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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행복 전하는 힐링 퍼즐게임 ‘빨간 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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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공은 어디에? 체험판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빨간 공은 어디에? 체험판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빨간 공은 어디에?’는 2025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퍼즐게임이다. 귀여운 주인공에게 빨간 공을 찾아주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게임으로,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그림체와 독특한 게임성이 인상적이었다.

시연 현장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지난 9월 6일 공개된 체험판을 다시 한 번 플레이해보고 BIC 당시 놓쳤던 세밀한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행사 현장에서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던 여러 효과음과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 페퍼밀에 접촉해 게임을 구상한 이유와 ‘빨간 공’의 의미 등에 대해 물어봤다.

▲ 빨간 공은 어디에? 체험판 영상 (영상출처: 스튜디오 페퍼밀 공식 유튜브 채널)

‘빨간 공은 어디에?’를 만드는 페퍼밀 스튜디오

‘빨간 공은 어디에?’는 기획과 아트를 담당한 페퍼밀, 프로그래밍을 맡은 카골드가 개발 중이다. 카골드는 기획자로 업계에 입문해 꾸준히 활동해온 베테랑 인디 개발자이며, 페퍼밀은 2년 전 게임 개발에 처음 발을 들였다. 두 사람은 게임잼에서 만났고, 모바일게임 ‘고! 키드’ 등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카골드 개발자는 “과거 페퍼밀 기획자가 먼저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거창해 거절했었다”라고 말했다.
 
페퍼밀 기획자는 게임 제작에 뛰어들기 전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에 업계에 취직했지만, ‘내 게임’을 만드는 창작욕을 채우기 어려워 퇴사했다. 이후 카골드 개발자와 함께 주로 모바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골드 개발자를 상징하는 뱃지 (자료출처: 카골드 브런치 블로그)
▲ 카골드 개발자를 상징하는 뱃지 (자료출처: 카골드 브런치 블로그)

페퍼밀 기획자가 그린 게임 일러스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페퍼밀 기획자가 그린 게임 일러스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빨간 공은 어디에?’는 페퍼밀 기획자가 처음으로 기획 전반을 맡은 게임이다. 페퍼밀 기획자는 “게임 기획을 처음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라며, “특히 기존에는 기획자가 따로 담당했던 일을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하게 되어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카골드 개발자는 “올해 BIC 참여를 위한 신작을 고민 중이었는데, 페퍼밀 기획자가 구현을 해 달라며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라며, “주인공 캐릭터와 빨간 공이 그려진 첫 화면만 보고도 어떤 게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고, 페퍼밀만이 낼 수 있는 감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카골드 개발자, 페퍼밀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왼쪽부터 카골드 개발자, 페퍼밀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귀여운 고양이가 빨간 공을 찾는 여정

‘빨간 공은 어디에?’의 주인공은 도톰한 입술이 매력 포인트인 귀여운 고양이다. 게임 목표는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는 고양이에게 스테이지 어딘가에 있는 빨간 공을 찾아 주는 것이다. 초반에는 빨간 공의 위치가 한눈에 보이지만, 스테이지가 이어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숨겨진 빨간 공을 찾아야만 한다. 또한 고양이는 정확하게 완벽하게 동그란 빨간 색 구체에만 만족한다. 찌그러졌거나, 색이 다르거나, 줄무늬가 그려졌다면 토라진 표정과 함께 불만을 표한다.

체험판 두 번째 스테이지에는 상자 3개가 놓여있고, 그 중 하나에 빨간 공이 숨어있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중반부 스테이지 중 하나는 빨간 공은 보이지 않고, 화가 고양이와 조각가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들과 주변 사물을 활용해 빨간 공을 얻어야 한다. 페퍼밀 기획자는 “각 스테이지는 어릴 때 했던 여러 플래시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며, “간혹 즉홍적으로 떠올린 아이디어에 기반해 완성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 상자 셋, 공은 하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빨간 공은 어디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다른 특성은 여타 퍼즐게임과 다르게 기믹이 추가되며 난도가 오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 스테이지마다 현실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는 구조를 택했다. 카골드 개발자는 “욕조에 담긴 물에 공을 담그거나, 땅에 묻힌 것을 캐내는 등 현실에 있을 법한 상호작용을 주로 퍼즐에 녹여냈다”라며, “그만큼 리소스 재활용이 적고, 이를 만드는 페퍼밀 기획자의 그래픽 작업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고양이의 디자인에서는 페퍼밀 기획자 특유의 감성이 도드라진다. 게임 아트 제작에 참여할 당시 단순하면서도 귀엽고 약간은 바보같아 보이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이때 떠올린 것이 특유의 두툼한 입술이었다. 페퍼밀은 “입술을 살리면 이를 본 사람들이 ‘저 캐릭터 입술이 특이하다’라며 기억해 줄 것이다”라며, “주인공 고양이 역시 이런 고유한 감성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 이 색깔이 아니야!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유의 입술이 귀엽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유의 입술이 귀엽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힘들 때 행복과 회복을 줄 수 있는 게임

페퍼밀 기획자가 ‘빨간 공은 어디에?’를 개발하며 중요하게 여겼던 플레이 경험은 ‘힐링’이다. 그는 “게임을 처음 구상했던 시기에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복잡한 퍼즐게임을 즐겨 했으나, 심신이 불안정할 때는 잘 플레이하지 못했다. 때문에 스팀에서 평소에는 잘 시도하지 않았던 편안한 퍼즐게임을 여럿 플레이했다.

특히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은 ‘어 리틀 투 더 레프트(A Little To The Left)’와 ‘어셈블 위드 캐어(Assemble With Care)’로, 스테이지가 짧고 부드러움을 강조한 그래픽을 특징으로 앞세웠다. 페퍼밀 기획자는 “장르적 재미는 느끼면서 스트레스는 없이, 게임으로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누구나 플레이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게 됐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야기한 기획 의도는 전반적인 게임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게임 목표는 플레이어가 빨간 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페퍼밀 기획자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뿐만 아니라,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라며, “고양이에게 빨간 공을 전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 물건을 떨어뜨리면 찡그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부드러우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드러우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행복과 회복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카골드 개발자는 “고양이에게 얌전히 공을 줘도 되지만, 던지거나 괴롭힐 때도 귀여운 리액션을 하며 소소한 웃음을 주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소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체험판에서 선보인 스테이지 15개만 해도, 70개 이상의 서로 다른 효과음을 넣었다. 세라믹, 플라스틱, 금속 등 재질별로 분류하고, 잔잔한 ASMR을 듣는 듯한 감각을 더했다.

이러한 게임성은 BIC 현장에서 유저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페퍼밀 기획자는 “BIC 현장에서는 여성, 남성, 가족 관람객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라며,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쉬운 난도, 자극에 반응하는 캐릭터와 사물 등이 자폐 아동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위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팀 외 플랫폼 확장도 고려 중이다.


▲ 인게임 효과음이 담긴 짧은 영상 (영상출처: 스튜디오 페퍼밀 공식 유튜브 채널)

포근한 게임 속 숨겨진 이야기

‘빨간 공은 어디에?’ 체험판을 플레이하다 보면 의미심장한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 고양이가 ‘아주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잊은 것 같다’라거나, ‘잊어버린 걸 생각하려 노력해야 할까요?’와 같은 말을 건넨다. 스테이지는 사물과 상호작용이 두드러지는 대신, 스토리 전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스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별 모양의 ‘기억의 조각’을 획득할 수 있다. 이들을 모으면 숨겨진 스테이지로 진입할 수 있고, 고양이가 왜 계속 외로움을 느끼며 울고 있는지, 빨간 공의 의미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페퍼밀 기획자는 “숨겨진 스테이지를 통해서만 스토리를 전개할 것이다”라며,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긴 게임으로 완성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숨겨진 스테이지로 이야기를 전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숨겨진 스테이지로 이야기를 전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페퍼밀과 카골드 두 개발자는 현재는 ‘빨간 공은 어디에?’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에 매진 중이다. 본래 개발 중이었던 모바일게임을 완성한 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빨간 공은 어디에?’를 완성할 예정이다. 페퍼밀 기획자는 무려 100개 스테이지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도 밝혔다.

페퍼밀 기획자는 “’빨간 공은 어디에?’를 통해 타인에게 주는 행복으로 본인도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카골드 개발자는 “개발자들이 인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비공개 커뮤니티 ‘카골드의 거실’을 운영 중이다”라며, “혼자 개발하며 고통 받는 개발자가 많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얻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귀여운 고양이에게 행복을 '빨간 공은 어디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귀여운 고양이에게 행복을 '빨간 공은 어디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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