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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기획] 게임 캐릭터, 한국기업 취업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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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 3.6, 721, 2.01을 넘어라!

‘3.6’, ‘721’, ‘2.01’. 이 숫자는 무엇일까요?

이 숫자들은 2007년 2월 졸업을 앞둔 전문대,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예정자 1,356명을 대상으로 ‘평균 취업 기본 요건’을 조사한 결과이다.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의 평균 학점은 ‘3.6점’, 토익은 ‘721점’, 보유자격증은 ‘2.01개’라고 한다.

튜토리얼에서 보스와 부딪힌 용사들처럼, 이런 어이없는 숫자 앞에서 우리는 너무 무력하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도 한숨이거니와,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저런 조사 결과가 나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100장 보내면 1장 연락 올까 말까하다는 이력서. 쓸 때마다 허무해지는 자기 소개서. 토익, 심층면접. 여기에 입 벌어지는 소식을 한 가지 더 붙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20대 청년 취업률은 1985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취업난... 취업난... 하나의 미네랄에 몰려드는 SCV처럼

누구에게나 힘들고 가혹한 취업.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거나 실망하지는 말자. 출구 없는 미로, 취업에 대한 무력감은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 잘나가는 게임 속 주인공들이라고 이 길을 비켜갈 순 없다.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과 함께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준 주인공도 있고, 높은 게임성을 가지고도 시리즈화 되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간 주인공도 많다.

이런 게임 캐릭터들이 자신의 직업을 벗어 던지고 현실의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면 어떨까?

땅이 꺼져라 한숨 쉬고 있을 이 땅의 취업준비생 여러분을 위해, 미래에의 희망을 잃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들의 다양한 ‘이력서’를 공개한다. 그들의 개성과 꿈이 담긴 ‘자기 소개서’를 읽으며 걱정은 잠시 잊고 웃어보시길 바란다.

◆ 게임 속 캐릭터들의 거침없는 자기 소개서 ◆

요식 배달 업계의 전설이 될 남자, 솔리드 스네이크

“네놈은 너무 잘 했다. 지나칠 정도로...”

이것은 이전 저의 상관이 제게 했던 말입니다. 저는 행복했다고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군인, 정확히는 메탈기어 파괴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은 계속되는 전쟁에 강한 회의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을 쉬고 잠적했을 무렵에는 알래스카에서 곰을 잡아먹고 산다는 소문이 있기도 하였지만, 저는 지금 용병시절 갈고 닦았던 기술을 실생활에 동원하여 ‘박스 수거의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스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신출귀몰    

박스 및 폐지 수거 일은 저에게 전쟁이 아닌 노동의 보람을 알려준 일입니다. 처음에는 위장 잠입을 위해, 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덧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박스들을 모으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많은 박스를 모았을 때나, 열심히 모은 박스들로 공원 가장자리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을 때에는 이대로 현실에 안주할 것을 생각해 본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적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냐!”

그만큼 저는 잠입에 자신이 있습니다. 과거 지하 100층까지 성공적으로 잠입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저의 꿈은 배달 업계의 전설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누구보다 빠르게 음식을 배달할 수 있습니다. 배달에 방해가 되는 녀석은 잠재우고, 배달에 필요한 물건은 항상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저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도 저의 잠입실력을 십분 활용해 배달을 완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어떤 곳이라도 찾아가고   

방해가 되는 녀석은 신속하게 재웁니다

또 이족보행 배달 머신 ‘메탈 스쿠터’가 있습니다. 일반 스쿠터가 가지 못하는 곳도 이족 보행을 사용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머신입니다. 한 자리에서 전 세계로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달계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달업계의 전설이 될 수 있도록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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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옷 아르바이트의 혁명, 마리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수염이 있어서, 중년의 유부남으로 오해 받는 등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처럼 태어날 때부터 수염이 난 동생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철없는 원망을 품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성을 가지고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한 결과, 요시라는 공룡을 비롯해 사람이 아닌 것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 할 수 있었습니다. 똑같이 생긴 동생과는 색깔만 다른 옷을 맞춰 입고 다닐 정도로 돈독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생과 함께   

다정한 교우 관계

납치당하는 것이 취미인 피치공주를 끈질기게 구하러 다닌 결과 버섯왕국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영웅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훌륭한 배관공이었지만 실종된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느라 의도하지 않게 직업에 소홀해 지고 말았습니다.

점점 기계화 되는 설비에 배관공이 설자리는 줄어들어, 경쟁력을 기르고자 점프 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거북이를 밟아 던지고, 불 뿜는 희귀 거북이를 괴롭힌다는 이유로 동물학대 파문에 휘말렸습니다. 이 시기는 저에게 있어서 아주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후 (카트)레이서, 골퍼, 파이터, 테니스 선수, 각종 스포츠 경기 심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방황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등장한 게임만 100개가 넘습니다.

이런 저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어준 것은 바로 버섯입니다. 버섯과 나뭇잎의 효과로 저는 기존의 인형 옷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스러운 변신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변신할 수 있는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너구리, 개구리를 비롯한 각종 동물로 순식간에 변신할 수 있습니다. 몸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도 있고 온몸을 번쩍거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 버섯

자연스러운 변신

버섯을 먹으면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해 동전을 꺼낼 수 있고, 꽃을 먹으면 불을 뿜을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등 다양한 마술 실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능력은 놀이 공원을 찾아온 많은 손님들에게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 꼭 마스코트 인형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개인기 보유

나는야 운송업계의 이단아~ 굴려라 왕자님~

믿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왕자입니다. 저 하늘의 달도 별도 전부 제가 만들어 올린 것 입니다. 다정한 어마마마와 과격한 아바마마 아래서 스펙타클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바마마는 다정하고 독특한 패션 센스를 가진 분이시지만 교육에는 엄격하셨습니다.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센스로 중무장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아바마마는 제가 단 1mm라도 덩어리를 작게 만들면 산산이 부수어 별가루로 만들어 날려 버리셨습니다. 그때마다 눈에서는 빔을 뿜어내며 호되게 야단치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또 형제가 없는 저를 위해 사촌들을 잔뜩 데려오셔서 경쟁사회의 무서움을 가르쳐 주기도 하셨습니다.

  다정하지만(?) 상당히 엄격하신 아바마마

저의 단점은 5cm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키입니다. 이전에도 아바마마가 술을 드시고 부셔버린 별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구 전역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지만, 저의 몸이 너무 작아서 아무도 저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도 모르지만

덩어리는 커집니다

내성적인 성격과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덩어리를 만들 때에는 ‘무조건 크게’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별다른 특기도 장점도 없는 저이지만 무엇이든 뭉쳐서 굴릴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개미에서 저 하늘의 구름, 무지개까지 뭐든지 붙일 수 있습니다.

소품 하나 빼놓지 않는 철저함

원하시면 사람도 같이 운반합니다

만약 저를 고용하신다면 아무리 무거운 짐도 전부 붙여서 한 번에 나를 수 있습니다. 저 혼자서 건물, 혹은 마을을 통째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르고 완벽한 이사를 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나르는 것은 꼭 힘으로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덩어리에 대한 열정을 믿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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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돈 100% 받아주마. 캐쉬 헌터 단테

“Let’s rock baby!”

나에게 직업은 놀이와 같다. 기분이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하기로 마음먹은 일은 완벽하게 해낸다. 깔끔한 일처리 뿐 아니라 일하는 과정도 중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다. 일을 할 때는 얼마나 멋진 모습을 보여 상대를 압도하는가가 중요하다.

나는 이전 취미 겸 직업으로 해결사 일을 했고, 악마를 사냥했다.

악마를 사냥 할 때, 어떤 악마에게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나의 멋진 은발과 강렬한 눈빛. 그리고 각별히 신경 쓴 패션. 나의 잘생긴 외모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안 통한다면 실력을 보여 주면 된다. 실력에는 꽤나 자신이 있다.

상대를 제압 하는 건 눈.빛.

누군가와 힘을 합치는 일도 나에게 맞지 않는다. 나에게 어설픈 인정을 바라지 마라. 오직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가 있을 뿐이다.    

수 틀리면 형제와도 칼부림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긴말 하지 않겠다.

“Are you ready?” 그렇다면 채용해라.

게임 속 뛰어난 영웅, 그들에게도 취업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는 잘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현실에서 적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부러워하는 직업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대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명확하다. SKY로 대표되는 학벌. 높은 토익 점수. 인턴 경험 등등... 수많은 지원자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간단하게 숫자를 요구한다.

게임 속의 캐릭터에게는 일단 내세울만한 학벌이 없다. 영어 및 외국어에 능통한 스네이크나 단테도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가졌지만 토익 등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단독행동을 즐기는 두 사람 모두 조직생활에 어울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용될 수 없다.

뛰어난 그들의 능력도 현실 속에서는 서류통과조차도 어렵다

충실한 정의감으로 무장하고 자기 생각이 확고한 마리오는 상층부와 의견 충돌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대기업 내에서 위험 요소가 된다. 또 일보다 여자문제를 중시하는 등 이전의 경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채용될 수 없다.

소극적인 성격에 5cm의 키를 가진 왕자님은 면접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막연히 윗사람의 지시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채용될 수 없다. 또 왜소한 체격조건은 대부분의 기업의 채용조건에 미달되는 취약점이다.

이들 모두에게 실무 경험 혹은 인턴 경험이 없는 것 또한 쟁쟁한 현실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다. 생각하면 끝이 없겠지만, 이들이 모두 비자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것도 취업에서 소외되는 이유가 된다. 농담이 아니다, 이게 현실이다.

‘서류’와 ‘숫자’ 앞에 당당한 자신을 살려라

우리가 선망하는 직업은 모두 숫자로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가 원하는 가치’에 쏠려 있다. 그래서 생각대로 일이 안 풀리면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비관적이게 된다. ‘3.6’, ‘721’, ‘2.01’ 같이 숫자가 높아질수록 취업을 준비하는 마음은 조급해져 간다.

게임 속의 캐릭터들이라고 모든 일에 만능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니 악마와 싸우고 공주를 구하러 가겠다고 할 것이다. 게임 캐릭터들이 멋지게 보이는 것은 자신의 능력 중에 ‘뛰어난 것’을 최우선으로 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다양한 직업에 지원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평가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꿈을 찾는 것이다. 자신만의 신념과 꿈을 가진 게임 속 캐릭터들은 모두 당당하다.

취업 생각에 조급해져 여유가 없더라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아무리 훌륭한 능력도 사회가 원하는 틀에 맞추면 별 볼일 없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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