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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디스크 매체 단종 발표로 게임 보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게임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연구와 전시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의 유산으로 정의하며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게임을 디지털복합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향후 국가 차원의 아카이빙 허브를 구축해 체계적인 보존을 이어갈 계획이다
▲ 단종 게임 세미나 패널, 왼쪽부터 이연수 학예연구사,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교수,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 김경철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연구센터장, 경병표 공주대학교 교수, 오영욱 디그라 집행이사, 윤대진 게임문화재단 게임문화진흥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디스크 매체를 2028년부터 단종한다고 발표해 화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게임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게임 개발이 시작된 가운데, 타이틀 보존을 위한 노력과 연구가 태동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라는 주제로 작은 전시가 시작됐으며, 22일에는 단종게임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개최됐다. 국내 연구자 및 게임 보존 전문가들이 한대 모여 게임 타이틀 보존을 위한 연구 성과, 현황,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첫 순서로는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가 단종 소프트웨어 수집 및 보존을 위한 기초 프로젝트 진행의 현실적인 경과를 발표했다. 초기 단종 소프트웨어 보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데이터베이스 수집은 복원이 어려운 온라인게임과 사라진 개발사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정엽 교수는 전했다. 이에 우선 어떤 게임이 존재했는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콘솔 부문은 '퍼펙트 카탈로그'와 같은 책을 활용했다.
▲ 발표를 진행 중인 이정엽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단종 게임소프트웨어 수집 연구 프로젝트 개괄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국산게임은 책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인터넷 자료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없었던 당시 영화등급위원회 심의 자료 등을 토대로 약 6만 5,000종을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정엽 교수는 "게임위조차 옛날 게임 목록은 옛 서버에 저장돼 가동이 어려웠다"라며 "최대한 다 받아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국산 게임 분류가 가능하도록 12개 메타데이터 표준안을 만들어 게임 보존의 토대를 설계했다.
다음으로는 윤대진 게임문화재단 게임문화진흥팀장이 국산 게임 기록 보존 현황과 필요성에 대해 전했다. 게임은 인문학적, 미학적, 사회·문화적, 미디어적 관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시대의 거울이자 유산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게임산업 태동기를 시작으로 온라인게임의 발전기를 거쳤고, MMORPG와 국산 규제의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국산게임의 역사는 화려하지만, 유산은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고 윤대진 팀장은 지적했다.
▲ 윤대진 게임문화재단 게임문화진흥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속 가능한 게임 보존을 위한 윤대진 팀장의 제언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기업은 영업비밀과 저작권 및 비용 부담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컴퓨팅 환경의 변화나 서버 종속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넥슨, 넷마블 등 민간기업 기반의 노력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공적 영역에서는 등급 분류 및 규제 행정을 담당하는 게임위에 가장 많은 자료가 남아있다. 윤대진 팀장은 "문화적, 산업적, 기술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국산게임 보존이 시급하다"라며, "디지털 납본 제도, 서비스 종료 게임의 에뮬레이터 면책권 등 국가, 제도적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순서로는 넥슨뮤지엄 박두산 관장이 게임 보존의 방법과 방향성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게임 아카이빙을 객체, 상호작용, 사회적 관계 면에서 나누어 설명했다. 우선 게임 객체는 플레이하는 기기를 뜻한다. 플랫폼에 따라 물질적, 기술적 대상이 변화한다. 아케이드, 콘솔, PC,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을 거쳐 물질적인 요소는 사실상 사라진다. 1997년 개장한 컴퓨터슈필레뮤지엄은 원본 하드웨어를 방대하게 전시할 뿐만 아니라, 사용 환경(가정, 다락방 등)까지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넥슨뮤지엄 박두산 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보존에서 대상을 정의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 넥슨뮤지엄 전시 방향성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상호작용의 아카이브는 주로 플레이적인 측면에 중심을 둔다. 미국 뉴욕현대박물관이 대표적인 예시로, 팩맨, 테트리스, 미스트 등 '좋은 상호작용'을 기준으로 한다. 초기 게임은 엔딩을 목표로 지정한다면, 이후에는 윤리적 의사결정, 도전정신 등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게이머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상호작용 역시 보존의 대상이 된다. 사회적 관계의 아카이브는 이런 상호작용이 얽히며 경제, 전쟁, 외교 등을 대상으로 한다. 박두산 관장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길드 문화, 이브 온라인의 전쟁, 마인크래프트의 창발적인 서버 유지 등 당시 게임과 사회, 문화적 관계를 과연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넥슨은 초기에는 컴퓨팅 기술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물리적 보존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새로운 전시는 게임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2층은 게임이 개인의 취미를 벗어나 집단의 관심사로 나아갔던 PC 패키지 전시를 진행했으며, 3층은 반대로 개인의 서사에 집중해 넥슨 ID를 토대로 과거에 플레이했던 게임 캐릭터가 맞이하는 등의 방식을 도입했다.
▲ 이연수 학예연구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소프트웨어 보존 필요성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 국립중앙도서관 게임 보존 로드맵 (자료제공: 국립중앙도서관)
마지막 순서로는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연구센터 이연수 학예연구사가 단종 게임 보존 전시 기획과 게임 보존의 필요성을 전했다. 우선 국립중앙도서관은 연구 보존 기관으로, 본래 비디오 등 시청각 매체와 전자 매체, 온라인 매체 등을 보존하는 것에 힘썼다. 본래 게임을 즐겼던 이연수 학예연구사는 게임 역시도 보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특히 일부 서적에는 부록에 게임, 프로그램을 수록하는데, 이를 모두 보존하는 것이 전시로 이어졌다.
각 소프트웨어는 한국 국민의 경험, 추억, 기록이 모두 담겨 있어 중요한 역사 자료다. 특히 게임은 대중적인 기록이지만 서버가 닫히면 소멸하거나, 게임 소유가 사용권으로 변화하는 현장에 놓인 디지털복합문화유산이다. 이연수 학예연구사는 "향후 소니에서도 광매체 생산 중단을 발표하는 등 보존 위기에 놓였다"라며, "국내에서는 게임 납본 수집 체계가 없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 국립중앙도서관을 국가 게임유산 아카이빙 허브로 삼아 보존협력 거버넌스를 출범하고, 2028년 이후에는 평창에 국가문헌보존관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