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알비온의 민스트럴이 된 러프. 이제 레벨 8이 되어 어깨를 으쓱거리며 루드로우 마을 앞에서 다른 사람이 개미잡는 걸 구경하던 난 정체불명의 푸른색 메시지가 채팅창에 뜬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체불명: “너 뭐하는데 아직 레벨 8이냐?” 러프: “???” 정체불명: “일주일동안 뭐했냐구…” 러프: “음 누구얏!? -_-++” 누가 나의 염장을 지르는가? 아이디를 유심히 살펴보던 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열렙의 황제
메로메로가 다옥의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멜로우가 아니다 -_-;).
난 눈을 비비고 다시 채팅창을 살펴봤다. 멜로우를 제치기 위해 열렙을 다짐하던 나에게 태클을 넣은 자가 그 이름도 유명한 메로메로였다니… 에버퀘스트에서도 수많은 클래스를 한계레벨인 60으로 만들었던 메로메로는 심심하던 찰나에 잘됐다며 5시간 전에 카멜롯에 접속해 레벨 10을 만들어버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데… “러프야 어디냐? 똥다리 앞으로 와라. 같이 하자” 똥다리? 왠 똥다리? 난 카멜롯을 5일 먼저 시작했다는 자존심을 구기지 않기 위해 차마 메로메로에게 ‘똥다리’가 뭐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개미만 잡고 있던 나는 이제 개미꼬리만 봐도 헛구역질이 나는 루드로우 마을을 빠져나와 새로운 세상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그래! 이제 모험을 해보는 거야~! 지겨운 개미는 이제 졸업했어!! 가만있자… 똥다리라면 영어로 Dung Bridge 라고
부르는 건가? 이름 참 희한하군.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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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잣말을 궁시렁 거리며 예전에 뽑아둔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Dung Bridge 는 없는 걸… 지난번에
도망가는 개미를 쫓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뒤 보라돌이 계곡에 떨어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기억한 난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서 있는 장소도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_-;; 아무래도 정처 없이 길을 떠돌다간 또 보라돌이의 밥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물어보기로 했다.
러프: "저기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 말이라… 촌동네 루드로우에서 거의 농사를 짓고 살다시피한 러프. 일부 고레벨이 망토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지나가던 장면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던 기억이 떠오른 난 드디어 말을 타보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말을 타고 다닌다!
으하하!
남서쪽 방향의 길을 따라 신나게 달리던 난 마굿간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마굿간 주인이라는 명찰을 단 NPC가 떡하고 서 있는걸 보니 아마도 티켓을 구입해야만 말을 탈 수 있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티켓의 가격은 무려 5실버~!! 컥… 여기서 말타기를 망설이는 순간 채팅창에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가 떴다. 메로메로: “훗 똥다리 모르니?” 사실 8레벨에 5실버가 좀 많은 돈인가? 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메로메로에게 똥다리도 모르는
저렙의 황제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티켓을 끊고 말을 타기로 했다.
역시 새로운 경험은 멋진 것이었다. 비록 망토는 없지만 코텰을 휘날리며 달리는 러프의 마음은 벌써 루드로우 마을을 지나치던 고렙이 된 냥 날아갈 듯 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이 점프도 뛸 수 있을까? 오... 내가 분명히 전에 말이 점프를 뛰는걸 본적이 있는 것 같어. 분명해! 난 아무생각 없이 평소 TV에서 보던 승마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Space Bar] 버튼을 눌렀다. 순간 내 눈 앞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말의 모습. -_-; "헉"하는 비명과 함께 말을 향해 달렸지만 말은 지 등위에서 타고 있던 사람이 떨어지든 말든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앞을 향해 뛰고만 있었다. 그렇다. 말에서 점프를 뛰면 그냥 내려버리는 것이다. 나처럼 말이 점프를 뛴다고 상상하는 왕초보들이여... 조심하자. 결국 아무도 안다니는 길에서 지리조차 모르던 난 절망감에 사로잡혀 개미밭에 맨손으로 뛰어가 자살해버리고 말았다. ㅠ.ㅠ
다시 루드로우의 바인드 장소에 돌아온 난 다시 티켓을 구입하는 삽질을 반복한 끝에 카멜롯 힐이라는 장소의 마굿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급박했다. 채팅창엔 "모두 너만 기다리고 있어", "왜 이렇게 안오지?", "똥다리를 모른다면 얘기해 데리러 가주지 흐흐흐"와 같은 속 뒤집히는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바깥세상(?)에서도 길치라면 두번째 가라고 해도 서러울 정도인 난 지도를 아무리 펴본다 한들 똥다리의 위치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다옥생활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니더냐. 할 수 없이 10분 동안 마굿간 앞에 앉아서 사람이 지나가길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
다행히 친절한 사람을 한명 만나 그 사람을 따라 똥다리라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왜 똥다리인가 했더만 돌로 만들어진 다리 색깔이 마치 똥색깔이더라는… -_-;; 어쨌든 똥다리에 도착한 난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아침 노가다 시장에서 벽돌 바르는 사람이나 시멘트공을 부르듯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팔라구해요~’, ‘클러구해요~’라며 부르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_-;)한 표정으로 인력시장(?)의 한 장을 목격한 러프. 아니 개미를 잡으면 되지 여기서 왜 힘들게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라는 다소 멍청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인력시장의 한마당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는 러프 뒤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메로메로: “러프군. 후후후~” 러프: “헉…!”
열렙의 황제 메로메로는 그 특유의 노련미로 내가 똥다리에 도착해서 자신을 찾아 헤메는 동안 언덕 위에 올라가 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뒤통수가 가렵더라니… 난 메로메로에게 그렇게 짧은 시간 어떻게 광렙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남자가 쫀심이 있지~! 그걸 어떻게 꼬치꼬치 캐물어. 클레릭은 개미를 빨리 잡나? 아니면 늑대한테 보너스 데미지가 있는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뒤덮을 무렵 갑자기 어디선가 파티 초대메시지가 날아왔다. 메로메로였다. 메로메로: “자식 혼자하니까 렙이 안오르지…” 컥! 내 게임 스타일을 어떻게 알아챈거지. 사실 레벨이 낮을 때 이런저런 곤충을 잡으며 재미를 쏠쏠하게 봤던 난 ‘에이 렙업도 별거 아니네~’라며 코웃음을 쳤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게임이 무슨 포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놈 한놈 잡을 때마다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 라면 하나 끓여먹을 정도가 되니 당체 혼자서 게임을 즐기다간 제 명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메로메로: “짜샤 나만 따라와 열렙시켜줄께 으하하하” 난 자존심이 상했지만 별 수 없이 메로메로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타도 멜로우를 부르짖으며 열렙모드에 돌입한 내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적과의 동침이다. 파티구성창을 바라보니 나를 합하여 모두 8명의 풀파티가 구성되어 있었다. 2명의 암스맨과 1명의 팔라딘, 2명의 클레릭, 그리고 2명의 위저드와 나. 얼마나 무서운 넘을 잡길래 이렇게 개떼처럼 모여가는걸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7명의 파티는 저 멀리 언덕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_-; “나두 데려가 ㅠ.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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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리더인 모 암스맨에게 스틱을 걸고 8명이 나란히 달리고 있는걸 보고 있으니 무슨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웃기게 보였다.
러프: “하하 무슨 기차놀이 하나봐여~ 하하하”
그도 그럴 것이 모두 10~12 레벨을 평균으로 구성된 파티에 8레벨 민스트럴이… 그것도 왕초보가 들어와 밑도 끝도 없이 농담만 늘어놓으니… 이들은 무슨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살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 게임 좀 쉬엄쉬엄 합시다~! 농담도 하고!! 라고 말하고 싶었다. -_-; 파티리더: “자 가는 길목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시간이 밤이니까 미스라 던전 아래쪽에 나타나는 좀비를 조심해주시고 몹이 어그로
되면 1111을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똥다리에서 약 2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심상치 않은 빛이 흘러나오는 던전 앞이었다. 이곳이 저레벨용 던전인 미쓰라툼브 라나 뭐라나? 파티 리더의 지시에 따라 던전에 들어가는 대원은 뿅~뿅~하며 화면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음 나 짤라버리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지 -_-a 던전 내부에 들어가자 좁디좁은 계단 앞에 약 30여명의 사람이 웅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이름표가 겹쳐서 무슨 합체된 인간괴물이 탄생한 줄 알았다. 어쨌든 사방에서 사람 죽는 곡소리가 들려오고 음산한 배경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난 겁에 질려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파티리더: “러프님. 아래로 내려오시죠 -_-+” 계단 밑에서 7명의 파티원은 날 살벌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ㅠ.ㅠ 파티리더: “버핑하고 내려갑니다. 풀러는 메카(가명)님이 해주시고 메인탱크는 저, 러프님은 보조 탱크해주세요. 위저드분들은
오버누킹을 피해주시고 클레릭분들은 각별히 조심해서 오버힐이 되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저희 캠핑 장소는 페실방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난 당체 이게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게임에서 탱크가 나오나? 암스캔이 탱크로 변신하는건가? -_-a 오버 누킹은 뭐고 오버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몹이 우글거리는 장소에서 캠핑을 하다니... 놀러갈 데가 그렇게 없단 말인가? -_-; |
재빨리 사냥관련용어를 흡수한 난 대충이나마 파티리더가 지시하는 사항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엄청난 무덤이 길목에 늘어선 가운데 난 조금이라도 뒤쳐져질까봐 미친 듯이 파티리더의 꽁무니를 뒤쫓아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사냥을 시작한 파티.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미쓰라 던전 최하부의 보스방이였던 것이다. 던전에 처음오자마자 보스방에 입문한 러프. 과연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곧 풀러가 “조심하셈 러프님 으흐흐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몬스터를 끌어당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주위엔 죽일 듯이
이쪽을 노려보는 보라돌이뿐… 너무 떨려서 칼을 빼드는 단축키가 뭔지도 까먹을 정도였다. -_-; 풀러가 가장 바깥쪽에 있는 몬스터를
칼로 툭 치고 뒤로 달리기 시작하자 2마리의 보라돌이가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시작되는 엄청난 칼질. 위저드의
마법으로 무슨 불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클레릭이 끝없이 반복하는 힐링. 4마리의 보라돌이는 가장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경험치? 최고였다. 우하하하하… 사실 내가 한 일이라곤 박히지도 않는 칼을 꺼내 공중으로 헛스윙을 한 것
뿐… 물론 나도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칼이 안 들어가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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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한참 순조로운 듯 했으나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풀러가 앞으로 나서서 몬스터를 끌어오는 순간 방 양 옆에 있는 몬스터까지
붙어 5마리가 땡겨져 버린 것. 채팅창엔 “허걱”이란 단어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으나 파트리더의 침착한 통솔에 대충 몬스터가 잡혀가는
찰나…
1마리의 최고급 보라돌이 몬스터가 나한테 붙어버린 것이다. 한대 맞을 때마다 1/4 씩 쭉쭉 깎이는 나의 체력. 클레릭 두 명이 열심히 날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난 놀란 마음에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_-; 너무 당황해서 채팅창에 마구마구 들어오는 “타운트하게 뛰지 말고 그 자리에 서세욧!!!”이라는 도배메시지도 볼 수가 없었다. 떨어지지도 않는 몬스터를 떼보겠다고 방을 휘젓고 다닌 나. 결국 4마리의 몬스터를 더 달아놓고 장렬한(-_-) 최후를 맞고 만다. 내가 사실 뭘 잘못했는지 그때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매일 개미만 잡다가 위험할 때마다 가드한테 도망 다니던 내가 뭘 알겠는가 ㅠ.ㅠ 흑흑. 나의 돌발적인 행동이 파티의 전멸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모든 파티원은 “괜찮아요”, “담부터 잘하면 되지 모”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메로메로의 귓속말이 나의 심금을 파고들었다. 메로메로: “멍팅아 잘 좀 해봐. 네가 무슨 칼루이스냐 던전을 혼자 주행하고 다니게 -_-” 물론 메로메로는 채팅창에는 “러프님 괜찮아요 ^^ 다음부터 잘하면 돼죠 뭐 ^^”라는 가식적인 말을 보내고 있었다. -_-;;;
어쨌든 조언을 해주긴 한거지만 넘해 ㅠ.ㅠ 시체가 던전 입구로 나가는 방향으로 죽 늘어선 모습이 처참한 전투의 궤적을 그려주고
있었다.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파티플레이에서는 한사람의 잘못이 곧 전멸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10여분간 널브러진 시체를 살려줄 클레릭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인지 보스방 근처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멍청하게 살려줄 사람만 기다리고 있던 나. 정확하게 10분이 지나자 갑자기 나의 고향 루드로우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컥~~!
자신의 '레벨 곱하기 분' 에 따라 릴리즈(/rel)가 자동으로 된다는 사실을 그때 안 것이다. 이런걸 오토릴이라고 하던가?
깜빡하고 똥다리 앞에 바인드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난 오토릴리즈가 되어 최종 바인드 지점인 루드로우에 되돌아 와버린 것이다. 미쓰라
던전 보스방 앞에 있었던 사람들은 내가 오토릴리즈가 되자마자 다른 팀원이 와서 살려줬다는 후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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