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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오는 오후...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이 화롯불에 않아서 일을 해야만 한다.
타탁. 타닥.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 그런지... 따스한 느낌이 푸근하다고 느껴지고 있다. 불꽃은 연신 나무라는 놈의 몸을
갉아먹으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소리내어 탄다.
하지만... 그 나무라는 것. 그 작은 것이 사라진다면... 과연 불꽃은 화롯불 안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뿐.
그녀의 얼굴이 화롯불위로 작게 타오르는 불 위에 아른거린다. 그녀는 분명 내가 바라보는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갔는데 말이다.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한 체... 그렇게 그녀를 떠나 보냈는데... 말이다.
후후, 이제는 자조적인 미소까지 떠오른다. 저기를 보라. 아직까지도... 자기를 도와주지도 못한 나를,
그런 나를 바라봐 주며 저렇게 활짝 웃어주지 않는가...
“아하하~ 왜 그렇게 기죽어 있어?! 너 답지 않아!”
불꽃 안의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대답... 이해 할 수 가 없다.
“나... 답다는 것이... 무엇이지...? 응? ....줄리아....”
그녀는 역시 이런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고 오직 살포시 미소를 따스한 미소를 머금을 뿐이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따스해 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포근한 느낌...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나의 마음...
그녀가... 떠나기전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바보 같은 남자다. 결국...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으니... 그리고... 줄리아가 떠나버렸으니...
“왜?! 왜, 그렇게 쉽게 혼자 떠나 버린 거냐구!! 나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왜?!
왜.... 왜, 그냥 그렇게 떠나 간 것이냔 말이야... 왜?!”
짹짹. 짹.(비는 어느새 그쳐 있고... 그의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 한 쌍의 새들이 저 멀리.. 하늘을
향해서 날아오른다.)
그렇게 며칠이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녀의 소식을 들은 그가 찾아왔다.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존경하던 그. 그리고... 사랑했었던 그가.
그녀의 묘비 앞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마지막을 임종을 지켜보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가... 왜? 도대체 나에게 미안해하는 것일까... 그녀는... 그녀는...
그후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사는... 또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묘비에 찾아왔다. 세상의 혼돈을 막아
보고자 최전선에서... 여자의 몸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던 그녀에게... 꽃을 들고 와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마을 내 교회의 한 여 사제께서 방문 하셨다. 사제께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앞날에 축원을
낭송하며 동시에 의식을 거행하여 그녀에게 축복을 내려주셨다.
....또.... 환상인가... 그녀가... 묘비 옆에서 하얀 천사의 날개를 휘날리면서... 서있다. 저것은
절대로 진실이 아니다. 내가 직접 그녀의 임종을 보았는데... 저것은... 진짜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급하게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 버렸다.
찌륵찌륵. 찌르륵.
귀뚜라미 소리가 들릴 무렵. 집안에 갑작스런 손님이 찾아왔다.
아침에 뵈었던 여 사제께서 찾아 오셨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씀하셨다.
“...줄리아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희생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위해서... 신의 곁으로 갔습니다.”
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은 이 말 한마디에... 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닌...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 어떻게...? 뭐, 그리고 나를
사랑해서... 떠났다...? 훗,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
“사제님... 그런 거짓말을 하시려면 다른 곳에서 하십시오... 저는 기분이 몹시 나쁘답니다.”
하지만 여 사제는 똑같은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고 축복의 언어를 외워 주고 사라졌다.
“...줄리아... 줄...리...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계속해서 되뇌고 있었다. 잊지 않으려는 듯이... 그렇게 밤이 새도록
나는 줄리아란 그녀의 이름을 계속해서 말하고.. 또 말했다.
날이 밝았다.
다시 한번 그녀의 무덤 앞에 찾아 왔다. 그녀가 이렇게 차갑게 누워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토록 자신을
버려가면서 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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