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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X-2 발매!! 자신감인가, 무모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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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3일. 비디오게임에서 RPG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게임 ‘파이날 판타지 X-2(이하 FFX-2)’가 일본에서 발매됐다. 발매와 동시에 180만 카피 출하, 게임업계가 특히 불황인 일본에서 발매 당일 100만 카피가 넘게 팔릴 정도로 이슈를 모았던 이 게임은 현재 정식 시리즈로 10편까지 제작된 상태. ‘FFX-2’는 “전작인 ‘FFX’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계승, 시리즈 최초로 정식 시리즈의 속편으로 제작된 데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는 게임이다”라고 제작사인 스퀘어는 말하고 있다.

한편 게임의 제작사인 ‘스퀘어’라는 브랜드보다 그들이 제작한 게임 ‘파이날 판타지’라는 브랜드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인식. ‘스퀘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파이날 판타지’가, ‘파이날 판타지’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개성넘치는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와 시스템, 하이퀄리티의 그래픽, RPG게임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는 게임이라는 등의 수많은 미사 어구가 떠오를 정도로 그 브랜드의 인지도 및 가치는 높다 하겠다.

그런데 그런 스퀘어가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인 ‘파이날 판타지’라는 브랜드를 이용, 이전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시리즈 속편제작을 발표했다. 이러한 뉴스가 보도된 이후엔 FFX를 즐겨본 게이머들 사이에 FFX-2 제작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는데... FFX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궁금점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과 오히려 전작이 이룩한 높은 게임 이미지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의 입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 것일까? 이러한 반응에는 FFX-2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최신작에 대한 기대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속성이 크게 작용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 상품에 대한 브랜드를 홍보하는 브랜드 마케팅이다. 스퀘어는 막대한 투자와 홍보를 통해 ‘파이날 판타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물론 그러한 것에 있어서 개발자들의 게임을 향한 애착 역시 크게 작용했겠지만...

물론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FFX-2는 흠을 잡는 것이 더 힘든 게임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파이날 판타지’이기에, 또한 시리즈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FFX)의 속편이기 때문에 본편과의 비교를 피해갈 수 없으며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무슨말인고 하니 여기엔 브랜드 부차성에 의한 위험이 따르게 된다는 말이다. 브랜드에 관련된 서적들을 참고해 보아도 부차 브랜드의 형성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그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 홀리데이 인(Holiday Inn)이라는 고급 호텔경영 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은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둬 미국민들에게 ‘홀리데이 인’이란 브랜드가 곧 고급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었다. 마치 스퀘어의 ‘파이날 판타지’란 브랜드가 하이퀄리티의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이. 하지만 홀리데이 인은 새로운 사업의 일환으로 또 다른 계열사를 운용, 같이 호텔을 경영하는 형태로 ‘홀리데이 인 크로운 프라자’, ‘홀리데이 인 마퀴스 by 워터포드’, ‘홀리데이 인 DKNY’ 등 여러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가격 및 서비스에 차이가 발생해 이전에 쌓아놓았던 ‘홀리데이 인=고급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오히려 실추시키게 됐다.

이번엔 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게임에서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 수많은 속편게임들이 발매됐다. 간단히 최근 발매한 데빌 메이 크라이 2만 하더라도 그러한 점이 충분히 반영된 셈. 게이머들은 선별된 동영상, 화면사진만을 거쳐 정보를 접한 후 게임을 구매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즐겨본 이들의 반응은 냉담했는데... 물론 그 중에는 전작보다 나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전작이 훨씬 나았으며 이번 작품은 다소 설정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데빌 메이 크라이’란 브랜드 자체를 다소 가볍게 실추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이름을 걸고 다른 캐릭터를 내세웠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하나의 브랜드를 통합해 사용하는 것은 본래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속편으로 제작된 게임이 꼭 브랜드 실추라는 위험성만 지닌 것은 아니다. 일단, 그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인지도를 이용, 상품판매에 있어서 같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타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곧 그 제품을 선호하는 고정고객에 대한 판매만으로도 그 기업은 충분히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스퀘어의 상황은 영화로 제작한 ‘파이날 판타지’의 막대한 적자로 인해 회사의 치명적인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쌓아온 ‘스퀘어’라는 게임제작사의 이미지도 실추된 상태에 있다. 그래서 당장 회사를 먹여살리기 위해 가장 확실한 이득을 보장하는 ‘파이날 판타지’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제품들을 여러 기종으로 차례차례 발매하고, 또 계획하는 것이다. 여담으로 스퀘어는 4월 1일에 있을 에닉스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유도하고자 한다.

오히려 이 게임으로 인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새로운 사업전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제작한 게임들에 대한 서브스토리를 제작함으로써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화려한 영상에 익숙해진 현재의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또한 계속 증가해가는 시리즈(현재 12편까지 개발중이니 13, 14... 나중엔 20을 넘을지도 모른다)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파이날 판타지’의 세계(FF4-2, FF5-2 등)를 만들어 나갈지도... 현재 게임큐브로 제작하고 있는 ‘파이날 판타지 크리스탈 크로니클(FFCC)’이라든가 GBA로 발매한 ‘파이날 판타지 택틱스 어드밴스(FFTA)’, PS2로 발매예정인 ‘파이날 판타지 11 지라드의 환영’이나 ‘파이날 판타지 12’등 다양한 FF 시리즈가 제작, 발표되고 있다.

“FFX-2의 출현!\" 이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스퀘어에게 수익 증가라는 달콤한 사탕을 안겨주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고급스러운 뭔가, 게이머를 흥분시키는 뭔가를 점점 잃어가게 만들지도 모른다. 또는 그 반대로 보다 고정적인 게이머층을 확보,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이 게임의 발매가 스퀘어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다 줄 것인가?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게임의 개발은 끝마쳤고 발매 후 판매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북미, 유럽지역까지 넓어진 게임시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게이머들을 ‘파이날 판타지’의 세계로 끌어올 준비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스퀘어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게임을 구매하는 게이머들에게 맡겨진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필자 역시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기에 희망적인 전망에 한 표를 던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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