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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게임 중독증』, 증상에서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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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해요
학생『게임 중독증』, 증상에서 치료까지
“게임 그만 하고 공부 좀 해!”
대한민국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잔소리가 바로 ‘게임 그만 하고 공부 좀 하라’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막 게임시스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기 시작했고 게임은 점점 클라이막스로 진행되어 가는데 게임을 그만 하라니 차라리 먹던 밥상앞에서 숟가락을 꺾고 단식농성을 하는 것이 낫지 어찌 하던 게임을 중단한단 말인가? 하지만 오늘도 등골이 휘게 고생하시면서 오직 ‘자식새끼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부모마음은 또 그게 아니다. 공부하라고 사준 컴퓨터에는 공부한 흔적은커녕 게임만 수십개 깔려 있고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으니 공부를 하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아무리 봐도 게임하느라 공부 안하는 것 같아서 컴퓨터를 압수하려고 해도 숙제를 하려면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그러고 또 컴퓨터 없애면 왠지 21세기에 낙오자를 만들 것 같기도 하고 내 새끼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할까봐 겁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숨만 땅이 꺼져라 쉬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님을 대신해서 ‘게임이 정말 공부의 천적(?)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 진지한 자세로(-_-;)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① 우리 아이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해요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명희씨(여. 44)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직접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해왔고 첫째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두 아이 모두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와서 갑자기 첫째의 성적이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하면서 둘째아이의 성적도 같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도해온 일선에서의 경험으로 보아 일시적인 성적부진이 아니고 무슨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최근에 두 아이들이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게임이 성적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씨는 아이들의 방에서 컴퓨터를 꺼내 거실에 설치하고 하루에 일정시간이상 컴퓨터를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이 보습학원을 다니겠다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자 문득 ‘혹시 밤늦게까지 PC방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느날 보습학원 주위의 한 PC방에서 두 아이들이 밤늦도록 게임을 하는 것을 발견한 김씨는 화가 났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을까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단지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심한 경우 게임을 하느라 아예 학교를 안가는 일도 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한명순씨(여. 41)의 경우 어느날 집에 들어왔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가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학교를 안 간 것이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한씨는 시험기간에 아들의 방에 밤늦게 불이 켜진 것을 보고 공부를 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다음날 일이 있어 집에 잠시 들른 한씨는 낮 12시가 가까이 되는데도 방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학교 안가도 되는 날이다”, “몸이 아파서 그랬다”고 둘러대던 아들은 결국 “온라인게임을 하느라 밤을 샜다”고 실토를 하고 말았다.

이 외에도 게임하느라 밤을 해서 학교에 늦었다거나 시험을 망쳤다거나 하는 소리는 본 기자의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기자 자신도 대학중간고사기간에 게임에 빠져 시험을 망친 적이 꽤 있었고 필자 혼자서 망하기 싫어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여럿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 적이 있다.

“축구를 하다가 시험을 망쳤어요”, “뜨개질을 하다가 시험을 망쳤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게임이 무섭기는 무서운가 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몰입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1시간이 2시간이 되고 2시간은 밤샘이 된다. 게임에 푹 빠져 있으면 옆에서 벼락이 치는지, 도끼 자루가 썩는지, 여자친구가 도망을 가는지도 모른다(알아도 상관 안하고).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공부를 못하게 하고 시험을 망치게 하고 나가서 인생을 망치게 하는 주범이라는 ‘단정’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결정적으로 애들 공부 안하고 돈벌이 하게 한다고 18세 맞은 리니지


② 안하는 사람은 뭐를 해도 공부는 안하는 법
이 점에 대해서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하며 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온 경력이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기웅박사는 이렇게 반론을 펴고 있다.

“게임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놀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과 같죠. 하지만 시쳇말로 ‘할 사람은 때려죽여도 하고 안 할 사람은 때려죽여도 안하는 것’이 공부 아닙니까? 예전에 집집마다 컴퓨터가 없고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이 없었을 때는 누구나 다 공부 열심히 했습니까? 자기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절박한 동기가 있는 학생이라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고 해도 냉정하게 돌아서서 공부를 할 것이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면 무인도에 책만 싸서 보낸다고 하더라도 공부를 안할겁니다”

“학원생들 중에도 근처의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강의를 빼먹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특별히 PC방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겠죠. 예전에는 근처의 당구장이나 만화방에서 시간을 때우고 수업에 참석 안하는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그 학생들이 PC방으로 옮겨갔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죠”

정기웅박사의 주장대로라면 어차피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은 게임을 하든 안하든 별상관 없이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게임은 게임대로 하고 공부는 공부대로 잘하는 학생들은 없는 것일까?




여기가 학원이여?


③ 서울대생도 게임 열심히 하는데요
기자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들어간다는 서울대에 찾아가 자칭 열혈게이머라는 한 학생을 만나봤다.

“요즘에 게임 안하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있어요?”
라고 말문을 연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박요순(남. 21세)씨는 과학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소위 ‘수재’다. 박요순씨는 대학입학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하루에 일정시간씩 게임을 즐기는 자칭 열혈게이머라고 한다.

“요새야 집집마다 컴퓨터 한대씩은 다 있는데 컴퓨터 게임을 안한다는게 더 이상한게 아닌가요. 저도 고등학교 때 인터넷하면서 새로 나온 게임은 다운로드받아서 해보고 인터넷 게임포털사이트에서 무료게임도 많이 하고 특히 ‘스타’는 매일 새벽까지 할 정도로 푹 빠져있었죠. 적어도 제 친구들은 초, 중,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만져왔고 게임을 해온 친구들이 많습니다. 비디오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고 게임타이틀이 몇 백개씩 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놀 것 다 놀고서도 공부는 공부대로 잘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기자가 가지고 있던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 한번도 놀고 싶은 것을 참아가면서 공부해본 적이 없는 기자는 서울대에 가려면 TV도 안보고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 공부에 지장을 받았던 경우는 없었는지 물어봤다.
얘네도 게임 한댄다..핑계 대지 말자
 

“물론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만 공부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머리도 쉴 때는 쉬어줘야 하죠. 고 3이면 다들 그렇듯 학교, 도서관, 집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의 연속인데 다른 취미생활을 할 수도 없는 거고 게임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 3때도 게임을 하는데 별로 죄책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참 ‘스타’에 빠져있을 무렵 성적이 급속도로 떨어지더니 급기야는 재수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떨어지더군요. 독하게 마음먹고 게임은 주말에만 조금씩 하기로 하고 다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원하는 학교에는 들어왔지만 1학년 때 다시 게임병이 도져서 학사경고를 받았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게임에 푹 빠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거든요. 너무 빠져서 문제지. 요새는 다시 스케줄을 짜서 게임 시간을 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컨대 게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게임이 공부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적격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④ 컴퓨터 공부는 게임으로?
그렇다면 게임은 단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만 할 뿐 백해무익한 것일까? 포털 사이트에서 게임관련 일을 하며 게임 필자일을 하고 있는 김기웅(남. 31세)씨는 컴퓨터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면 게임이 제격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예전 도스시절부터 게임을 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까지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관련한 지식이 풍부한데 이건 따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특정 게임이 실행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게임을 실행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 평상시에는 관심도 없었던 메인보드나 여타 하드웨어에 관련된 항목도 이것 저것 건드려보고 소프트웨어도 수십번씩 다시 설치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친해지게 되죠. 게임소프트나 매뉴얼을 다운 받으려고 통신에도 접속하게 되고 이러면서 바이러스와 유틸리티, 그래픽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에 관련된 항목들도 관련 책 한권 사보지 않고도 웬만큼은 다 다룰 줄 알게 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다른 게이머들도 다들 마찬가지에요. 컴퓨터와 친하게 되면서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게임관련 기자일을 한다거나 프로그래밍, 그래픽, 네트워킹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요. 물론 그런 일들(게임을 하면서 얻은 지식)은 나중에 취직을 한다거나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지요. 백번 양보해서 게임이 공부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할지라도 청소년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관심분야를 넓혀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겠죠”




퀘이크를 하면 공간지각력과 상황판단력,
3D 물리법칙과 함께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⑤ 게임으로 공부를 배운다. 미국의 교육용 게임 실정
우리나라에는 아직 교육용 게임에 대한 업계의 이해가 부족한 편이지만 미국 게임 뷰띠크(게임 소매점)에 가보면 거의 예외 없이 교육용게임이 당당하게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성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유,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게임소프트웨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범위와 수준은 대단히 넓고도 깊다. 그렇다면 미국의 교육용게임들은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교육용 소프트웨어처럼 국어, 수학, 외국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어, 수학, 영어를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강요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의 교육용 게임 소프트웨어는 동물이나 식물, 곤충 등 자연생태와 공룡과 선사시대를 주로 하는 고대생물학, 화학, 물리학, 우주과학, 미술, 음악 등 어른들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들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많다. 물론, 수학과 외국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도 적지 않다. 또, 그 수준도 대충 만드는 것들이 아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이 아이들의 지능발달 수준에 맞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어른들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구성된 타이틀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백과사전 수준의 데이터를 게임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미국 교육용 게임의 특징이다. 기자가 예전에 미국의 한 교회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도 유치원생들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놀고 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강한 몰입성과 풍부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교육의 한 매체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교육용 게임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영세한데다가 교육용 게임소프트에어의 특성상 대량 판매가 쉽지 않아서 PC하드웨어의 번들이나 용산이나 양판점을 위주로 소량 판매되기 때문에 어지간히 교육에 열의가 있는 부모님이 아닌한 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과 교육은 서로 배타적일 수도 있고 잘만 이용하면 공부에 흥미를 더해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재미와 교육.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에듀테인먼트 게임 카르멘 샌디에고


⑥ 게임에 너무 빠진 학생들, 효과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기자가 찾은 곳은 초창기부터 게임관련학과를 개설한 숭의여자대학교다. 숭의여자대학교에서 게임제작을 지도하고 계신 윤성준 교수를 만나봤다. 윤성준 교수는 게임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크게 방해가 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나치게 깊게 빠진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게임메카: 게임(PC, 비디오, 온라인)이 두뇌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윤성준교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단순 액션, 슈팅 게임 등은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동작발달정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대신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사고력을 요하는 게임들은 전체적인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게임메카: 많은 학부모님들이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고 게임을 못하게 말리는 형편이다. 게임으로 인해 성적이 얼마나 떨어진다고 보는가?

윤성준교수: 꼭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게임을 안하더라도 공부를 안하는 학생들은 많이 있다. 청소년기에는 어떤 특정한 대상에 쉽게 몰입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에는 그 몰입대상이 게임이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게임이 공부하는 시간을 뺏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친구와 놀기 위해서는 친구를 불러와야 하고 친구들이 귀가하면 자신도 귀가해야 했지만 요새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고 친구들하고 놀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게임메카: 게임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교육용 게임들 같은.

윤성준교수: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용 게임을 만들었을 때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상업용 게임보다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흥미와 교육을 동시에 충족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소프트웨어는 아직까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게임메카: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게임에 빠져 수업을 빼먹거나 과제를 안해오는 경우가 있는가?

윤성준교수: 많다(웃음). 연속적으로 2~3주씩 지각하거나 결석하고 수업시간에 졸고 과제도 부실히 해오는 경우가 있다. 물어보면 게임을 하느라 그랬다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제작학과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과제는 해야하지 않겠나” 정도로 주의를 주는 정도다. 대학생정도가 되면 학생들이 게임에 몰입했다가도 얼마 있으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다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는 학생들은 그 시기가 짧고 소위 농땡이 치는 학생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이가 있다.

게임메카: 교수님도 게임을 밤새도록 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나?

윤성준교수: 아 이거 참...(웃음). 게임을 밤을 새워서 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 대신 게임을 하다가 과제를 못해서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새운 적은 많다. 한번은 중요한 레포트를 게임을 하다가 미제출한 경험이 있었는데 차마 게임때문에라고는 말 못하고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게임메카: 결국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서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은 요즘 문제되고 있는 게임중독, 인터넷중독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윤성준교수: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데 게임중독은 어느 한 순간에 빠져든다기보다도 서서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는 제지할 명분과 방법이 없겠지만 청소년기에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적절한 제약과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는 부모의 책임이 막중하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너무 빠진다면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게임시간을 서서히 조절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에 자체적으로 도박중독클리닉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인터넷중독이 심각하다면 우리도 사회적 여건상 그런(게임중독) 클리닉이 있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학생과 부모, 교육전문가와 정신과전문의들이 모두 포함된 그런 단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문화관광부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에 관한 클리닉센터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게임메카: 결국 청소년기의 게이머 자체가 절제하고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윤성준교수: 원론적인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게임이 취미의 차원을 넘어서 중독이 되어 학업을 방해하게 되는 정도에 이르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게임이 매도를 당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이 취미생활로서 정서적 도움이 되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결국 자기 자신의 쓰임에 따라서 유, 무익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윤성준교수의 말을 종합해보면 게임이 공부를 저해할 정도로 게임에 깊게 빠져들었다면 이건 취미로서의 게임이 아니라 게임중독인가 아닌가라는 차원에서 봐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중독까지 빠져들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⑦ 게임 중독에까지 이르렀다면 미래를 위해서 과감한 치료를
동진정신과의원의 방형석 정신과 전문의는 일반적인 중독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독이라 하면 화학적 독성에 의해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정신과적인 차원에서는 어떤 대상에 빠져서 안하면 또 하고 싶고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그래서 계속해야만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는 의학적으로는 ‘의존’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의존은 중요한 두가지 요소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내성’과 ‘금단’입니다. 내성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 이전보다 많은 양의 자극을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고 금단은 만약에 어떤 의존적인 것을 끊었을 때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쾌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죠”

게임중독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볼 때 청소년기에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게임중독에까지 이르게 되면 기존 게임에 대해 내성이 생겨 점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탐닉하거나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보이는 금단증세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밥도 안 먹고 이것만 하면 프로게이머로 나서지 않을바에야....

정신과 전문의들은 청소년기의 게이머들이 쉽게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을 게임을 함으로써 현실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을 가상세계에서 실행할 수 있고 억눌러야했던 욕구와 분노들을 거침없이 발산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림대학교 정신과의 신지용 교수는 “게임의존성이 높은 상태에서 바로 게임을 끊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신할 수 있는 흥미거리를 개발하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성 성격을 개선하는 것이 게임중독 치료의 관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다 증세가 심각하다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에 온라인게임에 대한 폐해가 속출하면서 온라인게임에 중독되어 학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는 학생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게임중독 때문에 학교를 안나오는 학생들의 경우 혼자 학교를 안나왔지만 요새는 파티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게임의 특징 때문에 집단적으로 학교를 안나오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인터넷피해청소년지원센터(센터장: 김현수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의원장)다. 김현수원장은 지난 2000년 봄부터 동료의사와 함께 온라인에서 인터넷중독에 대한 치료센터를 운영해오다 지난 5월부터 청소년보호위원회 지원을 받아 병원 건물 한 켠에 인터넷피해청소년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센터를 통해 청소년을 주로 상담해왔지만 방문객 중에는 인터넷도박으로 피해를 입은 중독자 가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현수원장은 “게임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게임밖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인터넷 게임 때문에 학교가기를 안가는 경우도 있다”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런 게임/ 인터넷중독 징후를 보일 때 바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흔히 자신을 좀비, 혹은 폐인이라고 부르며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자세를 부정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 공부를 못하나’라는 가벼운(?) 주제로 출발해서 게임중독치료라는 주제로 글이 무겁게 옮겨간 감이 다소 있지만 게임중독과 성적하락은 뗄 수 없는 문제이고 여가선용과 취미활동의 차원을 넘어선 게임중독은 자칫 성적뿐만이 아니라 인생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족을 곁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끝으로 경복대학교의 장은정 교수가 밝힌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법’에 관한 내용을 전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서

1.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정하고 꼭 지키도록 노력한다. 심심해서 통신에 접속하거나 연락 올 것도 없는데 공연히 전자메일을 열어보는 행동은 금물.

2. 되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다른 일을 다 끝마친 후에 컴퓨터를 켜도록 한다. 일을 하기전 우선 순위를 따진후 일을 하도록 한다.

3. 공부방에 있는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가족의 감시하에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 사람이 쓰다보면 개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4. 불필요한 게임 및 오락 CD는 정리하고 게임 파일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러 다른 일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다.

5. 쉬는 시간에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말고 그 쉬는 시간 동안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노력한다. 바깥 바람을 쐬거나 맨손체조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6. 되도록 모니터 앞에서 식사는 하지 않도록 한다.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기보다는 되도록 안에서 식사하기를 원하게 되고 간단한 인스턴트 식사를 선호하며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하게 되면 위장관계질환이 생길 확률이 높다.

7. 사이버공간이 아닌 현실공간에서의 대인관계를 늘이도록 노력한다. 사이버에서의 채팅이 아닌 실제 장소에서의 만남도 좋은 방법이다.

8. 이런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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