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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뎅과 달님 성기사엑스를 만나다(에버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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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 로드나가펜
캐릭터 이름 : 달님두둥실



각자의 사무를 마치자마자 우리 둘은 PC방에 들러 부리나케 에버퀘스트에 접속했다(난 늘 이런다. 이젠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 유후). 그간 틈틈이 모아놓은 정보를 가지고 어디로 사냥을 갈 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날아든 귓말,

성기사엑스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님 하이요’

성기사엑스의 레벨을 검색해보니 레벨 8. 뚜~~! 도대체 언제 저렇게 열심히 올린 게지? 성기사엑스는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모자와 장비까지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칼도 바뀐 것 같았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성기사엑스를 바라보던 뎅(흑…, 우리도 나중에 돈 벌어서 좋은 거 많이 사자)


위풍당당한 Xii의 모습: 눈알 돌아가게 화려한 뽀대였다!


성기사엑스님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연구파였던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뼈다귀를 가져다주는 퀘스트도 알려주고, 아직 방패가 없는 팔라딘 뎅을 위해 직접 방패를 구해다주기도 했다.

뼈다귀 퀘스트는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를 주는 퀘스트다. 얼마전 내가 두 눈으로 목격한 바, 레벨 2의 캐릭터가 부처블락 존에 ‘하이’라고 외치고는 약 10분 후 레벨 9가 되어 출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도대체 뼈다귀를 몇 개나 모은 건지…. -_-;; 이런 엽기적인 레벨링은 이미 고레벨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키울 때나 가능한 일이겠다).

그래도 캐릭터 좀 키워봤다는 나(달님, 즉 뎅수호신)이지만 에버에서는 그 존의 특징과 몬스터의 종류를 잘 아는 사람의 리드를 따르는 것이 정석이고, 그래야만 안전하게 사냥을 할 수 있기에 성기사엑스의 리딩에 따라 가까운 고블린 캠프와 친절아저씨가 설명한 해골타워를 돌아다니며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때, 귓말이 하나 날아들었다.

Xii님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하이요~

누구시더라…. 엄…. 곤란해하는 와중에 /누구 전체 Xii를 두드려보니 레벨 50 워리어시란다. (+.+) 달님으로 하면서 만난 적도 없고, 설사 그렇다해도 달님이 뎅수호신인지 알 수도 없었을 터인데…. 알고 보니 그 분은 PC방 바로 옆자리에서 플레이를 하시던 분. 뭐가 그리 수줍으셨던지 시간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캐릭터 이름을 슬쩍 보고 귓말을 주신 게다. (실제로 만나본 결과 무척 멋진 분이신데…. 수줍어하시기는…, 홍홍.) 로드 나가펜 서버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인 레이디 복스 서버 플레이어들은 흔치 않아서 그런지 서로를 보면 반갑기 그지 없기에 수줍게나마 인사를 하신 듯했다.

마침 체스판으로 달려가던 우리는 부처블락 초보에게 공포의 대상인 원더링 그린블러드에게 얻어 맞고 있는 중이었기에,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페이둬에서 태어난 초보들이라면 한번쯤 이 오우거 형제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고, 두세번쯤 가슴에 피맺히는 한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오우거들이 그 동네를 방랑하며 초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지 이유를 꼭 좀 알았으면 좋겠다. 어흥….

루클린 룩을 켜고 볼때의 원더링 그린블러드
: 아마 누구에게나 득달의 팩션을 가진 놈이지 싶다. 미워~


루클린 모델 이전의 원더링 그린블러드
: 지금 니가 달님한테 덤비냐??


원더링_몸
덤빌 사람한테 덤벼야쥐… 짜식


오우거 형제와 사투를 벌이다 몇 차례나 묶음자리로 돌아와야 했던 우리들은 마음 속으로 칼을 갈며 체스판에 도전을 하기 위해 뛰고 있는데…. 삼거리를 돌아 바바바박 달려가던 땅그지 셋의 정면으로 눈부신 물체가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은 다름아닌 바바리안 워리어 레벨 50에 빛나는 Xii님이었다. 우릴 찾아보고자 그 먼 길을… (실은 어디서 오셨는지 모른다. -_-;) 달려오신 것이다.

뎅과 성기사엑스에게 이 광경은 에버퀘스트를 시작한 이래 가장 화려하고도 매력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리라.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바바리안 워리어 Xii를 올려다보는 저 두 드워프들의 반짝이는 눈들이란…(쿡쿡) Xii님은 그 풍채만큼이나 훌륭한 성품을 갖추신 진정한 워리어 같았다. 인사를 나눈 후 정중하게 물어보신다.

Xii : 뎅님, 성기사엑스님, 뎅수호신님, 장비를 좀 봐도 될까요?
일동 : 네, 그러셔요.



♠ 상대방의 장비를 볼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

에버퀘스트에서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상대방의 장비를 들추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때 들춰짐을 당하는 사람의 화면에도 ‘XXX가 당신의 장비를 들춰보고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0-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한 노라쓰에서 말없이 상대방의 장비를 훔쳐보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비매너로 취급받을 일이다. 초보님들의 경우 조작법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로 종종 들춰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수가 아닌 다음에야 두고두고 지탄받을 일이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실수로라도 장비를 들춰보기 싫은 사람은 /장비들추기 off 명령어를 이용해 설정하면 된다. 또한 자기의 장비창에 주의 메시지를 써두는 것도 잘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달님_장비창
달님의 장비 창 : 부끄러워요~ 보지마셔요~~


셋의 장비를 보며 한참을 고민하시던 Xii님은 뎅님에겐 가슴갑옷과 100백금을, 성기사엑스에겐 방패와 100백금을, 그리고 기대만땅의 뎅수호신에겐 머리에 착용하는 아이템과 200백금을 주셨다(클레릭은 스펠을 사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든다며…. 자상도 하시지… ㅠㅠ).

한순간 채팅창에 별 말이 올라오지 않는다. 모두 자신이 받은 아이템을 감상하느라 바쁜 게다. 처음으로 레벨이 높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도움에 감동하고, 그토록 놀라운 아이템의 스탯치에(아이템의 능력치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한 번 감동하고, 정중하고 예의바른 에버퀘스트의 세계에 다시 한 번 감동했던 것이 아닐까…(오, 오번가…). 어쨌든 현재 레벨 33에 이른 자칭 고렙 뎅님은 아직도 그때의 그 갑옷을 매일 닦아가며 소중하게 입고 다니신다.

잠시 딴 소리를 좀 하자면…, 최근 에버퀘스트에서는 게임에 입문을 하자마자 ‘저 던점 주세염’, ‘님드라 저 아템 좀요’라며 무조건적인 구걸을 하는 분들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온라인게임을 시작하면 왜 동냥기술부터 올리려고 하는 분들이 있으신 건지…. 사실 에버퀘스트가 처음부터 익히기 쉬운 게임이 아니기에 누군가 물질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조금 더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은 아이템과 돈만으로 해결이 되는 게임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아이템이 좋아도 결국은 나를 믿어줄 수 있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없으면 레벨업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에버퀘스트이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고 사과하며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동료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에버퀘스트라는 것을…. 에버퀘스트는 그 안에 명백히 질서가 존재하며,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거대하고(한국 이큐는 별로 안 거대하다지만;;) 완벽한 가상 사회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어허…, 내 왜 이리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고…(긁적긁적. ^^a). 달님이 기행문을 쓰고있는 목적이 그런 에버퀘스트를 보다 재미있게 전달함이 아니겠느냐!!! 사명감을 가지고 다시 발랄모드로 전환한다.

처음으로 스탯이 붙은 아이템을 받자 흐르는 침을 어찌할 바 모르고 웃음모드, 감사모드로 일관하던 우리들은 잠시 후 사냥을 나선 참이었다는 우리의 본업을 깨닫고 체스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체스판은 위험한 곳이었다. 우리 키의 세 배(네 배?)쯤 되는 언데드들이 즐비했고, 몇 마리씩 서로 링크가 되어있어 한 마리씩 풀링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아직 풀링이나 그루핑에 대한 공감대가 없던 우리들이었기에, 일단 지리를 알고 조금 더 레벨이 높은 성기사엑스님이 풀링을 맡기로 했다.


보기와는 달리 체스는 오락이 아니라 서바이벌

하지만 빨갛고 노오란 언데드들이 즐비한 곳에서 땅그지 셋의 힘으로는 레벨 7 클레릭의 미약하디 미약한 ‘라이트 힐링’만으로 버틸 수가 없었고,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묶음자리에서부터 뛰어와야만 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난 뒤 다음날 출근이 걱정된 성기사 엑스님은 잠을 청하러 들어가셨고…, 난감하게 둘만 남은 뎅과 뎅수호신. (암… 엄…)
그때 아직 돌아가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시던 Xii님,


Xii :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뎅, 뎅수호신 : 아니, 도와주신다면 고맙져. 무슨 그런 질문이…. ;;;
Xii : ^^


Xii님은 간단한 미소를 남기시고 직접 한 마리씩 풀링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노무 몬스터들은 자기보다 낮은 레벨의 플레이어가 와서 건들면 자기네 동족을 친다 해서 우루루 덤비지만, 자기보다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가 치면 ‘혼자 죽으세요, 미안합니다’ 하며 모른체 하고 가만히 서 있는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몬스터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의리 없는 놈들이 아닐 수 없다. ;;

Xii님이 한 마리씩 끌고 와서 맞으며 서계시면, 뎅님이 옆에서 옆치기를 한다. 데미지를 주는 사람에게 경험치가 가기 때문에 Xii님은 처음 몬스터를 끌고 오실 때를 빼고는 때리지 않고 맞고만 서계신다. 그렇게 뎅님이 한참을 때리다보면, 이제 몬스터는 뎅님이 자기를 제일 많이 괴롭힌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고 뎅님에게로 돌아서 뎅님을 때리기 시작한다. 뎅님의 HP가 절반 정도 닳으면 그때 뎅수호신이 일어나 미약하나마… 힐링을 시작한다(힐링도 너무 일찍 시작하면 이 몬스터라는 놈이 치료를 해주는 캐릭터가 더 나쁘다고 인식해서 나를 때리러 온다. 클레릭들은 밀리들보다 HP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금방 죽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힐 타이밍을 잡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체스판에서 출몰하는 언데드…


내 미약한 힐링도 마나는 잡아먹기 마련…. 마나가 바닥나면 이번엔 Xii님의 붕대치료가 시작된다. 붕대치료는 HP가 절반 이상 떨어졌을 때 사용해야 효과가 있고, 사용하자마자 바로 움직이면 다시 HP가 떨어진다(실제하고 똑같은 거다. 기껏 붕대를 감아놨는데 움직이면 피가 다시 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다행히 Xii님의 붕대치료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죽음의 고비들을 간신히 넘겨가며 스릴 넘치는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뎅님으로서는 고레벨의 도움을 받으며 해본 첫사냥이었다. 비록 동레벨들과의 본격적인 그루핑이 주는 더 큰 재미를 모를 때이기도 했지만, 앞마당에서 새끼고블린과 박쥐를 잡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스릴을 느끼며 몬스터들의 놀라운 인공지능에 새삼 감탄해하던 뎅님의 상기된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냥에 몰입해 신나게 레벨업을 하다 문득 시간을 보니 어느새 새벽 2시. -_-; 이러다간 내일 또 지각하게 생겼다. 정말 에버퀘스트만 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운영자가 되면 행복할까…. 흑, 그래도 생활은 생활이고 게임은 게임인 법. 접어야 할 때를 알고 /야영을 할 줄 아는 용기도(실은 큰 용기다. T.T) 필요하지 않겠는가….

다음호에서는 성기사엑스님과 뎅님의 부처블락 탈출기와 그루핑의 참맛을 느꼈다던 뎅님의 경험담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 동의 없이 Xii님과 성기사엑스님을 등장시켜 혹여나 노라쓰 생활에 불편함이 있을지 걱정됩니다. 게임 상에서 다시 연락을 하고자 노력을 했으나 실패했다는…. 혹시 이 글을 보시면 귓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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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98년에 출시된 에버퀘스트는 99년에 울티마 온라인을 누르고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국내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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