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시대는 리더를 원한다! 게임으로 살펴보는 리더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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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안정빈

모름지기 리더란 한 집단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팀의 방향을 제시하고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는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야당에 백태클을 당하는 대통령 아저씨부터, 아랫사람 눈치나 보는 직장상사까지. 이래서야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아니다!

온라인게임의 리더 역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길드장이 아이템 한 두 개에 혹해서 몇 년간 함께 해온 길드를 헌 짚신 팽개치듯 버리고 떠나거나 혹은 자신이 왕이라도 된다는 착각에 빠져 길드원을 수족처럼 부리려고 드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 누가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실제로 이런 사람 많이 봤다

리더의 입장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껏 무슨 의견을 꺼내면 별 의미도 없는 수다에 묵살되기 십상이요. 혹 자신의 의견에 따랐다 하더라도 일이 진행되는 내내 불평불만에 가득 찬 소리를 듣다보면 귀에 딱지가 들어앉을 지경이다.

이에 게임메카에서는 과연 온라인게임속의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알기 쉬운 예를 들기 위해 삼국지의 각 인물을 첨삭(?)했으니 리더의 길에 입신할 생각이 있는 유저라면 반드시 읽어보도록 하자!

1. 조조형 - 내말이 곧 법이다

리더의 첫 번째 덕목은 누가 뭐라고 해도 카리스마다. 실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에서는 카리스마를 ‘비전을 제시하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며 리더를 존경과 신뢰의 대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강렬한 눈빛 한 방 쏴주고, ‘오늘은 저기로 가자’ 한 마디 해주면 존경과 신뢰가 알아서 따라오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도 포스는 나와주셔야 카리스마에 대해 논할 자격이 생긴다

이런 카리스마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조다. 조조는 ‘도덕과 인정’ 대신 ‘무력과 실리’를 추구하며 당시 집권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유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람이다.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공로로만 부하를 평가하는 등 지나치게 냉정한 모습만을 보여 왔다.

그런 조조가 인정받을 수 있던 것이 바로 이 카리스마다. 자신의 의견이 독단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다른 어떠한 의견도 용납하지 않는 과감성, 출신을 따지지 않고 능력만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파격적인 방식,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처벌을 가하는냉철한 판단 등으로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쌓아왔기에 비로소 부하들에게 경외심을 갖게 하는 그런 상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조 = 카리스마의 공식이 성립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외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은 소용없다!

온라인게임의 리더가 갖춰야할 카리스마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평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모든 일을 결정,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길드원 하나를 받아들이더라도 그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확실히 주지시켜 주고, 자신의 의견에 아무 말 없이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해당게임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박식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녀석을 잡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 이제부터 어디로 갈까요? 등의 발언은 당신의 카리스마를 은하계 저편으로 보내는 특급운송수단이 될 뿐이다!

단, 이 경우 자신의 능력이 길드원들을 통솔하기에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고압적인 태도만을 강요하는 경우 오히려 길드원들에게 지나친 반감만을 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2. 유비형 - 조금만 있으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니까

단순히 카리스마만 있다고 훌륭한 리더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행동과학적 조직론의 창시자인 H 사이먼에 따르면 조직이란 개인에게 뚜렷한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개개인이 달성할 수 없는 일을 가능케 만드는 곳이다. 즉, 길드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좋은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허황된 비전만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이제 갓 레벨 10을 넘긴 사람들을 모아놓고, ‘우리 보스몬스터를 처치하러 갑시다!’ 라고 말해봐야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사람들을 충분히 동요시킬 수 있는 ‘뚜렷하고 명확한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라그나로스를 잡으러 갑시다! 해봐야 바보만 될 뿐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의 예를 들어보자. 유비는 서주에서 조조에게 패한 후 원소에게 몸을 의탁했다가, 이후 원소가 망한 뒤에는 유표, 손권 등을 거치며 정처 없이 떠돌다 겨우 형주에 자리를 굳히게 되는, 소위말해 ‘여포만도 못한’ 삶을 살아오던 자였다.

그런 그의 세력이 끝끝내 버텨가며 삼국지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에게 들은 ‘천하삼분론’이라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비전을 실천해 줄 수 있는 ‘황족의 정통성’ 그리고 ‘관우와 장비’라는 걸출한 인재 등이 따라줬기에 지금과 같은 유비의 모습이 갖춰진 것.

▲결국 이것도 능력 문제다-_-

▲어떻게 보면 이 아저씨는 비전보다는 ‘사교술’쪽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모두가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비전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비로소 훌륭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서 빌게이츠가 말했던 ‘한 가정에 한 대씩 PC를 보급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모범적인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나치게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면 어지간한 리더가 가장 쉽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이 비전제시이기도 하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꿈을 꾸는 데는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 제일 손쉽게 길드원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방법!

 

3. 손권형 - 내부의 결속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리더가 가져야할 마지막 덕목은 바로 신뢰다. 혹자는 ‘너무 당연한 소리’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신뢰야 말로 모든 집단의 필수 덕목이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부분의 길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의 십중팔구 이상이 이 ‘신뢰’와 관계된 문제라는 것을 알아두자.

▲한때 WOW 21서버를 뜨겁게 달구던 SM공대 사건! 이런 문제는 대부분 개개인 간의 불신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먼저 길드장부터 길드원 하나하나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많은 길드원들을 전부 믿고, 간이고 쓸개고 모두 빼줄 수 있듯이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온라인상에서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올바른 길드를 만들기도 전에 자기 재산의 80%이상을 사기꾼에게 헌납하는 ‘안구에 습기 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신뢰는 바로 정신적인 신뢰, 즉 서로 간에 ‘저 사람을 믿고 따라도 후회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삼국지의 남은 한명의 영웅, 손권의 예를 들어보자. 손권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하나 있다. `사람의 장점은 소중히 하고, 사람의 단점은 잊어버려라`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한 번 믿기로 한 사람의 의견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 사람의 중상모략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뜻이다.

실제로 적벽대전의 경우 손권이 온건파의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주유와 노숙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당시 손권은 적벽대전의 전권을 주유에게 줬을 만큼 주유를 크게 신뢰하고 있었다

이것을 온라인게임의 파티에 적용시켜보자. ‘전사가 힐러를 믿고 몬스터를 향해 돌진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지 않는가? 길드 역시 마찬가지여서 길드장이 말한 의견을 길드원 모두가 믿고 따르며, 길드장 역시 길드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존중하는 상황이 구현될 때 비로소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필자가 말한 신뢰는 바로 이런 것이다.

 

리더십의 실제 사용 예시

백문이 불여일견. 그렇다면 실제로 온라인게임 내에서 거대 길드를 운영하는 유저를 찾아 과연 어떻게 리더의 모습을 꾸미고 있는 지 살펴보자.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은 리니지 2 바츠서버의 드래곤나이츠(이하 DK)혈맹의 총 군주를 맡고 있는 ‘아키러스’님이다.

참고로 리니지 2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을 위해 DK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하고 들어가겠다. DK는 리니지 2의 클로즈베타테스트 시절부터 활약하던 혈맹으로 바츠서버가 생긴 날부터 현재까지 서버내의 최고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착하다는 말은 못하겠다

물론 혈맹의 행실이 그다지 좋은것만은 아니며, 게임 내의 다양한 특권을 독점해오면서 온갖 비판과 견제에 시달린 혈맹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지난 2004년 DK의 서버 독점을 견디지 못한 유저들이 들고 일어서 ‘DK vs 바츠서버의 전 유저 + 다른 서버에서 온 지원군’이라는 소름끼치는 경쟁구도를 그린적도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견뎌냈을 만큼 내실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뜻.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게임메카 : 혈맹을 꾸려오면서 가장 큰 위기가 닥친 것은 언제였나?

아키러스 : 앞서 소개 글에서 밝힌 속칭 ‘용던전쟁’이다. 실제로 전 서버의 유저들과 수개월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싸움만 했다. 아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싸움만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게임메카 : 반대세력의 꾸준한 공격과 숱한 비난 속에서도 DK가 단합하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아키러스 :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당당히 게임 내에서는 악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우리와 싸우는 모든 분들은 ‘선’의 역할을 맡는다.

다만 우리는 악이 되더라도 당당한 악당의 모습을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확실한 목표가 혈맹을 보다 강하게 결속 시킨 것 같다.

▲한 때 `난리가 났던` DK vs 전서버 유저간의 싸움

게임메카 :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른 게임 속 리더의 모습이란?

아키러스 : 보통 게임 상의 리더들은 길드원 각각의 의견을 너무 중요시 여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하늘로 올라가듯이 다수의 의견에 너무 열중하다 보면 분쟁의 소지만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어떠한 일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놓아야만 한다. 물론 그 전에 충분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혹, 자신의 의견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아키러스님이 중요시 한 것은 앞서 필자가 말한 카리스마와 비전제시. 물론 ‘우리는 악이다’라는 현실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비전이지만, 게임 속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비전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카리스마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실제 상황에서는 이처럼 여러 가지 덕목들을 고루 갖춘 혼합적인 리더의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롤플레잉‘이다

혹자는 필자의 글을 읽고 이런 물음을 던질지도 모른다. ‘고작 온라인게임에서 이런 거창한 리더십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대답은 YES다.

온라인게임의 다른 말은 MMORPG, 즉 ‘다중 접속 역할 연기 놀이’다. 스스로 게임 속 자신의 위치에 충실할 때 조금 더 즐거운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게임이란 일종의 연극이다

이는 리더의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서의 리더가 ‘집단을 좀 더 높은 위치로 끌어 올리는 역할’이라면 온라인게임 속의 리더는 ‘길드원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주는 역할’이다.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 명 길드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냐, 짜증으로 가득 찬 나날을 보내느냐가 결정된다. 결코 작은 역할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의 손에 수십 명의 즐거움이 달렸다!

물론 당신 역시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단 한 가지 내용이라도 배워갈 수 있다면 더욱 바랄 나위가 없을 테고 말이다.

지금의 리더십이 부재된 시대다. 시대는 리더를 원하지만 아무도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자, 이곳에 당신을 기다리는 수많은 (예비)길드원들이 있고 당신에게는 그런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어떤가? 당장 즐기고 있는 게임에서 작은 소모임이라도 하나 만들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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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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