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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도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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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사람의 호기심과 승부 근성을 자극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도박’ 게임이다. 결과를 보기전의 스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왔을 때의 쾌감. 한 번 맛보면 블랙홀처럼 우리를 빨아들이는 도박. 물론 필자가 이야기 하는 도박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에 등장하는 컨텐츠를 말하는 것이다. 하프, 콜, 다이 같은 걸 원하셨던 분은 살포시 백 스페이스. 이번 시간엔 본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도박이 존재하는 게임들의 종류와 재미 요소에 대해 알아보자.

뽑기의 추억
꼬맹이 시절 뽑기 한 번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90년 대 까지만 해도 뽑기류의 ‘게임’이 동네 문방구를 수 놓았다. 학교 앞 문방구나 노점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것들. 필자의 경우 코흘리개 시절에 상품에 눈이 멀어 이런 류의 게임을 많이 해봤다.

▲ 네 덕에 석수의 참맛을 깨달았었지

▲ 침의 농도 조절이 중요하다. 잉어야 기다려라~

운이 좋다면 단돈 50원으로 ‘액정 게임기’ 같은 초호화 상품을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행성으로 인해 도박이란 단어 자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지만 게임으로써 도박은 상당한 재미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도박은 어떤 것이든 적당히 하면 유희지만 과하게 하면 해가 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 준다.

▲ 그 당시엔 참 흔한 광경이었다. 공뽑기는 콜렉션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었다.

블랙잭의 추억 - 금광을 찾아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게임 속에도 도박은 존재했으니 게이머들에게 금(Gold)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바로 그 게임! ‘금광을 찾아서(Lost Dutchman mine)’다. 이 게임은 서부개척시대 골드러시(Goldrush)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금광을 찾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 경쾌한 오프닝 BGM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금의 가치를 알게 해준 그 게임!

금광을 찾으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이머로 하여금 엔딩을 ‘거부’하게 만들었던 주범이 있었으니, 바로 주점에서 도박사와 승부를 가리는 ‘블랙잭’이다. 당시 필자를 금광을 찾는 게임이 아닌 ‘금 벌어다, 블랙잭에 탕진하는 게임’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필자만 이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 오른쪽 탁자에 앉아 카드를 쥐고 있는 녀석이 '도박사'다. 돈을 움켜쥐고 돌격!

필자의 친구들은 필자의 집으로 놀러와 “도박사가 이긴다에 100원”이라고 외치며 신나게 한 판(?)을 벌리기도 했었다. 카드가 손에 들어올 때의 두근거림,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카드를 넘길 때의 긴장감, 원하던 카드가 들어왔을 때의 짜릿함.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게이머라면 그 달콤쌉쌀한 맛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사막에서 생존을 위해선 필요한 것들이 많다.

▲ '던전시즈'처럼 인벤토리를 늘려주는 당나귀.

이 밖에도 게임 내에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 사골처럼 푹 우려먹을 수 있다.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낚시를 하거나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거나 강도를 잡아 현상금을 타는 등 게이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 간혹 사막에서 범죄자들에게 습격을 당하곤 한다. 필자의 눈엔 범죄자가 아닌 돈으로 보이긴 했지만..

▲ 강에 도착하면 이렇게 다양한 메뉴가 뜰만큼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었던 게임이다

세이브&로드 신공의 추억 - 대항해시대 2
도박하면 대항해시대 2도 빼 놓을 수 없다. 대항해시대 2는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이 선원 혹은 선장이 되어 교역, 해적들과의 전투 등을 통해 명성과 부를 쌓는 게임이다. 대항해시대 2에서는 ‘다이스 포커’와 블랙잭을 즐길 수 있다.

▲ 지리를 싫어했던 필자에게 '사회과부도'의 고마움을 알게 해준 대항해시대 2. 이 게임하면서 세계전도 한 번 않펼쳐본 게이머가 있을까?

블랙잭의 룰에 대해선 아는 독자들이 많을 테니 제처두기로 하고, 생소한 다이스 포커의 룰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다. 다이스 포커는 주사위 5개를 굴려 같은 숫자가 두 개면 원페어, 원페어가 두 개 나오면 투페어가 되는 등 기존 카드 포커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네 개의 주사위가 같으면 포 다이스(Dice)이고 다섯 개의 주사위가 모두 똑같은 숫자가 나오는 파이브 다이스라는 점 정도다. 진행 방식 역시 포커와 비슷하다. 3번의 기회가 있고 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홀드해 놓고 나머지만 다시 굴릴 수 있는 식이다.

▲ 대항해시대 시리즈는 경제, 전투, 미니게임, 모험 등 다양한 재미요소가 혼합된 명작 중의 명작이다

블랙잭과 다이스 포커 둘 다 최대 배팅액은 500을 넘지 못한다. 사업을 시작하기엔 자금이 모자라는 초반, 간단한 무역이라도 하기 위해선 배가 필요하다. 배를 사기위해선 (한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세이브&로드’ 신공을 구사한 ‘반복 노가다’를 해야 한다. 한 탕을 노리기보단 착실하게(?) 노가다해 돈을 벌라는 코에이의 깊은 뜻인걸까?

▲ 대항해시대 2의 BGM은 에스카플로네, 카우보이 비밥 등 인기 애니메이션 O.S.T를 제작했던 '칸노 요코'의 작품이다. 대항해시대 2는 당시 훌륭한 BGM을 선보여 O.S.T CD가 발매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녀를 위해서 굴려라 - DOA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
게이머들을 카지노에서 살게 만든 게임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남성 게이머들에게 카지노 폐인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게임이 있으니 바로 ‘DOA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이다. 거두절미하고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300여가지가 넘는 액세서리와 수영복을 DOA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들에게 입히는 것이다.

▲ 라스베가스가 따로 없다. 수영복을 향해 돌격!

이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게이머는 DOA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들 중 한 명을 선택해, 비치 발리볼 같은 게임을 통해 돈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입양은 평균 5만 정도다. 거기다 경기에서 지면 돈을 잃기도 한다. 저 멀리서 게이머에게 손짓하는 레어 아이템(수영복)을 사기 위해선 몇 백 만원이 필요하다. 아이템은 빨리 입혀보고 싶고 돈은 없고, 한숨만 나온다.

▲ 캐릭터들이 그려진 카드는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따라서 선택은 하나다. 카지노에서 인생역전 노리는 것이다(DOA X 플레이 해본 게이머치고 이 유혹에 않넘어 가본 게이머가 있을까?)!! 비치 발리볼의 카지노에는 블랙잭, 룰렛, 포커, 슬롯머신이 있다. 돈이 모자르면 여기서 놀라는 것인지 게임 내 도박장의 퀄리티는 왠만한 도박 게임 저리가라 할 수준이다. 네 게임모두 돈을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재미를 준다. 필자의 생각이 맞다면 이런걸 '일석이조'라고 할 것이다. 자~ 오늘도 그녀를 위해서 달려보자.


 


 

▲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다음엔 어떤 아이템을 향해 달려볼까?

이번엔 뭐가 나올까? -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를 해본 게이머라면 ‘오래된 파란 상자’를 기억할 것이다. 이 상자는 게임 내 존재하는 아이템을 무작위로 주는 상자다. 여기엔 물론 초고가 아이템과 상자에서만 나오는 희귀아이템도 포함된다. 보통 서버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약 20~ 30만 제니(라그나로크의 화폐단위) 정도로 중산층 유저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중요한 것은 이 상자가 1회용 이란 것이다.

▲ 이 녀석이 문제의 그 녀석이다. '오래된 파산 상자'라고 불리는 이 녀석을 여는 순간! '쪽박'이 튀어나온다.

이 상자는 상당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상자로 인해 게임을 그만둔 이가 수두룩하다. 단계별 증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초기 증상은 주변에 누군가 이 상자를 열어 몇 천만 이상의 아이템을 먹었다고 하면 일단 배가 아파지고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중기로 넘어가면 이 상자를 주는 몬스터를 집중적으로 사냥하게 된다. 물론 상자의 드랍률은 낮다. 말기에 이르러선 사냥을 통해 획득한 상자만으론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총 동원해 다른 게이머에게서 이 상자를 매입한다.

▲ '오래된 파란 상자'의 애환을 보여주는 한 유저의 팬아트. 상자를 열어본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4)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가득 쌓은 싸구려 아이템들을 보게 되고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에 빠지게 되는 이가 99%다. 당시 오래된 파란 상자 중독 말기 증세에 시달리던 지인의 말을 빌어보면 “상자를 열기 전 그 긴장감과 스릴, 두근거림을 잊지 못하게 됐다”고 심경을 고백했다(그 친구는  2일 후 계정비를 환불 받았다).

게이머가 딜러다? - 리니지
리니지에는 경마와 똑같은 방식인 ‘미니 버그 베어 경주’와 무작위 강화 주문이 걸린 아이템을 사는 ‘겜블링’ 등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도박 컨텐츠가 존재했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유저들이 직접 창조해낸 도박 컨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미니 버그베어 경주장의 모습

▲ 지금은 사라진 리니지 감초였던 슬라임 경기장

몬스터 소환 막대를 이용한 ‘소막 겜블’이 그것이다. 소환 막대는 사용 시 무작위로 약 40 종류의 몬스터 중 하나를 만들어 낸다. 소막 겜블은 이렇게 생성되는 몬스터의 종류를 맞추는 게임이다. 보통 세 번이 한 게임인데 배팅율은 한 게임에서 하나를 맞추면 5배, 두 개를 맞추면 10배, 모두 맞추면 20배가 된다.

▲ 소환 막대는 약 20여개의 몬스터 중 무작위로 한 개의 몬스터를 만들어 낸다. 게이머가 소환되는 몬스터의 이름을 맞추면 승리하는 것이다

만약 5만 아덴을 배팅해서 세 번 연속으로 맞춘다면 100만 아덴이 되는 것이다. 부족한 컨텐츠를 게이머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는 면에선 훌륭하지만 현금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리니지의 실정을 생각해보면 한 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랜덤의 추억 - 판타지 마스터
부스터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이버 포뮤러’의 자동차 뒷 꽁지의 부스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TCG(Trading Card Game ‘매직 더 게더링’처럼 카드로 유닛과 마법을 조합해 상대방과 승부를 겨루는 게임)에서 카드를 구입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카드 묶음(Pack : 보통 2~3장이 들어있다)중 하나를 선택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즉, 구입 당시에는 봉투 안에 어떤 카드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 카드를 이용한 소환수, 마법 등으로 상대편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인 TCG. 치밀한 전략과 자신의 전술에 맞는 덱(Deck)이라고 불리는 카드셋트가 필요하다.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있다. 바로 TCG 온라인 게임인 ‘판타지 마스터’다. 판타지 마스터에선 공식 홈페이지의 ‘상점’을 통해 게임머니와 현금으로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그 중 무작위(랜덤)의 스릴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부스터 상점’이다. 구입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금 90원과 게임포인트 4,000원을 내고 카드 한 장을 뽑는다. 운이 좋으면 게임포인트 14,000원짜리가, 운이 나쁘면 게임포인트 1,500원짜리가 나오는 것이다.

▲  부스터는 다른 도박 보다 운이 필요하다. 아래 카드는 위 카드를 뽑았을 때 나오는 카드들 중 극단적인 두 가지다.

▲ 이런 녀석이 나와주면 '아자~!'라고 외쳐주자. 볼 때 마다 흐믓하다.

▲ 이런 녀석은 살포시 카드삭제. 놔두면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

물론 이외도 다양한 가격의 카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 구매 방식의 묘미라고 한다면 카드를 뽑을 땐 ‘두근두근’, 원하던 카드가 나오면 ‘아자~!’, 나머지 경우는 ‘쳇…카드 삭제’ 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부스터의 매력이다. 하지만 조금이지만 현금이 들어가므로 무분별한 ‘지르기’는 자제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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