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생활 속 오타쿠 코드 (4) - 연예인과 유명인 편

/ 2

[특별기획] 생활 속 오타쿠 코드

1부: 생활 속 오타쿠 코드 - 미디어 편

2부: 생활 속 오타쿠 코드 - 광고지 편

3부: 생활 속 오타쿠 코드 - 표절과 도용 편

4부: 생활 속 오타쿠 코드 - 연예인과 유명인 편

 

들어가며

▲ 벽에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이 사진은 '무한도전 - 무한도전 방송국 24시(07년 7월 14일 방송분)'에 나온 장면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방송국을 탐험하던 도중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의 편집실 앞에 온 상황이죠. 그런데 편집실 창문에 붙어있는 것이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잘 보니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일러스트네요. (화면을 확대해 보면 한글로 '스즈미야 하루히'라고 써있는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무래도 잡지에서 주는 포스터를 창문에 붙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편집실 창문에 붙인 오타쿠는 과연 누구일까요.

▲ 왼쪽 위를 잘 보면 보이는 '스즈미야 하루히'

여기서 지난 오타쿠코드를 참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릎팍 도사 - 김수로편'에서 PD가 '독고건담'이라는 가명을 썼던 것 기억하시나요. 게다가 그의 뒷배경에는 자랑스럽게도(?) 건담 프라모델이 있었죠. 혹시 그가 '스즈미야 하루히'를 붙인 범인이 아닐까요? 심증만으로 판단할 순 없으니 증거 몇 개를 더 찾아보도록 하지요. 다음은 (독고건담으로 추정되는) 무릎팍 PD 오윤환씨의 칼럼입니다.

▲ 혹시 이 사람이?

…허무함과 상실감으로 중학교 시절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음악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건담을 잊고 살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1999 전시를 보러 갔을 때, 건담과 예상치 못한 조우를 하게 되었다. 바로 건담 플라모델 판매대! 순간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므로와 샤아가 다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벌떡 일어나는 기분.

커트 코베인은 죽었어도 그의 음악은 살아 있듯이 아므로와 샤아가 죽었지만 건담 역시…! 뭐 대충 이런 생각을 하며 수많은 플라모델 중 하나를 구입했고, 이는 건담과의 뜨거운 사랑에 불을 제대로 지폈다. …

- 07년 9월 21일자 씨네 21. '내 인생의 영화'

이게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이정도면 그가 편집실 창문에 포스터를 붙인 것 정도는 확인할 수가 있겠죠. 그가 건담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걸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으니까요.

↓ 페이지 이동은 이쪽입니다 ↓

윤인화 PD같은 성공적인(?) 사례 외에도, 방송국에는 수많은 오타쿠들이 잠입해있습니다. TV에서 애니메이션/게임의 OST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것이 그 증거죠. 그들은 방송에 간접적으로 '오타쿠 코드' 를 삽입 (1편참조) 하기도 하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오타쿠적 소재를 방송 전면에 배치하기도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방송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번 오타쿠코드에서는 방송국의 오타쿠들의 활약사례를 살펴보고, 방송의 주인공인 연예인들의 오타쿠적的 취미에 대해서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전문채널 Mnet에서 하는 '재용이의 순결한 19'(이하 순결19)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DJ.DOC의 멤버 정재용이 매주 독특한 주제로 연예계를 정리하는 차트쇼인데요, 독특한 주제만큼이나 독특한 의상이 더 흥미롭습니다. 매주 바뀌는 재용의 의상중에서, 여기서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용타쿠' 입니다. 전형적인 오타쿠 컨셉의 재용의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 참고로 용타쿠가 들고 있는 피규어는 엘프사의 19금 미소녀 게임 '취작'의 '타카베 에리'

이 '용타쿠'가 어쩌다가 나온 컨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결 19' 에는 다른 기발한 복장들 - 물론 오타쿠적인 - 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게임에 자주 나오는 메이드 컨셉을 차용한 '메이드 용' , 데스노트를 패러디나 '개스노트'의 사신 '용크' 역시 충격적입니다. 어쩌면 케이블 TV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획은 실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정도까지 생각해낸 걸 보면 순결19의 제작진들은 상당한 수준의 오타쿠가 아닐까요.

▲ 중간에 나온 메이드는 FD가 직접 분장한 겁니다

물론 공중파 TV에서도 '순결19'같은 실험적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KBS2TV의 프로그램 '두뇌왕 아인슈타인' 에서는 코스어(코스플레이어) 15명의 이름을 맞추는 퀴즈를 냈었지요. 한두명도 아닌 15명씩이나 섭외해서, 오락프로그램에 올린 것입니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그들의 이름을 다 외워야 하는 방식인지라, 코스어들은 자신의 광고하기 위한 연기까지 해야 했습니다. 사실 해당 방송은 그날(3월 30일자) 부로 마지막 방송이었기 때문에, 담당 PD가 한번 모험을 해본 것이겠죠. 참으로 신선한 기획이었습니다.

▲ 공중파에 등장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향연

↓ 페이지 이동은 이쪽입니다 ↓

오타쿠적 취미의 연예인들

애니메이션/만화감상, 게이밍, 피규어 수집, 코스프레 같은 오타쿠적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프라를 조립하는 치과의사나, 결혼해서도 코스프레를 하는 부부도 있으니 그 연령층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같은 추세 속에서 연예인들도 예외일 수 없는데요, 이번에는 연예인들의 인터뷰에서 나온 자그마한 실마리를 가지고 그들의 취미생활을 살펴볼까 합니다.

▲ 건프라 최고수로 알려진 '민봉기'씨. 그의 직업은 치과의사입니다.(ⓒ 중앙엔터테인먼트앤드스포츠)

한때 타입문의 게임 '월희'의 스핀오프 소설 '공의 경계' 가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타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이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정도였죠. 게임/애니메이션 관련 소설로는 이례적인 사례였는데, 그 관심의 근원은 연예인 전지현의 인터뷰였습니다.  

그녀가 인터뷰(06년 2월 20일 스포츠칸 인터뷰)에서 최근 읽고있는 책으로 공의 경계를 꼽았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월희도 해봤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녀는 단지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우리가 제멋대로 그녀의 취미를 정하고 평가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

▲ 그의 취미가 들통난 순간

프로게이머 고인규의 별명은 '고덕후'입니다. 고인규에 오덕후(오타쿠)라는 명칭이 붙은 것인데요. 이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한 피규어 쇼핑몰에 올린 글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람의 검심'의 피규어 주문에 대해 문의하는 글을 올렸는데, 한 유저가 이 글의 IP를 추적하여 SKT T1의 연습실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이에 팬들은 '고덕후'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구요.

이후 고인규 본인은 자신의 취미가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감상이 취미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그가 쓰는 ID 'canata' 역시 애니메이션 '다!다!다!' 의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군요. 이정도면 그가 '고덕후'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죠.

▲ 이승환, 그의 수집품들

피규어 수집을 취미로 하는 연예인은 고인규 말고도 또 있습니다. 가수 이승환이 액션피규어 마니아라는 건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 경제야 놀자 (07년 3월 4일 방송)에서 자신의 콜렉션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상당히 오래전부터 수집을 시작해서인지, 고가의 수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인규가 모으는 1/8 스케일의 PVC 피규어나, 이승환이 모으는 미국 히어로들의 액션 피규어는 따지고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다 똑같은 '피규어'고 모으는 사람은 한낱 '오타쿠'에 불과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 이렇게 멋있는 박태환이

 

▲ 집에서는 피규어를 모으고 일본어를 배운다고 합니다

'국민 남동생' 박태환도 피규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07년 12월 20 OSEN 보도)에서 자신이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지요. 그가 모은 피규어들이 집에 한가득 있다는데, 이에 대해 박태환의 아버지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아들의 취미니까 참고 있다" 는 군요. 아들이 무슨 피규어를 모으는지는 나와있지 않아서 알 수가 없지만, 그게 어찌됐건간에 아버지는 그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래도 용케 참아주니 다행이네요.

오타쿠코드를 마치며

지금까지 TV 프로그램, 광고지, 혹은 양심 없는 제작자의 표절작품에서, 그리고 연예인들의 간단한 발언까지, 생활 속의 다양한 오타쿠적 요소를 끌어내 보았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같은 오타쿠적 취미에서 나온 소재였죠. 광고지의 경우처럼, 만든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질낮은 표절작처럼 의식해가며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오타쿠 코드'는 의외로 여러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들을 보고 골라내기가 조금 어려웠을 뿐이죠. (아는 사람만 아는 거니까요.)

▲ 과연 이 교복을 보고 몇 명이나 일본 미소녀 게임 'Shuffle!'을 떠올리겠습니까?

사회 각층에 잠재된 오타쿠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건 일견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타쿠코드는 국내의 기형적인 서브컬쳐의 구조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디어를 통하여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지만, 실은 그것으로 그치기 때문이지요. 오타쿠들이 즐기는 '놀잇감들' -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 - 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음성적으로 들어온 것이니 딱히 공론화 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타쿠들의 구매력이 그만큼 적었기에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타쿠 코드' 는 불법적인 루트가 너무나 당연시 된 국내 현실의 초라한 반영인 것이죠. 언제쯤 이 초라한 현실이 바뀔까요.

 글/그림 게임메카 수시아 (http://docean.egloos.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