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 ‘마징가Z vs 태권브이’ 등 당시 유행했던 로봇물에 등장했던 로봇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해 다투는 일이 자주 있었다. 사실 이런 것은 큰 의미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다. 서로 세계관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대결을 시켜봤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관이 같은 작품들이라고 해도 시대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설사 비교를 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누구보다 더 강하다’라는 정량화된 수치가 제공되지 않아서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 창세기전 세계에서는 이 사람이 최강!
소모적인 논쟁이지만 팬들은 서로 다른 작품에서 누가 더 강한지 여부를 알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같이 나오거나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보고 싶은 것이 팬의 마음이다. 이러한 유저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 게임이란?
일반적으로 음악에서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혼합되면, 우리는 그것을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흔히 알고 있는 팝이나 발라드 혹은 클래식 등 정형화된 장르가 아니라 이들을 적절히 조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은 기존 장르의 음악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을 선사해 준다. 게임도 음악처럼 두 개 이상의 장르를 결합한 형태의 게임이나, 두 개 이상의 기존 게임을 혼합한 게임을 ‘크로스오버 게임’이라고 부른다.

▲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게임인 엑스맨 vs 스트리트파이터
그러나 요즘 게임은 대부분 두 가지 장르 이상의 특징을 동시에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에 장르의 구분이 매우 어렵다. 즉, 여기서 말하는 ‘크로스오버 게임’이란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여서 함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로스오버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로스오버 게임 중에서 가장 처음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으로는 ‘콤파치 히어로’ 시리즈가 있다. ‘콤파치 히어로’는 특수 촬영물과 로봇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들을 크로스오버 한 뒤, SD 캐릭터화하여 성공한 게임이다. 사실 ‘크로스오버 게임’이라는 것이 그냥 이곳 저곳에서 캐릭터만 가져와서 게임에 붙여넣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게임들은 서로 상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아놓았을 때 발생하는 ‘위화감’을 없애는 것이 ‘크로스오버 게임’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게임 구현상의 문제이겠지만 SD가 아니었으면 하는 게임, 슈퍼로봇대전
‘콤파치 히어로’는 ‘크로스오버 게임’의 핵심 포인트인 ‘위화감’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평가를 받았다. 게임의 특징이 로봇과 특수 촬영물의 크로스오버, 그리고 SD화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로봇대전’의 모태가 되는 게임이다(사실 슈퍼로봇대전의 첫작품은 이 콤파치 히어로 시리즈의 작품 중 하나였던 것이 시리즈에서 떨어져 나와 나름대로의 시리즈를 구축해 나가게 되었다).

▲ 수많은 무장들이 등장하는 무쌍오로치
한편 ‘코에이’의 무쌍 시리즈 중 ‘무쌍오로치’는 ‘전국무쌍’과 ‘삼국무쌍’의 캐릭터들을 크로스오버 시키고 있으며, ‘건담무쌍’이라는 또 다른 ‘크로스오버 게임’을 내기도 하는 등 당당하게 (?) 크로스오버계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 당신도 연방의 하얀악마가 될 수 있다! 건담무쌍

▲ 캡콤과 SNK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미녀 춘리와 마이
여러 게임 장르 중에서 가장 크로스오버가 활발한 장르는 ‘대전격투게임’이다. 대전격투게임은 게임의 포커스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여러 작품을 섞는데 그다지 큰 부담이 없다. 캐릭터의 매력만 잘 살리면 팬들은 쉽게 만족하기 때문이다.

▲ 벌써 12편째, 나의 아테나는 이렇지 않아!
대전격투게임의 ‘크로스오버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 시리즈다. KOF는 당시 대전 액션 게임계를 주름잡고 있었던 ‘용호의 권’, ‘아랑전설’과 ‘SNK’ 게임에 출연했던 캐릭터들을 한 곳에 모은, 팬 서비스 성격의 ‘크로스오버 게임’으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게임이다. 과거 KOF를 즐겼던 게이머들 중에서는 단지 ‘아랑전설’이나 ‘용호의 권’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플레이하게 되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소울칼리버’ 시리즈도 게임 내에서 다른 세계관의 캐릭터들을 참여시키기로 유명하다. ‘철권’의 ‘헤이아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나 ‘요다’가 추가되기도 하고 ‘케로로’의 ‘앙골모아’가 등장했다. 기종 별로 추가 캐릭터를 다르게 넣었다는 점과, 그 이후 다른 기종에 포함된 캐릭터를 ‘DLC(Download Contents)’ 판매를 했다는 점이 유저 입장에서는 괘씸한 부분이긴 하지만, 게임 내에서 ‘요다’나 ‘다스베이더’를 조종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로스오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 요다가 최고다!!
대전액션의 명가 ‘캡콤’은 크로스오버 게임을 자주 개발했다. ‘캡콤 vs 마벨 히어로즈’, 라이벌 회사라고도 볼 수 있는 ‘SNK’와의 크로스오버 게임인 ‘캡콤 vs SNK’, 일본히어로의 명가 ‘타츠노코 프로덕션(국내에서는 독수리 오형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가챠맨이라던가 골든 라이탄 같은 작품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작품과의 크로스오버 게임인 ‘캡콤 vs 타츠노코’ 등 다양한 크로스오버 게임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캡콤 vs SNK
‘캡콤’은 대전격투게임이 아닌 크로스오버 게임도 제작했다. 제작사 ‘남코’의 게임들과 크로스오버한 ‘남코 크로스 캡콤’이라는 게임으로 이 게임은 슈퍼로봇대전과 같이 각 작품의 캐릭터들이 한 타이틀에 모여서 펼치는 시뮬레이션 RPG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었다.

▲ 정말 다양한 크로스오버 게임이 출시되었다.
최근에 나온 작품으로 ‘모탈컴뱃 vs DC 유니버스’이 있다. ‘모탈컴뱃’은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2’가 한참 유행일 시절에 만들어진 실제 사진을 캡처한 캐릭터로 이루어진 게임인데 잔인한 피니쉬(페이탈리티)로 유명한 게임이다. ‘DC 유니버스’는 미국의 슈퍼 히어로물인 ‘DC 히어로’를 말하며, 두 작품의 캐릭터들을 크로스오버한 게임이다.

▲ 실제로 싸우게 되면 결과는 뻔하지만...

▲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 파이널 판타지 13편은 언제나오나...
RPG에서도 ‘크로스오버 게임’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로 ‘파이널 판타지’로 유명한 ‘스퀘어 에닉스’의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동안 ‘파이널 판타지’의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크로스오버한 게임으로, ‘파이널 판타지’같은 RPG가 아닌 ‘드라마틱 프로그레시브 액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라고 쓰고 대전액션이라고 읽는다)로 등장했다.

▲ 테일즈 오브 더 월드, 각 테일즈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여기에 21세기 들어 수많은 시리즈를 찍어내기 시작한 ‘반다이남코’의 ‘테일즈’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보이부터 PSP까지 5편(최초의 게임인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월드까지 포함)이 개발된 ‘테일즈 오브 더 월드’ 시리즈가 있다. 이 게임은 오리지널 주인공을 선택하여 테일즈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동료로 삼아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으로, 인기 많은 ‘테일즈’ 시리즈의 캐릭터들과 세계관의 조화, 액션을 살린 ‘테일즈’ 특유의 액션을 잘 살려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PSP로 발매된 ‘테일즈 오브 더 월드 레디언트 마이솔로지' 시리즈는 정식발매되었다.
이 게임들 이외에도 명탐정(이라고 쓰고 학살자라고 부른다) ‘김전일’과 ‘코난’이 동시에 등장하는 ‘명탐정 코난&김전일 소년 사건부’같은 크로스오버 게임도 있다. 이 둘의 추리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지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게임이다. 이 밖에 외계인을 크로스오버를 한 게임 ‘에얼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도 있다.

▲ 외계인과 외계인의 싸움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한국에 한글화되어 정식발매 된 ‘CFK’의 ‘크로스 엣지’가 있다. ‘캡콤’의 ‘뱀파이어 헌터’ 시리즈 캐릭터, ‘가스트’의 ‘마나케미아’, ‘마리의 아뜨리에’ 시리즈의 캐릭터, ‘반다이남코’의 ‘알토네리코’, ‘아이디어 팩토리’의 ‘네버랜드 시리즈’, ‘닛폰이치’의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 등 수많은 게임들을 크로스오버한 작품이다.

▲ 한글화되서 출시된 크로스엣지
이렇게 크로스오버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도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크로스오버 게임의 문제점
그렇다면 ‘크로스오버 게임’은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는 여러 작품들이 한번에 등장할 경우에는 서로 세계관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 유저의 기호도 고려해야 한다. 유저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크로스오버 물에서 저평가 받으면 불만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게임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원작의 팬과 작품의 인기에 기대어 양산되서 나오는 크로스오버 게임이 더 큰 문제다. 대부분의 ‘크로스오버 게임’이 팬서비스적인 측면을 가지기 때문에 퀄리티보다 판매량에 주력하여 정말 형편없는 게임이 다수 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로봇 애니메이션과 슈퍼로봇대전의 인기를 등에 업었지만 팬들을 실망시킨 스크램블 커맨더
이렇게 크로스오버 게임은 원작의 인지도에 크게 좌우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고, 이것은 ‘크로스오버 게임’의 한계이기도 하다. 물론 ‘크로스오버 게임’의 성격상 제작되는 것만으로 팬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 팬들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의 인기에 묻어가는 식의 게임이 아닌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어서 새로운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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