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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자 리뷰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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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기자가 월간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평상시 안면이 있던 M 게임유통업체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악의적인 기사가 나갈 수 있습니까?”
“악의적인 기사라뇨?”

그 업체관계자가 문제를 삼은 것은 자사가 유통하는 M 이라는 게임리뷰였다(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사제휴관계에 있는 외국게임지의 리뷰를 번역한 것이다. 그것도 순도 99%짜리 직역이었다). 리뷰를 읽어보니 “이 게임은 모든 것이 엉망이다. 돈을 아꼈다가 다른 게임을 사라”라는 요지였고 별 다섯개 만점에 한개 반을 받은 혹평이었다.

그 관계자는 처음에는 왜 이 게임이 별 한개 반짜리 밖에 안 되는 게임이냐(그는 유난히 별 한개 반에 집착했다), 개인적으로 그 리뷰어에 동의하느냐, 기사제휴에 있다고 해도 ‘안면을 봐서’ 이런 악의적인 리뷰는 빼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다가 나중에는 리뷰의 본질에 대해서 지루한 말싸움을 걸어왔다.

그래서 나는 별점은 그 리뷰를 쓴 외국필자에게 항의하라고 했고 리뷰어에 대한 내 개인적인 동의여부는 중요치 않으며 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전적으로 편집장의 편집권에 해당하는 만큼 항의할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리뷰가 주관적이어도 되는 겁니까? 리뷰는 100%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순간 할말을 잊었다. 자신도 오랜 시간 게이머였다고 하고 그 인연으로 아직까지도 게임관련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리뷰가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전에 어딘가에 글을 쓰기도 했지만 리뷰는 책을 읽고 쓰는 독후감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글이다. “이것은 참이다. 이것은 거짓이다”처럼 수학교과서에 나오는 집합, 명제가 아니란 말이다. 리뷰가 객관적이 된다면 보도자료나 매뉴얼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게임리뷰는 어떤 게임을 다른 게임과 비교분석하고 특징을 꼬집어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개인의 느낌을 적는 것이다. 사실 월간지나 게임웹진에서 수십페이지짜리 공략을 하는 것보다도 제대로 된 리뷰 하나 쓰기가 훨씬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화나 게임의 리뷰 ‘별점’에 대해서 유난히 집착을 하는데 별점은 단지 참고 자료일 뿐이다. 리뷰는 평결(Verdict)이 아니라 의견(Opinion)이다. 그 게임에 관한 수많은 의견 중에 숫자로 표현된 하나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매체의 리뷰에 대해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아, 이 매체는 이 게임에 대해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정도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게임은 자기 자신이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남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하고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열개를 준다해도 내가 싫으면 그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체의 리뷰어들이 대충대충 아무렇게나 리뷰를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리뷰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리뷰어들이 좀더 오랜 시간 게임을 철저히 분석해서 정성들여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아무리 권위있는 매체의 훌륭한 리뷰라고 해도 남의 생각이 나의 생각일 수는 없다. 매체의 리뷰를 읽고 ‘아, 이 게임은 이런 게임이다’라고 섣불리 단정 짓지 않고 자기 스스로 게임을 해보고 별점을 매겨보고 스스로의 리뷰를 써본 다음 여러 매체의 리뷰기사와 비교해 본적이 있는가? 한번 해보라. 게임을 즐길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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