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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 이이노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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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이이노 겐지는 앞서 인물열전을 통해서 소개했던 많은 제작자들처럼 초대형 대작을 만들어낸 제작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게임계에서 이이노 겐지라는 제작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그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라고 소문이 났다.
[파이날 판타지], [메탈기어 솔리드], [슈퍼마리오]처럼 초대형 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나 [D의 식탁], [리얼사운드] 등 전혀 색다른 게임들을 제작하면서 게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제작자이며 25살의 나이로 소니에게 반기를 든 반항아(?)이기도 하다. 자, 이이노 겐지가 어떤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나 유명한 제작자가 된 것인지 궁금증을 해결한다.
 


▶ 이이노 겐지
이이노 겐지는 앞서 인물열전을 통해서 소개했던 많은 제작자들처럼 초대형 대작을 만들어낸 제작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게임계에서 이이노 겐지라는 제작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그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라고 소문이 났다.
[파이날 판타지], [메탈기어 솔리드], [슈퍼마리오]처럼 초대형 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나 [D의 식탁], [리얼사운드] 등 전혀 색다른 게임들을 제작하면서 게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제작자이며 25살의 나이로 소니에게 반기를 든 반항아(?)이기도 하다. 자, 이이노 겐지가 어떤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나 유명한 제작자가 된 것인지 궁금증을 해결한다.




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소니에게 반기를 들다

그러니까 이 유명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설명하자면 PS가 SS과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있던(정확히 말하면 PS쪽으로 대세가 기울어지던)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3월 27일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엑스포]를 개최하여 PS를 통해 나오는 여러 가지 타이틀을 전시해놓는 독자적인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때 가장 주목을 받던 타이틀 중 하나가 이이노 겐지 사장이 경영하는(어린 나이에 사장이 되었다) 와프(현재는 ‘슈퍼와프’로 사명을 변경)사의 [에너미 제로]라는 타이틀이었다. 이미 와프사는 전세계에 100만장을 판매하며 게임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던 타이틀 [D의 식탁]으로 게임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한번 총력을 기울여서 제작한다는 새로운 어드벤처게임 [에너미 제로]는 당연히 업계 관계자들에게나 게이머들에게나 기대도가 상당히 높았다.


▶ 이것이 슈퍼워프사의 로고
 
이 기대도 높았던 타이틀을 홍보하기 위해 와프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플레이스테이션 엑스포 전시회장에 거대한 부스를 마련했고 자신들의 새로운 타이틀인 [에너미 제로]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던 타이틀인지라 많은 사람이 몰려든 것은 당연. 홍보영상 처음에는 이이노 겐지가 소니를 비판하는 말을 서두에 집어넣어서 사람들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평소에 이이노 겐지가 매스컴 등을 통해 기행을 많이 부렸던 사람인 것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저것이 더 이이노다운 카리스마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25세 청년의 배짱 큰 대담함에 어쩌면 더욱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입장객들은 모두 한시간에 걸쳐 상영되는 에너미제로의 영상을 감상하며 탄성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이이노 겐지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게임역사에 남을만한 전대미문의 사건은 에너미제로의 영상이 끝나면서 벌어지고야 말았다.

데모화면을 보여주던 스크린에서 관람객들을 놀라게 할만한 영상이 나타나고 만 것이다. 에너미제로의 영상이 끝나고 등장한 플레이스테이션의 로고가 점차 라이벌 하드웨어인 세가새턴의 로고로 바뀌고 세가의 부사장 이니마지리 쇼우이치로의 얼굴이 나타나면서 “에너미제로, 세가새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 것.
플레이스테이션 엑스포... 말그대로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위한 엑스포에서 에너미제로를 세가새턴으로 발매한다는 폭탄선언과 동시에 소니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다.

▶ 25세의 청년이 소니에게 대항한 굉장한 사건이다





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사건의 배경

이이노 겐지가 단순히 반항기가 넘쳐흘러서 소니에게 반기를 든 것은 아니다. 이이노 겐지도 나름대로 소니에게 불만이 있었고 사정이 있었다. 소니는 PS의 소프트웨어를 발매하는데에 있어서 초도물량을 소니에서 측정하여 결정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제작사는 초도물량을 결정할 때 소니측과 협의를 하고 소니에서 최정적으로 결정해주는 양만큼의 초도물량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도 역시 이이노 겐지는 D의식탁 초도물량을 결정하기 위해서 소니측과 협상을 하러갔다. 세가새턴판으로 발매했던 [D의식탁]은 초도물량이 20만장이었으므로 적어도 10만장 이상의 초도물량은 찍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이노 겐지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소니측에서는 4만장 이상은 허락해줄 수 없다라고 고집했다. 화가 난 이이노 겐지는 “만약 D의 식탁이 순식간에 다 팔리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라고 얘기하자 소니측에서는 “그럴 경우에는 빠른 속도로 CD를 재생산 해주겠다”고 답변했다.
이이노 겐지는 주변에서 들리는 D의식탁에 대한 평가나 여러 가지를 종합해본 판단으로 볼 때 10만장도 모자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4만장만을 찍으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팔 수 있는데 팔지 못하게 돼버린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화가난 이이노 겐지는 협상중이던 소니의 간부에게 “맘대로 지껄이지 마라. 한방 날려버린다”라고 폭력적인 발언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 PS의 로고가
▶ SS의 로고로 바뀐 것이다

결국 소니는 4만장 이상을 양보하지 않았고 PS용 D의 식탁은 초도물량을 4만장으로 잡고 출시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이노 겐지의 예상대로 초도물량 4만장은 단숨에 매진되버렸고 소니는 다시 재생산에 들어갔다.
PS용 D의 식탁은 결과적으로 20만장이 판매되었지만 소니에서 초도물량을 4만장으로 잡는 판단미스만 없었다면 그 이상을 팔 수 있었다는게 이이노 겐지의 주장이다. 이때부터 이이노 겐지는 소니에게 반감을 갖고 후속작인 에너미제로를 세가새턴으로 발매하겠다고 플레이스테이션 엑스포를 통해 과감하게 발표해버리는 반기를 든 것이다.
25세의 청년이 대기업인 소니에게 대적했던 것은 정말 대단했던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소니가 초도물량을 결정하는 정책이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소니의 이러한 시스템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이 사건이 있기 전에도 그후에도 이이노겐지 단 한사람 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이 생긴지 두달 뒤 어느 정도 반성을 한 소니는 CD생산갯수 제한제도를 철폐했다.
이는 이이노 겐지 사건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 문제의 게임 에너미 제로





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이이노겐지의 작품세계

이이노겐지가 다른 제작자들에 비해서 어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고집이 센 성격에다가 자신 마음에 안들면 몇 번이고 고쳐서 가장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려다보니 제작, 스토리, 사운드, 프로그램 등 게임제작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심지어는 홍보까지도) 이이노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이것은 그의 고집이 굉장히 세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다방면을 모두 알고 있는 실력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가 제작해온 작품 몇몇개를 살펴보도록 하자.

D의 식탁

D의 식탁은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로 로라가 자신의 아버지의 병원에서 생긴 수수께기 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엮은 작품이다.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이이노 겐지에게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안겨준 작품이다. 당시 그래픽도 인상적이었으며 게이머들에게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전세계 100만장을 판매하는 대 히트를 기록한다.

에너미 제로

이이노 겐지의 또 하나의 명작.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게임화면과 음산한 종소리나 효과음,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설정 등은 공포의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 “이보다 무서운 게임은 없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 때문에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완성도도 상당히 높았던 작품으로 세가새턴용 4CD로 발매되어 40만장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리얼사운드


소리를 듣고만 게임을 한다(장르명 : 라디오 인터렉티브)는 이이노 겐지의 획기적인 발상의 산물이다.
히로시와 이즈미라는 두 남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엮어내는 서정적인 사랑이야기로 눈으로 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게임을 즐긴다. “소리만 듣는 게임이 먹힐 것 같나?”, “드디어 이이노가 돌았다”라는 주변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발매된 리얼사운드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성공을 거두었다.
리얼사운드가 발표된 시기는 97년 7월 18일로 발매되자마자 첫주 3만 6천개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파이날 판타지 7 발매이후 그래픽발전을 위해 힘썼던 많은 제작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사운드만을 듣는 게임이었지만 매미소리나 걷는소리 등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도 더 사실적인 청각의 마술을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D의 식탁 2

당초 3DO로 발매예정이었지만 3DO가 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드림캐스트로 발매했다.
초반에 왕궁에서 칼을 들고 있던 소년의 스크린샷이 나왔던 초기 설정과는 많이 달라져있는 모습이다.
D의 식탁 2의 주인공은 이이노 겐지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로라’가 맡고 있으며 뛰어난 그래픽과 설정 등으로 게이머들을 유혹했으나 나쁜 조작감과 인터페이스, 진부한 전개 등으로 게이머들의 비난을 얻기도 했다.
전작의 명성에 비해서 혹평을 받았던 작품.




 



인물열전 6부 : 소니에 대적했던 25세의 청년(이이노 겐지)

이이노의 새로운 카리스마를 기대한다

최근 D의 식탁 2의 실패로 잠수를 타고있는 이이노 겐지. 하지만 그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어느 때에 어떤 놀랄만한 게임 타이틀을 가지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긴머리와 거대한 체구, 수염 등으로 외모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이노겐지. 사람들의 우스겟 소리로는 LG의 야구선수 이상훈이 살이 찌면 이이노가 되고 이이노가 살을 빼면 이상훈이 된다는 소리도 나돌았다. 똑같이 이씨(이상훈 / 이이노 -_-)라나 어쨌다나.
삼손이라 불리우는 야생마 이상훈과 닮았다는 것은 이이노 겐지도 그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의 외모를 통해 위풍당당히(?) 드러난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어쨌든 25세의 나이로 소니에게 반기를 든 카리스마나 그의 게임에서 느껴지는 장인정신으로 볼 때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부인도 정말 이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 -). 언젠가 D의 식탁을 들고 세상에 나왔던 것처럼 세상을 놀래킬만한 타이틀을 가지고 게임계에 복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 살아생전 게임계에 뭔가 사건을 터트릴 것이다. 어린 나이에 소니와 맞붙은 그 배짱과 누구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말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루빨리 이이노의 신작이 나오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상훈
 


이이노

다음회예고 : 파이널 판타지의 사운드 드렉터 '우에마츠 노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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