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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넷 대란’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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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은 사고의 발생경위나 피해 범위, 대처방법, 재발 예방 등의 이외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아직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 웜 바이러스에 의한 MS SQL 서버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만 추측되어지고 있는 이번 사건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인터넷이라는 것이 얼마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고 인터넷이 타의에 의해 제한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게 되는지 아주 간단하게 보여준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조원대의 돈이 오가는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쇼핑몰도 한순간에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었으며 전화에 버금갈 정도로 통신수단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던 메신저나 이메일도 하릴없는 것이 되었다. 인터넷이 없다면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는 전국의 수많은 PC방과 인터넷 사업자, 온라인게임 사이트들도 모두 두 손을 놓고 인터넷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했고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았고 곧 이 손해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도 잇따를 것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될지 아니면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부터 늘상 지적되어온 수많은 ‘인터넷의 폐해’ 중의 하나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작 1MB도 안될 바이러스 파일 하나가 전세계의 기간전산망을 단 한순간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만은 충분히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인터넷은 컴퓨터의 발명과 마찬가지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핵공격으로 인해 방송과 전화 등 모든 통신수단이 마비되었을 때를 대비한 ‘백업’ 용으로 고안되고 발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 자리잡은지 채 10년도 안되어 인터넷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 없는 거대한 ‘메인’이 되었다. 이미 우리는 전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없이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먹고 자는 등의 기본적인 의식주는 인터넷이 없어도 가능할지는 몰라도 정보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자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정보의 단절은 곧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데이터가 폭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단순히 접속이 안되는 것만으로도 이런 혼란이 벌어진다면, 정말 엄청난 능력을 가진 해커나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상상하기도 싫다. 현재 인터넷의 수많은 데이터들은 관리의 편의성과 자원의 중복을 피해서 분산되어 있던 데이터들이 점점 한곳으로 통합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해킹의 목표도 그만큼 단순해지며 일단 피해가 생기면 순식간에 모든 것이 올-스톱되어 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MS SQL 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에 원인을 돌리며 서버 패치만 제대로 해주었어도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이라도 취약점은 있기 마련이며 아무리 견고한 시스템이더라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물론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완벽하게 지배(?)하기 전에 여러 가지 안전조치를 생각하게 할 시간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사건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지금부터의 대처 방법에 따라서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해프닝이 될지 대재앙의 전조가 될지 결정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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