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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야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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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우리 시대의 영웅 김두한

성웅 이순신보다는 못 하지만 그 뜨거운 열기가 난로위의 철제 도시락처럼 타오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두한. 지금도 모 방송국을 통해 사나이들의 주먹과 시대의 소용돌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액션이 장안을 압도하고 있느니. 어느 날 필자는 그들의 발차기와 주먹질에 회의를 느끼고 ‘과연 그들은 그때 그렇게 싸움박질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피어 올랐다.


김두한이 누구인가? 김두한은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며 만주에서 한국으로 와 8살에 고아가 되었다. 그가 거지 생활을 한 곳은 지금의 광교.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한답시고 요란스러운 그 길에는 물이 흘렀고 그 다리=광교에서 우리의 김두한이 고아 생활을 한 것이다.

김두한의 실제 얼굴
드라마 야인시대의 김두한. 전혀 안 닮았다

그럼 싸움은 누구한테 배웠나? 천부적인 재질인가 아니면, 힘만 믿고 까부는 강X동인가. 김두한의 육성 증언 “18살 때부터 조선극장 옥상에 샌드백을 갖다 놓고 뒷발길로 때리는 연습을 했다” 그러니까 김두한은 중국 권법가의 비밀살인술을 전수받은 것도 아니며 우리나라 고유 무술인 택껸이나 해동검도, 합기도, 유도 등 아무것도 익힌 것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싸움을 잘 했나? 다시 김두한의 육성 증언을 들어 보자. “한 길쯤 해서 발길로 차고, 그 다음에는 조금 더 올리고 한 길 반이 올라가고 나중에는 완전히 두 길을 뛰었다” 역시 그냥 발길질만 한 것은 아니었으며 나름대로 연습의 강도를 높여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뒷발길질을 터득했던 것이다.

게임에서도 김두한은 영웅 그 자체

게임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김두한은 그 누구도 닮은 사람이 없는 독특한 매력의 신비스러운 청년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독특한 마스크의 사나이는 지금도 그 모델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다는 것. 참으로 시대의 감각을 따라가는 디자이너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게임에서 다시 태어난 김두한은 그 본래의 얼굴보다 21세기를 지향하는 영웅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는가.

게임 야인시대 김두한의 격투스타일은 한 마디로 ‘종잡기 힘들지만 여기저기서 베낀’ 그런 격투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상대방에게 날리는 잽을 보면 권투와 매우 유사하다. 날까로운 잽에 이어 어퍼컷, 양 훅까지 권투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중 뒷차기가 바로 그 유명한 뒷발길질인 것이다. 김두한이가 아무리 힘이 장사라도 잽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결국 마무리 타격은 뒷발길질이며 게임에서도 제대로 이 점을 살려낸 것이다.


게임의 김두한. 손사락은 4개?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버릇 없는 캐럭터 장무기

버릇없는 놈은 매가 약이다
6백만불의 사나이가 이렇게 달렸다는데...

아, 그리고 또 하나. 게임 야인시대 김두한의 필살기로 ‘한 손으로 땅짚고 상대방 턱 차기’라는 것이 나온다. 워낙 비밀리에 전수되는지라 필자에게 명확한 기술의 명칭을 알려주지 않아 모르겠으나 이는 진씨 일족에게만 전수되는 태극권의 필살기이다. 과연 김두한이 그 기술을 구사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지만 우리의 영웅은 태극권의 필살기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그리고 시라소니를 기억하라

시라소니. 본명 이성순. 1914년에 태어나 1983년에 고혈압으로 죽은 그는 똘마니 하나 없이 홀로 떠돌아 다녔기 때문에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허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시라소니가 얼마나 싸움을 잘 했는지를. 그는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 산둥지방까지 이름을 떨친 한국의 유일한 인물이다.

시라소니의 실제 어린 시절 사진.
촌놈...
게임의 시라소니. 염색한 머리와 5대 5
가르마를 보라

역시 버릇없는 놈에게는 필살기가 약이지. 그래도 주머니에서 손을 안 뺀다

그의 어린시절은 알 길이 없으나 전해져 내려오는 사진을 보면 전형적인 시골 깡촌 출신이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또한 시라소니였으니, 시라소니가 개발한 공중걸이라는 기술은 어떤 장사나 무술가를 만나도 승리할 수 있는 최고난이도의 스킬이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필살기라 부른다. 공중걸이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5~6m 떨어진 거리를 날아 상대방의 인중과 낭심에 박치기, 무릎치기를 날리는 기술로서, 온 몸을 철로 만든 무술가가 아닌 이상 이 기술에 한 번 걸리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사흘밤낮 동안 사경을 헤매게 되며 40일동안 운기조식을 하고 여자와 술을 멀리하게 만드는 공포의 기술인 것이다.

시라소니의 이 위험한 기술은 당대 최고의 고수들인 이정재와 김두한마저도 그를 피하게 만들었으니 여자와 술을 멀리하게 하는 공중걸이 기술은 참으로 북두신권과 비할 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그도 나이를 먹어 마땅히 할 일이 없자, 이정재에게 달라 붙어 용돈을 얻어 쓰기 시작했다. 한 두푼도 아니고 무려 세네푼을 달라고 하니 화가 난 이정재는 날랜 부하 수십명을 보내 시라소니를 병원 신세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다시 린치를 가해 완전히 은퇴하게 만들었으니. 나이와 세월 앞에 이길자 없으니 사람은 일을 해야 밥을 먹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온 몸으로 일깨워 주는 인물이 또한 시라소니이다.

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게임의 시라소니는 당당한 주연

게임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시라소니는 정녕 무섭다. 김두한과 함께 단 2명만 가능한 주인공 캐릭터에 발탁되어 당당히 2P의 자리를 얻은 그의 솜씨는 실전과 매우 유사하다. 공중걸이 기술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약간 달리 묘사되고 있어 그 놀라운 기술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필자를 괴롭게 만드는 바, 게임 야인시대에서는 5~6m를 점프하여 상대방의 낭심만 공격하고 박치기는 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필살기 예수님 십자 치기. 한복 입은 여인은 무슨 사인을 보내는가?

이건 결코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 작전상 후퇴~

또한 온몸이 근육질 수준을 넘어 근육으로 피부를 만든 듯한 몸집은 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이며 김두한과 마찬가지로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실로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생머리의 가운데 가르마는 그 시대의 건달 정신에도 어긋나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이며 도저히 한반도와 중국에 이름을 떨친 싸움꾼의 헤어스타일이라고는 보기에 너무나 킹카가 아니던가. 우리는 게임 야인시대에서 공중걸이를 체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할 것이다.

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구마적은 자동차를 들었다

구마적은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마징가 Z 수준까지는 못 되지만 자동차 타이어가 빵구나면 왼손으로 차를 들고 오른손으로 담배를 피우는 몬스터다. 예수님의 말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이 위대한 인물의 본명은 고희경으로 원래는 카센터에서 잡일을 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힘이 그를 어둠의 세계로 끌어 들였던 것이다. 이원종씨가 연기한 것을 보더라도 구마적에 대해서는 그리 멋진 멘트나 대사가 없다. 오로지 전해지는 것이라고는 김두한에게 왕창 깨지는 비참한 얘기들. 구마적은 김두한이 신마적을 때렸다는 소식에 종적을 잠시 감춘다. 그리고 김두한을 이기기위한 필살의 기술을 연마하여 공개했으니 그것이 바로 6개의 단도다. 6개의 단도를 던져 김두한의 심장에 박아 버리겠다는 공포의 기술을 선보였으나 맨손으로 등장한 김두한에게 칼 자루도 만져 보지 못하고 단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구마적. 저 리얼한 피를 보라!

게임에서의 구마적. 흰 목도리와 점이 압권이다

박치기 할 때 유의사항은 이빨을 드러내고 상대방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

김두한은 구마적과의 대결을 이렇게 회고한다. “밥도 못 먹는 아이들을 때리는 구마적을 선배로 존경할 수 없어 내가 당신을 좀 때려야겠다” 이 멋지고 알찬 멘트와 함께 두 발로 얼굴을 찼다. 쓰러진 구마적을 김두한이 다시 눈과 코를 열나게 때려 항복을 받아 내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김두한은 종로를 장악하게 되고 두 마적은 조용한 인생의 뒤안길을 걷게 된 것이다.

게임 야인시대의 구마적은 리얼리티 그 자체다. 얼굴의 작은 점과 건달의 필수품인 흰 목도리, 필살 기술인 박치기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사실성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게다가 무엇보다 등장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머리가 검은 색이라는 점이다. 김두한도 시라소니도 염색한 이 시기에 강호의 명예를 위해 검은 머리를 고수한 정신에 박수를 보내야만 한다.

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신마적은 어떻게 된 것인고?

구마적과 엄동욱이라는 사내가 싸움을 벌이고 둘 다 중상을 입고 무승부로 결정이 나자 파이날 결승전을 기약없는 후일로 연기한 일이 있었다. 일본 야게임이 영등위 심의를 통과하는 것처럼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루해서일까. 둘은 형님과 아우로 계약을 맺고 엄동욱은 신마적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신마적은 구마적의 동생으로 종로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신마적은 실제로 이렇게 생겼다
오~ 대체로 무난한 캐스팅이 아닐까

역시 게임에서는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라소니와 쌍벽을 이루는 5대 5 가르마

게임 야인시대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보스도 바로 신마적. 신마적의 기술은 도통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맞으면 아플 것 같다는 것이다. 기운차게 앞으로 전진하며 원 투 스트레이트를 작렬,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서 뒤돌려 차기를 한다. 아마 종합 격투술을 배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뒷발길질의 명수 김두한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때 당시 김두한의 나이는 불과 17살. 김두한의 전설이 시작되는 발판을 마련해 준 인물이 바로 신마적이니 그의 공도 결코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신마적은 성격이 포악하고 약탈을 자행하며 여자를 밝히는 등 마치 삼국지의 질 나쁜 장수와 유사한 인물인지라 김두한에게 엄청 혼나고도 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게임과 원작 대해부 : ③ 야인시대

이제는 말해볼까. 하야시와 김두한의 관계

필자가 용감하게 말하는데, 모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김두한과 하야시는 물과 기름이 아니라 형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장군의 아들이라는 영화가 김두한을 너무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하야시는 김두한의 꼬봉처럼 나왔다. 하지만 김두한은 하야시로부터 매달 1000원이라는 거금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 시세로 매달 천원을 주면서 동생이라고 부르면 엄청 혼났겠지만 일제시대의 천원이라면 실로 대단한 돈이었다.

하야시가 준 천원의 실체

가끔 버릇없는 놈을 통해 금괴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의 수하인 돌주먹. 근데 이름과는 달리
주먹보다는 발을 더 자주 사용한다

허나 동생과 형님 사이가 된 것도 김두한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두한은 유도 4단의 김무옥과 권투선수 출신 문영철 등 6명을 데리고 하야시 패거리와 일전을 벌였다. 김두한은 하야시 패거리가 무사 흉내를 내면서 일본도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이에 대비, 같은 철로 만든 쇠파이프를 준비했다. 그리고 배에는 고무 호스를 감아 칼로 찔러도 안 들어가도록 잔머리를 굴렸다. 완벽 중무장을 한 김두한은 하야시 패거리 수십명을 물리치고 싸움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하야시는 일본 전통 최강의 필살기 “형제로 지내자”를 발휘하여 김두한을 동생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고 말았던 것이다.

김두한. 우리 뜨거운 포옹으로 형제로 지내자꾸나

김두한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가?

김두한은 일제 시대 전국을 장악한 건달로, 해방 후에는 국회의원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렸다. 주먹 하나로 고아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어떤 영웅상이 아닐까. 성웅 이순신의 뒤를 잇는 뚜렷한 영웅의 계보를 우리는 무의식 중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가? 민족 영웅이라 부를 만한 인물들은 모두 일본과 관계있다는 점에서도 김두한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김두한은 고단한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여 서민들의 대리만족을 선사함과 동시에 방송국의 시청률을 높이는 필살 카드이기도 하니, 진정 그는 영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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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액션
제작사
게임소개
‘야인시대’는 일제 강점기 서울 종로와 만주에서 활약한 김두한과 시라소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일본 야쿠자패들과의 대결을 그린 격투액션 게임. 키보드로도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인터페이스와 조이패드 지원으로 시원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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