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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브컬처 게임 세계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과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 대표가 만나 작가주의 개발과 두 사람 각자가 가진 AI 활용 여부에 대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6일, 경기창조혁신센터 지하2층 국제회의장에서 이루어진 이번 대담에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과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 모더레이터로 국내 매체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이 참가했다.
▲ 담론을 나눈 정우철 편집장(좌),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중),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내 서브컬처 게임 세계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과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 대표가 만나 작가주의 개발과 두 사람 각자가 가진 AI 활용 여부에 대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6일, 경기창조혁신센터 지하2층 국제회의장에서 이루어진 이번 대담에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과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 모더레이터로 국내 매체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이 참가했다. 현장에 모인 세 사람은 '작가주의'라는 거창한 프레임 대신, "내가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을 만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열망에서 개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여러 현실과 생성형 AI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수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게임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진제공: 넥슨게임즈)
김 본부장과 김 대표는 장르도 게임의 구축 문법도 모두 정반대에 가까운 인물이다. 어두운 아포칼립스를 그린 작품을 다루는 김 대표는 확고한 세계관과 서사를 먼저 정립한 뒤, 표현하고자 하는 특정 장면과 대사를 이정표 삼아 역으로 게임 플레이를 쌓아 올린다. 반면 미소녀와 청춘을 주로 선보인 김 본부장은 가상현실 게임 포커스온유 개발을 거치며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들어가 어떤 경험과 몰입감을 느낄 것인가'라는 실제감과 체감 중심의 기획을 조각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흥미롭게도 라이브 서비스의 과정은 유사했다. 시장의 정형화된 흥행 공식에 맞추려다 길을 잃었던 실패를 거친 후, 비로소 스스로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과 고집으로 빚어낸 이들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전 세계 팬덤을 관통하는 ‘블루 아카이브’와 ‘프로젝트 문 세계관’이라는 거대한 IP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 설정을 사랑하는 수많은 유저들의 수요로 만들어진 아트북 등, 게임에 그치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들이 출간되고 있다 (사진출처: 프로젝트 문 공식 X)
다만 탄생이 완성은 아니다. 패키지 게임과 달리 매일 지표를 마주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생태계는 이들의 고집을 끊임없이 시험대 위에 올린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유저 피드백과 업데이트 이후의 여파 등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수렴하며 게임을 다듬어나가야 한다. 이를 지휘하는 두 사람은 데이터, 커뮤니티, 피드백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값을 마주하게 된다. 김 본부장과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겪은 여러 현실적 타협을 언급하면서, 내가 원하는 게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말했다.
김 대표는 라이브 서비스 중 창작자로서 바꾸지 않는 중요한 뼈대는 유지하되, 트렌드나 설정 오류 같은 살의 영역은 유저 피드백을 수용하며 인정하고 수정해 왔다 말하며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보스전 당시의 일을 회고했다. 퍼블리셔와의 소통 과정을 거쳐야 했던 김 본부장 역시 게임의 형식과 대중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면서도, 본질적인 재미의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퍼블리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관철한 후, 유저 피드백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였음을 증명한 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 김지훈 대표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에서 발생한 설정 오류 및 보스 디자인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소통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서브컬처 게임에 있어 실시간으로 유저의 반응을 마주하는 라이브 방송과 소통은 PD이자 디렉터에게 있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어떤 때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어떤 때는 거대한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 개발자는 빗발치는 피드백 속에서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키보드를 조립하거나 커피를 내리는 등 사적인 도피처를 찾아 잠시 쉰다”고 언급했으며, 김 대표는 "다른 대표님들을 만나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하시냐를 여쭌다. 물론 나이가 많으셔도 힘들다고만 하신다"며 어느 정도는 수용하고 있음을 말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편지나 팬아트 등, 게임을 통해 이어진 유저들의 마음으로 다시금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이어나갔다.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버팀목이 되었다는 해외 팬레터를 받거나, 코믹마켓 등의 현장에서 수많은 2차 창작을 목도할 때 두 디렉터는 비로소 자신들의 고집이 틀리지 않았음을 체감하며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고백했다.
▲ 김용하 본부장은 라이브 서비스에서 오는 환경과 퍼블리셔와의 논의 등,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이를 결정하는 위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장단점을 언급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두 디렉터는 자신들의 작가주의적 시선에서 AI 시대의 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 대표는 "창작물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쓰일 때 반감이 생기는 이유는, 그것이 의식주를 넘어선 취미이자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창작자가 고통을 착즙해 낸 맛, 즉 '눈물의 맛'을 원한다"며 수요의 본질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의 도입 여부를 파악한 후 논의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좌중의 웃음을 낳았다.
김 본부장은 "기술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이 다른 것 같다. 리서치 과정에서 검색 엔진을 쓰는 것 보다 훨씬 자세하게 정리를 해준다. 하지만 일러스트나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 작성 과정에서 AI의 맛이 들어가 우리의 노력이 희석된다고 하면 그건 굉장히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AI는 창작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툴로서 사용해야지, 그 영역을 넘어서게 하는 건 안 된다"고 단언했다.
▲ 코스프레 등을 포함한 2차 창작에 뛰어들게끔 만들 정도로 매력있는 캐릭터는 결국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즉, 생성형 AI의 파도가 거세지는 작금의 시대에 두 디렉터가 바라보는 창작의 본질은 확고하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AI은 반복적인 업무를 단축하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하는 훌륭한 지원 도구가 될 수 있다. 코딩의 자동화 등으로 인해 결과물을 내는 기술적 진입 장벽과 창업의 문턱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누군가 양보할 수 없는 고유의 캐릭터 IP 파워와 작가성의 가치가 더욱 뾰족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담론을 거쳐 나온 결과는 명확하다. 유저들이 서브컬처 창작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완벽한 정답이나 빠르게 잘 만든 코드가 아니라, 인간적인 결함과 편향점에서 우러나오는 '인간미'와 '진정성'에 있다. AI가 정형화된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개발자의 눈물과 시간이 농축된 '창작의 고통'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창작자가 매달려 고민하는 밀도와 고통의 총량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 게임에 투자되어야만 핵심 팬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 최선을 다한 창작의 고통이 전해졌을 때,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래의 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두 거장이 전하는 조언은 명확하다. 김 본부장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장르, 시스템, 세계관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본인만의 취향을 뾰족하게 영점을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수많은 기술과 공산품이 쏟아지는 세상일수록 자신만의 안목과 주관을 벼려내는 것이 AI 시대를 맞이하는 디렉터의 핵심 역량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AI의 등장으로 게임을 만드는 문턱은 크게 낮아졌다. 바이브 코딩이나 게임 개발 전용 AI 등의 출현으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 대중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문턱은 도리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서브컬처에 굵은 획을 남긴 두 디렉터의 생각과 경험은 결국 타인의 공식이 아닌 '내가 보고 싶은 세계'를 위해 끈덕지게 버텨낸 자들만이 원하는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