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유저의 상당수가 ‘게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꼽는다. 언젠가부터 ‘게임’은 컴퓨터를 통해 부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컴퓨터의 존재 이유가 되어가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 자체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한다. 컴퓨터의 역사는 곧 컴퓨터 게임의 역사인 것이다.
40s’ ~ 60s’ : 컴퓨터와 컴퓨터 게임의 시작
한 TV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 중, 홈쇼핑의 쇼호스트 역을 맡은 개그맨이 ‘이거, 게임 기능 됩니다’라며 엉뚱한 방법으로 제품을 갖고 노는 코너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개그맨의 바보스러움을 보여주는 코너였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이든지 갖고 놀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코너이기도 했다. 초기의 컴퓨터 기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잡하고 따분한 기계에 질린 그들에게, 복잡한 생각을 대신해 주는 컴퓨터는 굉장히 쓸 만한 장난감이었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에니악(ENIAC)이다’라는 내용이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만, 사실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이다. 1939년에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만든 ABC(아타나소프 베리 컴퓨터 - Atanasoff Berry Computer)는 미국 법원에서 세계 최초의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판결이 내려진 1973년 당시의 세계 정세가 다분히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의 콘라트 추제(Konrad Zuse)는 ABC보다 1년 앞선 1938년에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식 컴퓨터인 Z1을 발명했었다고 뒤늦게 발표했지만, 이 컴퓨터는 2차 대전 중 폭격으로 소실되어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 최초의 컴퓨터들은 대부분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
2차 대전과 냉전 등으로 뒤숭숭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 무엇이었는지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1949년 MIT의 클라우드 셰넌(Claude Shannon)이 발명한 체스 기계가 컴퓨터 게임의 모태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몇몇 컴퓨터 기술자들이 컴퓨터가 제시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형태의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정답이라 할 수 없다.
초기의 컴퓨터는 결과물을 천공 카드나 천공 테이프로 출력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모니터를 통해 게임 화면을 볼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비디오 게임은 1958년 브룩헤븐 연구소의 윌리 히깅보덤(Willy Higgingbotham)이 개발한 테니스 게임인 ‘Tennis for Two’이다. 이 게임은 연구소를 방문한 손님들을 위한 전시물로, 오실로스코프와 아날로그 컴퓨터, 그리고 몇 개의 버튼을 조합한 형태였다. 비록 점과 선 몇 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게임이기는 했지만, 연구소를 방문한 손님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 Tennis for Two는 오실로스코프에 점과 선을
표시하는 간단한 테니스 게임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컴퓨터 게임은 1961년에 등장한 ‘스페이스워(Spacewar)’이다. MIT 대학 내에 설치된 ‘PDP-1’ 컴퓨터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스티브 러셀(Steve Russel)과 친구들이 개발한 이 게임은, 두 명의 플레이어가 우주 공간에서 로켓을 조종하고 어뢰를 발사해 싸우는 게임이다. 히깅보덤이 만든 최초의 비디오 게임기가 테니스 게임 하나만을 위해 개발된 전자회로였다면, 스페이스워는 이미 만들어진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짜 넣은 최초의 게임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후 몇 명의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면서, 비디오 게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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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공간과 테이블만 있으면 설치 할 수 있는 PDP-1은 ‘미니컴퓨터’라 불리며 MIT 대학 곳곳에 설치되었다. |
▲ 현재에도 스페이스워와 같은 로켓 조종 게임들이 미니 게임 형식으로 출시되고 있다. |
PC 밖의 게임
비록 비디오 게임이 컴퓨터로부터 시작되기는 했지만, 70년대 후반에 ‘애플 II’라는 역사적인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비디오 게임은 컴퓨터가 아닌 전용 게임기를 통해 발전해 왔다.
최초의 상업용 게임은 아타리(Atari)의 창립자인 놀란 부쉬넬(Nolan Bushnell)이 1971년에 만든 ‘컴퓨터 스페이스(Computer Space)’였다. 초기에는 미니컴퓨터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넣도록 디자인되었으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게임 전용 기계로 개발되었고, 결국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기로 등극하게 되었다. 비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놀란 부쉬넬은 이 게임에 힘입어 1972년 ‘퐁(Pong)’을 개발했다. 퐁 이후 아타리는 전 세계의 게임기 시장을 휩쓸며 1983년의 아타리 쇼크(Atari Shock) 이전까지 세계 최대의 게임 회사로 군림한다.
▲ ‘퐁’은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유저들의 입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는 1972년에 마그나복스(Magnevox)의 랄프 베어(Ralph Bear)가 만든 ‘오디세이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Oddysey Home Entertainment System)’이다. 퐁과 비슷한 기본 게임이 내장되어 있고, 추가 카트리지와 TV 화면에 붙이는 셀로판지를 통해 12개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 오디세이와 같이 화면에 셀로판지를 붙이는 게임은
1~20년 전까지도 오락실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70s’ : PC와 PC 게임의 시작
1970년대는 컴퓨터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몇몇 대학이나 기업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져 있던 컴퓨터가 PC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이면서, 컴퓨터 역사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기게 될 ‘영웅’들이 등장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퐁 이후로 아케이드 게임과 콘솔 게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었던 것에 비해 컴퓨터 게임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가장 큰 원인은 기계적인 한계였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동해야 하는 당시의 컴퓨터로서는 대용량의 게임을 저장하고 유통시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최초의 컴퓨터가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최초의 PC(Personal Computer), 즉 개인용 컴퓨터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다. PC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8년 HP의 ‘911A’라는 계산기의 광고였지만, 이 제품은 컴퓨터라기보다는 계산기에 가까웠다. 따라서 최초의 PC라는 영광은 1971년에 블랭켄베이커(John V. Blankenbaker)가 만든 ‘켄벡(Kenbak)-1’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초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인텔의 ‘4004’를 채택한 이 컴퓨터는 키보드나 모니터 없이 스위치를 통해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불과 256자만을 기억할 수 있었다.
▲켄벡-1은 750달러에 판매되었지만, 유지비가 수천 달러였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모델이었다.
모니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972년에 MIT의 그레고리 욥(Gregory Yob)은 최초의 PC 게임인 ‘움퍼스(Wumpus)’를 만들어냈다. ‘움프’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사무용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일반 PC에서도 즐길 수 있었다. 다섯 개의 화살로 무장하고 동굴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장애물을 극복해 움프스라는 생물을 찾는 내용이었다.
▲ IBM PC용으로 다시 제작한 움퍼스 게임이다. 국내에서도 하이텔
등의 텔넷을 통해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유행했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PC는 1974년에 발매된 ‘알테어 8800(Altair 8800)’이었다. 이 컴퓨터는 퍼스널 컴퓨터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고안한 에드 로버츠(Ed Roberts)가 개발한 제품으로, 인텔의 8080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256Byte 칩을 사용했다. 키보드나 모니터, 외부 저장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본체의 스위치를 조작해야 했다.
이듬해인 1975년에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윌리엄 게이츠(William Gates)와 폴 앨런(Paul Allen)이 알테어 8800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이직(BASIC)을 개발했다. 베이직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대표주자로 앞서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많은 게임들이 만들어지면서, 윌리엄 게이츠의 애칭인 빌(Bill) 게이츠라는 이름은 같은 해 그들이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라는 회사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알테어 8800에 채택된 베이직 언어는
이후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으로 자리잡는다.
현재의 PC처럼 모니터와 키보드, 저장장치를 갖춘 최초의 PC는 1977년에 만들어진 코모도(Commodore)의 ‘PET 2001’이었다. 이듬해 애플(Apple)에서 ‘애플 2(Apple II)’를 발표하기 전까지, 코모도의 PC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다.
같은 해, 데이브 레블링(Dave Lebling)과 마크 블랭크(Marc Blank)는 최초로 모니터 화면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그래픽 기반의 PC 게임인 ‘조크(Zork)’를 만들었다. 1979년 인포콤(Inforcom)에서 정식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화면에 표시된 미로를 벗어나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상당히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 코모도의 컴퓨터가 모니터를 채택한 이후,
PC 기반의 게임이 속속 출시되기 시작했다.
1세대 컴퓨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애플의 ‘애플 1(Apple I)’이었다. 애플 1에 이어 곧바로 애플 2가 출시되면서, 8비트 컴퓨터라 불리는 2세대 컴퓨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MSX와 애플 2로 대표되는 2세대 컴퓨터들은 조용하던 PC 게임 시장을 단번에 뒤집을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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