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매니아의 게임계 인맥과 그 뒷이야기들 ①
TV에서 방영해주는 ‘성공시대’와 같은 휴먼다큐멘터리를 보면 사업에 7전 8기를 했다느니 심지어는 20번 실패했다가 성공했다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방영된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가 가진 의문중에 하나는 “한 번도 아니고 20번이나 실패한 사람이 어떻게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가?”였다. 물론 성공하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의지뿐만이 아니었다. TV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 사람들의 재산중 가장 큰 재산은 돈이 아니라 바로 ‘인맥’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하게 다져 놓은 신용과 인맥 덕분에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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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모인 대표적 게임업체 CEO들. 폐쇄적 인맥구조로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개방화된 인적 네트워크로 발돋움 할 것인지 주목된다 |
게임업계도 인력의 수직/수평 이동이 많은 곳이다. A업체에서 일하던 양반이 어느날 갑자기 B업체의 명함을 들고 나타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이 바닥’ 이라고 표현할 만큼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다른 분야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번 잘 다져 놓은 인맥은 ‘두고두고 보답하는 창의력 선생님’ 같은 것이라서 항상 어디에 가든지 필요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 맺은 인맥은 두고두고 자신의 등에 칼을 꽂는 독이 되기도 한다.
6단계만 거치면 전세계 누구하고나 다 인맥(Six Degrees Of Separation 법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한정 지으면 한 3~4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안 생길 수 없다. 앞으로 몇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심각한 이야기는 피하고 가능한 한 인맥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며 보도록 하자.
우선 현재 게임업계 CEO 중에서 이 사람을 빼면 이야기 성립이 안 되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NC 김택진 사장& 개리엇 부사장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을 두고 벤처계의 신데렐라라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서 한글과컴퓨터, 한메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엔씨소프트를 설립해 리니지 1, 2로 오늘날의 엔씨소프트를 키운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택진 사장의 추진사업 중에서 가장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로드 브리티쉬’ 리처드 개리엇의 영입이다. 2001년 5월 E3에서 전격 발표된 엔씨소프트의 리차드 개리엇의 영입은 외국 기자들의 눈에는 ‘데이빗 베컴’이 상무 불사조 축구단에 영입된 것이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YMCA 야구단에 영입된 것과 비교할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E3 현장에 있던 본 기자는 외국 기자들로부터 “도대체 엔씨소프트가 뭐하는 데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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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계의 신화로 다양한 각계 각층에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김택진 사장 |
▶ 급기야 '로드 브리티쉬'까지 엔씨소프트의 식구로 만드는데까지는 성공했다. |
하지만 리차드 개리엇의 영입은 지금 선전하는 ‘거대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오리진과 EA에서 나온 리차드 개리엇은 “어디 우리 받아주는 곳 없나”하면서 퍼블리셔를 물색하는 중이었고 이때 엔씨USA에 있던 김정환 씨가 로드 브리티쉬에게 E-메일을 보내 제 3종 근접조우를 시도했다. 그 당시 반 백수건달이었던 리처드 개리엇이 김택진 사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엔씨에 합류하게 된다.
리처드 개리엇(엔씨 직원 중에서는 개리엇을 ‘개사장’ 혹은 ‘개이사’ 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직책따라 부른거라지만 어감은 이상하다 -_-;)은 그 때부터 엔씨오스틴에서 타블라 라샤라는 게임을 만들고 있었고 몇년 째 스크린샷 하나도 공개하지 않아 혹시 ‘먹튀’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2004년 E3에서 드디어 그 전모를 공개한다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김택진 사장은 리차드 개리엇 뿐만 아니라 피터 몰리뉴와 존 카멕 등 자신의 장르에서는 자칭타칭 1인자라고 하는 유명 개발자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또 히말라야 등정과 극지 탐험대로 유명한 박영석 대장은 “진정한 도전정신”이 닮았단 이유로 원정대의 원정비용을 대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택진 사장은 만화가 허영만씨 지휘자 금난새 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탄한 인맥을 구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빛소프트 김영만 사장 VS 비벤디코리아 한정원 지사장
잘 키운 스타크래프트 하나로 오늘날의 한빛 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 김영만 사장. 왕성한 사업욕심과 돌쇠같은 추진력(필자도 들은 말이다)으로 스타와 디아의 메가 셀러를 기록했다(하얀마음 백구도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자금을 뿌린 탄트라가 삐끗하며 허리를 삐는 바람에 잠시 숨을 고르긴 했지만 올해 팡야, 그라나도 에스파다, 네오스팀, 화랑 등 굵직굵직한 온라인게임으로 다시 게임시장 폭격을 준비 중이다.
IMF 시절 PC방과 스타크래프트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김영만 사장은 프로게임협회의 회장을 몇차례 연임할 만큼 프로게임리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을 과시하고 있다. 아이도스, 비벤디, 블리자드, THQ, 인포그램 등 해외 유명 퍼블리셔와도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차승재 사이더스 대표, ‘난타’의 송승환 대표, 만화가 허영만씨와도 돈독한 사이라고(김영만 사장 왈: “같은 ‘영만’이라서 친하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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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LG에서 같이 일하던 김영만 사장과 한정원 지사장. 지금은 온라인게임으로 마지막 대회전을 앞두고 있다(왠지 포즈도 서로 은근히 등을 돌리는 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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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사장을 이야기할 때 가끔 생각나는 인물이 지금은 비벤디코리아의 수장으로 있는 한정원 지사장. 이 두 사람은 LG 시절 1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기도 하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송진호 이사와 비벤디의 윤태원 이사도 모두 LG 출신. 김영만 사장은 LG시절 개발과 세일즈를 담당했고 한정원 지사장은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정원 지사장이 EA로 옮기면서 이들의 대립은 시작되었다. 한빛과 EA는 국내 PC게임 유통시장의 1~2위를 다투던 회사. 한빛은 블리자드와 시에라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넘나들면서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EA는 세계최고의 게임 퍼블리셔답게 피파와 C&C를 비롯한 인기게임으로 국내시장 NO.1 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정원 씨가 비벤디코리아의 지사장이 되면서 한빛과 비벤디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우선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판권이 손오공으로 돌아가게 된 사건이다. 원작과 확장팩의 판권이 서로 다른 곳에서 나왔던 유례가 없던 만큼 이 사건은 향후 비벤디와 한빛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까지 비벤디의 타이틀을 도맡아서 국내에 공급하던 한빛은 비벤디코리아의 한 지사장이 부임한 이래 단 한개의 타이틀도 따오지 못했다. 입찰을 시도했지만 인기 타이틀은 손오공, 웨이코스 등으로 돌아가고 한빛은 번번이 물을 먹어야 했다. 시쳇말로 비벤디는 한빛을 ‘생깐’ 것이다.
또 여기에다가 비벤디코리아가 WOW의 국내 서비스사를 입찰한다는 이유로 한빛과 웹젠 등 국내 온라인서비스사의 운영과 인원 등 중요 자료를 받아가고 정작 서비스는 자신이 직접 하는 ‘훼이크’를 쓰면서부터 한빛과 비벤디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한빛과 비벤디는 별로 ‘거래’할 일도 남아 있지 않다. WOW와 그라나도 에스파도 등으로 대결할 일만 남았을 뿐.
비벤디코리아의 한정원 지사장은 P&G와 LG소프트, EA 등 유통업계의 요직을 거쳐 지금은 비벤디코리아의 지사장으로 근무중이다. 공식석상에서도 짝다리를 짚고 한손은 바지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방스타일’ 로 거리낌 없이 연설하는 등 주위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평이다. 서영준 전 MS 이사와 모상필 MS 차장, 이석현 MS 차장 등과는 P&G 시절 같이 일했다.
조이온 조성용 사장 & 감마니아코리아 알버트 류 사장
게임계의 마당발이라고 한다면 조이온의 조성용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샘전자 시절 후지쯔 게임 한국파트너를 시작해 현대전자, LG25, 웅진미디어, 대교, 효성, 금강기획, 서클 K 등에 게임을 공급하고 감마니아코리아의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조이온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단위 시간에 가장 많은 단어를 쏟아내 기자들이 받아쓸 틈이 없도록 만들기로 유명한 조성용 사장은 게임계 뿐만 아니라 금융계와 연예계에도 발이 넓다. 하지만 가장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대만 온라인 게임계의 실세 감마니아다. 대만 감마니아의 사장 알버트 류와는 오랜 시간동안 사업파트너로나 술친구로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소프트월드와 여타 대만 게임회사와도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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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계 마당발로 유명한 조성용 사장은 감마니아의 알버트 류 사장과 막역한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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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쪽으로도 권상우 등이 속해 있는 포이보스와 핑클의 대성기획, 지패밀리 등과 교분이 있으며 대장금의 이영애의 오빠가 조이온에 근무해 조이온 회사 발표회 때 이영애가 직접 인삿말을 남기기도 했다.
PS.
앞으로 몇회가 더 될지는 모르겠지만 깜빵갈 각오를 하고(-_-;)
게임업체 대부분의 CEO에서 개발자, 홍보담당자 등을 망라해서 A,B,C,D 없이 실명으로
게임계의 인간관계와 뒷소식을 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재미있는 게임계 이야기가
있으면 hulkmania@gamemeca.com 으로 제보를 해주면 고맙겠다. “우리 사장님은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에요” 삘이 나는 'CEO비어천가' 보다는 그리 향기롭지 않은 추문(醜聞)이면
독자들이 더 좋아하니(-_-;) 많은 제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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