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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에버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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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아저씨의 에버퀘스트 기행: ⑤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

캐릭터명 : 친절아저씨
클래스 : 드워프 클레릭
서버 : 로드 나가펜

요즘은 '비샨의 산정'으로 불리는 용들의 거주지를 청소하는 일이 길드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길드원은 대략 115명 정도인데 이 중 길드 사냥에 참석하는 인원은 45명 내외다. 하긴 나 역시 연말이라 여러모로 정리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경험치를 위한 사냥은 포기한 지 오래다. 벨리어스 대륙이 열리기 전까지는 비샨의 산정에서 하는 사냥이 제일 볼거리도 많고, 아이템도 풍성하게 얻을 수 있다. 오늘은 비샨 사냥기와 함께 우리 길드를 대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비샨의 산정 입구

비샨의 산정
전에도 간단히 설명했지만 비샨의 산정에는 6마리의 젊은 용가리 장수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벨리어스 대륙에서 이곳까지 온 목적은 비샨의 일명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을 못마땅하게 여긴 여러 신들을 직접 응징하러 온 것이라고 한다. 비샨의 산정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먼저 '트라카논'이라는 언데드 용가리를 잡아 그의 이빨을 얻고, 9조각으로 나뉘어진 과거 익사르 종족의 표식을 찾아내서 조합해야 한다.

이 던전에 사는 몬스터들의 레벨은 대략 60-65 레벨이고 리팝(Re-Pop) 시간이 겨우 2분이기 때문에 모든 용가리를 잡고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전지대'라고 하는 곳으로 이동해 대장급 용가리만을 잡아야 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일단 이곳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4마리의 대장 용가리 방에 있는 출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게이트, 그룹 탈출 마법 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으로 소풍을 왔다가 전멸을 당하면 정말 큰일이다. 또한 이곳은 게임마스터(GM)의 도움이 제한된 곳이기도 하다.

친절아저씨: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뛰어가고 있습니다. -_-;;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는 지각생이다. 던전으로 들어가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안전지대로 소환을 받은 후였고, 서너 명만이 마지막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흐흐…. 사람들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이제는 능숙하게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안전지대로 사람들을 소환하는 것은 '매지션'의 일이다.

매지션이란
에버퀘스트에는 '위자드', '매지션, '인챈터', '네크로맨서'와 같은 4가지 종류의 마법사가 있다. 그 중에서도 매지션은 대규모 사냥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직업이다. 이들은 사냥 중에 동료들에게 필요한 여러 아이템을 소환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그룹원을 소환해주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4종류(물, 불, 공기, 땅)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펫을 소환해서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펫을 사용하는 직업으로는 네크로맨서, 샤먼, 인챈터, 매지션이 있지만 이 중 매지션의 펫이 제일 강하다. 매지션은 강한 워리어를 데리고 다니는 위자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길드를 대표하는 매지션은 '사린느', '묘령이여', '연홍사랑' 이렇게 모두 3명이다. 귀한 매지션이 3명이나 길드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에~~ 묘령 동자와 사린느 소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말도 있고…. 아무튼 내막은 자세히 모르지만 '놈 종족' 남×여가 붙어다니니 참으로 다정하고 귀엽기 짝이 없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안전지대에 집결하고 드디어 그룹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간다. 40-50명의 대규모 사냥에서는 그룹을 만들고 인원파악을 하는 '레이드 오피서(Raid Officer)'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레이드 오피서는 사냥감의 특성에 알맞게 그룹을 적절히 구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참석 인원을 직업별로 나눈 목록을 작성해서 추가로 들어오는 사람과 사냥 중에 떠나는 사람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친절아저씨의 에버퀘스트 기행: ⑤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

이제 비샨의 산정에 있는 6마리의 용가리 전사 중 인챈터 용인 '실버윙'을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몽크의 풀링(Pulling)을 기다리고 있었다.

몽크
에버퀘스트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동양 스타일의 직업이 바로 '몽크'다. 몽크는 맨주먹만으로도 탁월한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가죽옷만 입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 능력이 워리어 못지 않다. 몽크는 전투기술 이외에도 여러가지 잔재주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죽은체하기' 기술은 몬스터에게 자신이 죽은 것처럼 속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자기 체력의 25%를 치료할 수 있는 '내공치유' 기술을 6분마다 사용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몽크는 맨몸으로 싸우는 무술인이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하고 다녀야 한다. 50레벨 이전까지는 소지품의 무게를 14 이하로 맞춰서 다녀야 하며, 무게가 1 초과할 때마다 방어력 6포인트가 떨어진다.

길드의 사냥을 주도하는 몽크로는 '아미타파', '일파만파'가 있는데, 그 이름만으로 보면 무림 고수의 냄새가 나지만 아미타파의 실제 모습은 뭐랄까…. 거 뭐시냐, 똘똘이 스머프라고나 할까…. 좌충우돌 그의 몬스터 풀링은 예상을 할 수 없다. 다수의 사람들이 쓰러져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데리고 오니, 어찌보면 내부의 적일 수도 있겠으나 그의 무리한 풀링이 오히려 길드의 전력을 상승시켰다는 자체 분석을 하고 있다. 반면, 일파만파는 차분한 스타일로 굉장히 치밀한 계산 하에 몬스터를 데리고 온다. 한마디로 그의 풀링은 주도면밀하다.

길드마다 풀링을 전담하는 대표 몽크들이 있는데, 이들은 몬스터의 이동경로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다. 몽크는 대규모 사냥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죽지 말아야 한다. 만일 대규모 사냥에서 사람들이 전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면, 클레릭은 재빨리 접속종료를 시도하고 이와 동시에 몽크는 공격을 받지 않는 거리로 이동해서 '죽은체하기'를 사용, 시체 수습을 도와야한다. 또한 레이드 오피서는 전투의 성공 여부를 빠르게 판단해서 실패할 조짐이 보이면 즉시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이 접속종료를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든 이로운 마법을 걸고 몽크의 풀링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실버윙'이 안전지대 가까이 올 때 다른 용가리에게 들키지 않게 풀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 길드의 재담꾼들이 지루한 시간을 달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길드에서는 '뽈따'라는 드워프 팔라딘의 익살이 단연 최고다. 뽈따는 언제나 묵직한 워리어 '한비'를 걸고 넘어지는데 '한비'는 번번이 같이 넘어진다. 나는 한비가 바바리안 워리어라서 말주변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십 명의 목숨이 그의 '주의끌기'에 있다는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 뽈따의 시비를 무시한다고 좋~게 평가한다.

이렇게 농담을 하는 동안에도 몽크는 용가리들의 복도에서 '죽은 체'하면서 그들의 빈틈을 노리고, 전사들은 무기를 꽈악 쥐고 당당하게 선두에 서서 몽크의 외침을 기다린다. 마법사들은 저~ 구석에 앉아서 여전히 그들만의 만담의 세계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물론 나도 사냥은 뒷전이라는 식으로 같이 논다. 가끔 말솜씨 없는 오우거 샤먼들과 유부남 몇 분은 벽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앉아 있는데 혼자서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친절아저씨: xx님 뭐하세요? (차마 이름을 거론 할 수 없다.)
xx: 네에, 채팅 보는데요.

그의 목소리는 가냘프고 힘들어 보이는데 나는 어쩐지 그가 부럽다. -_-;;

진형을 갖추시오

이 때!

아미타파: 실버윙 데리고 와요. 준비허쇼! (이 사람은 언제나 반말임)

드디어 실버윙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사냥을 시작한다.


너의 비늘을 접수한다

'퍽! 퍽!(전사들 때리는 소리 아님, 맞는 소리임)….' '윙~(클레릭 힐하는 소리)….' '푸슈웅~~(위자드 마법 난사하는 소리)….' '캬악~(실버윙 죽는 소리)….'

이거 너무 빨리 넘어가니 실감나는 소개가 부족하군. 큰 놈(대장급)들을 잡을 때를 보면, 성공할 때는 간단히 잡는 반면 실패할 때는 아슬아슬하게 패하고 만다. 사냥이 마무리된 직후! 이제부터 나를 비롯한 클레릭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흐흐흐…. 그렇지만 나는 열외야, 열외!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알 것임. 열외가 월메나 달콤한 것인가를….

무슨 일을 하냐고? 에~, 거 죽은 사람 살리고 병든 사람 치료하는 거지 뭐. 대규모 사냥에는 보통 8-10명의 클레릭 분들이 오시는데, 모두 에픽(Epic) 퀘스트를 끝내서 손쉽게 시체를 수습할 수 있다. 흐흐흐…. 사실 열외는 아니고 몬스터 몸 수색해서 무슨 아이템이 나왔는지 길드 창에 알리는 일을 하는 거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위자드 5명과 그룹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나의 그룹이 경험치를 먹게 되니까. 나는 일명 노라쓰 제1포병 여단장이다.



친절아저씨의 에버퀘스트 기행: ⑤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

에픽 퀘스트
모든 직업에는 '에픽 퀘스트'라는 고유의 퀘스트가 존재한다. 수많은 퀘스트 중 에픽 퀘스트는 그 직업에 대한 일종의 훈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퀘스트를 성공하면 전설 속의 무기를 받게 되는데 이는 굉장히 좋은 아이템들이다. 클레릭의 에픽 퀘스트 아이템은 죽은 사람을 마나 소비 없이 살리고, 잃어버린 경험치의 96%를 복구해주는 마법이 무제한 충전되어 있는 철퇴다.

이제 입구를 어슬렁거리는 두번째 용가리 '호쉬카' 사냥에 들어갔다. 이놈은 샤먼인데도 용가리들의 고대마법은 다 사용할 수 있어서, '참(Charm)'마법으로 우리의 방패막이 워리어들을 자신의 펫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아미타파: 호쉬카 데리고 와요. 준비허쇼!
한비: 호쉬카를 잡습니다. 치시오~!

모든 전사들 이를 악물고 용비늘을 벗긴다. 위자드는 벽에 좌우로 밀착해서 여단장(바로 나야. ^^;;)의 지시를 기다린다.

키시엔: 아야…. 우씨, 한비 잠재워! 나 때린다. (키시엔은 엽기 클레릭이다)

한비가 배신을 때렸다. 호쉬카의 부하가 되어버린 것이다.

복지부동이 키시엔에게 귓말을 합니다: 가가 아까 일났는디 잠이 올까 모르것네…(이 분이 바로 자장가 부르면서 60레벨 만드신 원로 인챈터).

호쉬카를 잡을 때는 원래 정신이 없다. 그놈의 용가리는 소위 '범위마법'을 사용하는데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순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놈을 잡을 때는 나도 우리 포대원들 생명 유지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캬악~ (호쉬카 죽는 소리 아님, 키시엔이 한비에게 맞아 죽은 소리임.)'
키시엔과 함께 호쉬카도 쩌~어 세상으로 가고…. '챙, 챙, 챙!'
그런데 한비는 여전히 바쁘다. 아직도 호쉬카에게 당한 참(Charm) 마법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장문인: 거 안되것네, 한비놈! 그냥 잡아서 경험치 허자. (이분이 길드마스터인데 캐릭 이름 대신 '장문인'으로 불린다)

그런데 한비가 이 말을 들었는지,
한비: 어! 참 당했었네. 죄송합니다. (매우 공손하게)

거참! 분위기가 이번 한 번은 용서해주자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말없이 넘어간다. 흐흐흐…. ^.^;; 나는 기분 좋았다. 평소에 손 봐주고 싶은 키시엔이 누웠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직접 눕히고 싶어도 같은 클레릭끼리 싸워봐야 끝이 없으므로…. 서로 체력 치료하면서 가뭄에 콩 나듯 한 대씩 때리는 데 무슨 수로 잡겠는가.

이렇게 두 마리를 잡고 회의실로의 진출이 시작되었다. 비샨의 산정 중앙에 방석 6개가 놓인 큰 방이 있는데 우리는 그곳을 '회의실'이라고 부른다. 이곳으로의 이동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회의실을 향하여

중간에 '인비' 보는 용가리들은 빨리 해치우고 바로 인비를 걸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모두들 매우 신중하게 행동한다. 어흑,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빨리 잡아야한다


친절아저씨의 에버퀘스트 기행: ⑤ 노라쓰의 용가리 정착화 사업

누군가: 킬라이스님하고 쑈부 용암으로 떨어졌어요~~~~.

사람 살려

조용………………. 우리는 그들이 이미 뜨거운 용암에 꼬치구이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순간 긴장하고, 장문인의 불호령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군가02: 앗! 그들이 살았네요. 안 죽었어요.

흐미…. 불의 자식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 뜨거운 용암에서 살 수 있다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용암이 흐르는 계곡에 조그만 바위 하나가 있는 게 아닌가! 그 위에서 우리의 조난자들이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또 다시 우리의 매지션! 그는 대본에도 없는 상황에 출연을 하게 된다. 재빨리 매지션이 조난자의 그룹에 들어가서 그들을 위로 소환했다.

조난자01: 죄송합니다.-_-;;
조난자02: 죄송합니다. -_-;;

모두들 '너희 둘! 대~단하다'라고 마음속으로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용암을 거슬러 올라가 바위에 안착을 하다니…. 그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오히려 영웅 비스므레하게 되어 버렸다.


회의실 1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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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98년에 출시된 에버퀘스트는 99년에 울티마 온라인을 누르고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국내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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