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부훈(部訓)으로 삼았던 말이다. ‘안전기획부의 일들은 남들이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많아 겉으로 드러내기엔 곤란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나 자부심을 가져라’는 뜻일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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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칭이 국가정보원으로 바뀌면서 부훈 역시 지금은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고, 옛 부훈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오랫동안 음지에서 극히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유되어왔다가 얼마 전부터 양지로 모습을 드러낸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있다. 콘솔 게임이라고도 부르는 비디오 게임이 그것이다. 게임을 위한 전용 기기와 디스플레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비디오 게임. 초기 투자비용과 언어의 장벽 때문에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던 분야임은 부정할 수 없다.
PS2와 Xbox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웃나라 일본 게임들을 어둠의 루트를 통해 구해 각자가 지닌 외국어 실력으로 게임을 이해하고 재미를 찾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PS2와 Xbox가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면서 외국어로만 표시되던 게임 화면들에 ‘무려’ 한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뿐인가? 그 중 일부의 게임에서는 ‘자그마치’ 한국 음성까지 흘러나왔으니, 격세지감을 느낄 노릇이다.
과거 외국 게임을 어렵지 않게 즐겼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글화가 부실하다”, “원작의 느낌을 살려라”, “차라리 자막만 한글화해라” 등 한글화 작품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놓지만, 아직 한글화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조금 더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쨌거나 국내에 존재하는 많은 한글화 팀 중에서 게이머들에게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어찌 보면 한글화를 못할래야 못할 수 없는 곳, YBM시사닷컴 게임 로컬 팀이 그곳이다. YBM시사닷컴 게임 로컬 팀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임 로컬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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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한글화 모습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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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한글화라고 표현하지만, 외국의 문물(文物)을 가져오면서 그 나라 실정에 맡게 현지화하는 것을 로컬라이징(localizing), 줄여서 로컬이라 부른다. 이후 본문에서는 넓은 의미로 로컬이라 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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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터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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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규 |
유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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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M시사닷컴 게임 로컬 팀의 좌청룡. 인터뷰 도중 예기치 못한 발언을 하는 등 얼핏 들으면 건성건성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막상 업무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도록 일에 파고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YBM시사닷컴 게임 로컬 팀의 우백호. 이름처럼 유~하게 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매사에 꼼꼼하고 세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 추진력이 돋보이는 강준규 씨와 함께 YBM시사닷컴에서 나오는 한글화 타이틀을 세상에 내보내는 산고의 주역이다. |
- YBM시사닷컴에서 나오는 타이틀은 한글화에 대한 평가가 높습니다. YBM시사닷컴 게임 로컬 팀은 총 몇 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까?
유재운: 우선 팀장님이 계시고, PM(Product Manager)을 저희 둘이 맡으며, 다른 두 분이 각각 한 분씩 저희를 서포트 해줍니다. 즉, 총 인원은 5명이죠.
- 의외로 인원이 적네요. 텍스트 한글화까지 내부에서 해결하시나요?
강준규: 간혹 텍스트 한글화도 내부에서 맡을 때가 있지만 대부분 전문 필자를 통한 아웃소싱을 하고 있습니다. 한글화 작업은 외부에서 하고, 저희는 그걸 수정하고 프로그램에 얹히는 작업, 얹힌 후의 테스트 등을 맡게 되죠.
- 두 분은 과거 어떤 일을 하셨고, 지금은 게임 로컬 팀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유재운: 게임 쪽 일과 관련해서는 1년 정도 게임잡지사에서 일한 적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YBM시사닷컴 로컬 팀에서 로컬을 시작했는데, 그 때에는 오피스 등 게임 부분이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의 로컬을 맡아 일했습니다. 게임 쪽 로컬을 맡게 된 건 2003년 여름부터니까 약 1년 정도 됐죠. 「소닉 히어로즈」를 시작으로 「쿠노이치」, 「사쿠라대전~뜨거운 열정으로~」, 「아머드 코어 넥서스」 등이 제 손을 거쳤습니다.
강준규: 저는 2003년 1월부터 로컬 관련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YBM시사닷컴에서죠. 「디지털 홈즈」, 「오토기」, 「반숙영웅 VS 3D」, 「구원」 등을 맡았고 지금은 ‘이것’과 ‘그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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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을 뺀 게임 로컬 팀의 4명. 사진 찍는데 어찌나
수줍어들 하는지 |
- 여러 작품의 로컬을 맡으셨는데,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고생하신 작품이 있다면?
유재운: 「사쿠라대전~뜨거운 열정으로~」와 「아머드 코어 넥서스」가 가장 고생했으면서도 애착이 갑니다. 「사쿠라대전~뜨거운 열정으로~」는 텍스트의 양이 너무 많아 일본 쪽 개발자들과 정해진 시일에 늦지 않도록 주말을 가리지 않고 새벽까지 일을 하는 등 육체적인 면에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아머드 코어 넥서스」 같은 경우 텍스트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작품의 특징상 버그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경우라 버그가 있지 않나 체크하는데 고생이 많았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였다고 할 수 있죠.
강준규: 제 경우에는 「디지털 홈즈」가 가장 고생스러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많은 텍스트 때문이었죠. 반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반숙영웅 VS 3D」입니다. 일본에 제가 직접 가서 스퀘어 스탭들과 한글화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실제로 개발자들은 어떻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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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의 양도 많고, 중간에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겨 특히 고생을 했다는 두 타이틀 |
- 로컬 작업을 하게 되면, 외국 개발자들과 일을 함께 진행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생기는 어려움들은 없나요?
유재운: 외국 개발자들은 소스 유출을 꺼리기 때문에 한글을 덧씌우는 프로그래밍 작업을 자신들이 직접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작업이 끝났다고 알파 버전을 보내줘도 저희가 보기에는 글이 깨지거나 가독성을 위한 폰트 선정에 문제가 있는 등 여러 수정할 부분이 있죠. 이걸 다시 수정해서 외국으로 보내고, 외국에서 수정한 걸 다시 저희 쪽으로 보내고…. 이런 과정에서 소비되는 시간을 어떻게 줄이느냐,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을 어떻게 외국 개발자들에게 납득시킬 것이냐가 주된 업무기도 하고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 로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바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YBM시사닷컴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퇴근시간을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어느 시간대에 해당하나요?
강준규: 저는 6시 5분입니다. 칼퇴근주의라서 무조건 6시 퇴근에 맞게끔 스케쥴을 조정하면서 일을 하죠. 간혹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 터지기도 합니다만, 그때는 야근을 해야죠. 그래서 6시가 아닌 6시 5분입니다.
유재운: 저는 8시~9시 사이 정도? 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와 정확히 퇴근하는 경우가 반반 정도였다면 이해가 쉽죠. 야근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퇴근시간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
- 로컬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유재운: 솔직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다른 일이 더 낫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게임이 좋아서’기 때문이죠. 로컬 작업 후 게임 타이틀 롤이나 패키지 내에 제 이름이 올라갈 때의 감동이란…. 그래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고생해서 출시한 작품을 해본 게이머들이 ‘재미있다’고 하실 때입니다.
강준규: 재운 씨와 비슷합니다. 거기서 더 추가하자면 제 경력으로 쌓인다는 점. 그리고 게이머였을 때 무작정 동경했던 외국 개발자들과 실제로 만나 일을 같이 진행하게 됐다는 부분도 큰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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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M시사닷컴 사무실로 가는 현관 |
▲ 게임 사업부의 전경. 다들 매우(?) 바쁜 모양이다 |
- 미래의 로컬라이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강준규: 가장 중요한 건 우리말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외국어 능력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부분이죠. 단순히 철자법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문맥을 정리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역시 외국어 능력이겠죠.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이랑 일을 진행하게 되므로 의사소통을 위해선 이것 역시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재운: 또한 로컬 업무를 원만히 진행하려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문화와 현상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게임이 제작됐는데, 신화에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로컬을 진행하기 힘들겠죠. 게임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지식도 꼭 필요합니다.
- 로컬 업무와 관련해서 외형적인 조건, 즉 학력 제한 등은 없습니까?
유재운: 지금까지 게임의 로컬 부분은 아는 사람을 통해 추천을 받고, 그 사람들을 위주로 채용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학력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추천인을 통해 실력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력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이곳 역시 기업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신입으로 들어오고자 한다면 겉으로 보이는 어필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학력이 될 수도 있겠고, 자격증이 될 수도 있겠고 다른 곳에서 쌓은 포트폴리오도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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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BM시사닷컴에서 일하면서 이런 점이 좋다. 한 마디 해주신다면?
유재운: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 YBM시사닷컴에서 게임 로컬이 아닌 일반 로컬부터 시작했습니다. YBM은 일반 소프트웨어 로컬과 관련된 일을 해온지가 오래됐기 때문에 그만큼 체계가 잡혀 있었고, 제가 아무 것도 모른 채 로컬 업무를 하게 되면서 일이 어떻게 나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지, 어떻게 끝나는지 등 하나에서 열까지 무척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때 배웠던 게 게임 로컬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고요. 보통 게임 로컬을 처음 맡게 되면 그 특수성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시는데, 저는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게임메카 회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준규, 유재운: YBM시사닷컴 게임 많이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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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로비에는 버파 4 에볼루션의 시연대가 설치되어 있다. 직원들이 짬나는대로 즐긴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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