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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스방, 그 곳이 알고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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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피씨방에 대해 짚어보았으니 이젠 플스방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간단하게 필자소개를 하자면 2004년에 서울 소재 모 대학근처에 플스방(정확히는 콘솔방)을 개업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플스방. 아무래도 한 건물 건너 하나 있는 피씨방보다는 약간 마이너하고 플스방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일단 플스방이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플스방이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를 비치해두고 손님이 원하는 게임타이틀을 제공하고 그 사용시간만큼의 요금을 받는 영업장을 말한다. 좀 더 확장한 개념으로는 콘솔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콘솔’이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게임큐브 같은 게임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 플스방을 찾은 손님들이 위닝일레븐을 즐기고 있다

▲'엑박&큐브’, 이것들도 콘솔

플스방이라 하면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취급하는 곳을 말하고 콘솔방이라 하면 플레이스테이션 이외에도 다른 기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즉 플스방의 개념을 극단적으로 쉽게 표현하면 PC방의 PC가 플스로 대체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먹거리와 음료수는 매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플스방에는 왜 가는가

사람들은 왜 플스방에 가는가? 이 질문의 답 중에 가장 원초적이면서 기본적인 답은 ‘집에 PS2와 게임 타이틀이 없어서’가 되겠다. 실제로 과거에는 PS2가 10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밀수품)이 있었고 차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대에 머물러 있어서 일반 유저들이 접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컸다.

거기다 정식발매 타이틀 수가 많지 않았고 게임타이틀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플스방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가격이 10만원대로 하락하고 타이틀의 가격도 4~6만원대로 책정되어 예전처럼 금전적 부담이 크지는 않다.(예전에는 철권CD 한장에 10만원도 했다) 그러므로 이 답안은 과거에는 가장 큰 이유로 여겨졌겠지만 요즘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는 비중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플스방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람들이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가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본다. 집에서 TV중계로 스포츠를 보는 것이 오히려 플레이 하나하나를 더 잘 볼 수 있고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현장감’이다.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목이 터져라 부를 수도 있고 감정의 표출도 용인되는 부분이 많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게임을 할 때와 플스방에 와서 게임을 할 때는 차이가 있다.

적절한 조명과 분위기, 집보다 우수한 게임 환경(화질, 음향, 액세서리 등)과 자유롭게 환호하고 탄식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로 하여금 ‘현장감’을 극대화하여 게임의 재미와 감동을 더 크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바로 이 ‘현장감’이야 말로 사람들이 플스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보여진다.

 ▲ ‘위닝 4 VS 4’ 플스방의 백미 위닝 4:4 플레이. 이거 한번 시작되면 난리난다

▲ '건콘', 이런 것 집에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소니, 너 정말 이럴래?

여러분께서는 PS2를 얼마 주고 구입하셨는지?

구입한지 오래되신 분들(덩치 큰 10005번이나 30005번 모델)께서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셨겠고 구입한지 얼마 안 된 분들(얇은 70005번 모델)은 예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플스방에서 쓰는 PS2는 얼마짜리일까?

놀라지들 마시라. 무려 819,500원짜리다. 구입 당시(2004년) PS2 가격이 2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해보면 약4배의 가격차이가 있다. 기기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아무 차이도 없다. 아. 있다 영업용이라는 홀로그램 딱지 하나 붙어있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더욱 기가 찬 건 가정용 기기는 20만원대의 가격으로도 1년 무상수리를 보증하는 반면 영업용 플스는 구입 후 단 5일간만 보증한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 영업용 플레이스테이션은 특별히 장시간의 사용에도 잘 견디도록 탱크처럼 되어 있느냐?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기기 수리 수십번 했다. 거기다 쓰지도 않는 동전통과 케이스를 꼭 사야한다고 규정으로 박아놓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샀다.

▲ PS2의 영업용딱지

▲  ‘동전통’ 저기에 동전 넣고 게임해 본 사람?

 

타이틀은 또 어떤가. 처음에는 'BANG USE ONLY'라는 홀로그램스티커 붙여서 몇 천원씩 더 비싼 타이틀 몇 개 내놓더니만 요새는 감감 무소식이다. 그럴려면 처음부터 하질 말든지. 말 나온 김에 한 소리 더하자면 처음 플스방이 생겨날 때는 가정용과 영업용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고 모든 영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구분없이 일반 PS2를 구입해서 썼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업용 운운하며 가정용을 쓰면 고발하겠다는 엄포로 인해 모든 플스방이 고가의 영업용 PS2를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해야하는 짓도 했다.(이건 필자가 직접적으로 당한 일은 아님) 우려먹기도 서러운데 이건 더한 겨자먹이기다.

업주입장에서 소니. 정말 해도 너무 하다. 설마 PS3까지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런 짓 하다간 망하리라~

한바탕 게워냈더니 후련하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이발사의 심정이랄까.

소니도 씹었으니 다음은 우려먹기의 대명사 코나미 차례 되겠다. 코나미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위닝일레븐의 제작사로 유명한 회사다. 허나 과도한 우려먹기로 악명 높은 회사이기도 하다. 한번 그 행태를 볼작시면 1년에 3~4번씩 시리즈를 낸다.(이게 회사방침이란다)

본편(일판)-인터내셔널-파이널에볼루션(라이브웨어에볼루션)의 3단 콤보로 몰아쳐오는데 아주 죽을 맛이다. 플스방에선 위닝이 나오는 족족 기계 수만큼 구입해서 돌려야하기 때문에 시리즈 한번 바뀔 때마다 목돈이 들어간다. 1년에 위닝 타이틀 구매하는데 400만원은 좀 너무하단 생각이들지 않나.

게다가 이런 못된 습관을 코에이에서도 배워서 지들도 무쌍-맹장전-엠파이어즈 라는 3단 콤보를 쓰질 않나. 하여간에 숭어가 뛰면 망둥어도 뛴다고 이 양 ‘코’가 문제다. 너희 둘 때문에 내 코도 석자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콤보는 3단으로 그쳐주기 바란다. 4단 콤보 이상은 버텨낼 재간이 아니 ‘재산’이 없단 말이다!!!

플스방=위닝방? 노노!

주변 플스방에 가보시면 돌아가는 거의 모든 타이틀은 위닝 일레븐이다. 간혹 다른 타이틀을 즐기는 분도 있지만 플스방이 아닌 위닝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터. 그렇다고 위닝만 비치되어 있느냐 노노. 그건 아니다. 위닝이외에도 많은 타이틀을 비치하고 있다. 위닝말고도 다른 게임도 해보자. 그리고 그 게임이 맘에 들면 구입해서 집에서도 해보자.

▲ '다양한 타이틀', 하지만~ 위닝만 한다는 거

혹 독자분들은 국내에 PS2가 백만대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여기에 크게 공헌한 것이 바로 플스방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열 집에 한집은 플스를 보유하게 된 것에는 플스방의 역할이 그 저변에 깔려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PS2와 게임타이틀을 접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니즈(Needs)를 이끌어 내었으며 다량의 콘솔과 타이틀을 구입하여 국내 비디오게임시장을 확대시켰고 결과적으로 국내게임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변에 PS2 가진 친구에게 물어보자. 십중팔구는 플스방 다니다가 PS2를 샀다고 대답할 것이다.(적어도 필자주변은 그렇다)

그 외에도 플스방은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및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에 유일한 한국만의 독특한 ‘방’ 문화로써 많은 학생들이 공강이나 자투리 시간 등을 친구,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한다. 이처럼 플스방은 젊은이들의 휴식처로서 스트레스 해소 및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고 믿고싶다)

 

이상 짧게나마 플스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쓰다 보니 그동안 맺힌 게 많았던 필자가 안 좋은 소리를 좀 많이 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라며 비디오게임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즐겨주시기를 청한다. 특히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콘솔개조나 불법복제타이틀 사용은 안 하셨으면 한다. 콘솔개조나 복제타이틀사용은 게임시장을 축소시키고 결국 발매타이틀과 한글타이틀 수를 줄이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플스방 운영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부탁드린다.

▲ '플스방의 평화', 마감시간이다 기계도 사람도 쉬어야지

덧붙임

플스방 에피소드

아무래도 대학가 주변이다 보니 대학생 손님이 절대다수.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도 주말이나 휴일에는 심심치 않게 찾아오고 외근직 회사원들이나 이른바 ‘오덕후’ 분들도 오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30대 이상은 찾아보기가 힘드니, 이용객들의 연령대가 피씨방보다는 좁은 것이 사실. 이제 그 분들과 생긴 에피소드들을 공개한다.

에피소드1: 자리만 빌려 주세요

실황 오덕후 : 개업 준비 중에 선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타 지점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전체적으로 매장분위기는 한산한 편이었으나 한쪽 구석 음지에서 출몰하는 한 무리의 오덕후님들의 ‘포쓰’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분들의 정체는 바로 ‘실황파워풀프로야구’ 동호회 분들이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에 와서 10시간씩 실황만 하고 간다고 한다. 그 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수시로 컴퓨터에 왔다갔다 하면서 경기내용을 카페에 업로드하는데 일본프로선수들의 모든 능력치와 스펙을 줄줄 욀 뿐만 아니라 몇 년 전 데이터까지 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모습들이 모두 오덕후의 필요충분조건이자 기본덕목이라 일컬어지는 소위 ‘안여돼’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모습이었다.(실황유저분들을 비하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 후, 시간은 흘러 개업 하고 두 달도 안 되었을 무렵, 그 오덕후의 수장 2명이 매장에 출현하셨다. 타 지점에서 여기를 소개했단다. 특유의 센세이셔널한 빅헤드에다 얼굴에는 성큰콜로니를 잔뜩 설치하여 풀업스팀팩 마린 3부대&메딕 1부대로도 도저히 처리할 길이 없는 매우 위협적인 얼굴로 “실황 있어요?” 라고 묻는게 아닌가.

필자가 “실황은 정식발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져다 놓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하자,“쿠헤헤 실황이 없대.”라고 냉소가 어린 눈길을 필자에게 보내왔으나 그것도 잠시 오덕후의 수장께서는 가방에서 실황타이틀과 메모리카드를 꺼내면 자리만 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자기 것도 있으면서 왜 물어봐~~

에피소드2: 어린친구의 습격  

모든 영업장의 공공의 적이자 무시못하는 물주 초등학생. 평일에는 오지 않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주 오는 초등학생 게이머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 어린친구는 주로 한 시간에 게임을 15차례이상 바꾸며 30차례 이상 게임방법을 물어보고 알려줘도 까먹으며 로딩이 왜 이리 기냐, 로딩시간은 요금에서 제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 초딩에게 시간당 1500원은 너무 비싸다, 1000원으로는 안 되느냐는 ‘합리적인’ 질문으로 본인을 당황케하기도 하고 과자와 음료수, 라면을 의자와 바닥에도 나눠주는 마음씨 ‘착한’ 친구였다.

또 타임크라이시스용 건콘으로 모니터를 박박 긁으며 내 속을 긁기도 한다. 마음같아서는 애정어린 손길로 뒤통수나 뺨을 살짝 어루만져주기라도 하겠건만...(전국에 알바분들은 모두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 ‘초딩의 습격’ 그 누가 이들을 막을 것인가

에피소드3: 게이머 여친 1년이면 남친 보다 위닝고수!

플스방에 여자손님은 별로 없다. 아무래도 남성취향의 타이틀이 대부분이다 보니 손님의 대부분이 남자고 돌아가는 타이틀도 97%이상이 위닝일레븐이다. 기끔 여자분이 있긴 하지만 남자친구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고 남자친구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여자분은 하루에 1~5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위닝일레븐 구경만 1년을 하신 여자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남자친구와 위닝대결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지더니 요즘은 남자친구를 3:0으로 이긴다. 그 여자분의 주 선택팀은 ‘FC 바르셀로나’이고 호나우지뉴의 광팬이다. 호나우지뉴로 6명까지 제끼고 골을 작렬시키는 장면 여러 번 봤다. 커플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 독자분들도 여자친구와 함께 위닝을 즐긴다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 ‘위닝 10’ 위닝으로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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