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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상식! 게임계의 고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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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테이프, 바바리코트, 포크레인, 대일밴드, 호치키스, 짚차, 라이방, 워크맨, 인터폰, 포스트잇, 사발면...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상표명이 고유명사로 굳어진 경우이다. 어느 특정한 제품이 시장을 독점할 정도의 인기가 있다면 그 상표는 바로 그 제품군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는 영광을 누리며 해당제품군의 대표가 된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제품의 고유명사화는 해당 제작사에게는 영광스런 일이겠지만 좋지 않은 일로 고유명사화 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예로 ‘베이징욕’이란 고유명사를 만들어 낸 베이징의 훌리건이나 본래 성채(城砦)라는 의미였으나 국사범들의 투옥으로 고유명사화 된 ‘바스티유’, 쉬운 플라이 볼을 야수들이 서로 양보하다가 안타로 만들어주는 것을 비꼰 ‘신시내티 히트’ 등이 있다.

▲ 셀로판테이프의 대명사가 된 스카치테이프

이처럼 어떤 행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거나 특별히 인상 깊은 경우에는 특정지명, 특정상호 등이 고유명사화 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게임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사람들이 이미 아는 유명한 회사의 이름들은 상당수가 이미 사전에 올라갔으며 그에서 유래한 고유명사도 있다. 현재로선 사전에 오른 단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쓰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몇 가지 골라서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앞으로 이 단어들이 사전에 등재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1. 소니타이머

첫 번째로 이야기해 볼 주제는 ‘소니타이머’가 되겠다. 뜻부터 설명하자면 ‘소니 타이머’란 마치 제품에 타이머가 달려있기라도 한 듯 품질보증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제품이 고장 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제품의 고장은 이미 '소니 타이머'에 의해 예고되어 있다!

[주바치 료지(中鉢良治) 소니 사장은 지난 21일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니 타이머(Sony timer)’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소니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품의 고장 원인이) 소니 타이머로 불리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경향신문 6월 26일자 기사내용 발췌

이처럼 소니의 경영진 역시 '소니타이머'를 인식할 만큼 소니타이머의 악명은 드높다. 소니의 제품 중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 '소니타이머'를 의식할 정도로 뿌리깊은 불신을 자랑하고 있는 상태.

소니의 제품 중에 현재 가장 유명하고 게이머들과 깊숙이 관련된 제품은 PS2이다. 이 PS2에도 ‘소니 타이머’라고 불리는 제품은 어김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렌즈 교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렌즈가 말썽을 부린다면 ‘소니타이머’가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왼쪽 사진에 나오는 이 부품은 PS2의 렌즈를 지지해주는 지지대이며 이것이 닳아버리면 렌즈가 오작동을 일으키기가 쉽다. 이 작은 플라스틱 지지대가 마모가 되어 렌즈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이 지지대 하나만 바꿔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제는 AS를 받게 되면 렌즈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리비는 자그만치 6만원 이상!! 저 작은 플라스틱 지지대 하나가 일으키는 말썽치고는 지나치게 높은 수리비가 아닌가? 실제로 렌즈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렌즈 자체를 갈아주는 AS는 소비자들의 높은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소니제품 안에 고장을 예고하는 타이머가 내장되어있다는 사실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사전 등재의 가능성: PS 시리즈 이외에도 소니제품이 고장나기만 하면 ‘소니타이머’를 의심하는 소비자가 많은 데다 소니 사장까지 ‘소니타이머’문제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용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향후 10년 이내에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그 정의는 “가전제품이 무상보증기간이 끝나자마자 고장이 나는 현상.”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2. 코지마센스

‘코지마센스’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게임내에 숨겨놓은 여러 가지 희극적 장치를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누구냐 하면 ‘메탈기어솔리드(이하 MGS)’ 시리즈를 창조한 제작자로서 게임제작자로서는 특이하게 ‘감독’의 칭호를 받고있다.

코지마 히데오가 영화광인 탓도 있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영화 같은 게임을 추구하고 있으며 곳곳에 개그적 요소가 숨어있어서 그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이머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플레이하다가 잠시 긴장을 푸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게임의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제작자에게 감탄하기도 한다.

코지마 히데오는 왜 이런 희극적 장치를 마련하느냐는 질문에 답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잠입액션게임을 하는 게이머는 실제로 심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상태로 10시간 이상 씩 게임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어줄 여러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희극적 장치를 통한 긴장의 이완과 새로운 긴장의 연속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도 보이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에게 실제적인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전등재의 가능성: 인터넷에 ‘코지마센스’를 검색해보면 꽤나 많은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원작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다. ‘소니타이머’보다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력한 팬층을 가지고있다는 점을 감안 할 때 사전등재의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앞으로 이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다면 그 정의는 “심각한 상황 속에 희극적 요소를 집어넣는 기법.”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3. 닌텐도 증후군

‘닌텐도 증후군’이란 흔히 ‘광과민성간질’이라고 표현되며 사전에 이미 등재된 단어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가정용 전자오락 게임 제조업체인 일본 닌텐도사(社)의 프로그램으로 전자오락을 하다 발작을 일으킨 경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증상은 게임 도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눈과 입이 돌아가며 발작을 일으키다가 깨어난다. 간질병인이 잠재되어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며 간질환자의 2~3%에서, 또 10~13세의 어린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보통 사람보다 요란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장시간 컴퓨터오락 등에 몰입하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보고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91년 미국 미시간주의 한 부모는 컴퓨터오락을 하던 자녀가 간질증세를 보이자 게임 제조업체인 일본 닌텐도사를 상대로 260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1997년 12월 일본에서는 닌텐도사의 휴대용 게임기를 소재로 한 TV 만화영화 '포켓몬스터(Pocket Monster)'를 시청하던 어린이 7백여 명이 동시에 집단 간질증세를 보여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1993년 1월에 환자가 처음 발견되었으며, 1999년 2월에는 13세 때 처음 컴퓨터 오락을 하다 발작을 일으킨 후 컴퓨터오락에만 매달리면 발작증세를 보여 의사의 진단을 받고 휴학 중이던 대학생이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소개한 대로 ‘닌텐도 증후군’은 각종 시사용어사전, 심지어 핸드폰 사전에까지 등재되어 있는 단어이다. 결코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여기서 한 가지 특기해 볼 내용은 닌텐도가 게임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다는 점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해설자가 종종 ‘닌텐도 슬라이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는 게임에나 나올법한 궤적의 슬라이더를 일컫는 말인데 야구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들을 다 제치고 닌텐도가 그 대표가 된다는 건 다소 의아하다.

하필 ‘EA슬라이더’도 ‘코나미 슬라이더’도 아닌 ‘닌텐도 슬라이더’란 말인가. 조금 더 생각을 진행시켜보면 우리는 ‘닌텐도’란 회사명 자체가 게임산업의 대표명사로 쓰일만큼 엄청난 브랜드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사전등재의 가능성: 이미 등록되었다.

▲ 닌텐도 슬라이더가 간다!

 

3. 코에이 프라이스

'코에이 프라이스'란 코에이 사의 게임 값이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비싼데서 유래한 용어다. 보통의 일본에서 6천엔 대로 발매되는 게임이 한국시장에서는 물가수준을 감안, 4만~5만원 대로 출시되는 것에 비해 코에이의 게임은 그러한 배려가 부족한 것을 꼬집어 말하는 것이다.

PS2가 국내 정식 발매가 될 때 유독 코에이의 런칭타이틀이 타사의 게임값을 능가하는 가격인 58000원에 발매됐다. 당시 한글화가 '성실히 잘 되어있다.'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어느 정도 옹호해주는 분위기가 생성이 되었고, 여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코에이는 한글화를 충실히 한 게임 특히 '진삼국무쌍' 시리즈를 쭉 이어나가며 '코에이프라이스'를 유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 한글화가 아닌 '매뉴얼한글화'라는 한 단계 낮은 로컬라이징을 거친 제품에서도 특유의 '코에이 프라이스'는 계속되었다. 한글화도 안 해주면서 왜 이렇게 가격이 높으냐는 게이머들의 원성에 코에이 측은 "본사의 방침이 그렇다. 전세계적으로 코에이 게임의 가격은 엇비슷."이라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유저들은 돈만 밝힌 다는 뜻의 ‘돈에이’라는 명칭을 코에이에게 선사했다.

특히 '삼국지 9'의 출시가격에서는 엑소시즘을 행할 정도의 강심장인 유저가 아니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만한 가격(일반판:82,500원,예약판:75,000원)으로 모두의 입안에 쌍시옷을 머금게 만들었다.

▲ 코에이 프라이스 대표 '삼국지 9'. 모두를 어이상실의 지경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코에이 프라이스’는 게임가격의 인플레 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대표로 총대를 멘 격이며 소비자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작년에 왔던 각설이 같은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등재의 가능성: 코에이가 항상 높은 가격의 ‘코에이프라이스’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사전에 저 단어가 올라가는 일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적합한 정의로는 “고가 정책을 고집하는 회사의 방침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4, 블리자드 스케일 혹은 블빠

지금까지 비디오 게임계 쪽의 고유명사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PC다. PC 게임계에는 블리자드라는 거목이 고유명사를 가지고 있다. 블리자드가 항상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블리자드 스케일’이 바로 그것.

‘블리자드 스케일’은 무엇을 기대하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블리자드의 대단함(?)을 단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단어다. 팬들에게 있어 블리자드 게임 혹은 CG는 ‘스케일이 크다, 작다’를 논하기 이전에 그냥 ‘블리자드 스케일’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블리자드 스케일’의 특이할만한 점은 자칭타칭 고유명사라는 점. 즉 ‘블리자드 스케일’은 블리자드 스스로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자신감을 내보이는 단어이면서 팬들이 경외심이 담긴 단어인 것이다.

물론 이런 블리자드의 자신감이 담긴 단어는 블리자드 팬이 아닌 다른 게이머에 의해 폄훼당하기도 한다. 이때 쓰이는 또 다른 고유명사가 있으니 바로 ‘블빠’ 되겠다. ‘블리자드 빠돌’이의 준말인 ‘블빠’는 각각의 블리자드 게임으로도 확대 적용돼 ‘와빠(와우 빠돌이)’, ‘디빠(디아블로 빠돌이)’, ‘스타빠(스타크래프트 빠돌이 혹은 빠순이)’등의 넓은 쓰임새를 가진다.

사전등재의 가능성: ‘블리자드 스케일’은 닌텐도 증후군, 소니 타이머 등에 비해 실체가 없고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가 넓으며 또 주관적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고유명사에 비해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늘어가는 블리자드 팬 층을 생각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가 한 나라의 인구 수 보다 많다지 않는가? '블빠'라면 ‘블리자드 스케일’ 사전 등재 가능성을 기대해보자. 적합한 정의로는 ‘멋진 것을 접했을 때 앞뒤 안 가리고 나오는 감탄사.” 정도가 어떨까?              

지금까지 게임업계에서 고유명사가 될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이미 사전에 오른 ‘닌텐도 증후군’이란 단어를 제외하고는 아직 구전되는 수준에 그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단체나 개인의 행동의 패턴에 변화가 없는 이상에는 멀지않은 미래에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에이프라이스’, ‘소니타이머’같이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는 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더불어 한국게임업체들의 대약진으로 인한 고유명사들의 등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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