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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E3 기대작으로 보는 게임 트렌드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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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선도하는 게임들이 모이는 곳, E3

개인적으로는 패션이나 머리스타일 같은 유행, 즉 패션 트렌드에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한 타입이지만, 취미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엔 이상하게도 ‘트렌드’이라는 단어가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테크노 음악에 벽 잡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고 있어봤자 촌놈 취급 받을 뿐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바뀌듯이 트렌드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 루이지, 우리도 멋지게 변신해 보자!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건 당연하지만, 기존 게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을 접하고 트렌드를 아는 것도 하나의 ‘지식’이자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E3’는 그런 재미를 찾아 다니는 유저들을 위한 세계 게임쇼다. 최근의 게임쇼들이 그 명성과 규모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세계 모든 곳의 게임이 모이는 게임쇼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과연 이번 ‘E3’에서는 어떤 게임들이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내었을까?

 

1. 파판13이 Xbox360으로! 연이어 휘몰아치는 멀티플랫폼의 폭풍

‘멀티플랫폼’(이하 멀티)이란 것은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3 (이하 플스3)’, ‘Xbox360’(이하 엑박360), ‘PC’ 등 다양한 기종으로 내는 것을 말한다. 예전엔 어떤 게임타이틀에 ‘멀티’라는 도장이 찍히면 콘솔유저들은 부정적인 소리를 많이 했다. 자기 기종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다른 기종의 유저도 즐길 수 있다는 배아픈 생각때문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독점게임들이 멀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많은 게임들이 이런 멀티화의 대세에 따라갔지만 ‘메기솔’이나 ‘파판13’은 대세를 거부하는 듯했다. 그러나 ‘E3’에서 ‘플스3’의 고집쟁이로 통하던 ‘파판 13’이 드디어 ‘Xbox360’으로 발매된다! '파판13의 멀티화'는 ‘E3’에서 유일하게 충격적인 뉴스였다.

 

▲ 아침의 몽롱함을 깨게만든 한마디, ‘파판13이 엑박으로 나온다!’

이로써 비디오게임 유저들에게 ‘못되먹은 상술’이라 불렸던 멀티는 ‘파판13’의 멀티화로 또다시 대세의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번 ‘E3’에서는 ‘파판 13’ 외에도 많은 게임들이 멀티화되어 나올 예정이다. 기대작인 ‘레지던트 이블 5’과 ‘사일런트 힐 5’도 역시 ‘엑박360’용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그리고 ‘E3’에서 발표된 ‘GTA’시리즈의 신작 ‘GTA : 차이나타운 워즈’는 NDS용으로 개발 중이다.

▲ '메탈 기어 솔리드'와 '갓 오브 워', 이제 너희들만 남았다!

하지만 아직 다른 유명한 게임들이 독점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이하 메기솔)와 ‘갓 오브 워 3’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이 게임들은 아직도 ‘플스3 독점’이란 타이틀을 벗어 던지지 않은 채 끝까지 ‘PS3’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파판13’의 멀티화가 발표된 지금 그들의 독점관계가 무너질지, 아니면 더욱 더 견고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2. 너와 나의 힘을 합치면 백만파워! 협동플레이가 대세!

요즘 액션이나 FPS, RPG 게임들에는 유저간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플레이가 많아졌다. ‘에이지 오브 코난’이나 ‘워해머 온라인’같은 요즘 MMORPG의 경우 ‘RvR’이나 ‘PvP’ 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온라인 FPS의 플레이 방식도 ‘데스매치’나 ‘깃발뺏기’를 바탕으로 한 유저간의 대결방식이 늘어가고 있다.

▲ 개인적으로 언리얼 토너먼트나 워해머 같은 대결방식의 게임을 싫어한다.

반면에 이번 ‘E3’에서 나온 게임들은 유저간의 대결보다 협동플레이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이젠 너무나도 유명한 전쟁FPS ‘콜 오브 듀티(이하 콜옵)’ 시리즈의 최신작인 ‘콜옵5’는 시리즈 최초로 4인 협동모드를 지원한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5’도 시리즈 최초로 2인 협동모드가 지원된다. 이외에도 ‘기어즈 오브 워 2’의 5인 협동모드인 ‘호드(Horde) 모드’, ‘레지스탕스 2’의 8인 협동모드, ‘페이블 2’의 2인 협동모드 등 많은 기대작들이 ‘협동’이란 큰 흐름에 동참했다.

▲ ‘콜 오브 듀티 5’에서 시리즈 최초로 협동모드가 추가!

비디오게임은 온라인 환경이 좋은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2개의 패드를 이용하여 분활화면 등을 이용하여 2인 싱글플레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Xbox360’이나 ‘PS3’에서 구축된 편리한 온라인환경으로 인해 유저들이 온라인 플레이를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데스매치’의 대결방식 이외에 새로운 온라인방식으로 보여준 것이 ‘온라인 협동’모드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을정도로 협동이 강화된 좀비사냥 FPS게임 ‘레프트 포 데드’

아직 온라인 협동모드는 그 플레이의 깊이와 재미가 ‘데스매치’의 대결방식에 비해 낮다. 그러나 ‘기어즈 오브 워 2’의 ‘호드(Horde) 모드’나 좀비 FPS게임 ‘레프트 포 데드’와 같은 협동플레이가 강화된 기대작들을 본다면 ‘협동’모드의 지속되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캐주얼은 이제 그만! 하드코어의 부활

누가 귀엽고, 가볍고, 쉬운 캐주얼게임이 미래 게임의 대세라고 말했는가?! 미안하지만 이번 ‘E3’에서 나온 게임들을 보면 2008년부터 그 대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듯하다. ‘폴아웃3’, ‘기어즈 오브 워 2’, ‘바이오하자드 5’ 등 시스템이나 그래픽적으로 하드코어한 게임들이 모두 기대작에 나란히 진열되었기 때문이다.

▲ '폴아웃3', 사지절단과 파괴의 현장으로

특히 그래픽의 발전으로 부위가 파괴되거나 절단되는 효과가 더욱 더 강해졌다. ‘E3’ 최고의 기대작 ‘폴아웃 3’의 경우 사지가 부위별로 절단되거나 파괴되는 그래픽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어즈 오브 워 2’나 ‘바이오 하자드 5’, ‘콜 오브 듀티 5’의 그래픽도 더욱 사실적이고 하드코어하게 발전되었다.

▲ 잔인함과 엽기로 무장한 ‘포스탈 3’도 공개되었다.

캐주얼 게임, 가족용 게임들의 왕국이라 불리는 닌텐도의 게임기들, ‘NDS’이나 ‘Wii’에도 하드코어한 게임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NDS’용으로 ‘GTA: 차이나타운 워즈’가 발매될 예정이고, ‘Wii’용으로는 좀비학살과 잔인함의 대명사 ‘데드라이징’이 발매될 예정이다.

▲ 잔인좀비학살 게임 '데드라이징'이 Wii용으로! Xbox360의 그래픽이 얼마나 구현될지 궁금하다

이번 ‘E3’에서 사실적이고, 하드코어한 그래픽 효과를 가진 게임이 기대작으로 선정되고 닌텐도의 게임기에 하드코어한 게임이 나온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많은 유저들이 캐주얼 게임, 가족용 게임보다 사실적이고 하드코어한 게임을 원한다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과 가족용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는 작년 게임의 트렌드와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물론 ‘E3’에서 하드코어한 컨셉의 게임이 많은 FPS/TPS 장르의 편중이 많았고, 매니악한 유저들이 참여하는 ‘게임쇼’라는 점에서 정확한 결과를 낼 순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흐름 자체를 가볍게 무시할 수는 없다.

 

4. FPS/TPS와 정통 RPG가 쏟아진 E3, 인기장르의 ‘부활’

액션이나 RPG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인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갯수의 게임이 공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E3’도 액션과 RPG 장르의 편중은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FPS/TPS’와 ‘정통 RPG’로 편중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났다. 출전한 게임들의 장르를 조사한 결과 ‘FPS/TPS’와 ‘RPG’는 평균 20개 이상, ‘액션’, ‘RTS’’, 스포츠’ 등과 같은 장르들은 평균 10개 이상으로 2배의 타이틀 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양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화제거리를 뿌리고 다닌 타이틀도 모두 'FPS/TPS’와 '정통 RPG'에 편중되어 있다. ‘콜 오브 듀티 5’, ‘바이오하자드 5’, ‘파판 13’, ‘스타오션’ 등 많은 기대작들이 ‘FPS/TPS’와 '정통 RPG'에 대부분 집중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E3'의 기대작들 중 대부분이 'FPS/TPS', '정통 RPG'에 몰려있다.

해마다 빠르고 스릴감 있는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가 늘어남으로써 턴제 방식의 전투나 정통 중세판타지를 무대로 하는 ‘정통RPG’가 점점 그 인기를 잃어갔다. 대신 ‘폴아웃3’나 ‘디아블로3’같은 액션과 RPG, FPS/TPS와 RPG가 서로 결합된 형태의 RPG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E3' 최고 기대작으로 뽑힌 ‘폴아웃3’도 TPS와 RPG가 결합된 장르의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 ‘E3’에서 나온 ‘정통 RPG의 해’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로 완전히 부활했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파판13’, ‘라스트 렘넌트’, ‘스타오션, ‘크로노 트리거’, 등 턴제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약 7개의 새 게임과 후속작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양 RPG의 명가 ‘바이오웨어’에서 ‘발더스 게이트’의 방식을 고수하는 정통 RPG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스’를 공개하였다.

▲ 왼쪽 상단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타오션 : 라스트 호프', '인피닛 언디스커버리', '라스트 렘넌트', '크로노 트리거 DS'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E3’의 기대작들이나 대형 개발사들의 메인 후속작들은 ‘FPS/TPS’나 ‘정통RPG’에 몰려있었다. 장르의 편중은 FPS와 RPG 외의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이번 ‘E3’의 가장 불만이 많은 점이다. ‘스플린터셀’이나 ‘앨런 웨이크’ 등의 다른 장르의 기대작들이 ‘E3’에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런 장르의 편중이 게임의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일관적인 플레이방식의 게임들을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

5. 후속작들의 축제 E3, 대형 신작은 없었다.

이번 ‘E3’에서 나온 기대작 ‘콜 오브 듀티 5’, ‘바이오하자드 5’, ‘기어즈 오브 워 2’, ‘폴아웃 3’ 등의 공통점을 맞춰보자.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작의 후광을 업고 나타난 ‘후속작’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E3’의 기대작 중에서 신작은 거의 없고, 유명한 전작의 후속작이 대부분이다.

▲ 게임 이름 뒤에 ‘5’란 숫자가 들어간 게임이 3개 이상이다

‘E3’에 출전한 대형 개발사나 유통사는 신작 게임 수가 후속작에 비해 적었다. 예를 들어 ‘스퀘어 에닉스’의 경우 3개의 신작게임을 제외한 6개의 게임이 모두 후속작이거나 리메이크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6개의 게임 중 신작은 ‘투 휴먼’ 단 1개뿐이었다. 다른 대형 개발사들도 라인업은 마찬가지였다. 예외로 신작이 후속작보다 많은 대형 개발사도 있었지만 휴대용 게임이나 퍼즐과 같은 스케일이 작은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 꽤 기대되는 신작 중 하나 ‘다크사이더즈’

대형개발사들이 신작을 버리고 ‘콜 오브 듀티 5’나 ‘바이오하자드 5’와 같은 후속작들을 공개하는 이유는 ‘소재 고갈’, ‘수익의 안전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E3’의 영향력 약화와 개발사가 자체행사를 가지는 요즘 경향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개발사들의 신작 발표가 ‘E3’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E3’와 같은 게임쇼의 영향력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대변하는 아쉬운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 필자의 기대작이었던 '스플린터셀 : 컨빅션'은 'E3'에서 나오지 않았다

 

트렌드는 있지만, 역사를 바꿀 커다란 혁신은 없었다.

‘E3 폐지설’까지 나돌던 ‘E3’는 예전에 비해 위상과 영향력이 작아졌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큰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파이널 판타지 13 멀티화’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파이널 판타지 13’의 멀티화는 두고두고 ‘안주거리’로 삼을만한 뉴스다.

▲ ‘E3’의 안주거리는 ‘파판13 멀티화’와 미스터리의 ‘푸쉬업’뿐.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13’도 아직 진행 중인 멀티화의 흐름에 참여했을 뿐, 큰 트렌드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외 다른 트렌드로는 기대작들의 대부분이 후속작이었던 점과 온라인 협동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 정통 RPG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이다. 이번 ‘E3’의 전체적인 트렌드는 과거의 방식이나 게임장르, 게임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E3’는 ‘안정과 과거로의 회귀’였다.

그러나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 효과’처럼 작은 트렌드 하나가 큰 트렌드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이번 ‘E3’에서 그런 트렌드가 없었지만, 다음에는 ‘3D 그래픽’에 버금가는 혁명적인 도전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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