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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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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든 좋든 간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캐릭터를 상품화하고 멋들어지게 만드는데 가장 이상적인 나라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개발할 당시에 광고로 사용되는 게임 일러스트를 한데모아 작품집으로 만들어내고 전시회까지 개최될 정도로 일러스트를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15주년을 기념한 원화전

사실 게임 일러스트는 상업용 그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상업용인 만큼 예술성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예술성을 포함 시킬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SNK와 CAPCOM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회사는 각각 ‘킹 오브 파이터’와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불세출의 격투게임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고 그 결과 ‘SNK VS CAPCOM’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SNK의 부도로 게임업계에서 그 이름이 지워져갈 때도 SNK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CAPCOM에 자리를 잡고 일을 이어나갔다.

그중 한명이 바로 신키로 씨다.

KOF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로
신키로 씨는 62년 생으로 올해 43세의 중후한 중년이다. 그는 83년 오사카 미술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리스트레이션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87년 프리 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가로 활약하던 중 90년 SNK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일러스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후 SNK 부도 직후 2000년 캡콤에 입사해 지금까지 계속 관련 일을 진행중이며 SNK와 캡콤 모두에서 일해본 경험을 살려 SNK VS CAPCOM 2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KOF의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SNK에서 근무할 때는 아랑전설, 용호의 권, KOF 시리즈 등 주요 타이틀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작품을 맡아왔고 캡콤에 들어와서는 초마계촌R, 파이널 파이트 ONE, 건서바이버 3, 건서바이버 4를 맡으며 다이나믹한 묘사력은 캡콤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에 작업한 시라누이 마이

그가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그려야할 대상이 있으면 잡지나 관련정보가 있는 책을 보기도 하고 집 근처에 있는 오사카 성에 들러 사진을 찍고 갈수 있는 곳이라면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입수한다.

그 자료를 토대로 정리를 한 다음 그림에 반영하는 것이 그만의 스타일이다.

▲The Planet of Fighting

그렇게 탄생한 일러스트는 ‘The Planet of Fighting’이라는 작품으로 스피드감을 느낄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드러난다.

B급 신화가 된 TONY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TONY. 본직은 일러스트레이터 겸 원화가로 들어오는 게임제작 러브콜을 대부분 OK해버리는 무서운(?) 작가로 명성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가 손댄 작품은 B급이 되어버린다는 무서운 징크스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더더욱 악명이 높다.

그의 대표작은 대부분 18금 성인게임에 치중된 면도 없잖아 있다. 18금 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해봤을 환몽관, Arcana, After, そらのいろ、みずのいろ 등이 바로 TONY의 손에서 태어난 게임들이다.

그러다 보니 TONY라고 하면 성인 변태작가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창세기전 외전 - 템페스트’를 통해 그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았고 최근에는 PS2로 무대를 넓혀 세가의 샤이닝 티어즈의 일러스트와 원화를 맡아 메이져의 영역에 발을 내딛었다.

▲소년이여!!! B급 신화가 되어라~

여기서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와 관련된 일화를 한가지만 소개하고 넘어가자. 이 게임은 TONY 씨가 원화와 일러스트를 맡아 남성 게이머들의 혼을 빼놓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시간상의 문제인지 개인신변의 문제인지 미완성인 채로 손을 떼게 되었다.

그 뒤를 맡아 엔딩 그래픽 작업을 맡은 사람이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김형태 씨로 소프트맥스와 김형태씨가 처음 손을 잡을 수 있게 만든 사람이 바로 TONY 씨 덕분이다(그것이 우연이든 아니든 결과론적으로만 본다면...).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에도 TONY의 손길은 묻어있다

이렇듯 그래픽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18금 성인게임에서 주된 활약을 벌이던 TONY 씨인 만큼 그의 그림은 일단 ‘예쁘다’. 하지만 예쁘기만 할 뿐 캐릭터의 개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의견도 상당히 있다.

하지만 일본 게임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은 사뭇 다르다.

TONY 씨가 작업을 했기에 그나마 B급이 될 수 있었던 것이며 그의 인지도 덕분에 게임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TONY 씨의 그림은 ‘색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철저한 상업적인 표현을 내재 했을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손댄 18금 게임을 보거나 나름대로 야하다고 느껴지는 템페스트의 여성 캐릭터들의 천사화 이미지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색기가 포함되기 힘든 작업에 투입되면 왠지 개성적인 표현을 보기 힘들어 진다. 결국 TONY 씨의 스타일은 색기를 풍기는 여인을 그리는 것일까? 샤이닝 티어즈의 그림을 한번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참고로 샤이닝 티어즈 작업을 하기 전까지 그가 주로 했던 게임은 무려 한국의 온라인게임 ‘라그나**’였다고 하니 참고하자.

망해버린(?) SNK의 일러스트레이터 들...
SNK가 부도난 이유중 하나를 꼽으라면 일러스트레이터 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할 만큼 실력있는 인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농담아닌 농담이 있다.

그 일러스트레이터중 한명이 위에서 소개한 신키로 씨며 나머지인물인 히로아키와 기타센리, TONKO 등이다. 우리가 흔히 접해볼 수 있었던 사무라이 스피리츠와 KOF의 이미지 컨셉아트는 대부분 이들의 손을 거쳤고 혼을 빼놓는 퀄리티를 자랑했다.

신비스런 분위기의 그림과 무거운 느낌을 묘사하는데 뛰어난 감각을 지녀 극화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했던 히로아키. 화사하고 만화와 같은 묘사로 밝은 느낌을 묘사해 이로아키와 대비되는 그림을 묘사한 기타센리,

▲히로아키와 키타센리의 그림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만화와 수묵화, 전통화 기법과 눈만큰 미소녀 스타일이 아닌 인체비례를 고려한 스타일로 눈을 사로잡았던 TONKO 등의 그림은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감상하면서 느끼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눈큰 왕눈이의 이미지는 TONKO의 스타일이 아니다!!!

이미 오락실을 경험해본 게이머라면 수없이 봐왔을 게임이지만 게임상의 이미지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가 창조한 이미지를 보면서 옛 게임의 추억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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