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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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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즐겨왔던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인사가 오가고 채팅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언뜻 그룹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내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요즘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지를 않는다니까\"
\"누가 아니래. 그러니 욕을 먹어도 싸지…\"


진부한 말일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늘 나의 귀를 간지럽혀 왔던 `애들`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볼만한 얘기였다. 그들 말대로 버릇이 없고 말이 안 통하는 청소년층에 대해 알 수 없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의 생각. 이것이 바로 네티즌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통신문화의 선두주자를 부르짖고 있는 우리들이 할만한 말일까? 우리가 과연 청소년 세대에게 ‘버릇없는 초딩’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가져다붙이면서까지 비아냥거릴만한 자격이 있을까?


필자가 1,200bps의 모뎀으로 귀를 찢는 듯한 접속음을 거쳐 텔넷의 환경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의 나이는 11살이었다.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라면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존경받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던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틀려도, 너무나도 틀려졌다.

고리타분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동양 문화권 자체가 유교라는 사상의 틀에 짜여져 나이에 걸맞는 행동과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연령대의 사람들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월의식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부터 청소년과 성인 간의 알 수 없는 ‘벽’을 온라인 게임이라는 세상에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많은 온라인 게임을 접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이른바 `유명세`를 치른다는 많은 작품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들이 말하는 `애들`에 대해 성급하게 단정짓고 무시하는 성향을 가진 기성세대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길드 가입조건에서부터 ‘20세 이상’의 간판을 내거는가하면 신용과 품격(?) 유지를 위해서인지 신분증명을 위한 주민등록등본의 사본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너무나도 흔하다. 이유는 한결같이 ‘버릇없는 어린 학생들이 길드와 게임의 물을 흐리고 있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온라인 게임의 세상에서 패 가르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겪어오기도 했던 ‘아이들’의 세대가 무슨 이유 때문에 버르장머리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는가?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가입자가 천만명이 넘었다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청소년 세대에 가져온 잘못된 선입견과 선배의 입장에서 저질러온 실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통신문화가 제대로 정착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국내의 인터넷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급속도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세대가 천천히 겪어온 통신예절에 대한 교육 자체가 전무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발전의 중간에 서 있었던 통신 1~2세대는 사실 새로운 인터넷 쇼크를 접하고 있는 청소년 세대에게 그다지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어린 세대들에게 끼어들 자리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더 기형적인 구도로 만들어가는 짓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의 많은 온라인 게이머와 클랜 운영자 중엔 우리나라 세대들이 그토록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1318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10년 이상의 나이 차이에도 존대의 표현이 없는 사고방식 자체가 그러한 환경을 구축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곳에서는 빨간 색안경부터 끼고 어린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없다고 단언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의 이름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온라인 세상은 평등하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도록 하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유 없이 욕을 먹을만한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흐트러진 방향으로 나아간 기성세대의 뒤를 밟은 죄로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몇몇의 청소년 게이머들의 사례를 보며 뭔가 느끼는 점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의 등급제를 만들어낸건 영등위가 아닌, ‘기성세대’ 우리들 자신일 수 있다. 청소년 세대들에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포용력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수많은 온라인 게임업체와 정부기관이 부르짖고 있는 정착된 온라인 게임 문화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다. 혀를 차며 냉정한 말을 내뱉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보도록 하자. 존중받고 자라온 세대만이 제대로 된 게임문화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자.

적어도 필자는 분별력 없는 10명의 성인보다 논리력은 부족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1명의 ‘초딩’세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성세대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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