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저는 길드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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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악령좀비
 

본인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메일을 받는다. 대부분이 회사 공문이고 스팸메일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간간이 유저들의 사연이라는 소재로 메일이 날아와 고민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

그것은 기사로 채택하느냐 아니냐는 고민이 아니라 이것을 논쟁 화 시켰을 경우 어떤 문제가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꾸며주고 실명 거론 요청이 있더라도 양해를 구하고 익명으로 처리한다.

사연은 밝혀져서 좋은 효과를 볼 때도 있지만 묻어두고 추억으로 간직해야 하는 것도 있다.

오늘은 길드를 떠난 J씨의 사연이다.

 


소재 제공은 좋지만 메일로 질문은 젭알.. (-_-;)

 

지금으로부터 1년 전...

J씨는 던가록에서 홀로 열심히 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험버트의 검" 던가록 병사들을 잡고 퀘스트 아이템을 먹으면 되는 간단한 퀘였고 정예(그 당시 엘리트)가 아니었으므로 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것들이 무늬만 일반 몬스터지 속은 알짜 베기 정예였던 것이다.  아무리 때려도 줄지 않는 피통과 강력한 공격력...  이건 아무리 봐도 정예몬스터였지만 퀘스트는 일반으로 분류되었기에 J씨는 자신이 약해서 그런 것인 줄만 알았다.

 

"저... 같이 하실래요."

 

퀘템은 나오지 않고 잡는 시간보다 도망 다니는 시간이 더 길었기에 퀘스트를 포기하려는 찰라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사제, 흑마, 흑마, 도적, 4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J씨에게 파티를 제안했던 것이다. 그들은 힐스브레드 6차퀘스트인 부대장 "아이언 힐"을 잡으려고 했지만 탱커가 없어서 벌써 3번째 전멸이라고 말했다.

J씨는 전사였고 그들과 같이 퀘스트를 하면 험버트의 검도 먹을 수 있겠구나 라 판단되어 흔쾌히 승락했다.

하지만, 모두 레벨대가 무척 낮아서인지 2층에 있는 부대장을 잡기까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한 무리씩 끌어 잡고 피탐을 하면 어느새 리젠되어 있는 몹들... 또, 일정량 피가 떨어지면 도망치는 인간형 몬스터였기에 확실히 잡아두지 않으면 깡패처럼 달려들어 파티원을 전멸시키곤 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J씨는 웃고 있었다.

"아~ 이게 도대체 게임을 하면서 얼마 만에 웃어본 것인가"

파티플레이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그는 처음 깨달았다.  WOW를 하기 전에 다른 게임을 했었지만 노가다와 현질로 얼룩진 게임방식과 육두문자가 나오지 않으면 대화가 되질 않았던 게임이었던지라 플레이를 하면서도 자신이 왜 이걸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어 때려치우고 나온 것이다.

J씨는 파티플레이 도중 "험버트의 검"을 먹고 퀘스트를 완료했고 남은 파티원을 위해 아이언 힐을 찾으러 내부로 진입했다.

파티에 도적분이 연금술이라 물약을 나눠주면서 돌려 마시고 J씨는 아껴둔 방어구 키트를 꺼내 서로에게 발라주면서 이젠 좀 괜찮을 거라며 서로 다독거려가며 2층까지 겨우 올라갔다.

 

부대장 "아이언 힐"은 이름답게 정말 단단하고 강력했다.

 

세 번 전멸하고 모두 유령이 되어서 2층에서 대기했다. 순찰병 로밍 시간을 체크한다음 동시에 부활.  협동작전으로 부대장을 일점사하고 돌아오는 순찰병을 서큐버스로 현혹하면서 겨우 퀘스트를 완료했다.

"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 멀 요 아 정말 재미있네요."

"전사님 혹시 저희 길드에 들어오실래요? 마침 전사가 없거든요 ^^; "


J씨는 전에 했던 게임에서도 길드에 있었지만 불화가 심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 또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게임을 이렇게 재미있게만 할 수 있다면 뭐든 괜찮을 것만 같았다.

J씨는 길드에 가입했다.

 

 
J씨는 길드에 가입한 순간부터 1년 동안 정말 많은 에피소드는 가질 수 있었다.

길드원과 사냥도중 알렉산더대왕의 도끼를 먹고 기뻐서 새벽에 소리질렀다가 마누라를 깨워서 혼났던 기억

파티 탈퇴를 하려고 /탈퇴 썼다가 길드탈퇴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던 기억

오그리마에 얼라가 쳐들어와 쓰랄족장이 공격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스칼 교장 바로 앞에서 길드원들이 전원 귀환을 타고 오그리마로 돌아와 밤새도록 방어했던 기억

뒤치기 당해 괴로워하던 길드원을 데리고 1시간 동안 상대진영응 쫓아다니며 복수했던 기억

경매장에 에픽이라도 하나 나오면 길드창에 링크시켜주며 "와~ 세상에 저런 아이템도 있구나!"하고 부러운 감정을 공유하던 기억...

 

 

하지만, 이젠 J씨에게는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되었다.

누가 그랬던가... 추억이란 기억 하되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레이드 던전이 열리고 전장명예시스템이 나오면서 길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레이드 공대에 합류한 길드원, 대장군 되겠다면 하루종일 전장에만 있는 길드원. 그리고 홀로 남은 J씨...

적막이라는 벽돌이 어느 틈인가 길드에 들어와 J씨와 길드원 사이에 높은 담을 쌓아버리고 어색함이란 창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창문 틈엔 외로움이란 바람이 불었다.

 


J씨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끝나고 게임에 접속했다.

길드창을 열어보니 길드원 모두가 레이드를 뛰고 있었다.  같이 뛰고 싶었지만 개인 사정상 여유가 없었던 지라... 그는 전갈 피나 모으며 다크문 목걸이를 만들 계획이었다.

[길드원]: ㅎㄹ
[길드원]: ㅎㄹ
[길드원]: ㅎㄹ

[J모씨]: 네 ^^ 모두들 안녕하세요


쌀통과 똥통이 완벽한 반비례식라고 했던가...

인사가 짧아질수록 길드원간의 벽이 더욱 두꺼워져 간다. 7명의 길드원이 80명으로 불어나고 길드는 커졌지만 진정 대화를 나눌 사람은 없었다. 그 속에 J씨는 설곳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신규길드원 중 한 명이 수십 분째 아라시고원의 돌거인 포즈루쿠를 잡아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길드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 레이드던전에 있었고 전장에 있었으며 최고급 아이템도 있고 눈부신 계급도 있었다.

하지만...  그속엔

재미도 없고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고
분노도 없었다...   길드원과 길드원을 연결시켜주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아이디 밑에 적힌 텍스트 한줄....  그 한 줄을 빼버린다면 남과 다를 바 없으리라...

듀로타에서 길드원과 심심하면 꽂았던 깃발조차.... 장비의 격차가 너무 난다는 이유로 결투신청 하기가 두려워졌다. 레이드를 뛰는 길드원은 "이기면 본전 지면 발컨"이라는 압박감이 있었고 J씨 역시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장난삼아 하는 결투라도  보는 눈이 있다면 절대 질 수 없었던 것이 현재 레이드 유저의 비애인 것이다.

 
 

그것은 J씨가 원하는 길드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가는 길이 달라도 접속하면 반갑게 인사해주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위로해주고, 파티원이 모이지 않아 괴로워하는 신규 길드원을 위해 같이 인던도 돌아주면서 파티시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 한가지씩 가르쳐 주는 재미...

하지만, 간간히 흘러나오는 길드창의 대화엔 포인트 점수나 아이템에 대한 분쟁이야기만 있을뿐...

J씨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조용히 채팅창을 열고 /길드탈퇴를 쳤다.

그것은 결코,

실수도...

장난도...

핑계도... 아니었다.


J씨가 길드를 위해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었다.

 

 
던가록의 추억...   추억으로 묻어 버리기엔 너무 아쉬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다. 인간은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라고....

혼자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언제나 집단을 구성해 행동한다. 그것이 자의에서 건 타의에서 건 인간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이다. 태어나면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살아가다가 학교에 들어가고 학교 안에서는 그들 만에 공동체 생활을 한다.

군대에 들어가거나 나이가 들고 회사에 취직해서는 직장 안에서, 부서에서, 팀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게임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WOW역시 가상공간 속에서 또 다른 사회를 형성한다.  그중 가장 소규모 집단이 바로 길드(Guild)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목 도모 혹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찾아 힘을 합쳐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길드의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 WOW에서는 길드만의 특별한 컨텐츠가 없다.  

친목도모로 만들었던 길드는 4대 인던 전까지는 무리 없이 모두 어울릴 수 있었지만 레이드 던전이 생겨나면서 레이드를 뛰는 길드원과 그렇지 못한 길드원으로나눠졌다.


서로 갈 길이 달랐고 공감대를 형성할 사건도 이야기도 없었기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난 것이다. 그 장벽은 길드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당장에라도 깨부숴야 할 골치덩어지만 그것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도 아니고
누군가 잘못을 해서 생긴 분쟁도 아니었다.

 
"서로 할 얘기가 없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공감대(共感帶)...  공통의 관심사가 너무도 달라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차원의 벽이 생겨버린 것이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고 싸움도 대상이 호응을 해야 커지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다.

되받아칠 손뼉도...
맞장구칠 싸움꾼도...

 

 
모든 와우저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  그 안엔 길드란 없나 보다...

 

<자유게시판> 글쓴이: 은신불가         등록일 : 2006년 04월 20일 12시 40분

12칸 가방 만드는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던 그시절

전역후 1년간 정말 폐인 소리 들어가며 했던 와우...

당시 에픽이라곤.. 케인원 크롤칼 외에 10여개 였던 그 시절...

 

전장도...

명예도... 없었고 그저 4대인던에 가는것만으로도 벅찼던...

녹템 주렁주렁 달고
드라키 앞에서 수없이 전멸하고
그래도 서로 웃었던

힐스브래드 구릉지와 가시덤불 네싱워리 원정대 앞에서의

규칙도 목표도 없이
그저 치고박고
싸우던

지금은 그 정든 길드원들 모두

레이드에 밀려
인사조차 하지 않는...

라이트 유저들이 길드를 빠져 나가도...
개의치 않는 길드원들을 보며

파템 하나 주워서 링크하면
축하해주던 길드원들...

이젠 힘들게 앵벌해서 얻은 에픽하나 장신구(다크문 보상) 길드원에게  나도 이정도로 노력합니다 라고 보여주기도 민망하고...

아는 형님 길드가 너무 레게만 있는거 같다하며 나가시고 친목길드 들어가 지낸지6개월 결국 그 길드도 레이드에 도전

몇일이 지나자 이젠 길드원들이 레이드 공대에 주당 일마 5 일치 5개씩 상납하라는 요구를 받고

레이드가 잘 풀리고
길드가 유명해지면 길드원이 다 좋은거라고..
그 형님 처음엔 길장과 친분이 있었던 터라 2달정도 그리하다가

 

결국 지쳐 이젠 그만 두셨습니다..

예전에 전장도 없이 검둥 화심도 없이

우리는 충분히 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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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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