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셜리포트] 내 인생 최악의 게임 ③ - 피파 99 내 눈과 귀를 닫아버린 게임
때는 바야흐로 서기 2000년. 내가 입사한 회사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명 되지 않는 직원들이 허구한날 땀을 뻘뻘 흘리며 즐겼던 게임은 바로 피파 99였다. 당시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 식스가 여전히 PC게임계를 장악했던 시절이었고 그 외 다른 게임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나는 자연스럽게 그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곧 A, S, D키와 W키에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자 곧 다른 직원에게 도전을 했지만 큰 점수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피파 99에서 패배는 단순히 격투 대전 게임에서 진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혈관을 흐르는 피의 속도가 빨리지면서 그 피의 대부분이 머리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왜 그렇게 흥분이 되었던지. 그 후 난 피파 99에 매달리게 되었다. 피파 99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매우 짧다. 몇 가지 요령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특수 기술을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것과 빠른 패스나 센터링으로 헤딩슛을 하는 것이다. 피파 99에 완전히 빠진 나는 다른 직원들을 압도하기에 이르렀고 당시 최정상 고수로 군림하던 사장님에게 도전하는 실력까지 키웠다. 사장님은 실제 축구 타임과 같은 전후반 90분으로 게임을 즐겼던 인간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당시 피파 99는 정말 개인적으로 최고의 게임이었다. 스타크래프트나 레인보우 식스도 다 필요없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에 가면 난 피파만 했으니 정말 단단히도 빠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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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리포트] 내 인생 최악의 게임 - 피파 99 내 눈과 귀를 닫아버린 게임
그러던 어느 날 피파 2000이 출시되고 적잖이 실망했지만 피파 99에 대한 향수를 달래면서 피파 2000에 용왕매진하던 나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는 PC방에서 피파 2000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말을 건넸다. “그거 재밌어요?” “......” (게임에 빠져 대답하기도 귀찮은 상황) “아저씨, 위닝 일레븐이 휠씬 재밌어요. 그것도 몰라요?” 난 여기서 흥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아저씨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이 비웃는 말이다. 그래서 난 중학생이나 될까말까한 애와 말싸움을 하고야 말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까지 난 위닝 일레븐을 구경조차 못했기에 사실 반박을 한다는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난 아저씨라는 단어에 황홀경으로 빠져있었고 그것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거미줄처럼 날 묶었다. 난 성인이었고 걔는 애니까 말싸움에서 내가 이길 수 있었지만 찜찜한 기분은 오래도록 날 괴롭혔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플레이스테이션 2라는 비디오 게임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있을 때 드디어 난 제대로 된 위닝 일레븐을 직접 접해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제대로 된 것이라 함은 플레이스테이션 1의 그래픽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점을 비유한 것이다. 그 게임은 바로 위닝 일레븐 5. 몇 시간이 흐르고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사실 화가 나 있었다. 피파의 모습이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닝 일레븐 5와의 만남은 충격이었던 것이다. 아아, 축구 게임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피파라는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최고라고 부르짖었던 과거와 그 어린 소년을 생각하며 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물론 피파를 통해서 게임의 즐거움을 맛보긴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듯 다른 게임은 해보지도 않고 평가절하했던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피파는 나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바보처럼 몸소 체험할 때까지 우물에 가둔 그런 게임이 되고 말았으니. 내 인생에서 정말 큰 실망을 안겨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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