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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6 메인 스폰서로 AI 채팅 플랫폼 크랙이 선정되며 업계 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사가 아닌 AI 플랫폼이 게임 행사의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콘텐츠 외연 확장이라는 의견과 우려 섞인 시선이 팽팽히 맞선다. 대형 게임사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AI 기반 플랫폼이 게임 행사 메인 스폰서가 된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지스타 2026 메인 스폰서 '크랙‘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 2026'의 메인 스폰서로 AI 채팅 플랫폼 '크랙'이 낙점되며 업계 안팎으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사가 아닌 일종의 회색지대에 위치한 ‘AI 챗’ 플랫폼이 메인 스폰서가 되었을 뿐더러, 지스타 내 콘텐츠 중 몇 안되는 장점으로 손꼽히던 컨퍼런스 역시 종합 예술의 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대형 게임사들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는 AI 기반 플랫폼을 게임 행사 전면에 내세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반면 콘텐츠 외연 확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의견도 맞선다. 하지만 크랙을 단순한 AI 챗이자 외부사로만 규정하기에는 약간의 분석이 요구된다.
▲ 대형 국내 게임사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스타와 크랙의 만남은 상호 필요에 의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사진출처: 뤼튼테크놀로지스 공식 홈페이지)
AI 챗은 게임일까?
크랙은 대화형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AI 채팅 서비스 플랫폼이다. 기본 형태는 이용자가 AI 캐릭터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양방향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이용자가 캐릭터의 성격, 배경, 세계관을 직접 설정하고 대화를 통해 서사를 능동적으로 완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넘어선 상호작용 콘텐츠의 형태를 띤다.
다만 이 AI 기반 챗봇에 대한 시선은 대외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초기형 챗봇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심심이’가 보여준 문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러 문제가 근간에 있다. 제 아무리 높은 처리력을 가진, 고가의 토큰을 요구하는 AI더라도 학습자의 의도에 따라 기존의 제약에서 벗어나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결과값을 아무렇지 않게 내어놓고, 이렇게 AI의 안전장치를 부수는 요소가 ‘팁’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 꾸준히 지적되는 AI 챗 관련 논란에 대한 답은 나오고 있지 않다 (사진출처: 구글)
더해 AI 챗봇에 정서적으로 의존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도 계속해서 공론화되는 요소 중 하나다. 사용자의 목적이나 이상 등,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추어 답을 내놓는 만큼, 일부 사용자에게는 지나친 의존성을 만들어내 현실 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 플랫폼사에서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추가하고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AI 챗 플랫폼사들은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것이 단순한 AI 챗봇이 아닌, 기존 게임에 AI를 더한 상호작용형 매체로 위치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게임 활성화 이전인 초기 테이블톱 RPG가 주어진 규칙을 기반으로, 참가자와 진행자(GM)가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행위 자체로 유희의 본질을 추구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초기 게임의 구조에 입각한다면, AI 챗은 게임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크랙과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가 서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그만큼 이용자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진행자의 역할을 AI에 맡기고, 가상 세계의 이야기를 주도하며 서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 정해진 결말을 수용하는 수동적 매체와 달리, 이용자의 입력과 반응이 세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구조는 초기 RPG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주변 배경, 상황, 캐릭터의 행동 등이 전부 변화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게임적 메커니즘을 차용해 스토리 내 다른 캐릭터의 능력치를 수치화해 제공하거나, 호감도 시스템 및 삽화를 결합해 비주얼 노벨이나 고전 텍스트 기반 RPG를 연상시키는 구조를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크랙은 종합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인기 인터넷 방송인과 계약해 자사 플랫폼이 보유한 게임적 요소와 상호작용 기능을 유료 광고로 노출하고 있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기존 게임 유저를 잠재적 유저로 간주하는 듯한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이용 모델 및 요구 토큰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달라지는 비용과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 특정 오류가 발생할 경우 동일한 의미를 내포한 다른 단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행위로 토큰을 소모하는 일 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편의성이나 본질적인 요소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온전한 게임 경험을 즐기기 위해 기존 게임이 필요로 하지 않는 여러 제반 지식과 텍스트 주입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아직까지 과제로 남아있다.
▲ 침착맨 크랙 '콜라로 세계 정복' (영상출처: 침착맨 공식 유튜브 채널)
▲ 향아치 크랙 '대한제국 버튜버, 조선의 폭군이 되다' (영상출처: 향아치 공식 유튜브 채널)
‘게임 친화적 행보’의 사업적 실익은 무엇일까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지스타 메인 스폰서가 되어 자사 플랫폼 크랙을 선보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관점이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사업적 실익 확보의 가능성이다. 단순 AI 챗봇 시장에 머무르기보다, 게임과 연결된 신생 콘텐츠로 정체성을 확장할 경우 사업 및 지원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게임 산업 육성 정책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업계에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적용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크랙 서비스를 ‘게임’으로 포지셔닝 할 경우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과기부의 'AI 바우처 지원 사업'이나 문체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성장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등 정책 예산 지원 사업의 요건을 충족하기에도 유리하다. 크랙이 단순 AI 콘텐츠를 넘어 생성형 AI 기반 상호작용 게임형 콘텐츠로 분류될 경우, 제작 지원금 확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부의 미래 핵심 산업 간 교집합에 위치하는 전략은 정책적·재정적 이점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 2026년부터 인공지능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이 신설된 바 있다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울러 투자 및 IPO 측면에서 이점을 가질 여지 역시 충분하다. 크랙은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외부 투자금을 이끌어오는 효자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크랙의 성장세에 힘입어 2025년 매출이 1년 만에 약 15배 이상 상승했으며, 애니메이션, 게임, 웹소설 기반 서브컬처 팬덤을 이끌어와 장기간 서사를 소비하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에 지난 4월에는 미국에 신규 서비스 ‘OOC(Out of Character)’를 선보인다 발표하고, 현지에서 테이블톱 RPG인 던전 앤 드래곤 유저층과 애니메이션 플랫폼 크런치롤 구독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고려한다면, 크랙의 지스타 메인 스폰서 참여 역시 홍보 범위를 넓히고 사업 이력을 강화하려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2027년 말 ARR 7억 달러를 목표로, 2028년 한국 혹은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 뤼튼테크놀로지스는 크랙 출시와 함께 매출이 급성장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뤼튼테크놀로지스 공식 홈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AI 챗이라는 분야가 사실상 회색지대에 위치해있다는 것은 더 큰 성장을 목표로 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강조한 AI 챗 사이트들이 여전히 난무해, 유사한 플랫폼 제공자로 묶여 기업의 가치가 함께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크랙의 경우 성인 인증에 따라 작동하는 세이프티·언세이프티 특성 적용 등으로 이용자 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이와 같은 요소들이 잘 알려지지 않기도 하다. 이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뤼튼테크놀로지스는 게임이라는 대중적인 콘텐츠에 발을 옮겨와 이미지를 분리할 필요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즉, 이번 지스타 메인 스폰서 출전은 단순한 AI 챗 플랫폼이 아닌, 융합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스타가 국가 및 지방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양지에 존재하는 행사인 만큼, 이 네임밸류를 기반으로 추가 투자금 확보 및 IPO를 위해 지스타를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여타 성인물 중심의 AI 챗 플랫폼과는 다른 위치에 있음을 포지셔닝해,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한다.
▲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사용자위원회를 출범하고 윤리적 책임과 사용자 보호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도 강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뤼튼테크놀로지스 공식 홈페이지)
‘게임’에 진입한 플랫폼의 당면 과제, 책임의 영역과 관리 기준은?
그러나 이와 같은 실익을 얻기 위해 게임의 영역에 진입할수록 자율 규제와 법적 책임이라는 과제가 수반된다. 만약 향후에 게임으로서의 진출 혹은 실익을 얻기 위한다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및 연령 등급 심의 등 제도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AI 기본법과 기존 게임업계가 수행한 공적 규제의 틀을 동시에 수용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관건이다. AI 채팅 서비스의 경우 웹툰, 웹소설, 패키지 게임과 구동 및 적용 방식이 사용자에 따라 극명히 달라지는 만큼 명확한 심의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하나의 콘텐츠를 제시하더라도 이용자 입력값에 따라 유해 서사가 생성될 수 있는 만큼, 플랫폼 운영사의 관리 역량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 단순히 '인기있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득할 것이 아니라, 지스타를 통해 크랙이 어떤 회사인지 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즉, 이와 같은 모든 면모를 고려한다면 현시점에서 크랙을 단순하게 게임과 관계 없는 회사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게임 이용자층을 공략하며 영역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은 지스타가 발표한 산업 간 융합 흐름과도 그 결이 맞다. 다만 게임 분야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 요구되는 규제와 위험 요소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지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메인 스폰서로서 행사를 찾는 관람객과 잠재적 이용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현장에서 제시할 필요도 있다. 단순히 AI 채팅이나 자극적인 콘텐츠, 반복적이고 모호한 광고 등으로만 소개를 끝낸다면 지스타 주최와 메인 스폰서 양쪽 모두 치명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최 및 스폰서 양쪽 모두 이번 행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