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게임메카와 이야인터렉티브는 ‘귀환병이야기’ ‘쿠베린’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판타지 소설 작가 이수영씨의 ‘루나 연대기’를 매주 월/목요일 주 2회 연재합니다. 소설 ‘루나 연대기’는 ‘루나온라인’의 기본 세계관인 블루랜드를 배경으로 한 왕자의 모험담을 담고 있습니다.
|
|
2. 알케르 항구
“옷을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새 옷을 사가지고 오라는 말을 들었던 토마스는 낯선 손님이 조금 무서웠다. 주인인 요한은 무서워 할 것 없다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기괴한 악취를 풍기면서 들어 온 손님은 살벌하다 못해 끔찍해 보이는 사내였다. 무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비틀어 버릴 만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옷 보따리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로 옷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눈이 마주칠까봐 무서웠다.
“꼬마.”
허나, 예상과 달리 옷 보따리를 든 사내가 칼칼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네네.”
“이곳에서 쓰는 화폐는 어떤 거지?”
그 말에 놀란 토마스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에...화폐요?”
“응, 화폐. 돈 말이다.”
토마스는 고개를 긁적였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잘은 알 수 없었다.
“혹시 돈이 없으신 건가요?”
“이곳 돈은 없다. 돈이 될 만한 것은 있지만.”
아예 알몸으로 선 채 옷을 들고 선 키안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던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드라고 해요. 금하고 동을 섞은 금화를 써요. 그 외에 워터시드를 받아요.”
“워터시드?”
낯선 말에 그가 고개를 갸웃하자, 토마스는 그가 썼던 욕조의 마개를 뽑으면서 말했다.
“물이요. 1워터시드는 한 달간 쓸 물을 말해요.”
키안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물이란, 우물물과 강물이 전부다. 땅만 파면 나오는 물을 돈으로 쓴다고?
토마스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욕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수도 관리국에서 뛰어 올라올 것이다. 수도 관리국의 메이지들은 까탈스럽기 그지없어서 재수가 없으면 주점 영업권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소년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키안은 옷을 끼어 입었다. 욕조의 마개를 뽑아 방 한 구석에 있는 석관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굉장히 특이해 보였다. 허름해 보이는 방 안에 유달리 툭 튀어나온 어른 팔뚝만한 관이 신경 쓰이더니만 그게 이런 용도로 쓰이는 것이었나 보다. 키안이 아는 한, 물은 그저 창밖에 내다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알 수 없군. 설마 이곳은 물이 귀한가?’
이해가 안 갔다. 사막지역도 아닌데 도시 한 가운데서 물이 귀하다고 화폐로 쓰다니.
그가 옷을 입고 있는 동안 물을 뺀 욕조를 문가로 끌어내면서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건을 골드로 바꾸시려면 길 건너편 잡화점으로 가 보세요. 이런 저런 물품들을 취급하니까. 특이한 물품은 마법상점으로 가보셔도 되고요.”
“마법상점?”
키안은 미심쩍은 기분으로 되물었다.
마법상점이라니? 설마하니 마녀나 마족이 운영하는 사악한 가게가 도시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일까? 항상 천대받던 마녀들이 가게를 차렸어? 대체 세상은 얼마나 변해버린 것일까.
그가 침묵하자, 기회는 이때다 싶어 토마스는 빈 욕조를 끌고 재빨리 밖으로 달아났다.
“켈로이.”
키안은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마족이든 마수든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나봐. 이거 참, 걸작이지 않아? 마법상점? 마법상점이라?”
그는 웃기 시작했다. 큭큭 숨이 끊어질 듯 퍼져나가는 웃음이 방안에 가득 찼다.
그의 그림자 속에 있던 검은 사자는 거대한 머리를 내밀어 위로하듯 그의 손등을 핥았다.
“이상해.”
그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상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일까.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이종족은 다 어디에서 튀어 나온 것일까? 인간 반 이종족 반으로 이루어진 세상. 그런 세상은 듣도 보도 못했다.
객점을 나와 잡화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는 연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번화한 도시답게 붐비는 대로에는 유별나게 밝은 색상의 옷을 걸친 자들이 많았다. 그 중 어떤 이들은 귀가 길죽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키가 작달막하기도 했으며 어떤 이들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어슬렁 걷기도 했다. 꾸부정하게 걷는 자들 중에 꼬리가 달려있는 자들도 있었고 으르렁대며 싸우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둥근 방패와 레더 아머를 입은 치안대로 보이는 자들도 섞여 있다.
잡화점에 도착하자 어린 소년이 도르르 달려나와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발랄하게 인사하는 소년을 지나치면서 키안은 가죽 주머니를 발 밑에 내려놓았다. 잡화점 이라기에 대체 어떤 형태인가 생각했더니 한쪽에는 술과 의복을 팔고 한쪽에서는 무기와 각종 도구들을 팔고 있었다. 가게 안은 생각 외로 넓었다. 안쪽에 놓여있는 각양각색의 갑옷들과 무구들에게 가장 먼저 시선이 갔지만 뒤이어 난생 처음 보는 번쩍이는 물건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
“저게 뭐지?”
검은 비로드 상자 위로 별처럼 반짝이는 막대기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다. 지팡이라 부르기엔 조금 짧고 아니라 하기엔 그 쓰임새가 모호하다. 재료도 각각이라 나무로 만든 것이나 금속으로 만든 것 등 가지가지였다. 하지만 모두 크고 작은 수정들이 박힌 모습이 자못 아름다웠다. 그 외에도 반지나 목걸이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마법사이십니까? 스태프를 골라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마나스톤을? 재료를 찾으시는 거라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미스릴도 소량이지만 취급하고 있고요.”
“......”
알아들을 수가 없다.
스태프는 뭐고 마나스톤은 또 뭔가? 미스릴이라니? 전설의 금속이 진짜 있긴 있단 말인가?
키안은 미심쩍은 눈으로 조그마한 소년을 노려보았다. 어린애가 손님을 놀리다니. 못 된 녀석이다.
“손님?”
그의 시선을 받고 하플링 루기오는 당황했다.
“주인은 없느냐?”
키안이 묻자 루기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가 주인이오만.”
말투가 슬슬 거칠어지는 루기오를 보고 키안도 눈살을 찌푸렸다.
하플링은 다혈질이다. 그는 시뻘게진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이 가게 주인이오! 살 거 없으면 빨랑 나가쇼!”
그제야 키안은 그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신기한 마음도 들고 어딘가 어색하기도 했다. 사과처럼 빨간 뺨에 동그란 얼굴이라 어린애로 생각했는데 왠지 눈매가 영 이질적이다.
“이종족?”
절로 터져나온 한 마디에 루기오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야! 지금 시비 거냐! 그래! 나 하플링이다! 원, 세상에 어디서 이런 촌뜨기가 굴러들어와서 이 난리야? 할 거 없으면 꺼져라!”
그는 들고 있던 빗자루로 키안을 팡팡 두들기기 시작했지만 먼지가 풍풀 나는 것 이외엔 별로 위력은 없었다.
“하? 하하하하!”
키안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난생 처음 보는 이종족이라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는 하플링을 몰랐다. 그의 고향에서는 난쟁이는 전부 드워프라 알려져 있었고 드워프는 키가 작고 수염이 많으며 물건을 잘 만드는 자들이라는 것 이외엔 알려진 게 없었다. 이렇게 사과처럼 붉은 뺨을 가진 난쟁이라니.
그는 날뛰고 있는 <난쟁이>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10살짜리 소년처럼 가볍기 짝이 없지만 놀랍게도 신발도 신지 않은 발은 컸다. 그 커다란 발로 키안을 걷어차려고 버둥대며 난리를 치는 걸 보니 어째 토끼 한 마리를 잡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 [순정남] '대책 없는 쓰레기'지만, 평가는 좋은 악당 TOP 5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아이온2 출시와 함께 엔씨소프트 주가 15% 급락
- 지스타 불참사 관계자들이 밝힌 '지스타 패싱' 이유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엔씨 신더시티, 멋진 겉모습 뒤 부실한 슈팅게임 기본기
- 라운드8 이상균 디렉터의 소울라이크 신작, 윤곽 드러났다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포토] 지스타 코스프레, 올해 대세는 체인소맨&레제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