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는 캐릭터마다의 특징이 잘 잡혀있고, 세계관이 뚜렷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게임으로 만들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게임산업이 발달한 해외, 특히 일본에서는 비디오 게임이 발달해 만화를 그대로 가져와 게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작업이 힘든 편이다. 비디오 게임은 패키지라는 특성상 만화를 게임화하기가 편리하지만, 국내에서 주로 개발되는 게임은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 주어야 하다보니, 방대한 양의 컨텐츠가 필요하고 이를 만화 원작에서 다 얻어내기란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잘 살펴보면 국산 온라인 게임에서도 원작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다. 지금부터, 그 부분들을 찾아내 보자.
|
|
리니지
만화가 신일숙씨의 원작 ‘리니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게임 ‘리니지’는, 서버이름, 지역과 NPC, 각 캐릭터들의 모습 등 여러 면에서 원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보게 되는 서버명에서부터 대부분이 원작 캐릭터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원작 ‘리니지’의 주인공인 왕자 데포로쥬, 반왕 켄 라우헬, 질리언, 이실로테 등등 줄줄이 이어진다.
|
▲반왕 켄 라우헬. 본래는 천민 출신으로 아스테어가 본명이다 |
전부 원작에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원작과 비교해 가장 위치가 독특한 서버를 꼽으라면 2서버 켄 라우헬 서버이다. 켄 라우헬은 원작에서 주인공인 데포로쥬를 죽이려고 했던 인물로, 1서버 바로 뒤에 위치하여 데포로쥬의 수호기사인 3서버 질리언보다도 앞서있다.
왜 주인공을 죽이려했던 적이 주인공 바로 뒤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원작 ‘리니지’에서 켄 라우헬의 캐릭터가 주인공 데포로쥬보다도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노예로 태어나 왕으로서 성공하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주인공 데포로쥬의 고난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만화 ‘리니지’를 읽은 팬들은 하나같이 켄 라우헬에게 빠져들었으며, 도리어 주인공 데포로쥬가 미움받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
▲리니지의 백미 |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임에도 켄 라우헬에게 눌린 데포로쥬처럼 게임 ‘리니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원작의 켄 라우헬은 왕이 아닌자-반왕으로 불리웠다. 게임 ‘리니지’에서도 반왕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성을 차지하고 있는 혈맹의 적대 혈맹을 가리킨다. 단어 뜻만 보면 부정적인 말이지만, 게임속에서는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성을 차지한 혈맹이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많기에, 적대 혈맹을 좋아하는 것이다. 물론, 성 혈맹과 반왕 혈맹이 힘이 비슷해서 서로 뺏고 뺏기는 혼전이 계속되는 곳일 경우는 예외다.
|
▲힘쎈게 최고다 |
게임 내 지역과 그곳에 있는 NPC들을 살펴보자. 말하는 섬과 글루디오 영지, 기란, 하이네(인나드릴) 등은 게임만으로도 원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말하는 섬의 경우 왕자 데포로쥬가 반왕의 눈을 피해 도망쳐서, 군터에게서 기사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때문에, 군터 NPC도 이곳에 있으며 데포로쥬 캐릭터를 기초로 만들어진 군주 캐릭터의 퀘스트도 이 NPC에게서 받게 된다. 마법을 가르쳐주는 게렝 NPC도 있다. 원작에서 마법사 조우를 가르쳤던 스승이었다.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했기에 조우의 천재성에 거품물고 다녔던 불쌍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도 저 레벨 마법만을 가르치고 있다. 원작 속에서나 게임 속에서나 참 찬밥신세다.
|
▲하이네. 원작 이름은 인나드릴 |
기란은 가장 많은 판매 NPC가 있는 점으로도 알 수 있듯, 상업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원작에서는 기란 공국의 왕자만 나올 뿐, 장소나 그 이상의 세부적인 설명은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이네의 경우 원작에서는 인나드릴이며, 여군주 캐릭터의 모델이 된 공주 이실로테의 지역이다. 게임 속 마을과 전체적인 분위기로 알 수 있듯 호수의 도시이며, 여군주 치마에 그려진 백조는 원작에서 이실로테 공주가 부리고 다녔던 동물이다.
글루디오 영지는 마을 자체는 원작의 느낌을 받기 어렵다. 글루디오 영지 자체는 특별한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사냥터에서 원작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카오틱 신전이 있고 음산한 느낌이 가득한 ‘골밭’이라 불리우는 마을 옆 사냥터가 원작에서 글루디오 영주 일가가 몰살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
|
캐릭터의 모습은 군주, 마법사, 요정이, 원작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군주 캐릭터는 데포로쥬 왕자와 이실로테 공주의 모습, 마법사 캐릭터의 경우 각각 조우와 케레니스의 모습을 모델로 삼았다. 요정은 모두 질리언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여자 캐릭터의 모델이 남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으나 사실이다. 여자 캐릭터의 모델은 질리언이 보름의 속박에 걸려 여성으로 되었을 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은 시간이 흐를수록 원작 ‘리니지’와 연계하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원작에 머무르기보단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작 ‘리니지’의 팬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
|
열혈강호
전극진씨와 양재현씨가 합심해 그리고 있는 만화 ‘열혈강호’를 토대로 만들어진 온라인 무협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옷에도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해 원작 ‘열혈강호’와 거리가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곳곳에 원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꽤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의 캐릭터는 주인공 두 사람 한비광, 담화린부터 시작해서 여러 등장인물들과 닮아있다. 도를 쓰는 남자 캐릭터는 한비광과 꼭 같이 생겼으며, 검을 쓰는 여자 캐릭터는 담화린과 꼭 닮았다. 원작 ‘열혈강호’에서 한비광은 화룡도를 쓰고 담화린은 복마화령검을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담화린과 매유진을 닮은 검 캐릭터, 활 캐릭터 |
여성 캐릭터는 검 캐릭터 담화린, 활 캐릭터 매유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싶게 닮은 캐릭터가 없다. 반대로, 남자 캐릭터의 경우는 무척 재미있다. 한비광을 닮은 캐릭터가 등급이 올라갈수록 천마신군 제자들의 모습을 두루두루 거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했을 때는 여섯번째 제자 한비광의 모습, 그 상태에서 등급이 올라가면 앞머리가 한쪽으로 쏠려 다섯번째 제자 최상희를 생각나게 한다. 거기에서 더 등급이 올라 삐죽이는 앞 머리와 옆 머리를 가지게 되면, 세번째 제자인 진풍백을 닮아 보인다.
|
|
|
▲소향아~다섯째 제자 최상희한테 일러버린다? |
‘열혈강호 온라인’ 속에는 게임 속 NPC로 원작의 캐릭터들이 나오며, 말투도 원작과 비슷하다. 원작에서 귀여운 모습으로 사랑을 받은 소향이 현발파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칭얼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저 귀엽고 흐뭇하기만 하다. 소향은 게임 내에서 신수 관련 퀘스트를 주며,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원작의 소향이 데리고 다녔던 뇌응(매), 혈표(표범) 등을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또한, 유선제독부로 가면 시연, 사천왕 비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진상필, 홍균과 함께 절절한 사랑과 우정, 충성의 이야기를 펼쳐보여, 독자들을 눈물바다에 잠기게 했던 장본인들이기에 원작팬들에겐 상당히 의미있는 NPC들이다.
|
▲시연과 진상필. 비현과 함께 삼각관계 이야기는 그야말로 절절절 |
게임을 진행하다 현발파에서 NPC에게 퀘스트를 받다보면 북해빙궁을 언급할 때가 있다. 바로, 원작 ‘열혈강호’에서 한비광을 사위라 부르는 단우헌이 궁주로 있는 그곳이다. NPC가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직접가 볼 수도 있다. 원작에서 겨울이 계속되는 곳이라는 설정답게 NPC들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며, 원작에서 단우헌이 항상 입고 다니는 옷을 ‘열혈강호 온라인’ 내에서 직접 캐릭터에게 입혀볼 수도 있다.
|
▲좌 한비광, 우 북해빙궁주 단우헌. 사위이~ |
높은 인기를 얻은 원작을 게임으로 구현해낸다는 것은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다. 원작의 팬들이 게임을 즐기러 와서 원작과 괴리감을 느끼고 싫어할 수도 있고,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게임에 적응하기 어려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열혈강호 온라인’은 중심점을 잘 찾은 듯 하다.
친근한 NPC, 캐릭터와 배경을 제공해 원작과 아주 동떨어졌다는 느낌도 덜 주고, 너무 원작에 충실하려 한 나머지 매니아 위주가 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원작을 아는 유저이든 아니든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해 준 것이다.
개발사 ‘KRG소프트’는 ‘열혈강호 온라인’의 주목도에 고무되어, 그 뒤로 ‘열혈강호 스트라이커즈’,’열혈강호 사커’ 등도 선보였다. 이 게임들 역시도 원작 ‘열혈강호’와 캐릭터, 맵 등에서 원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
|
바람의 나라
‘바람의 나라’는 PC방이 한창 부흥하던 시기, 리니지와 함께 온라인 게임계의 양대 산맥을 이룰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게임이다. 그때보다 순위가 떨어진 지금도 40위권내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며 장수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만화가 김진씨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원작과의 연계성은 고구려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없는 편이다.
|
|
레드블러드 온라인
만화가 김태형씨의 만화 ‘레드 블러드’를 원작으로 ‘고릴라바나나’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다. 개발중이다보니 아직 CBT 예정조차 나오지 않은 게임이기에 원작과 비슷하다 다르다 언급하기가 애매하다. 그러나, 앞의 게임들보다 훨씬 원작의 느낌을 많이 풍길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다. 게임 ‘레드 블러드’의 아트 디렉터가 바로 원작 ‘레드 블러드’를 그린 만화가 김태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화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종족은 물론, 만화와 게임의 연계 퀘스트도 있을 예정이다.
|
▲레드 블러드 온라인에 등장할 종족 중 하나의 모습 |
‘레드 블러드’ 개발자들이 직접 만화와 관련있는 퀘스트들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NPC들도 만화 원작속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나올 예정이라, 어떤 게임보다도 원작의 느낌이 잘 살려진 게임이 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만화와 게임. 의미있는 동거
‘레드 블러드 온라인’을 제외한 ‘리니지’,’열혈강호 온라인’,’바람의 나라’ 등은 제작한지 오래된 게임이다. 이 게임들이 제작될 때에는 원작과의 연계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온라인 게임의 내용을 중요시 여기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온라인 게임 속에서 원작 만화나 소설 같은 다른 컨텐츠에서 느낀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났다.
이는 만화 원작의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 감동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워했던 게이머에겐 무척 반가운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언젠가 만화책에서 느낀 감동을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도 온전히 느낄 가능성을 높여주리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영원한 나의.... 주군! 열혈강호에서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 |
- [순정남] '대책 없는 쓰레기'지만, 평가는 좋은 악당 TOP 5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아이온2 출시와 함께 엔씨소프트 주가 15% 급락
- 지스타 불참사 관계자들이 밝힌 '지스타 패싱' 이유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엔씨 신더시티, 멋진 겉모습 뒤 부실한 슈팅게임 기본기
- 라운드8 이상균 디렉터의 소울라이크 신작, 윤곽 드러났다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포토] 지스타 코스프레, 올해 대세는 체인소맨&레제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