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역사를 바꾼 게임 1. DOOOOOOOM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게임의 역사를 바꿔왔던 기념비적인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비단 게임이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그 게임에 도입되었던 개념과 요소들을 그 이후의 게임들이 숱하게 차용해간 그런 게임들을 말한다. 이런 게임들은 당시 그 장르 게임들을 상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 이제 그런 게임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첫번째 주자는 바로 둠(DOOM)이다.
XphiL
FPS라는 장르가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자신의 시점에서 게임 속의 모든 것을 바라보며 돌아다니고 전투를 벌이거나 문제를 해결한다는 1인칭 시점 고유의 특징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제 PC와 콘솔을 막론하고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가 되어버린 FPS의 대표작, 둠의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자. ‘Doomsday’로 불리는 1993년 12월 10일 이후, 둠은 어떻게 해서 게임의 역사를 바꾸었을까?
|
|
|
|
▶ 오픈지엘용으로 윈도우에서도 즐길 수 있는 포팅 버전 ZDoom. 2D를 벗어날 수 없는 몬스터를 제외하면 상당히 볼 만하다 |
▶ 토털 컨버전으로 개발중인 모 아마추어 게임이라는데... 상당히 귀엽다. =_= |
- Gore와 엽기
먼저 둠의 ‘컬트적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소비자라는 입장이니 그렇지, 지금이라면 저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팀이 존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잔인함만을 ‘컨셉’으로 잡은 것도 아니고, 분위기 자체적으로 플레이어의 소름이 돋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상의 팀이 당시의 id였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id의 분위기와 개발진들의 엽기적 측면 덕분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지금이야 삽질만을 전담하는 개발자의 대표적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존 카맥과 함께 id의 중추 역할을 했던 존 로메로라는 인물은 ‘다이카타나’라는 희대의 삽질 이전까지 제 2의 둠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 않았던가?
악마적이고 주술적 느낌이 가득한 맵과 배경음악, 그 속에서 으르렁거리며 입에서 불덩어리를 뿜어내는 몬스터들과 싸우는 경험은 둠만이 가진 독특한 느낌으로,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이를 뛰어넘거나 재창조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곧(?) 출시될 둠 3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그래픽 엔진 과시용이 아니라 과거의 둠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에 따라 id의 영광이 재현되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에.
- Modability
우리말로 하자면 ‘모드 지원’ 정도가 될까? Modability란 사실 별 것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다 보면 한번쯤은 맵 에디터를 실행해서 어줍잖은 맵 하나 뚝딱 만들어보고 혼자 킬킬거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게이머가 게임의 일부를 직접 변경하거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Modability다. 다만 그 ‘킬킬거림’이 진지한 노력으로 승화되느냐 아니면 한번 툭 건드려보고 지나치는 수준인지의 여부는 플레이어의 마음과 운명이 결합한 결과이리라.
둠의 경우, 이전까지 이러한 에디터나 개발 툴이 거의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아니면 그 덕분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열혈 게이머들의 수가 넘쳐났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둠 관련 맵과 유틸리티, 컨버전 등이 쏟아지는 원동력일 것이다. 게다가 해외 개발자들 가운데는 이러한 에디터들과 Modability로 자신들의 개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이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하프-라이프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계기로 일부 팬들이 맵이라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를 자신의 커리어로 끌어올릴 정도까지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먹고 살기도 힘든데…).
|
|
|
|
▶ 게이머라면 이렇게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보는 것도 보람이 있지 않을까? |
▶ 화성에 홀로남은 해병의 보람찬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
- 소스코드 공개를 통한 생명력 유지
요즘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저런 게임들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이나 소스코드가 공개되었다는 뉴스가 들리지만 id가 최초로 97년에 둠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것은 그야말로 사건 중의 사건이었다. 93년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소스코드를 공개한 것은 id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오픈 소스와 클로즈드 소스간의 수익 모델 균형을 뒤집고자 하는 시도이자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방책이었으며 이후 게임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이제는 거의 필수적으로 에디터, 개발 툴 등이 패키지에 따라오고 있다.
- 쉐어웨어(Shareware) / 데모 버전
id를 비롯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의 FPS 개발사로 인정받는 에픽메가게임즈나 ‘듀크 뉴켐’ 시리즈를 만든 3D 렐름즈는 모두 쉐어웨어 전문 개발사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지만 그 중에서 쉐어웨어로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것은 id였다. 쉐어웨어와 데모의 개념간에 다소간의 차이점이 존재하고, 둠 출시 이전에도 아포지(Apogee)를 비롯한 일부 개발사들이 시도하긴 했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하나의 사업 모델로 승화된 계기가 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최근의 언리얼 토너먼트 2003/2004 데모들이나 하프-라이프 2 데모 동영상 등이 공개될 때 농담 삼아 ‘인터넷이 마비된다’고 일컫는 현상은 이미 10여년 전에 둠이 ‘해낸’ 것이다.
- 아케이드적 게임플레이의 변형
둠 이전의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2~3개의 생명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포인트’나 점수를 얻어서 승리하는, 즉 점수를
모으는 것이었다. 하지만 둠에서는 단 1번만 죽으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제한된
무기와 탄약을 가지고 살아남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또한 맵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에
모두 나름대로의 목적과 기능이 부여되어 있었다는 점도 둠 이전의 점수를 위한 아이템
획득 시스템을 벗어난 것이었다. 참고로 둠에서 생명치(Health) 100을 주는 아이템
‘소울 스피어(Soul Sphere)’의 기능은 원래 아케이드 스타일로 생명을 하나 더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스플린터 셀’이나 ‘파 크라이’ 등 사실성을 강조하는 게임이 많이 나온 요즘의 관점에서는 둠이야말로 아케이드적 특징이 강력하게 표출된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템 기반 게임플레이나 적의 공격 강도를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게 하는 시스템 등이 둠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런 게임들도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
|
|
▶ 화성 해병의 멋진 하루 2 |
▶ ZDoom은 그래픽 해상도부터 커스텀 맵, 점프, 멀티플레이까지 다양한 옵션을 지원한다. |
- 네트워크/멀티플레이 게임
위에서 언급한 아케이드적 환경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해서
승리한다는 것은 역시 점수를 더 많이 얻는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하지만 둠에서는
최대 4명이 동시에 직접적으로 머리를 맞대고(Head-to-head) 싸우는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둠 이후의 게임계는 멀티플레이 지원 여부에 따라 양극화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으며 수많은 대학 네트워크와 기숙사 라인들은 둠 멀티플레이를 즐기려는 학생들로
붐볐고 이는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수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개최되는 게임 대회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싱글플레이가 아예 제거된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들마저 출시되게
만들기도 했다.
- 정리하면서
둠 3 출시가 멀지 않은 현 시점에서 11년 전 태풍을 몰고 온
둠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둠 3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고 사실 11년 전 만큼의 충격과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래도 id인데…’하는 생각이 남아 있는
것도 부정하고 싶지 않다.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최대 96%, 다이렉트 게임즈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시작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출시 2일 만에 PvP ‘뉴비 제초’ 문제 터진 아이온2
- 발등에 불 떨어진 아이온2, 게임 완전히 뜯어고친다
- 콘코드 팬 복원 프로젝트, SIE에 의해 중지
- [순정남] '대책 없는 쓰레기'지만, 평가는 좋은 악당 TOP 5
- 모바일 '불가능'·PC '실망', 두 마리 모두 놓친 아이온2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