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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궁극의 온라인게임으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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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새로운 기획물을 연재하게 되었다. ‘영화를 게임으로!’라는 이름만 들어도 재미가 느껴지는 흥미진진한 기획! 어쨌든 먼저 정해진 기획의 이름이 이런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만화, 소설, 드라마, 연극, 수필(?)에 상관없이 원고를 작성할 때만큼은 소재에 제한을 붙이지 않을 생각이다(내 생각이다 -_-;). 사실 영화가 게임으로 제작되어 그다지 큰 성공사례를 남긴 게임은 많지 않은 터.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이들의 문제는 기획력의 부족에 있다고 판단되어 게임메카가 직접 팔을 걷고 재미난 구상을 떠올려보기로 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든 시작이 반이 아닌가? 필자는 온몸에 느껴지는 막중한 부담감을 등에 업고 야심찬 기획의 첫 테이프를 끊기 위해 원고마감 하루를 앞두고 서둘러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자 대박예감이 느껴지는 흥미진진한 기획이 될 것이다! …라고 팀장님은 말씀하셨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하고 교육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소재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ㅠ_ㅠ 필자는 우선 가까운 곳에서 이번 기획의 희생양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존의 통념을 뒤집을만한 것이 어떤게 있을까? 겨울연가로 3D 액션게임을 만들어 볼까? 로망스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을 만들어야 하나? 사실 축구왕 슛돌이로 축구게임을 만들어버리거나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야구 게임을 만들어 볼 생각도 했지만 이런 글을 쓰게 되면 글의 제목조차 읽혀지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일단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메카에 오는 연령대를 고려할 때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긴 장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의 소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웹서핑으로 자료를 찾던 도중 눈에 확연히 띄는 이름 두자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TV에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허준’!

허준이 게임으로 태어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이만하면 인지도도 높고 게임메카 회원들에게도 익숙한 소재거리라 판단되기에 기획의 첫 단계를 끊을 작품에 이보다 좋은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제목을 드라마를 게임으로! 라고 했어야 하나).


대체 허준을 무슨 장르로 설정해야할지 한참동안 난감해 해야만 했다. 제목을 보는순간 옳타구나! 라면서 무릎을 치긴 했지만 머리 속은 수시간동안 백지상태에 머물렀다. 액션 게임을 만들어 허준이 탕약을 던지며 싸우는 장르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설정이고 그렇다 해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기엔 소재가 너무 빈약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같은 대화선택형 게임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장르의 선택폭은 한가지로 굳혀질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게임…

지금 이 순간 “허준이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남자 캐릭터는 전부 허준이 되고 여자 캐릭터는 전부 예진아씨가 되는게 아니냐!!”라고 소리치는 게이머가 있을 것으로 안다. 글을 끝까지 읽어보자. 우선 대략적인 게임 구성은 다음과 같다. 게이머가 처음 선택하게 되는 캐릭터는 허준도 아니요, 예진아씨는 더더욱 아니다. 이 게임에서 ‘허준’과 ‘예진’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계급명칭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건 좀 힘들지 않겠는가?

사실 소재를 허준으로 설정하긴 했지만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임꺽정과 임상옥이라는 캐릭터를 카메오격으로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비슷한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싶다(사실 임상옥은 좀 늦게 태어났지만…). 게이머는 양반과 천민, 양인의 직업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게임의 제목은 ‘허준과 일당들’, 부제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질상 의학에 두드러기가 나는 게이머를 위해 난투극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장사에 소질이 있는 사람에겐 상도의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게임의 중요한 목표는 ‘허준’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직업은 양반과 천민, 양인까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체력과 지력, 민첩성과 거래능력으로 나뉘어지는데 어느 캐릭터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누구보다도 게이머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연히 게임 내에서 각종 수술을 집도(?)하고 탕약을 만들어야할 허준 캐릭터는 지력이 높아야 할 것이다. 임꺽정이 되고 싶다면 체력과 민첩성이 높아야 할 것이며 상인에겐 무엇보다도 거래능력이 중요하다. 물론 게이머가 선택할 캐릭터는 전부가 다 양반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치’라는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후후후~

우선 양반은 처음부터 높은 지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서자신분이기 때문에 양반의 지위를 누리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 게다가 낮은 체력을 지녀 길을 가다가 들개만 만나도 줄행랑을 쳐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달리기까지 느리다. 양반이 달리는거 봤나? 특히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페널티가 게임 내에 작용하여 여자 캐릭터와 함께 한 방안에 있으면 체력이 조금씩 감소하게 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천민은 상당히 높은 체력을 지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력을 엄청난 체력으로 보충해준다는 것. 천민은 지나가는 소를 맨손으로 잡아 죽일 정도로 높은 공격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력이 부족해 양반이 부여하는 퀘스트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자네에게 귀성부사에 이를 길을 알려줄 터이니 이목을 집중하게”라는 문장이 나왔다면 “자네에게 #!@#!!에 이를 길을 알려줄 터이니 #@을 집중하게”라는 식으로 표현된다는 말이다. 대답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데 “아따 그것이 뭔 말이다요” 혹은 “시방 나랑 장난 하자는겨?” 등 무식의 극을 달리는 말로 NPC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레벨이 올랐을 때 지력을 점차 키워주는 방법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캐릭터 선택 화면

양인은 대체로 균등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역시 거래능력이 높은 편이나 능력치가 균등하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에서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꽤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거래능력이 매우 높은 편이라 물건을 살 때는 매우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고 팔 때는 거의 2배의 가격을 매겨 사기를 치는 일도 가능하다. 물론 ‘상도’를 걷는 자라면 사기를 쳐서는 안 될 일이지만.

물론 이러한 신분차별적인 캐릭터 설정에 분노할 게이머가 많긴 하겠지만 게임 내에서 이러한 신분은 ‘전직’이라는 개념으로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두도록 하자.


게임 ‘허준과 일당들’의 직업개념 정리


양반
초기 부여 능력 : 체력 5, 지력 20, 민첩: 5, 거래능력: 10, 명성도: 10
전직 가능 레벨 : 10
전직 조건 : 체력단련을 꾸준히 하여 체력을 10 이상 올리면 도적이 될 수 있다. 시장바닥에서 오래 머무르면 거래능력이 올라 양인의 수완을 배울 수 있다.
최종 레벨의 명칭 : 남자캐릭터일 경우 허준, 여자캐릭터일 경우 예진아씨

천민
초기 부여 능력: 체력 20, 지력 5, 민첩 10, 거래능력: 5, 명성도: 5
전직 가능 레벨: 15
전직 조건: 어려운 편이지만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많은 숫자의 책을 읽고나면 돈을 주고 양반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지력이 어느정도 상승했을 때 거래를 오래 지속하면 양인이 될 수 있다.
최종 레벨의 명칭: 남자캐릭터일 경우 임꺽정, 여자캐릭터일 경우 꺽순이

양인
초기 부여 능력: 체력 10, 지력 10, 민첩 5, 거래능력 15, 명성도 15
전직 가능 레벨: 10
전직 조건: 부여 능력이 균등한만큼 전직이 가장 쉬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만 거래 중에 사기를 너무 많이 쳐서 명성도가 하락하면 전직이 쉽지 않다.
최종 레벨의 명칭: 남자캐릭터일 경우 임상옥, 여자캐릭터일 경우 다녕아씨

당연히 허준이 살았던 15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는 허준이 되느냐 혹은 임꺽정 아니면 임상옥이 되느냐이다. 이렇게 되면 허준이라는 게임의 이미지가 변질 되는게 아니냐라는 궁금증이 들겠지만 사실 허준은 가장 키우기도 어렵지만 고레벨로 성장했을 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 게임을 대표하는 격의 캐릭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게임에서 제공되는 공간은 우리나라 전역을 바탕으로 한다. 좀 넓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한양을 일반 롤플레잉에 등장하는 큰 도시쯤으로 설정한다면 그다지 큰 작업을 요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각 도시 내에는 양반이 머물고 있는 으리으리한 기와집과 한의원, 천민이 유지하는 소 도살장, 양인들이 거래를 이루고 있는 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동여지도가 맵이다

마을밖엔 조선시대가 그랬듯 논과 밭 그리고 산뿐이다. -_-; 논과 밭은 천민들이 가꾸어 양인에게 수확물을 내어다 팔게 되고 산은 각종 들짐승과 약초, 그리고 산적이 존재하고 있다. 산적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일이지만 달리지도 못하는 양반이 산적이 되기란 어려운 일. 당연지사 천민들로 구성된 도적모임이 산적의 주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각 직업별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양반으로 태어나 ‘허준’이 되길 바라는 사람은 초반엔 약초를 캐러 다니면서 경험치를 쌓는다. 당연히 구하기 힘든 약초일수록 위험한 지대에 있기 때문에 허약한 양반의 몸으로서는 취득이 불가능하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획득한 약초를 이용해 탕약을 만들게 되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레벨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천민의 경우엔 좀 특별하다. PK가 기본적으로 허용되는 천민은 들짐승을 사냥하고 양반의 돈을 뺏거나 도살장에서 소를 잡는 방법으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다고는 하나 이렇게 체력적으로 유리한 천성을 타고난지라 양반의 일을 돕거나 양인의 물물거래를 돕는 방법으로도 많은 레벨을 축적할 수 있다.

대동여지도가 맵이다

양인은 양반보다는 높은 체력적 유리함을 이용해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부상 역할을 하게 된다. 마치 대항해시대에서 교역을 하듯 양인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물가가 싼 곳과 비싼 곳을 찾아다니며 물물교환으로 인한 경험치 획득을 하게 된다.

즉 3개의 직업이 합심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허준과 일당들’로서 드디어 진정한 협동 롤플레잉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글로 게임을 나타날 필요가 있겠는가? 아래에 제공된 스크린샷을 통해 세기의 명작 ‘허준과 일당들’에 대한 모든 것을 분석해 보도록 한다. 스크린샷이 너무 실물과 비슷하다고 거부감을 느끼지는 말자. 제작사에서 둠 3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뛰어난 엔진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_-a

약초는 어디에…

약초를 찾아 떠나는 허준의 험난한 일생이 시작된다. 물론 상단에 제공된 그림과 같이 처음부터 양반의 복장을 착용할 수는 없다. 현재는 레벨 10상태로서 어느 정도 양반의 구색을 갖춘 모습. 양반의 옷은 물에 닿게 되는 즉시 내구성이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강을 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광경이다.

아 힘들어
산길에서 도적에게 옷을 모두 빼앗기고 길을 잃어버린 장면이다. 이처럼 도적에게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천민과 함께 여행에 나서는 편이 좋다. 특히 장바구니가 매우 커다란 양인을 데리고 다니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약초를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양반은 시술책에 나와 있는대로 탕약을 만들게 된다.

남한산성의 모습. 통신용어는 여전할껄? -_-;

게임 내에 삽입된 남한산성의 모습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이처럼 각각의 마을을 연결하는 이러한 장소에서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

‘허준과 일당들’ 또한 여러 해외 온라인 게임처럼 직업별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퀘스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른바 에픽 퀘스트라는 것. 이처럼 중요한 이벤트를 해결한 뒤에는 다음과 같은 축하 메시지와 함께 해당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의사 자격을 얻기 위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왔던가 ㅠ_ㅠ

파티 플레이 또한 이 게임의 백미. 아래의 그림과 같이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진행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헉! 산적 출현

전투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양반이 혼자서 산적을 맞이한다는 것은 거의 죽음에 이르는 길과 다를 바가 없다. 양반은 이처럼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천민과 함께 동행함으로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 게임은 포션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투 후 체력이 떨어진 캐릭터는 의술을 배우고 있는 양반만이 치료할 수 있다. 양반이 시술을 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약재와 기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러한 재료는 갖가지 진기한 물건을 지니고 있는 양인에게 구입이 가능한 것이다. 서로서로 돕고 사는 사회 좋은 사회 명랑 사회~

두근두근 과거시험

한편 양반에게는 과거시험이라는 커다란 분기가 하나 존재한다. 이것은 관직에 진출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이벤트로서 의술에 대한 여러 가지 퀴즈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시험은 2년에 한번씩 열리기 때문에 일반 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항상 숙지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른바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

뭐 여성캐릭터라면 성적에 따라 이러한 직책을 얻을 수도…

게임은 이러한 방법으로 계속 연결된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경험치를 쌓고 지속적으로 연결된 에픽 퀘스트를 해결, 자신의 직책을 올리면서 ‘허준’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상으로 가상기획 ‘허준과 일당들’의 게임내용을 살펴보았다. 제공된 스크린샷이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가지 드라마를 합성한 부조화된 내용이라 게임내용을 알고 있던 게이머라면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는 우리네만의 정서가 담긴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롤플레잉이 그 특유의 재미를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한번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재거리를 찾아보는게 어떨까 싶다. 우리의 조상이 언제부터 플레이트를 입고 드워프와 싸워왔던가? 기획에 소개된 내용이 조금 과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필자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온라인 게임이 언젠가 대박을 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 그날을 위해 열렙!! ^^


* 재미있는 소재를 제안하고 싶거나 다른 내용으로 허준을 게임화하고 싶은 분은 거리낌없이 한마디씩 붙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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