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전으로 명명된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
파죽지세로만 보였던 연합군의 진군속도가 늦춰지며 별다른 피해 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 미국의 장밋빛 미래는 당체 맞아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두를 다투고 있는 영화와 게임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우리에게도 기사 쓰는 시간보다 뉴스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비극적인 업무태만사태로 도래하고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전쟁 이벤트와 관련마케팅을 펼치며 게임판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은 진정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진 쇼비즈니스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우울한 시국엔 그나마 코미디 영화라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지만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씨가 말라버린 현 상황에서 코미디 게임을 찾아볼 순 없는 일. 오히려 전쟁과 관련된 게임이 때 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이에 게임메카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며 인기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전쟁게임을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몇 가지 들춰내보고자 한다.
이라크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만세 게임 시리즈 사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모병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군대에 대한 동경과 환상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못 먹어도 본전치기’라는 기세로 족족 개봉하는 영화나 전쟁관련게임이 인기를 누릴 이유가 없다. ----------------------------------------------------------------
이런 점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시작된 세계 2차대전에 대한 다양한 영화와 게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과거의 전쟁에 대한 동경이 식어가고 테러로 인해 게이머들의 관심사가 현대전의 분위기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어쨌든 전장을 대리체험할 수 있다는 요소는 게이머에게 상당히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신화적인 조작을 가하기엔 너무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자신의 국가를 영웅시하기 위해 슈퍼맨에서 데어데블로 이어지는 만화에서도, 얼마 되지도 않은 독립기념일로 만든 인디펜던스데이와 같은 영화에서도 세계 최강자를 자처하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 발발한 이라크전으로 인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게임에 대한 인기는 또 다시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이쯤되면 만화에서도, 영화에서도, 게임에서도 미국최강이라는 세뇌작전을 펼치는 그들의 협공작전에 두 손을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 미국 만세 만만세(?) - C&C: 제너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능가하는 미국 만세형 게임을 이 바닥에서 꼽아보라면 단연 C&C: 제너럴에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트로피를 수여해야함이 마땅하다.
이 작품에서 미국은 지구 해방군이라고 이름 지어진 테러집단인 GLA로부터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적에 용기와 의지로 맞서게 된다(고 게임은 설명한다). 모두 다 알다시피 미국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조건과 의지는 이미 갖추고 있으며 게이머는 싱글플레이에 들어가서 과연 이 나라가 어떤 방법으로 세계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이 작품은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대응하는 진영을 양립시켜 놓고는 한쪽의 도덕적인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테러집단으로 구성된 GLA는 절대 악으로 꾸며진 인디펜던스 데이의 외계인으로, 미국은 영화에서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정의의 단체로 등장하는 것이다(싱글플레이에서 중국이 맡고 있는 역할은 대 테러전에 대한 미국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다바리에 가깝다).
EA퍼시픽은 테러라는 소재의 특성상 “특정국가를 겨낭하지 않았다”며 지구해방군을 탄생시켰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스커드 미사일과 탄저균, 네트워크 터널 등은 영락없이 ‘이라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출시시기 또한 너무나 오묘하지 않은가? 그런 C&C: 제너럴은 게임이 시작될 때부터 영화 블랙호크다운을 패러디 한 메인화면으로 게이머에게 “우월한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중앙에 밀집된 미군진영에 지구해방군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그걸 미군이 끝도 없이 격파하는 모습. 장소까지 블랙호크다운에서 등장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를 사용한건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분명 미국이라는 나라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기서 GLA진영은 중국의 천안문을 테러로 폭파시키거나 바그다드의 시민들에게 탄저균이 든 스커드 미사일을 날려버리는 엽기적인 행각으로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를 게이머에게 강렬하게 심어준다. 자아성숙이 미발달한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며 “중동국가는 원래 그런가?”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될까 두렵다. 제작사는 GLA가 이라크와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부인하고 싶겠지만 여론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하바드 보닌 아저씨, 이러다가 C&C: 제너럴 확장팩에 북한이 들어가는 거 아니예요? 아시아 해방국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
| 서강세계의 제국주의를 드러낸 작품 - 월드워 3: 블랙골드 월드워 3는 석유(Black Gold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를 근원으로 이라크 및 중동국가의 무장(대량살상무기)에 따른 미국의 전쟁 발발, 그리고 결국 러시아가 개입하게 된다는 소름 끼칠 정도로 이라크전과 유사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은 유엔총회가 모든 중동에 위치한 석유 보유고와 장소들을 유엔의 통제 하에 둘 것을 결의, 최소한의 희생으로 인류를 석유 위기로부터 구해낸다는 명목 하에 중동국가로의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 선봉장은 미국. 여기서 OPEC(중동을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 기구) 국가들은 군대를 소집하고 성전을 벌일 것을 결의한 뒤 발 빠르게 그들의 무기 공급 구축을 시작으로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유엔은 우선 중동지역에서 강제적으로 모든 석유 보유고를 확보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결의안을 채택하며 전쟁이 시작된다.
결국 따지고 보자면 석유는 자기네 나라가 다 가져다 쓰면서 자원고갈의 조짐이 보이자 배내놓고 감내놓으라는 서방국가들의 이기심을 게임으로 풀어낸 셈이다. 이것이 제작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게임을 즐기는 내내 그 의미를 해석해 볼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힘을 빌어 기어이 전쟁을 발발시키고야 마는 미국의 모습이 이라크전의 양상과 상당히 흡사한 형태로 전개된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진영은 미국과 이라크, 그리고 러시아다. 게다가 지금은 러시아가 요격 미사일 전문가를 이라크에 파병시켰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이라 이라크전을 예상했다는 월드워 3의 시나리오에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사실성을 따지고 보자면 2년 전에 출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월드 워 3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의 탄탄함이 C&C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제작사가 독일태생이고 보니 미국이 얼마나 잘났냐? 고 딴지를 걸기에 무안한감이 없지 않지만. |
| 이 게임으로 인해 이라크전에 파병된 군인이 있을 터 - 아메리카 아미 “이게 대체 이라크전과 뭔 상관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이 게임의 제작의도이기도 한 “겜 해보고 맘에 들면 육군에 입대하세요~”라는 아메리카 아미의 캐치프레이즈를 살펴보기 바란다. ‘아메리카 아미: 오퍼레이션’은 미 육군이 군 입대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1인칭 액션 게임으로서 게이머는 군대에 들어가 여러 가지 전투기술을 익히고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실제로 이 게임을 해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육군에 입대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모병을 위한 게임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엔터테인먼트로 소화시켜내는 미국의 저력이 무서울 따름이다(공사생도를 모집하기 위한 '아메리카: 팰콘'도 나올까 두렵다).
육군의 기본 훈련에서부터 호흡조절에 따른 사격법 등 게임만큼은 상당히 현실성 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인정한다. 다만 군대라곤 울타리도 못 가본 안경 쓴 뚱뚱한 미국 젊은이들이 “진짜 총은 느낌이 이렇단 말이지. 너 총 쏴봤냐?”라며 실전을 운운하는 소리가 좀 꼴불견이긴 하지만. 어쨌든 궁금한 점은 현재 이라크전에 투입된 사람들 중에 이 게임으로 동기가 부여되서 간 사람들이 있을까? 라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기본훈련을 마치고 공수낙하 훈련까지 마치 실제훈련처럼 완수한다는 의도자체는 멋지지만 전쟁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 거품이 되지 않을까 약간은 우려가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저나 왜 우리나라 육군은 사람 고생고생 시켜놓고 비슷한 게임이라도 안 만들어주는겨. 누가 아나 게임 해보고 병역기피자가 1%라도 줄어들지. |
| 후세인이 옆집 친구냐 - 컨플릭트 데저트 스톰 이 게임은 1990년대 일어난 걸프전을 재현한 작품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시장에 나타났던 암울했던 출시상황과는 달리 이라크전이 발발하며 게임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하니 거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컨플릭트 데저트 스톰은 현재 이라크전이 일어나고 있는 걸프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서 소개하는 작품 중 전쟁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실제 이라크에 투입된 영국의 SAS나 델타포스 등도 등장해 현실성을 강조했다지만 실제 게임을 즐겨보면 김빠진 맥주마냥 공기총을 들고 전장을 누비는 대원들의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마지막 미션에서는 후세인이 다리를 절뚝거리고 도망가는 광경으로 일국의 지도자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고 만다. 이 경우가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 북한이 등장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출시가 금지되는 현 상황에서 김정일을 잡으러 다니는 액션 게임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그가 독재자든 아니든 일국의 지도자에게 폭격명령을 내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도망가는 후세인을 쫓는 광경은 그다지 보기 좋지만은 않다. 결국 이 게임에서도 성립되는 공식은 최강의 화력을 가지고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는 미국의 전형적인 ‘만세’다. 패러디 영화로 유명한 “못말리는~ ” 시리즈에서 등장하던 후세인의 모습처럼 풍자의 성격이 가미되었다면 모를까?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 |
| 최악의 참사를 최고의 영웅주의로 그려내다 - 델타포스: 블랙호크다운 1993년 소말리아의 공포를 기억하는가?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미국이 소말리아전에 돌입, 10개월간 무리한 강행군을 펼치다 죽음의 시가전을 펼친 그 사건을… 당시 미국은 자국 군인의 시체가 소말리아인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 등이 TV에 방영된 직후 반전여론으로 황급히 군대를 철수시켰으며 이 내용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 동명의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 노바로직의 델타포스: 블랙호크다운이었으니, 앞자리에 붙은 ‘델타포스’라는 명칭이 조악했던 옛날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도 미국우월주의 사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과거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에 버금가는 무뇌충형 적군을 비롯, 후줄그레한 티셔츠 몇 개 챙겨입고 AK 소총으로 어설프게 반격하는 소말리아 반군의 모습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의 들러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패했던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조악한 실수가 최고의 영웅주의로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이라크에서 한 농민이 쏜 총에 아파치 헬기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
| 진정한 이라크전은 기원전에 이루어졌다? - 로마: 토탈워 이 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허나 이 작품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로마시대의 폭정은 세계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그것과 그다지 다를게 없어 보인다. 기원전 2세기 당시 로마는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 카르타고의 자원과 번영된 상권을 노리고 무려 17년에 걸친 전쟁을 치르게 된다.
당시 카르타고의 시민들은 한니발이 전사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 채 끝까지 카르타고를 지키려 했다. 처음에는 로마가 쉽게 점령하는듯했으나 카르타고의 시민들은 엄청난 저력으로 장기간을 버텨낸다. 결국 식량부족과 자원부족으로 로마에게 무릎을 꿇긴 했지만 완강히 군에게 저항한 카르타고 시민들의 기개는 이라크전의 양상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투가 게임에서 재현된다면 아마도 ‘최고의 이라크전 연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을까 싶다. 물론 토탈 워 시리즈의 특성상 서강의 제국주의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만무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지금 세계가 굴러가고 있는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굳이 당시의 전쟁과 차이점을 찾으라면 ‘하푼’ 시리즈를 즐기듯 원클릭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쏴대는 최첨단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물론 당시엔 현대전보다 곱절이 넘는 사람이 죽어나갔지만 적어도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건물 더미에 깔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 전쟁게임 딴지걸기를 마치며… 계속해서 “인도주의적 평화”를 내세워 극한 상황을 만들고 그 안에 구원자로 투입되는 전쟁영웅을 창조하는 미국인들의 능력은 가히 초인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당성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평화라는 명목 하에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어두운 일면을 안고 전쟁을 치러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갈수록 이기적인 양상을 띠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속속 등장할 것이다. 바스라 전투 모드나 바그다드 맵과 같은, 이라크전 특수를 탄 다양한 작품들이.
얼마 전 아프카니스탄 전투에서 미군헬기가 마치 게임을 즐기듯 “빙고!”를 외쳐가며 도망가는 알카에다 단원들에게 기관포 세례를 퍼붓는 실제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준 일이 있었다. 물론 잔인한 전쟁의 일면을 즐기기 위해 전쟁게임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게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신을 그들의 대변인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밀리터리물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 죽는 일은 별개이지 않은가?
부디 게임메카 여러분들은 TV에서 나오는 광경과 게임을 착각하고 “빙고”를 외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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