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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헛된 욕정이 사기를 부른다: 온라인 게임 속 ‘꽃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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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교양 수업을 들을 때의 일이다. 팀 과제로 발표수업이 있었는데, 같은 조에 속한 사람이 나를 제외하면 모두 공대생과 음대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당연히(?) 공대생들은 전부 남자). 구성원끼리 간단한 인사를 하고 발표수업을 위해 각자 맡은 일을 배분했다.  나는 자료 조사, 공대생들은 자료 정리와 발표 원고 작성, 음대생들은 프리젠테이션 관련.

뭐, 여기까지는 흔히 보이는 대학 발표수업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음대 여학생들이 자기들이 맡은 과제인 ‘프리젠테이션’을 보더니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공대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건네는 한 마디가 압권이었다.

▲ 이 참담한 상황에서 공대생들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출처는 여기)

“선배님, 저희 파워포인트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신 해주시면 안될까요? 나중에 밥 한 끼 사드릴께요♥”

오, holy shit! 공대생들은 10초간 멍하니 있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음대 여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 작성’과업을 기꺼이 떠맡아주었다. 나는 이 황당한 풍경을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만일 내가 저렇게 애교를 부리며 과업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열 받은 공대생들이 외계어로 쓰여진 전공책을 꺼내 내 머리를 후려치고, 랜선을 꺼내 목을 매달았으리라. 남자들이 왜 여자들의 영원한 노예일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던, 실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 정말로 이런단 말인가? (출처는 여기)

사이버 세상에서도 여성은 곧 권력이다

대학교 교양 수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절대 굶주린(?) 공대생들이 불쌍하다거나 음대생들이 치사한 수를 썼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가 아니다(제발 믿어달라). 이런 풍경이 현실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계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기 이전, PC통신에서도 그랬고 커뮤니티에서도 그랬었다.

내가 PC통신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6년이다. 이미 이 때는 소수의 오덕후(당시에는 선구자 내지는 개념인으로 불렸지만)가 자기들끼리 PC통신을 ‘즐기며’ 낄낄대던 시절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PC통신이 꽤 보급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 이분은 이미 2천년 전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를 낚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 팬클럽 등의 특정 동호회를 제외하면, PC통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회원은 극히 드물었다. 때때로 대화방에서 만나 커플이 되었네 어쨌네 식의 훈훈한 이야기가 가끔 떠돌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고, 게시판이나 동호회에서 보이는 사람의 대부분은 땀내나는 남자 들 뿐 이었다.

이런 성비의 불균형 덕분에, 여성 회원들은 어딜 가든 ‘아이돌’ 취급(절대 과한 말이 아니다)을 받았다. 굳이 아이돌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많은 동호회에서 여성 회원이 여러 가지로 특권을 누린 것은 사실이다. 정기 모임에서 회비를 면제 받는다든가, 여성 회원이 주최하는 모임은 사람이 더 많이 몰린다든가 등으로 말이다. 드물게는 인기 있는 여성 회원 하나를 둘러싸고 동호회가 파벌까지 나눠 분열되는 추잡한 일도 있었다(이 사람들은 고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왜 잘 나가다 말고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해 자살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PC통신의 시대도 가고,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제는 온라인 게임이 대세가 되었다. 물론 다른 요인도 많았겠지만,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역시 타인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햇볕도 안 드는 방구석에 앉아 크리넥스를 옆에 두고 컴퓨터와 함께 우울한 주말을 즐기는 것 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이 몇 백배는 즐거운 일이니까 말이다. 부실하긴 하지만, 방구석에 앉아서 타인과 ‘인맥’까지 쌓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복돌이들의 압박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세기말 PC게임 시장에서, 불법복제 걱정이 없는 온라인 게임은 정말 미친 듯이 성장해갔다. ‘스타크래프트’와 더불어 ‘리니지’나 ‘라그나로크’를 모르는 사람은 대화에 끼기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서도 여성 게이머는 여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여전한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정작 여성 게이머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특권’

온라인 게임에서도 여성 게이머는 특권을 누렸다. 예를 들어, 남성 게이머가 유명 길드에 가입하려면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등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성 게이머는 단지 자신이 (예쁜) 여자라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지금도 어떤 게임이든 각 길드 제1의 영입대상은 여성 게이머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 여성 게이머의 ‘특권’에 좀 색다른 문제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바로 ‘레벨’과 ‘아이템’이다. 여성 게이머만 보면 뭘 그렇게 도와주고 싶은지 몰라도, ‘오빠’ 한 마디면 하던 사냥도 집어치우고 달려와서 도와주는 남성 게이머들 덕분에 여성 게이머들은 편하게 레벨업을 즐길 수 있고, 장비가 좀 나쁘다 싶으면 빵빵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거야 말로 ‘여자라서 행복해요’가 아닐까. 잘해봤자 도토리만한 동호회 권력을 놓고 키보드 배틀이나 뜨던 PC통신과는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는 이유 ⓒ Wallis Retail 2007

하지만 이런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여성임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여성 게이머는 그다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특권 뒤에는 굶주린 남성 게이머들의 뻔한 흑막, 아니 남성 게이머들의 이런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게임 좀 즐기려고 접속했더니 하나같이 작업 거는 남자들이 말을 건다면 얼마나 귀찮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결국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여성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게이머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우호적인 남성 게이머들의 관심이 싫은 나머지, 자신을 남성으로 위장하는 여성 게이머가 있을 정도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여성 게이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많은 여성 게이머들은 자신의 성별을 권력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그냥 다른 게이머 들처럼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게이머들은 스스로의 욕망 때문에 여성 게이머들에게 ‘특권’을 주었고, 이는 자신의 성별을 이용해 우위를 장악하려는 ‘여성’을 낳게 된다. 정말 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자의 탈을 쓰고 당신의 아이템을 노리는 사기꾼들

대부분 온라인 게임의 목적은 레벨과 아이템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두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고레벨을 달성하는 것과 좋은 아이템을 차지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뒤따르는 일이다. 현실 세계와 별 다를 바 없는 원리다. 그리고 현실과 유사하게, 남의 노력을 날로 먹고 싶어서 안달 난 사기꾼들 역시 온라인 게임에서 희생물을 노리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생긴 이래 각종 사기꾼들이 판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미끼는 역시 ‘여성’이라는 성별이다.

▲ 온라인 게임의 주 이용자가 이 계층이라는데도 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대부분의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게이머에 대해 적극적이기 때문에 이런 ‘굶주리고 순진한’ 남성 게이머들은 사기꾼에게 알맞은 제물이다. 그냥 자신이 여자 게이머라고 밝히기만 하고 조금 아양 떨기만 해도, 당장 달려와 레벨업도 도와주고 아이템까지 바칠 사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사기꾼들이 노리지 않을 리가 없다. 사이버 꽃뱀의 등장이다.

초기의 사이버 꽃뱀은 ‘진짜’ 여성 게이머들이었다. 주로 일부 개념 없는 여성 게이머가 사진이나 전화로 남성 게이머를 낚다가 어느 날 고가의 아이템을 ‘빌려’ 잠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사진이나 전화로 ‘인증’을 하기만 하면, 그리고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기만 하면 멍청한 남자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오기 때문에 참으로 손쉬운 사기 수법이었다.

이런 류의 사기는 MMORPG뿐만 아니라 캐주얼 게임으로까지 번져갔다. 대부분의 캐주얼 게임에서는 아이템을 캐시로 팔기 때문에, 캐시템을 대놓고 요구하거나 빌리는 식으로 실컷 뜯어먹은 다음 잠수를 타는 방식이 유행했다. 어차피 얼굴도 보이지 않고, 만날 일도 없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런 꽃뱀 짓만 골라 하는 여성 게이머가 등장해 게임 내에서 큰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꽃뱀 짓이 사이버 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을 통한 성매매로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몰지각한 남성 게이머들이 캐시템 등을 요구하는 ‘꽃뱀’들에게 아예 성매매까지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례로, 모 온라인 댄스 게임 의 경우에는 한 때 이런 식의 성매매와 꽃뱀이 크게 유행해 ‘떡XX’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은 적도 있었다.

이런 풍조에 힘입어(?) 최근에는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인 척 하고 남자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까지 탄생했다. 바로 ‘넷카마’ 혹은 ‘후로게이’로 불리는 사기꾼들의 등장이다. 이들 사기꾼들은 주로 여성인 척 하고 먹잇감을 찾는다. 일단 상대가 걸려들었다 싶으면, 도용한 사진을 보여주거나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산 다음 아이템을 가로채는 수법을 쓴다.

▲ 미안, 나 사실 남자임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 ‘넷카마’들은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한 ‘얼짱’ 사진을 가져다가 자신의 사진이라고 올리고, ‘ㅇㅅㅇ’나 ‘ㅇㅂㅇ’등의 징그러운 이모티콘을 잔뜩 써가며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그냥 자기가 여자라고 거짓말 하나만 해도 멍청한 남성 게이머들이 캐시템을 알아서 상납하니 말이다.

용어 정리: 넷카마와 후로게이

‘넷카마’는 일본 인터넷 계에서 ‘온라인에서 여성도 아니면서 여성인 척 하는 남성’을 가리킬 때 쓰는 속어로, ‘인터넷’과 ‘오카마’의 합성어다. ‘오카마’란 화류계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들을 비하하는 속어니, 이런 ‘넷카마’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게이’의 변형된 말인 ‘후로게이’라는 용어가 ‘넷카마’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자, 떠나요. 꽃뱀과 후로게이 잡으러 (1)

어차피 여기서 뭔 말을 해도 ‘나의 XX쨩은 그렇지 않아! 당장 사과해!’ 라면서 헐떡거릴 멍청한 게이머들이 수두룩하지만, 더 이상 낚이기 싫은 게이머들을 위해 꽃뱀 내지는 후로게이 구분법을 간단히 서술하겠다. 당신 주위에 이런 게이머가 있다면 꽃뱀 내지는 후로게이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잡을 수 있다면 잡아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줘도 좋고, 그럴 수 없다면 최대한 거리를 두며 피하는 것이 좋다.

게임 상에서 자신이 ‘여자임을 몹시 강조’하는 사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여성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여성임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혹시나 공주병 환자라면 몰라도, 남자들이 작업 걸려고 치근덕대는 걸 즐길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 스트레스 풀려고 접속한 온라인 게임이면 더더욱.

ID부터 말투까지 일부러 자기가 여자임을 강조하면서 뭔가를 바라는 태도를 보인다면 높은 확률로 꽃뱀 내지는 후로게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뻔뻔스러운 정신병자) 그래서 꽃뱀이나 후로게이들은 ‘^^’나 ‘-.-‘등의 고전적인 이모티콘은 쓰지 않는다. 왜? 촌스러우니까.

▲ 우리 같이 사냥할래여? ㅇㅂㅇ;;;

귀여움이 톡톡 묻어나는 ID를 사용하며, ‘ㅇㅂㅇ’나 ‘ㅇㅅㅇ’등의 이모티콘과 귀여운 말투를 최대한 강조하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인간은 이거 99% 꽃뱀이나 넷카마다. 뭐? 보기 좋으니 된 거 아니냐고? 모니터 저 편에서 수염도 안 깎고 다리에 털이 숭숭난 놈이 ‘ㅇㅂㅇ’거리는 걸 생각해봐라. 보기 좋은지.

마찬가지 이유로 길드 게시판에 얼짱 각도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리며 미모를 과시하는 사람도 꽃뱀이나 넷카마일 확률이 높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자 꽃뱀이든 넷카마든 자기 사진은 안 올린다. 대부분 남의 사진을 대충 도용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 어디서 좀 본 얼굴인데?’ 싶으면 한 번쯤 의심해보자.

자, 떠나요. 꽃뱀과 후로게이 잡으러 (2)

접속률은 높은데 하라는 렙업은 안하고 오로지 채팅에만 몰두하는 사람

뭔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에 들어갈 때 마다 상주하면서 채팅에 몰두하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주목해 두어라. 역시 꽃뱀이나 넷카마일 확률이 다분하다. 메신저로 이야기 하면 되지 왜 비싼 정액 요금 내면서 온라인 게임 속에서 채팅만 하는 걸까? 게임을 즐기려 돈을 지불하고 게임에 접속한 것 아닌가?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할 대목이다. 한 예로, 꽃뱀과 넷카마가 많기로 유명한 R모 온라인의 경우 하루 종일 마을에 짱박혀서 채팅만 하는 인간은 99% 사기꾼이라고 한다.

남의 손과 템을 빌려서 렙업하는 '먹튀'들

꽃뱀이나 넷카마들은 절대 자기 손으로 레벨업을 하지 않는다. 왜? 아이템 뜯어먹으려고 온 건데 그런 노력은 들이기 싫으니까. 고로 주변의 멍청한 남성 게이머들을 꼬셔서 레벨업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쩔받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마을에 짱 박혀서 채팅하다가 ‘저 요즘 레벨업이 잘 안되네요’투로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 동정심을 산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몰려들어서 레벨업 해주겠다고 설치는데, 당연히 꽃뱀은 미안한 척 좀 튕기다가 결국은 ‘ㄳㄳ요’하면서 쩔받아서 레벨 업하는 패턴이다.

아이템을 깨먹었다느니 드랍했다느니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고가의 장비를 자주 빌려가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 패턴을 보면 장비 빌려가서 ‘또 잃어버리는’ 경우나 빌려간 뒤에는 말도 안 꺼내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이런 걸 '먹튀'라고 한다.)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남의 아이템 빌려간 다음 잠수타거나 말도 안 꺼내는 인간이라면 진짜 100% 사기꾼이다.

다른 여성 게이머를 뒤에서 비방하거나 이간질 하는 사람

꽃뱀이나 넷카마가 길드에 들어오면 꼭 보이는 패턴이 바로 ‘다른 여성 게이머 뒷담화 하기’다. 멀쩡히 게임 잘 하는 다른 여성 게이머를 입에도 담지 못할 (주로 성적인 이야기로) 말로 뒷담화 하거나, 좀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꽃뱀’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목적은 경쟁자(?)인 다른 여성 게이머를 제거하고 자신이 길드 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 그래야 아이템을 상납받기 더 쉬워지니까 말이다.

이런 식의 패턴을 자주 보이는 사람이라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이 여자임을 몹시 강조하는 사람’은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대부분이 꽃뱀 아니면 넷카마니까.

사실 ‘사이버 꽃뱀’과 ‘넷카마’의 수법은 너무나 뻔해서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버 꽃뱀’과 ‘넷카마’는 현실이든 사이버 상이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 넘어가 ‘피’를 보는 남성 게이머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당했고 여성 게이머들 스스로도 그런 식의 ‘이기적인 여성 게이머’와 ‘넷카마’에 대해 경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탓하리오?

게이가 아닌 이상, 정상적인 남자라면 대부분 여자에게 잘 해주고 싶을 것이다. 그 심정 이해한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본능이리라. 하지만, 본능 이전에 우리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저게 된장인지 X인지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새없이 ‘꽃뱀’이나 ‘넷카마’에게 낚이는 남성 게이머들을 보면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 머리는 그저 순두부 담아놓는 뚝배기입니까?

어떻게 보면 ‘사이버 꽃뱀’과 ‘넷카마’는 여성 게이머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일부? 그래 ‘일부’라고 해두자) 남성 게이머들에게 온라인 게임 사회가 내리는 준엄한 회초리라 할 수도 있겠다. 방구석에 앉아 편안하게 키보드나 두들기며 게임하는 주제에, 감히 여자를 낚으려는 남자들에게 내리는 천벌이다. 이런 사기꾼들에게 당한 남성 게이머만 세워놔도 일렬 종대로 운동장 뺑뺑이 4바퀴는 되지 않을까?

▲ 오늘도 신나게 낚이는 남성 게이머의 모습

‘그래도 나는 사람을 믿겠어! 언젠가 나의 그녀가 광케이블에 흐르는 이진수를 타고 저 편에서 나타날꺼야!’라고 말하는 남성 게이머 여러분이여, 우리 다 같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좋은 사람이, 도대체 당신이 뭐가 이쁘다고 집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하며 달라붙어서 아양을 떨고 좋아라 하겠는가? 뭔가 나오는 게 있으니까 그러고 있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캐쉬템 나오는 요술방망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일찌감치 쓸데없는 욕심은 떨쳐버려라. ‘욕심이 이성을 누를 때 당하는 것이 바로 사기다’라는 영원한 진리를 왜 온라인 게임에서는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도 남성 게이머들이 수도 없이 낚이고 있다. 언제까지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낚일 것인가? ‘X-Files’에 등장하는 유명한 말을 제발 좀 명심했으면 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rust no one, the truth is out there.)’ 그렇다. 진실은 모니터 저 너머에 있다. 모니터 저 편에 있는 사람이 여자 일 것이라 확신하지 마라!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주지도 말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받으려 하지도 말라. 그것은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다. 그런 현실의 더러운 삶이 싫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당신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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