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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스토킹 – 주인공을 이끌어주는 존재,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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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또한 사람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만큼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혼자 고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힘이나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때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존재를 우리는 ‘멘토’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같은 존재다.

▲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한 다른 일행들에게,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학식을 지닌 간달프는 훌륭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혼자서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슈퍼맨 같은 캐릭터지만 스토리에 따라 주인공 역시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일에 부H힐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주인공이라도 타인의 힘이나 지혜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도 ‘멘토’의 존재는 필요하며 ‘멘토’들은 종종 게임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이렇게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멘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멘토, 스승

▲ 왕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멀린

‘멘토’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는가?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부분 스승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 제자가 크게 의지할 수 있는 스승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교육 = 서비스’라고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관계가 형성되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각별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 중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특히 강조되는 게임들은 무협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무협 게임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대단한 스승을 적어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여타 장르의 게임들과는 달리 스승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비중이 높다.

▲ 그래픽은 차마.. 차라리 2D로...

무협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유명한 무협 소설을 원전으로 해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무협 소설의 대가 김용의 작품을 원전으로 한 게임 ‘녹정기’를 살펴 보자.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입만 살아 있는 ‘위소보’의 사부 중 한 명인 ‘진근남’은 ‘천지회’의 총타주 중 한 명이다. ‘위소보’가 워낙 뻔뻔하고 능글맞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상담같은 것을 하지는 않지만, ‘진근남’은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죽을때까지 ‘위소보’를 여러차례 돕는 역할을 한다.

▲ 스네이크에게 단순한 스승이상의 존재였던 더 보스..

무협이 아닌 게임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찾아 볼 수 있다. ‘메탈기어솔리드3’에 등장하는 ‘스네이크’의  스승이자 최강의 군인이었던 ‘더 보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더 보스’는 현자들에게 아들을 빼앗겼고 그걸 빌미로 ‘메탈기어솔리드3’의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더 보스’는 ‘스네이크’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제자인 ‘스네이크’가 자기를 끝까지 배신자로 알게 해서 임무를 다 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스네이크’는 스승인 ‘더 보스’를 쓰러뜨리고 ‘더 보스’를 초월하는 칭호 ‘빅 보스’를 얻게 된다. ‘더 보스’는 ‘멘토’로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승이 제자를 생각하여 자신을 뛰어넘게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함께 일을 처리하는 스승들과 달리 아예 대부분의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스승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데드 오어 얼라이브’에 등장하는 ‘하야부사’가 있다. 사실 ‘하야부사’는 격투게임의 단일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주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활약이 클 수 밖에 없다.

▲ 그 이름은 먼치킨

‘하야부사’는 본래 ‘닌자용검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야부사’는 악을 물리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용검'이라는 일본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편에서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강해서 안쓴다는 말은 없지만) 캐릭터다. 그에게는 ‘하야테’라는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 있는데, ‘하야테’의 조직 ‘무환천신류’가 위기에 빠졌다. ‘하야부사’의 도움으로 ‘라이도우’를 다시금 몰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최후의 전투에서 ‘하야테’는 실종되고 ‘하야부사’는 ‘하야테’의 제자인 ‘카스미’를 돌보는 셈이 되었다. ‘하야부사’는 같은 주역 캐릭터이지만 매 시리즈마다 별로 이룬 업적이 없는 ‘카스미’와는 달리 거의 실질적으로 적을 분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2편에서 ‘하야부사’는 ‘무환천신류’의 닌자들로부터 ‘카스미’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하야부사’가 ‘카스미’를 보호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환천신류’에서 추격을 포기할 정도이니 매우 강력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카스미’에게 있어서 ‘하야부사’는 비록 직접 가르침을 받은 스승은 아니지만 정신적 지주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는 스승이다.

▲ 생긴것과는 달리 지혜의 상징인 켄타우로스?!

꼭 인간만이 멘토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가의 명작 ‘샤이닝 포스’ 시리즈의 한 작품인 ‘샤이닝 포스 네오’의 ‘그라함’이라는 캐릭터는 요새를 수비하는 국경의 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으면서 주인공인 ‘맥스’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캐릭터는 윗쪽은 인간이고, 아랫쪽은 말인 즉,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다. 보통 ‘켄타우로스’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대부분의 스승을 맡고 있는 대현자 ‘케이론’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인간 외의 존재를 스승으로 삼는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는 없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하다.

▲ 알고 보면 막장 게임 철권. 원래 막장이었던가?

게임 속 스승 캐릭터들은 이렇게 제자들을 위해서 조언과 조력을 아끼지 않지만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것 같다. ‘철권5’의 ‘펭 웨이’는 자신의 중국권법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무투가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권(神拳)’이라고 불리는 중국권법의 달인의 아래에서 수행에 전념해, 성인이 된 무렵에는 동문최강이라고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강함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한 나머지 금기시되어 있던 타류시험에 손을 대게 된다. 당연히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충고를 하지만 ‘펭 웨이’는 ‘신권’을 죽여버린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셈이다.

▲ 헬렌켈러와 그의 설리번선생님

심리적인 부분보다 현실적인 부분을 이끌어주는 사람들

스승이라는 존재는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꼭 스승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을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캐릭터들도 있다. 이들은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에 의해서 멘토가 성립하는 것과는 달리 주인공과의 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주인공과 깊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일반론을 이아기 할 수는 있어도 주인공의 깊은 고민까지는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따라서 정신적 혹은 심리적인 부분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 조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현자나 예언자로 불리는 캐릭터들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

▲ 복장부터 온몸으로 자신이 예언자임을 보여주고있다.

우선, ‘워크래프트3’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메디브’라는 캐릭터를 한번 살펴 보자. ‘메디브’는 ‘버닝리전’의 침공을 받아 대륙이 황폐해질 것을 예견하고, 오크 종족을 이끄는 수장 중 하나인 ‘쓰랄’에게 그들의 종족을 이끌고 다른 대륙으로 떠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여러 종족이 ‘버닝리전’의 침략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신 나름의 행동을 취하는데, 게임 내에서 나타나는 ‘메디브’의 행동은 전형적인 예언자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왕자님인데 좀 많이 터프해 진듯하다

한편, ‘페르시아의 왕자 : 전사의 길’에서도 현자는 등장한다. 바빌론 어느 한적한 곳 천막에서 기거하는 늙고 신비한 이 사람은 여느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지식과 학식을 갖추고 있는 듯 하며, 주인공 ‘페르시아의 왕자’는 현자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러한 현자 캐릭터들의 문제는 하는 말이 너무 복잡해서 가끔 조언을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 조금은 웃기는 복장

한편, FPS게임인 ‘바이오 쇼크’에서도 이런 캐릭터를 찾아 볼 수 이다. ‘바이오 쇼크’는 주인공 ‘잭’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 의문의 추락으로 1960년 대서양 부근의 수중 도시 ‘랩쳐’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신체의 유전자를 변형 및 강화하여 숙주의 신체를 발달시켜주는 유전물질 ‘아담’이 개발되었다. 잭은 ‘랩쳐’에서 ‘아틀라스’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그는 본래 ‘랩쳐’의 창시자 ‘앤드류 라이언’의 조언자였는데, ‘앤드류’가 개발한 ‘아담’이라는 물질의 위험상을 알고 사용을 자제할 것을 충고했으나 이를 무시한 ‘라이언’이 1959년 1월 1일, ‘아담’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켜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아틀라스’는 ‘랩쳐’ 어딘가에 갇혀 있을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무전으로 가이드를 하게 된다.

한편, 요즘 게임에서는 박사와 같은 전문지식인들도 ‘멘토’로서 큰 역할을 한다.

▲ 괴물들아 죽어라

마냥 뛰어다니고, 적들을 해치우는데에만 집중하거나 주어진 단서로 추리만 하면 되었던 예전 게임과는 달리 요즘 게임은 과학적 근거 등에 의존하여 게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인공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많은 자료를 모아도 자료의 가치를 알기 힘들다. 따라서 주인공과는 별도로 ‘레지스탕스’의 ‘말리코프 박사’와 같이 전문 지식인이 게임에 등장하여 몸으로 뛰어다니느라, 혹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주인공의 단점을 메꾸어 준다. 이러한 전문지식인들은 주인공들이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조사나 연구를 통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흑막들을 제외하면 누구보다도 게임 속의 비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문제는 영화에서도 자주 그렇지만, 비밀을 거의 다 알아내고 주인공에 알려 주기 전에 죽거나, 실종되어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거나 늦게 전달하게 되어, 결국 남은 부분은 주인공이 알아서 생각해야 한다.

▲ 이웃나라의 공주 파라

여성들도 ‘멘토’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페르시아의 왕자 : 전사의 길’에 등장하는 여성인 ‘카일리나’가 있다. 그녀는 처음에는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왕의 무기력한 하녀로 등장한다. 왕자는 여왕의 충실한 부하인 ‘샤디’로부터 그녀를 구해주고, 빚을 갚아준다. 이러한 왕자의 친절에 그녀는 왕자에게 ‘성의 중앙 알현실에 접근하는 법’과 ‘시간의 모래’의 창조를 막는 법을 알려주며 왕자를 돕는다. 또한 후편 ‘2개의 왕자’의 ‘파라’라는 캐릭터는 ‘다크 프린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 게임 속에서 대부분의 조언자들이 중년을 넘은 남성들이지만 지혜를 구하는 데에는 상대의 성별이나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젊고 아름다우면서도 지혜를 발휘하여 주인공을 도와주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는 히로인보다 더 매력적이고 인기있는 경우가 많다.

▲ 모든 사건의 원흉???

‘랑그릿사’ 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 ‘제시카’ 또한 대마법사로서의 역할을 다 한다. 그녀는 어둠의 마검 ‘알하자드’에 대항하기 위해 ‘랑그릿사’를 탄생시킬 것을 제안하여, ‘랑그릿사’를 둘러싼 이야기가 시작되게 한 장본인으로 ‘랑그릿사’ 시리즈 전반에 등장하여 주인공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도움은 되지 않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 차기작도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

이 외에도 유명한 ‘젤다’ 시리즈의 ‘시간의 오카리나’에 등장한 '나비'나 ‘황혼의 공주’의 '미드나', ‘바람의 택트’의 ‘사자왕’ 등 플레이어에게 지혜를 불어넣어 주는 다양한 조언자들을 볼 수 있다.

▲ 그림그리모어, 오딘스피어, 오보로무라마사로 이어지는 명작게임

그러나 조언자의 충고를 무시하고 용을 잡으러 여행을 떠나고자 한 ‘프린세스 크라운’의 젊은 여왕 ‘그라드리엘’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조언이 항상 먹혀드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옳은 조언을 하더라도 조언을 듣는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라드리엘’은 나이가 매우 어렸다는 점이 고려되기는 하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조언을 듣고 기사단에게 용 퇴치를 맡겼어야 했다. 게임 상에서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는 했지만 언제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가는 큰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 주역보다 더 빛난 조연, 제갈량

게임 속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주인공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크건 작건 다른 캐릭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멘토 대상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결국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거나 결국 듣지 않았던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올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한 행동이므로 이들의 행동이 무익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멘토 캐릭터들이 있음으로 해서 주인공은 올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으며 게임은 해피 엔딩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게임메카 유저들이 생각하는 멘토는 누가 있을까?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가 있다면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기사에 댓글을 남기면서 그 분들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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