅 작가와 다시 연락이 닿아 공식적인 허락을 받고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GMT 게임 프로젝트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GMT 게임 프로젝트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굿모닝! 티처(이하 굿티)'는 서영웅 작가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소년챔프에 연재한 학원 만화로, 단행본 16권으로 완결됐다. 일출고에 입학한 다소 소극적이고 순진한 학생 박영민과, 젊고 의욕 넘치는 신임 담임 정경희 선생님을 중심으로 고등학교 3년의 생활과 성장을 그린다. 야간자율학습과 토요일 등교, 수능을 앞둔 고3 교실까지, 연재 당시 독자들이 겪던 학교생활을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담아내 인기를 끌었다.

그런 굿티를 사랑해 직접 게임으로 만들려던 팬이 있었다. 그는 2000년대 초 팬게임 홈페이지를 열고 원작자에게 일러스트까지 받았지만, 프로젝트는 끝을 맺지 못한 채 약 20년 동안 멈춰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AI의 도움을 받아 다시 작업을 시작한 그는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첫 빌드를 공개했고, 8월 1.0.0 정식 버전에 이어 11월에는 1.3.0 업데이트까지 내놓았다. 비공식·비상업 팬게임 ‘GMT 게임 프로젝트’를 만든 신준수 개발자의 이야기다.

▲ GMT 게임 프로젝트 소개 영상 (영상출처: GMT 게임 프로젝트 공식 유튜브 채널)

20년 전부터 시작된 GMT 게임 프로젝트

신준수 개발자는 대학 시절에는 카이스트 게임 제작 동아리 '하제'의 회장을 맡았을 만큼 게임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굿티 팬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원작의 결말이었다. 박영민과 천주현이 이어지기를 누구보다 바랐지만, 원작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신준수 개발자는 “'영민을 더 성장시켜서 주현과 이어주자!'라는 마음이 제작 동기의 90%쯤은 차지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 서버를 쓸 수 있게 되자, 그는 곧바로 팬게임 홈페이지를 열고 홍보에 나섰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에 공감한 팬들의 호응은 예상보다 컸다. 동아리 후배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원작자 서영웅 작가와도 연락이 닿아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받았다. 2004년에는 동아리의 기초적인 다이렉트X 엔진으로 그림과 음악, 대사창을 연결한 시제품을 만들어 축제에서 전시하고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신준수 개발자가 만든 초기 GMT 게임 프로젝트 이미지 (자료제공: 신준수 개발자)
▲ 신준수 개발자가 만든 초기 GMT 게임 프로젝트 이미지 (자료제공: 신준수 개발자)

그러나 프로젝트는 거기서 멈췄다. 일을 나누고 참여자들과 조율하며 작업을 이끌어야 했지만, 당시의 신 개발자에게는 그 과정에 대한 감이 없었다고. 도메인이 만료되면서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신준수 개발자는 “가장 뼈아팠던 것은 '역량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접겠습니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숨어버렸다는 점”이라며, “특히 도움을 준 작가분께 볼 낯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약 20년 동안 그는 회사 생활을 이어갔지만, 게임 개발에 다시 도전할 용기는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련을 완전히 놓지도 못했다. 신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선언하면 제 안의 게임 개발자까지 끝나버릴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사이 게임회사에 취직해 팀장으로 일하기도 하며 일찍부터 AI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도 쌓았다.

그러던 2026년, AI 개발의 시대가 열렸다. 이때 신 개발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고 느꼈다. 이에 저장공간에 남아 있던 옛 홈페이지와 프로젝트 자료를 AI 에이전트에게 보여줬고, 완성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프로젝트 재개 인사문에서 그는 “남은 것은 미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마음의 빚, 원작자께 대한 죄송함,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다”라며 지난 20년을 전했다.

개발자가 오랜 기간 모아온 자료 (자료제공: 신준수 개발자)
▲ 개발자가 오랜 기간 모아온 자료 (자료제공: 신준수 개발자)

도키메키 메모리얼에서 영감 받은 GMT 게임 프로젝트

GMT(굿모닝! 티처) 게임 프로젝트는 박영민이 되어 일출고에서 3년을 보내는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평일에는 학습, 집중학습(야자), 체력관리, 동아리·특기, 휴식 같은 '주중 방침'을 골라 능력치를 키우고, 주말에는 도서관이나 번화가, 동네·공원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물들과 관계를 쌓는다. 여러 히로인과 호감도를 쌓으면서 능력치로 엔딩 조건을 맞추는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구조를 뼈대로,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세밀한 능력치를 참고했다. 신 개발자는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며 성장한다는 점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차별화하고 싶었던 부분은 능력치다. 학업과 체력 외에 '배짱', '믿음직함', '공감'처럼 다른 육성 게임에서 보기 드문 요소가 더해졌다. 이는 영민이 조금만 더 대담했더라면, 조금 더 믿음직했더라면, 주현의 마음을 조금 더 잘 헤아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에서 나온 능력치라고.

▲  학업, 믿음직함 등 독특한 패러미터 (자료제공: 신준수 개발자)

시대 배경도 원작을 그대로 따른다. 게임 속 시간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로, 일출고의 모델로 삼을 만한 당시 고등학교 학사일정을 조사해 이벤트 일정을 짰다. 개학일인 3월 4일부터 며칠 간격으로 이벤트가 이어지는데, 수학여행이나 발야구 대회처럼 여러 날에 걸친 원작 에피소드의 흐름을 살리다 보니 날짜별 장면이 촘촘해졌다.

분량도 만만치 않다. 대사를 읽고 선택지를 고르며 첫 엔딩까지 가는 데 12~20시간이 걸린다. 신 개발자는 “욕심이 과해서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닌가 싶다”라며, “이야기를 충분히 전하면서도 더 편하게 즐길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읽은 대사를 빠르게 넘기는 기능을 넣고, 이벤트마다 CG와 AI로 만든 보컬곡 등 음악을 배치해 지루함을 줄였다.

▲ 1.3 업데이트와 함께 다듬어진 캐릭터들 (사진제공: 신준수 개발자)

영민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굿모닝! 티처'

16권에 달하는 원작을 게임으로 옮기는 기준은 명확했다. 플레이어가 박영민의 시점으로 경험하는 게임인 만큼, 영민이 없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생략하거나 영민의 시점으로 바꿔 옮겼다. 신준수 개발자는 “원작에서 영민이 직접 겪은 사건은 조건이 맞으면 가능한 한 모두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결말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영민은 천주현과 이어질 수도, 백승애나 장미란, 이송미와 맺어질 수도 있다. 특히 신 개발자는 원작 곳곳에서 영민에게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이는 이송미를 원작에 숨겨진 '히든 공략캐'라고 해석했고, 공략 대상으로 구현했다.

▲ 주인공 영민과 정경희 선생님의 첫 만남 (사진제공: 신준수 개발자)

인물의 모습도 원작을 기준으로 하되 곳곳을 새롭게 다듬었다. 박영민, 김지현, 천주현은 소년챔프 부록 CD의 미니게임 스탠딩을, 정경희 선생님과 최치선은 20년 전 서영웅 작가가 직접 보내준 일러스트를 기준으로 삼았다. 3학년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13권 표지도 큰 참고가 됐다.

반면 개그성이 강했던 김웅자와 영민 어머니는 평범한 모습으로 바꾸되 둘이 닮았다는 설정은 살렸고, 이신주는 '실력파 솔로 아이돌 가수'로 분위기부터 바꿨다. 신 개발자는 “이 부분은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최근 1.3.0 업데이트에서는 새로 추가한 단역들의 그림 품질이 과거에 만들었던 주역을 앞설 정도가 되자, 주역들의 스탠딩과 표정까지 새로 만들어 전체 분위기를 맞췄다.

어려움도 있었다. 과거에는 사람들과의 협업을 이끌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AI의 도움으로 결과물을 냈다는 데서 오는 복잡한 마음이 있다고. 초기 버전 시나리오에는 AI가 자주 쓰는 표현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이를 직접 읽으며 하나씩 고쳐 나갔다.


▲ 다양한 방식으로 다듬어진 원작 캐릭터들 (사진제공: 신준수 개발자)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GMT 게임 프로젝트

신 개발자가 게임 공개를 스승의 날로 잡은 이유는 굿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날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첫 버전은 후반부 이벤트 순서가 꼬여 있을 만큼 서툴렀고, 공개 뒤에 계속 바로잡아 왔다. 내년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을 마지막 기한으로 삼고, 게임을 다듬고 있다.

신 개발자는 그림과 음악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만, 스스로 매기는 완성도는 85% 정도라고 전했다. 남은 15%는 스토리다. 신 개발자는 “원작을 옮긴 장면과 새로 쓴 장면 사이의 완성도 차이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라며, “새로 쓴 장면은 아직 제가 봐도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어떻게든 원작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아직 감정의 온도가 낮다고 느끼는 장미란과 이송미 루트를 다듬고, 상대적으로 냉담하게 다뤘던 정경희 선생님에도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 개발자가 많은 공을 들인 '발야구' 시퀀스 (사진제공: 신준수 개발자)

▲ 정경희 선생님 특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3학년 훈화 (사진제공: 신준수 개발자)

반대로 개발자가 직접 꼽은 명장면도 있다. 대표적으로 발야구 대회 결승전인데, 영민이 최치선과 다른 팀으로 갈라져 결승에서 맞붙는다. 신 개발자는 “직접 만든 장면인데도 화면이 뜨고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가슴이 울렸다”라며, “원작을 모르는 분들도 원작을 차근차근 읽는다는 마음으로 한번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가장 큰 숙제는 원작의 권리 문제다. GMT 게임 프로젝트는 비공식·비상업 팬 프로젝트로 공개됐으며, 공식 홈페이지에는 권리자가 요청하면 배포 중단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원칙을 걸어 뒀다. 스팀 등 외부 플랫폼에 무료로 출시하는 것 역시 권리자의 허락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AI로 만든 그림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함께 작업할 창작자를 모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신 개발자는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새롭게 되살린 '굿모닝! 티처' 홈페이지 (사진출처: 굿모닝! 티처 팬 페이지)

그럼에도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서영웅 작가와 다시 연락이 닿는 일이다. 신 개발자는 “20년 전 일러스트까지 보내주며 도와준 작가에게 끝내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졌던 일을 먼저 사과하고 싶다”라며, “그동안 창작자로서 어떤 소회가 있었는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공식적인 허락을 받아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계기가 된다면 최치선이 주인공인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정경희 선생님이 주인공인 '졸업' 스타일의 육성 시뮬레이션, 나아가 서영웅 작가의 다른 작품 '레이븐'의 게임화도 상의해 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옛 팬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2000년대 초 홈페이지에 모인 팬들은 부운영자 등 역할을 나눠 활동했고, 다음 팬카페 대표와 교류하기도 했다. 신 개발자는 당시 참여자들의 이니셜을 게임 속에 넣었고, 원작에 이름 없이 등장하는 엑스트라 한 명에게는 당시 부운영자의 이름을 붙였다. 신준수 개발자는 “게임이 옛 팬들이 다시 모여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됐으니, 무엇이든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GMT 게임 프로젝트 개발 중인 신준수 개발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GMT 게임 프로젝트 개발 중인 신준수 개발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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