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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과 초코파이, 그리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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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란 무엇일까?

“정(情)이란 초코파이다”라고 혹시나 이야기할 거라면 조용히 이 말을 해주고 싶다. klru~.

누구는 남녀간의 정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누구는 부모자식간의 정 때문에 눈물 흘리고, 누구는 친구간의 정 때문에 빚보증 섰다가 쫄딱 망하고….
또한 정은 사람과 사람간에 생기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하등 필요없는 어렸을 적 장난감에 유난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것도 정 때문일 것이며, 좋아하는 사람이랑 여행갔던 그 장소를 혼자가 된 이후에 또 다시 찾게 되는 것도 정 때문일 것이다.

정(情)이란 대체 무엇을까?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사물 간의 유대(紐帶)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별 것 아닌 추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이고 거듭되면 아름답게 채색되듯이 정 또한 오랫동안 접하고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쌓여간다. 설령 그것이 미운 정이라도 말이다.

나에겐 3년 정도 함께 산 강아지가 있다(3년이 지났으니 이미 강아지가 아니라 ‘개’겠지만 그래도 강아지쪽이 어감이 좋기에 나는 아직도 우리 강아지라 부른다). 미운 짓도 많이 하고 말썽도 많이 부리지만, 그래도 강아지가 없는 집은 상상이 안될 정도로 내 생활에 깊이 들어와있다.

내가 혼자 살 때(지금은 동생과 함께 산다), 마감 때문에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발소리를 들은 강아지가 문 뒤에 앉아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두 발로 일어서서 깡충깡충 뛰며 안아달라고 보채는 모습은 비록 피곤에 찌들었지만 나를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밤늦게 집에 들어갈 때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가 있기에 그 더러운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뭐, 집에 돌아갔는데 휴지를 전부 물어뜯어 방이 난장판이 되어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리고 저녁 때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으면 이 녀석은 내 품으로 파고 들어와 팔에 고개를 터~억 올린 채 배를 깔고 눕는다. 저리 가라고 쓱 밀어놓아도 이 녀석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다시 파고든다. 그러면 나는 못이기는 척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불과 3년이지만, 나는 강아지와 돈독한 정을 쌓았다. 그리고 그 정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런 정(情)은 게임도 마찬가지다. 나 또한 여느 게이머들처럼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첫 작품이 나온 게임이고, 지금까지 많은 시리즈물이 나왔다. 게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플레이해보았고, 당연히 대부분 재미있게 즐겼다. 정이 쌓인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고 아무리 멋있는 동영상으로 무장한 최신 게임이라해도 필자가 처음 그 게임을 만났던 몇 년 전의 그 감동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무엇 때문일까?

인기 게임의 속편만이 어필하는 요즘의 비디오 게임계. 속편이 아니면 히트했던 다른 게임을 조금만 변형시켜 나오는 아류작의 게임이 판을 치는 온라인 게임계. 다들 히트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정(情)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게이머들은 정(情)을 붙일만한 새로운 게임을 원한다. 과거에 정(情)을 붙였던 그 게임처럼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그런 게임을 원한다. 제작사들이여! 정(情)을 빌미로 어떻게 비벼보려는 얄팍한 상술을 버리고 새롭게 정(情)을 붙일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달라. 그럼 내가 최선을 다해 띄워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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