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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대학 3장 유통론-CHAPTER 5. 멀티미디어가 아닌 거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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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의점에서 게임을 사는 시대

'멀티미디어 키오스크(역 주변에서 신문, 잡지 등을 파는 매점)'라는 컨셉이 있습니다. 점두에 설치된 정보단말기로 원하는 상품정보를 검색하여 마음에 드는 상품을 단말기로 구입할 수 있는 컨셉입니다. 멀티미디어가 아닌 거리미디어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편의점 체인인 산스크가 일본 IBM과 제휴하여 94년 12월부터 도쿄권의 약 20개 점포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카운터에서 영화 예매권을 사고, 음악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들어보고 CD를 사는 등의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주변장치로만 기능하고 있어 '약간 특이한 프로모션 장치'의 하나로 밖에 인식되어지지 않아 실험이 꼭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는 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는 상품의 데이터가 단말기에 입력되어 있어서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CD(CD-ROM)로 만들어져 나옵니다. 대금은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로 결재하면 됩니다. 단말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상품의 라인업도 자동으로 갱신됩니다. 그야말로 소프트 상품의 '자동판매기'이며, 패키지 상품의 'Take Out'입니다. 그러한 멀티미디어 키오스크의 실용화를 저해하는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미디어 소프트가 CD라는 '탈 것'에 합승할 수 있게 된 것, ISDN(종합디지털 통신망)이라는 광지역 네트워크의 존재, CD 입력장치(CD-R, CD-WO)의 저가격화 등이 멀티미디어 키오스크에 이르게 하는 순풍입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택해서 자기만의 앨범을 만들어 가지고 갑니다. 미국 IBM은 그런 멀티미디어 키오스크가 실용화되면 신문, 잡지, 음악CD, 비디오 등 대부분의 미디어 소프트의 유통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CD-ROM을 매체로 하기 시작한 게임도 예외는 아닙니다. 소프트하우스가 키오스크 단말기에 소프트를 직접 보내고 단말기에 축적된 소프트를 소비자가 사가지고 가는 유통혁명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점포의 정보 네트워크가 가장 진행된 업태가 편의점입니다. 세븐일레븐 저팬은 현시점에서 세계 최대의 ISDN이용 기업이라고 합니다. 공공요금 불입, 티켓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는 것도 이 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출판물은 이미 전체의 약 15%(약 3천 5백억 엔)가 편의점 루트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거리의 정보기지',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 편의점은 소비자에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기존 패키지 상품으로서의 게임은 편의점에서 취급하기에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로 판매하는 정보 소프트 상품의 하나로서 게임은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이 게임 전문점의 경합 상대로 크게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너무 일렀던 디스크 시스템

게임 세계에서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라는 방식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선구적이었으나 실패로 끝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원리적으로는 닌텐도가 86년 2월에 개시한 '디스크 시스템'과 아주 비슷합니다.

디스크 시스템에서도 점포 앞에 설치된 단말기로 소프트의 버전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디스크 팩스)를 전개했습니다. 1회에 5백엔으로 버전업을 한다는 가격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젤다의 전설>이나 <패미컴 탐색 클럽>이라는 명작도 있었습니다. 골프게임의 전국 토너먼트에 10만 명이 참가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87년 3월).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디스크의 신뢰성 부족과 이익률이 낮아 소프트하우스와 소매점이 마음먹고 일하기 어려웠던 점, 불법 복사가 만연했다는 것 등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상조였다는 것이 실제 이유가 아닐까요?

컨셉에 맞는 것이었지만 너무 일찍 등장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는 미디어 세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자살 미수로 끝난 미디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찍이 뉴 미디어의 기수로서 각광을 받았던 캡틴 시스템(일본 우정성이 시도하려 했던 문자상업 시스템)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어 자살 미수 미디어가 모습을 바꾸어 소생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화상을 보낼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 통신 또는 인터넷 등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서비스는 모두 캡틴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에도 실패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술 수준이 달라지고 규제환경이 달라지고 소비자의 성향이 달라지고 유통정책이 달라지면 디스크시스템이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로서 소생할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센트 기가의 전파를 사용하여 닌텐도가 95년 4월 23일부터 개시한 '수퍼패미컴 아워'와 같은 위성 데이터 방송 서비스, CATV에서의 게임 서비스(세가 채널)와 집에 있으면서 하는 네트워크형 서비스로서 변형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CATV가 전세대를 커버하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위성방송조차도 남서 방향으로 안테나를 세우지 못하는 세대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매점을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유통에서의 반발이 심할 것이며, 매력적인 서비스 내용이 될 것인가의 여부가 의문스럽습니다. '전세대 커버'가 불가능한 한, 기존 유통과의 공존공영이 불가피해져 '네트워크로 밖에는 즐길 수 없다'는 배타적인 서비스는 쉽사리 도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멀티미디어 키오스크는 기본의 유통과 양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네트워크형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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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ly published in Japan in 1996-2004 by Media Factory Co., Inc.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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