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세계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PC 게임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서
성장하였으며 그 중심에는 일본식 RPG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식 PRG를 이야기하는데 빠질 수 없는 타이틀이 두 가지 있다.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날 판타지가 바로 그것이다. 두 타이틀은 80년대부터 일본 게임계의 열풍을 이끌었으며 지금은 그 이름자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되었다. 이 게임들을 만들어낸 회사, 스퀘어와 에닉스가 얼마 전 합병을 했다. 일본 최고의 게임회사들이 서로 몸을 합친 것이다. 세 번째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는 일본 최고의 히트메이커인 스퀘어_에닉스를 메뉴로 삼아보기로 하자.
얼마 전에 합병이 되기는 하였지만 스퀘어와 에닉스는 서로 라이벌이었던 회사였다. 먼저 창립이 된 것은 에닉스. 처음부터 게임회사였던 것은 아니었으며 정보지와 초밥 체인점을 거쳐 PC게임의 제작사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1982년 정식으로 에닉스라는 회사를 창립하게 되는데 이때 개최한 제 1회 게임 하비 프로그램 콘테스트에서 에닉스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건지게 되고 아직 작은 회사였던 에닉스는 코니카 에닉스라는 이름으로 몇 가지 게임을 낸다. 아는 사람은 아는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18금 게임은 에닉스가 이 시기에 PC로 제작했던 것이다. 에닉스가 실제로 패미컴에 참가한 첫 작품은 제 1회 게임 하비 프로그램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던 도어도어였다. 이후 포트피아 연속살인사건과 같이 PC로 제작했던 게임들을 패미컴으로 이식함으로써 에닉스라는 회사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6년 드디어 드래곤 퀘스트가 발매된다. 사실 에닉스는 이전부터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의 제작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게임시장이 한번에 RPG라는 게임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포트피아 연속살인사건이라는 작품으로 작은 발판을 마련하고 드래곤 퀘스트를 발매한 것이다. 포트피아는 사실 지금도 그 게임성을 인정받는 작품으로 의외의 전개와 스토리가 액션성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게이머들에게 어필한 게임이다.
스퀘어는 한 전기공사회사의 개발팀으로서 시작한 회사이다. 윌이나 블래스터 등의 PC게임을 내던 중 게임 아츠의 덱스터를 패미컴으로 이식하면서 패미컴 시장에 처음 손을 내밀었다. 1986년 주식회사 스퀘어를 설립하였으며 패미컴의 디스크 시스템으로 마동전기 딥던전을 내면서 그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1987년 에닉스가 드래곤 퀘스트 2를 발매한 때를 맞춰 파이날 판타지를 발매하면서 두 회사의 라이벌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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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주자가 드래곤 퀘스트이며 이미 일정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파이날 판타지는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파이날 판타지는 사이드 뷰라는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시키고 전직시스템과 깔끔한 그래픽으로 드래곤 퀘스트와는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그것이 성공했는지 파이날 판타지의 판매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섰으며 출하량도 50만장을
넘는 성공을 거둔다.
드래곤 퀘스트 3과 파이날 판타지 2 역시 같은 해에 발매되었다. 이 당시 일본에서는 드래곤 퀘스트의 클래식 음악회라든가 각종 드래곤 퀘스트 관련 아이템의 유행 그리고 발매 첫날 게임샵에 줄서있는 게이머들을 뉴스에서 방영하는 등 드래곤 퀘스트는 사회적인 이슈로 까지 발전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도 그 독자적인 이름을 살리고자하는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으며 슬슬 드래곤 퀘스트와 비슷한 입장에서 불리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에닉스와 스퀘어 두 회사는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날 판타지에 회사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었으며 어떻게 보면 일본의 게이머들에게는 이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일지도 모른다. 1990년 파이날 판타지 3과 드래곤 퀘스트 4가 나오면서 두 게임의 평가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드래곤 퀘스트는 1부터 3까지 길게 이어졌던 로토의 이야기가 끝나 약간의 공황기가 있던 대였으며 파이날 판타지는 2의 쇼크에서 이어지는 깔끔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의 3가 선전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파이날 판타지 3은 이때 100만장을 처음 넘어감으로써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드래곤 퀘스트 역시 그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1991년 스퀘어는 파이날 판타지 4를 슈퍼패미콤으로 발매하면서 새로운 하드로의 경쟁을 시작했다. 파이날 판타지 4는 지금도 올드 게이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엄청난 변화를 무기로 다가왔다. 슈퍼패미콤의 확대 축소기능을 활용한 비공정의 비행 화면이라든가 시간에 따른 전투개념을 도입한 ATB배틀 등은 슈퍼패미콤의 성능을 십분 발휘한 멋진 변화였었다. 그리고 1992년 드래곤 퀘스트 5와 파이날 판타지 5가 같은 해에 발매되게 된다. 두 게임은 어떤 면에서는 이미 정점에 이른 게임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두 게임의 출하량은 모두 더블 밀리언셀러를 가볍게 뛰어넘는 280만장과 262만장. 3대를 넘어 이어지는 드래곤 퀘스트 5의 스토리와 세계를 넘나드는 파이날 판타지 5의 스토리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걸작으로서 일본의 게임계는 이미 이 두 작품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던 것이다. 드래곤 퀘스트가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파이날 판타지는 그 입지를 점점 넓혀가기 시작한다. 1994년 발매된 파이날 판타지 6는 출하량이 300만장을 넘어섰으며 그 게임성면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게임이었다. 오페라 이벤트와 같은 여러 가지의 보여주는 이벤트들은 점점 드래곤 퀘스트와는 다른 종류의 RPG로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었다. 슈퍼패미콤에서 마지막으로 발매된 드래곤 퀘스트인 6은 여전한 게임성 위주의 구성으로 올드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으며 그것은 올드 게이머와 라이트 게이머가 양분되는 파이날 판타지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래곤 퀘스트의 특징이자 고집이었다. 두 게임이 이렇게 변해가면서 두 회사의 방침 자체가 달라지는 모습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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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퀘어와 에닉스에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라는 두 가지 게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퀘어의 경우에는 지금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가 시리즈와 성검전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주력 하드를 옮기면서 만들기 시작한 토발 NO.1, 무사도 블레이드, 패러사이트
이브와 같은 주옥같은 게임들이 이 시기에 쏟아져 나왔다. 매니악한 게임들을 주류로 살려보자는 느낌이 강했으며 그중에서 살아남는 게임들도
몇몇 있을 정도로 스퀘어의 열의는 대단했다. 이에 비해 에닉스는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 외에 게임 쪽으로는 별로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원더 프로젝트나 스즈키 폭발이 의외의 게임성과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두었을 뿐 오히려 게임외적인 부분에서 힘을 쏟는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잡지인 소년 강강을 창립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드래곤 퀘스트를 만들었으며 매년 열리는 클래식 콘서트와 드래곤 퀘스트
만보계 등은 그 사실에 대한 좋은 증거일 것이다.
일본의 게임이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절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가장 큰 사건이자 예로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가 N64의 닌텐도를 제치고 가정용 게임기의 1인자로 나선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의 발단은 1996년 스퀘어가 파이날 판타지 7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한다는 발표를 하고나서이다. 이듬해 에닉스도 드래곤 퀘스트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한다는 발표를 하였으며 이것을 기점으로 가정용 게임기의 일인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에게 그 자리가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이 사건의 모든 이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번 게임이 나오면 200만장을 거뜬히 넘기는 타이틀을 둘씩이나 빼앗겼다면 그 어떤 게임기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드래곤 퀘스트외의 타이틀이 별로 없는 에닉스와는 달리 스퀘어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많은 장르의 게임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성공한 게임들도 꽤 있으며 지금도 대를 이어가며 발매되고 있는 게임들도 있다. 하지만 이 확장을 위해서 스퀘어는 많은 군소회사들로부터 인력을 뽑아왔으며 그것으로 일본 내의 인식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확장의 결과가 무조건적인 성공은 아니었다. 좋은 출발과는 달리 점점 판매량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2000년 발매된 극공간 프로야구의 코나미와의 분쟁과 원더스완으로 참가한 파이날 판타지가 원더스완이라는 게임기의 부진으로 슬슬 불안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
| 시간이 흐르면서 에닉스에게 가장 크나큰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드래곤 퀘스트 외의 킬러 소프트가 없다는 현실이었다. 스즈키 폭발이나
슈퍼 걸 델릭아워는 에닉스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타이틀일 것이다. 드래곤 퀘스트가 나온 해는 흑자를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드래곤 퀘스트라는 타이틀은 양산되는 타이틀이 아니며 그 외의 사업으로는 에닉스의 이름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퀘어는 이미 많은 타이틀을 성공시킴으로써 에닉스와 같은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확장의 부작용인지 만용이었는지 더 크나큰 문제가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파이날 판타지 무비와 파이날판타지 11의 실패가 바로 그것이다. 두 가지 새로운 도전의 실패는 스퀘어에게 엄청난 적자를 안겨주었으며 스퀘어는 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두 회사는 일본의 어떤 회사와 단독으로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지명도를 지니고 있는 회사이다. 에닉스는 드래곤 퀘스트 7의 일본 내 411만장 출하로 그 녹슬지 않은 능력을 과시하였으며 스퀘어의 최신작인 파이날 판타지 X-2는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출하량을 보여주면서 거대 브랜드로서의 이름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두 회사가 합병을 한다는 것은 작은 기업이 서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하여 합병을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가 된다. 2003년 4월 1일. 두 회사의 합병은 실제로 이루어졌으며 이것은 일본의 게임업계를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었다. 지나가던 말로해도 믿지 못할만한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종류의 게임이 스퀘어_에닉스에서 쏟아져 나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회사의 능력은 이미 검증받은 상황이고 1+1이 2 이상이 될 수 있다면 스퀘어_에닉스는 일본 게임계를 쥐고 흔들만한 회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작은 게임 개발사를 죽이고 대작만이 성공하는 독점 형태로 일본의 게임 업계를 망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라이트 게이머들은 대작을 선호할 것이고 그것이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라는 이름을 모두 달고나오는 게임이라면 그 힘은 더욱 강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완벽한 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이다. 잘 돌아가던 크리에이터 집단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도 많은 불화를 낳게 될 터인데 이것은 라이벌이었던 두 회사의 파이날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라는 타이틀의 결합이다.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던 이제 일본 RPG 게임을 양분하던 스퀘어와 에닉스라는 회사는 없다. 스퀘어_에닉스라는 회사가 어떻게 결합하였으며 어떻게 바뀌어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게임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과정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두근거리는 기대감이다. 스퀘어_에닉스라는 회사가 발매할 첫 게임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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