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공격대장... 그를 울리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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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글: 게임메카 악령좀비

황사 현상...

실리더스의 모래폭풍이 서울시를 강타했다. 마스크를 쓰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

하늘은 게워진 토사물 마냥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죠스바를 당근 같이 씹어 먹으며 집으로 향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인간의 탈을 쓴 좀비였던 것이었다?

니코틴과 타르가 함유된 구름과자를 주장비에 장착하고 아이스크림을 보조장비 칸에 끼니 보이는 건 얼라뿐이로구나

아~ 봉급쟁이 인생이여~ 나는 진정 한 입으로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이니 월급도 두 배로 달라...

 
▲설마 짤릴까... (-_-;)

어제 출근 후... 스팸 메일을 정리하기 위해 E-메일함을 뒤적이는 중 나는 한가지 이상한 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편지는 자고로 오프라인으로 받는 것이 진정한 맛이지만 시대는 변했고 우편 값은 올랐으니 대세를 따르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떤 편지가 온 것인가?

 


▲편지 내용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공격대장의 심경 고백이었다
서버와 공격대 이름이 거론돼 부득이하게 포샵처리하였다

 

공격대를 운영하는 K씨가 있다. 그의 레이드 팀은 한때 서버 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진행이 빨랐으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아 공격대를 풀로 채워도 대기인원이 30명이 넘는 거대한 레이드 팀이었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라그나로스까지 잡고 둥지를 도전하는데... 밸라에서 수없이 좌절을 하는 것이었다. 화염보호물약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하루 도전할 때마다 개인 비용으로 적게는 70골에서 많게는 100골 이상 깨지니... 개인이나 공격대나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밸라 도전이 한 달 이상 지체되자 공격대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공격대 카페에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쉬겠다고 적어 놨지만 레이드 시간에 휴면 상태의 공격대원의 접속 유무를 알아보면 알터렉이나 아라시 전장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닌가?

 

K씨는 분노했지만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공격대의 지휘는 K씨 본인이 하는 것이었고 공격대원들은 그가 시키는 전략과 진형에 맞춰 잘 따라줬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밸라의 벽은 슬래그 시멘트만큼이나 후기 강도가 단단했고 내열성과 저항성이 좋아 도무지 부서질것 같지 않았다.

대원들은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남은 30여 명의 인원으로 밸라를 트라이 하기 수개월... 정말 피가 말리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결국 잡았다.

마의 벽처럼 보였던 밸라스트라즈를 쓰러트린 것이다. 밸라를 잡자 공격대는 활기를 되찾았다.  용기대장, 화염아귀, 에본로크, 플레임고르, 크로마구스, 네파리안까지 파죽지세로 뚫고 나갔으며 밸라를 잡고 한 달 만에 네파리안까지 잡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휴면상태의 공격대원들이 복귀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공격대에 복귀하고 알터렉이나 아라시 확고 찍은 아이템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K씨 개인은 도저히 그걸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팀의 리더였고 어찌되었든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팀원이었기에 분노를 가슴에 삭이고 그들을 받아들였다.

네파리안을 잡자. 30여 명으로 겨우 연명하던 공격대가 거짓말처럼 50명으로 불어났다.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얼마 후 안퀴라즈가 열렸다.

공격대 자체 팀웍이 좋았고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었던 팀이라 후후란까지 일사처리로 뚫어나갔다. 그런데...  다시 밸라의 악몽이 떠올랐다.  안퀴라즈 5번째 네임드인 후후란이 마의 벽처럼 느껴진 것이다.

공격대장 K씨는 설마 밸라처럼 인원이 빠져나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30명의 공격대원을 이끌고 밸라에게 도전했을 때 그는 검둥 기피현상이 대원들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우연한 일치로... 단지 도전하는 시기가 안 좋았을 뿐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두려워했던 일들이 악몽처럼 다가왔다.

후후란 공략 1개월째... 공격대 카페에는 휴면 신청의 글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검둥은 풀파... 안퀴라즈는 인원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K씨 공격대장은 생각했다.

나는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이었나...

 

팀의 리더라면 그만한 자질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대원들을 감싸주는 포용력, 위축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위트와 재치, 풀어줄 땐 풀어주고 조일 땐 조이는 유동성.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 리더라는 직책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갖춰져도 리더를 믿고 따라주는 팀원들이 없다면 빛 바랜 색종이만큼이나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불신(不信)... 그것은 어항 속에 낀 이끼와 같아서 처음 생겼을 때 깨끗이 지워주지 않으면 어느새 물고기조차 볼 수 없게 덮어버린다. 우리는 생각한다. "아니 언제 어항에 이렇게 이끼가 꼈지?"

몇몇 팀원들은 말한다. "아니 공격대가 왜 이 모양이지?"  

본인은 그런 팀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은 물고기를 보기 전에 불신이라는 이끼덩어리를 깨끗이 닦았는가? 불신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어항을 덮어 버렸다. 일부 대원은 그것을 깨끗이 청소해서 다시 바라보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어항을 사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끼는 더욱 짙어져 공격대는 더욱 침체되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 어항 속 가장 밑바닥부터 청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리더인 것이다.

리더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바라봐 주지 않아도 어항 밑바닥부터 불신이라는 이끼와 오물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삼킨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외친다. "자!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좌절과 실패의 쓴 잔은 팀원과 같이 들이켰기에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지만... 무능력이라는 무거운 족쇄는 오직 리더 혼자 끌고 다녀야 한다.


더럽혀진 어항을 청소하면서 말이다....

 

팀원들이야 공격대에 그냥 참여해서 맡은 역할만 하면 되지만 리더(공격대장)는 수일, 혹은 수개월 전부터 보스 몬스터의 특성과 패턴을 분석하고 팀원(대원)들에게 최적화된 전략과 진형을 꾸린다.

하지만, 리더가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해도 팀원들의 경험과 장비가 부족하면 실패는 피할 수 없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험이다. 경험은 오직 실패와 좌절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으로 모든 대원들이 다 같이 느껴봐야 한다.

그것이 싫어 떠나거나 피하는 대원들이 있다면 새로운 대원이 다시 그 경험을 할 때까지 공략은 몇 달이고 늦춰질 수밖에 없다.

떠나가는 대원들의 심리는 마치 깎인 사과만 먹고 싶어하고 깎아지는 과정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가는 것과 같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자. 이것만은 알고 넘어가자. 깎는 아픔을 함께 겪어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레이드 팀원이 아니라 용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대화는 아는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기에 서버와 아이디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피현상?

난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고의적으로 기피하는 대원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건 우선순위 문제다.

가령 오늘 네파리안 도전이 있고 용기병 속성이 쉬워 금방 잡을 것이고 내가 마침 로브가 없다면 어떤 약속이라도 때려치우고 레이드에 참가 할 것이다.

근데 오늘 안퀴라즈 도전이고 공략 대상이 쌍둥이 형제였다고 생각해보자.

잡을 가망성이 희박하지만 도전은 해야 한다. 근데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 안퀴라즈 도전? 친구와의 약속?  과연 어떤걸 먼저 선택할까?

얄밉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나의 직책은 마법사 직업장이다. 약속이 있어 나가는 대원들에게 무슨 말은 못하지만 공격대장에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특정 보스를 기피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이 한번 기피할 때마다 우리는 수십 번 수백 번 죽어나간다고...

 

밸라스트라즈에서 수개월 동안 지체된 적이 있었다. 남아 있던 공격대원 절반이 빠져나갔고 공격대는 붕괴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공격대장이 다시 팀을 꾸려 3개월에 걸친 도전으로 밸라를 쓰러트렸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속에 있었다.

떠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공격대는 예전처럼 활기가 넘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돌아온 이들은 또 다른 레이드 보스에서 막힐 때 다시 나갈 사람들이라는 걸...

나는 그들에게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다시 받아들인 공대장이 미울 정도다.

내 그릇이 작아 그렇게 느낀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돌아온 대원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온 대원보다 좋은 아이템을 먹고 잘 안 나오는 특정한 세트 아이템을 날름 먹을 때마다 울화통이 치민다.

현재 부공대장의 직책을 맡고 있지만 그들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줄 만큼 넓은 도량이 없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본인이 지적 받은 내용이 있다. 공격대는 리더 혼자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직업장과 대원들이 함께 끌고 간다는 것.  하지만, 모두 리더가 심적 부담을 가장 많이 느낀다는 의견엔 고개를 끄떡였다.

 

결론이 없는 문제로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소재를 받고 글을 쓰면서 특정 공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너무 부풀려 괜히 오버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기사를 작성하기에 앞서 알고 있는 지인들을 찾아가 공격대의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간 진솔한 대화 중 알아낸 사실은 특정몹 기피현상은 오래된 공격대라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고 모두 알고 있으면서 쉬쉬하는 건 괜히 한소리 했다가 대원 한 명 빠져나가면 공격대 사기차원에서 여파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본 필자는 K씨가 왜 울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K씨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심결에... 아니 지루했을 수도 있다.  대원 몇 명이 자신의 배에 돌을 던졌고 그 돌이 쌓이면 언젠가 침몰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견디며 곧 멈출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밉든 곱든 그들은 자신의 동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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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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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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