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K-리썰파스모펑크2040 신입사원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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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 컴퍼니는 귀신이 일상이 된 2040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신입사원의 고군분투를 다룬 4인 협동 공포 게임이다. 서양의 퇴마와 달리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한국 고유의 천도 의식을 추리와 리듬게임 형식으로 풀어냈다. 팀 도깨비불은 블랙기업의 노동 잔혹사와 무속 신앙을 엮어 K-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웰메이드 공포를 예고했다
천도컴퍼니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천도컴퍼니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옛말이 2040년에 이르러 비로소 증명된다면 어떨까. 사후 세계가 공인되고 망자가 일상이 된 어떤 시대에도 귀신의 한보다 '클라이언트 만족도'와 '성과 평가 등급'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세상이 탄생했다.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한다는 현대 직장인의 관용구가, 특수 주사를 맞고 흉가로 출근해 귀신의 사연을 서류철처럼 정리하는 현실로 변한 게임이 등장했다.
 
인디 개발팀 ‘도깨비불’이 개발 중인 '천도 컴퍼니'는 한국 특유의 압축 성장이 낳은 노동 잔혹사와 무속 신앙을 현대적으로 엮어낸 4인 협동 공포 게임이다. 귀신의 종류와 한을 파악하고, 이를 성불시키는 천도 의식을 수행하기 위해 추리부터 사물놀이 같은 리듬게임까지 한곳에서 즐기는 가장 한국적인 방식의 생존형 공포를 마주할 수 있다.
 
4인 협동 공포라는 익숙한 뼈대 위에 한국 전통 무속과 독특한 회사원 세계관을 얹어낸 이 엉뚱한 조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팀 도깨비불 최은주(Sooez) 개발자를 만나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천도컴퍼니 시작 이미지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천도컴퍼니 시작 이미지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귀신이 실존하는 2040년, 여전히 신입사원은 힘들다
 
게임 '천도 컴퍼니'의 배경은 근미래인 2040년 대한민국이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사후 영혼의 존재가 증명되고, 온 사회가 귀신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핵심이다. 이 세계관에서는 벌레가 나오면 방역 업체를 부르듯,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귀신 처리 전문 대기업인 '천도 컴퍼니'에 의뢰를 넣는다. 플레이어는 이 '천도 컴퍼니'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의 시점에서 회사 생활을 해나가게 된다.
 
천도 컴퍼니의 신입사원들은 영안을 틔워주는 특수 주사를 맞고 현장에 투입되어,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귀신 관련 의뢰를 해결한다. 게임의 기본 뼈대는 4인 협동 기반의 추리와 제령이다. '파스모포비아'처럼 현장 단서로 귀신의 정체를 밝혀내는 추리 요소를 취하면서도, 도달하는 종착점은 확연히 다르다. 서양 공포가 악마를 박멸하는 '퇴마(Exorcism)'에 무게를 둔다면, '천도 컴퍼니'는 귀신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달래 보내는 한국 고유의 '천도(薦度)'를 핵심 규칙으로 삼았다.

▲ 차가운 회사에서 특수 주사를 맞고 트인 영안으로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온갖 위험하고 수상한 곳을 찾아가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온갖 위험하고 수상한 곳을 찾아가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이 천도 과정에서 어떤 귀신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게임은 귀신마다 고유의 패턴을 제시한다. 일례로 물귀신의 경우 플레이어를 홀려 온통 물로만 이루어진 '물귀신의 백룸'으로 끌고 가 고립시킨다. 반드시 귀신으로부터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에밀레종 설화와 같이 맵 내 특정 이상 현상 오브젝트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동 속도나 정신력에 페널티를 받는 만큼 빠른 조치와 파악이 요구된다.
 
다만 천도 컴퍼니는 단순히 귀신을 쫓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 착취와 실적 압박이 일상화된 블랙 기업에서 목숨을 걸고 '정규직 퇴마 노동'을 뛰어야 하는 서글픈 K-직장인의 애환을 그린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모든 것이 냉혹한 성과 지표로 환산되는 한국 노동자의 현실 그 자체가 또 다른 'K-공포'인 셈이다. 즉, 앞서 언급된 모든 공포 요소는 플레이어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 물론 귀신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기에 이에 잘 대비해야 한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이에 따라 처녀귀신, 창귀 등 귀신의 종을 식별하는 것 외에도, 현장에 남겨진 기록과 흔적을 파헤치고 죽음과 한을 추리하는 과정도 실적의 일환이 된다. 이렇게 모든 조사를 끝낸 뒤에는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천도 의식'에 돌입한다. 천도 의식은 4명의 플레이어가 북, 꽹과리, 징, 장구를 잡고 장단을 맞추는 멀티플레이 리듬 게임 형태다. 합을 맞춰 완주하면 귀신이 한을 풀고 성불하지만, 박자를 놓치거나 추리가 빗나가면 귀신이 폭주해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사원들을 덮친다.
 
천도 컴퍼니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를 배경으로 한 만큼, 마지막에는 업무 평가의 시간이 찾아온다. 미션 종료 후 '회사-의뢰인-귀신'으로 이어지는 3중 평가와 정산 시스템이라는 성과 증명의 시간까지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 모든 과정을 끝낸 이후 혼령의 한을 밝혀내 '성과'를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팀 도깨비불 "소재 하나하나 직접 빚었다"
 
팀 도깨비불은 팀장이자 PM·기획·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최은주(Sooez) 개발자와 프로그래머 ArtLapin, Koes, Mudcrab, 캐릭터 모델러 직콰, 사운드 작곡 Seeze 등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다. 각 멤버는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서 만나 첫 상용화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위해 모였으며, 현재는 온라인 환경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 조율과 볼륨 조절 등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팀 도깨비불의 모든 팀원은 한마음으로 뭉쳐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와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게임의 핵심이기도 한 여러 콘텐츠에 한국적인 요소를 다수 포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팀 도깨비불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팀 도깨비불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프로토타입 버전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우선 증명하고 게임의 질적 해상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프로토타입 버전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우선 증명하고 게임의 질적 해상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최 개발자는 천도 컴퍼니에 대해 "스팀에서 협동 장르가 큰 인기를 끌던 시기 친구들과 공포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레 관련 기획을 품었다"며, "작년 9월 무렵 한국 무속 문화를 대담하게 녹여내 글로벌 흥행을 거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와 현대적 무당을 다룬 '파묘' 등을 접하며, 음지 문화나 미신으로 치부되던 전통 무속을 디스토피아 감성으로 비틀어 협동 공포로 풀어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첫 작품을 만드는 만큼 개발 과정은 다소 험난한 상황이다. 기획부터 사운드, 비주얼까지 한국적 색채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상용 에셋 스토어 대부분이 서구권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특유의 주택 구조, 제례 소품, 전통 복식의 현대화 등을 살릴 수 있도록 직접 모델링을 제작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델링과 이펙트를 깎으며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 다양한 방식으로 모델링과 이펙트를 깎으며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상대적으로 개발 리소스가 부족함에도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는 최 개발자가 K-공포의 본질을 감수성과 강한 내러티브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최 개발자는 "오랜 시간 한국의 괴담, 공포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를 섭렵하며 느낀 점은 한국형 공포가 늘 망자의 '한(恨)'을 이해하고 풀어주는 서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며, "단순히 공포감을 주입하기보다 귀신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교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구현하고 싶었다. 공포와 신파 사이의 정서적 균형을 잡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7년 스팀 넥스트 페스트 출격, 정식 출시는 2028년 목표
 
현재 약 60%의 개발 공정을 마친 '천도 컴퍼니'는 올해 연말 텀블벅 후원자 대상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채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명을 ‘하트퀵(Heartquake)’으로 변경하고, 자체 퍼블리싱 등을 위한 여러 준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게임 또한 2027년 2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가를 통해 글로벌 유저들에게 첫 데모를 선보이고, 3월부터 스팀 앞서 해보기를 시작한다. 얼리 액세스 빌드에는 5종의 전통 귀신, 4종의 맵, 10종의 이상 현상이 우선 수록되며, 약 1년간 유저 피드백을 수렴해 2028년 정식 출시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 현재 초기 빌드를 제작 중이며 점차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사진제공: 팀 도깨비불)

최 개발자는 "첫 작품이라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팀원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있다"며, "국내 유저에게는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글로벌 유저에게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신선한 매력과 한국 특유의 '귀신 감수성'을 전하는 웰메이드 K-공포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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