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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내인생 최악의 게임 『슈퍼로봇대전 F』
슈퍼로봇대전 매니아들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평소에도 슈퍼로봇대전 매나아라고 자부할 정도로 슈퍼로봇대전은 자다가도 나를 깨게하는 최고의 게임이었다. 신 슈퍼로봇대전에 이르기까지 로봇대전 시리즈는 모두 해보고 완벽클리어, 유니트모으기를 전부 수행하는 등 나름대로 로봇대전에 있어서는 광이라고 자부했다. 그만큼 새로운 로봇대전의 발매소식은 신작로봇대전이 발매되기까지 나를 흥분의 나날로 몰아넣었다. 그러던 중 1997년의 일이다. 세가와 반다이가 세가-반다이로 회사를 합병할 때의 부산물로 ‘슈퍼로봇대전 F'를 제작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로봇대전이 절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그래픽과 호화캐스팅이 심장을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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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내인생 최악의 게임 『슈퍼로봇대전 F』
발매일이 가까워지자 게임잡지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로봇대전 F의 로딩속도는 쾌적할 것이라는 반가운 말들은 물론 연출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며 중간중간 멋진 동영상도 포함시킬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뿐이었다. 뿐만아니라 지금까지의 규모와는 차원이 다르게 될 것으로 총 시나리오의 수는 100개에 달하는 엄청난 것이 된다는 것이었다. 기쁨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행복했다. 시나리오 100개가 준비되어 있다면 한달은 너끈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슈퍼로봇대전 F가 발매되었다. 당시 복사CD가 판을 치고 있을 무렵이었지만 절대 복사CD를 살 생각은 없었다. 친구들 중 일부가 복사 CD를 산다고 했지만 나는 이들을 설득시켰다. “야! 이 바보들아! 이런 작품이 우리 생애 다시 나올줄 알아? 에반게리온까지 등장하는 로봇대전인데 정품 2개는 사둬야 이 대작게임에 대한 예의 아니겠냐구? 시나리오 100개나 있다잖아!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무조건 정품으로 사야돼!” 나는 이렇게 친구들을 꼬셨다. 복사를 산다던 친구 3명은 정품 CD를 사게 했으며 원래 정품을 구입하려 했던 친구들 3명중에 2명은 CD를 두개 구입하자고 꼬셨다. “이런 멋진 대작은 훗날 큰 재산이 될지도 모르지. 기념비잖아! 나는 이번 게임을 두개 사서 하나는 플레이하는데 쓰고 하나는 밀봉으로 장식해서 보관할 거야! 니네도 그러자. 응?” 결국 흥분한 내 친구들 두명은 나를 따라 로봇대전 F를 정품으로 두개 구입했다. (당시 로봇대전 히스토리 북까지 포함해서 두개 11만원에 구입했다. 용산까지 가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동네 가게에서 구입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가서 전화로 연락을 해가면서 서로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밤을 새서 우리는 누가 먼저 클리어하나 내기까지 해가면서 게임을 즐겼다. 처음 1스테이지가 시작되었을 때 울뻔했다. 화려한 그래픽과 풀보이스의 음성, 짧은 로딩시간 등 너무나 만족할만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7화에서인가 에반게리온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정말이지 돈이 아깝지 않았다. 샤이닝건담으로 도몬이 샤이닝 핑거를 처음 사용했을 때의 박력을 보면서 “세개 살걸!! ” 그랬다. 근데 20화쯤 되자 왠지 질질 끄는 듯한 스토리가 의심쩍었다.
너무 같은 적하고 오래 싸웠으며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불안한 면도 있었지만 “스토리가 역시 엄청 기나보다”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한참 새로운 유니트가 나오지 않아서 불안했지만 33화를 클리어하자 드디어 크와트로의 백식이 등장했다. 드디어 내 불안감은 날아가버렸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하면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34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참 대화를 하더니 화면이 갑자기 깜해지고 나를 까무라치게 하는 문구가 나타났다. [슈퍼로봇대전 F ‘완결편’ 올 겨울 발매예정!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계십시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기껏 비싼돈 주고 두개사서 잘 하고 있는데 왠 ‘완결편’? 게임잡지나
반프레스토에서 두 번으로 나뉘어서 발매한다는 소식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더 황당했다. 로봇대전 F 표지에도 번듯하게 이데온과
건버스타 등의 주역 캐릭터들이 나와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들은 등장 한번 안하고 왠 완결편을 기다리라는 것이냐? 본 게임은 완결편에서
모두 보여주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비싼돈주고 [슈퍼로봇대전 F 체험판]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나 : 으...응... 꽤 진행했어... 김득구 : 야... 이거 무지 긴가부다. 아직도 안나온 유니트가 훨씬 많아(즐겁게 웃는다). 나 : 아... 응... 이거 후반부에 가면 많이 나오나보다. 김득구 : 아~ 정말 두개사길 잘했다. 나 지금 31화인데... 한 5화정도만 더하고 자야겠다. (너무 즐거워한다) 나 : 아... 그냥 31화까지만 하고 자지 그러냐? 피곤할텐데... 차마 정품게임을 두개나 구입한 친구한테 “야... 33화에서 끝나... 완결편 겨울에 나온대”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이로부터 약 두시간 후 역시 정품 두개를 구입한 친구 B 박종팔(가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종팔 : 이거 좀 질질 늘어지는데?나 : 아.. 그런면이 있다. 좀... 박종팔 : 난 지금 27화인데 넌 몇화까지 갔냐? 나 : 아... 나 너보다 못갔어. 지금 25화야. 박종팔 : 어? 득구가 너 33화라던데? -_- 나 : 아... 33화 갔었는데... 세이브를 잘못하는 바람에 25화에서 다시 해야돼. -_-;; 박종팔 : 에이그... 불쌍한 것. 득구 이제 33화 거의 다 깨간데! 나도 오늘 한 35화까지만 하고 자야겠다. 어휴 적어도 70화는 가볍게 넘을 것 같은데 이거 언제 깨냐? 아무튼 정말 두개 사길 잘했다. 그치? 나 : 아... 응... 박종팔 : 빨리 깨봐. 몇판까지 있는지 궁금하다. 내 생각엔 한 90화 정도가 끝판일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이 한 1/3정도 온거 같아. 나 : 응 그럼 열심히 해~ 박종팔 : 응 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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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내인생 최악의 게임 『슈퍼로봇대전 F』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더 이상 전화받기도 싫었다. 그래서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전화선을
꼽고 1시간 정도 되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복사사려다 정품샀던 녀석이 전화를 했다. “이거 뭐야? 어떻게 된거냐? 야 임마!”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말았다. 아이들을 선동해서 비싼 돈주고 게임을 구입하게 한 나의 책임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녀석들은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를 따라 정품을 두개 구입한 녀석들은 오죽하겠었는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버리기 전에 팔아버리자고
난리가 아니었다. 모두 이 게임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고 거의 대부분이 남들에게 중고로 팔아버렸다. 물론 가격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장당 5만 5천원을 주고 구입했지만 팔 때는 3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정품을 두장 산 친구들 중 친구 A 김득구는 거의 절규의
비명을 질렀다. 로봇대전이 증오스럽다는 말을 남긴채 샀던 두개의 정품을 밀봉 4만원 중고 2만 5천원에 팔아버렸다(당시는 개개인간의
물물교환이 어려웠던 시기라 팔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게임점이었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을 봤었던 것이다).
그러나 친구 B 박종팔은 조금 달랐다. 완결편이 나오면 이번 작품과 합쳐져서 세가새턴 최고의 명작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판단, 소신을 굳히지 않고 정품두개를 나와함께 보관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발매연기 끝에 겨우겨우 슈퍼로봇대전 F 완결편이 발매되었다. 역시 굉장히 높은 완성도와 만족감을 주면서 세가새턴을 보유한 유저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게임도 우리는 정품을 구입했고 당시 모든 게임기가 있었던 나와는 달리 세가새턴 하나만을 믿고 있던 박종팔은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진 애들을 약올리며 “슈퍼로봇대전 F 하고싶지? 구경시켜줄까?“ 하면서 약을 올리곤 했다. 녀석은 그래서 과거에 슈퍼로봇대전 F를 두개구입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세가새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절대절명의 명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녀석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어느 정도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참 뒤 이녀석과 나를 실연에 빠지게 한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슈퍼로봇대전 F, 슈퍼로봇대전 F 완결편 PS 전격발매!] 우리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반프레스토가 미웠다. 친구들과 일본에 가서 반프레스토 건물에 폭탄을 설치하자는 얘기까지 주고받았다. 실연에 빠진 박종팔은 결국 슈포로봇대전 F 두개와 완결편을 팔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게임매장에 팔러 갔는데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다해서 8만원 이상은 못주겠다... 이것도 잘 쳐주는거야” 한숨부터 내 쉬는 내 절친한 친구 박종팔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젠장... 득구 팔 때 팔을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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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내인생 최악의 게임 『슈퍼로봇대전 F』
이 게임이 나오면서 나는 게임이 등장할 때 발매되자마자 게임평가도 안 들어보고 바로 구입해버리는 습관이 사라졌다. 한마디로 의심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되도록이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듣고 게임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가장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역시 사전예고 없이 게임하나를 두개로 나눠서 발매하는가에 대한 것인데 지금까지도 미리 예고를 한해주고 게임을 둘로 나눠버린 짓을 한 게임은 [슈퍼로봇대전 F]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어떤 게임이 나오더라도 이 최악의 게임은 영원히 1위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와 같은 경험은 한 게이머들은 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본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ㅜ.ㅜ 난 그날이후로 반프레스토 게임은 무조건 엔딩본 사람의 소식을 듣고 사는 버릇이 생겼다. 얼마전 반프레스토와 소프트맥스가 마그나카르타 2(가칭)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도 역시 조심해서 구입할 생각이다. 어쩌면 반프레스토가 ‘마그나카르타 2 완결편‘을 만들어 게임을 둘로 나눠놓을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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